입학식에선 키 순서로 나열했다. 우리 반, 1학년 3반의 담임은 30대 정도의 남자 선생이다.

  선생님에게 불려 대열을 만들자, 무려 내가 대열의 최선두인 데다 단상의 바로 앞이었다. 키가 작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지만, 설마 여자들 중에서 가장 작다니…….


  기립한 채로 국가 제창과 교가 제창이 끝났다.

  다음은 재학생, 학생회장의 환영인사다.


  아.

  단상에 올라온 건 아까 전의 형, ‘칸자키 신’이었다. 아침에 봤던 조금 늘어져 보이는, 가벼운 분위기는 어디에 갔는지 청량하고 믿음직스러운 상급생의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종이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인사를 마쳤다.


  “멋있다. 학생회장.” “그렇네.” “여자친구 있을까?” “있겠지.”

  여기저기에서 여자들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감선생의 인사, 교장선생의 인사가 진행되던 때엔, 이미 나는 안 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시야가 뿌옇게 보인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서 확증은 없지만, 이거 아마도 빈혈이다.

  아침밥 먹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배가 고프다.


  “계속해서, 신입생 대표, 인사.”

  여자 선생님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체육관을 울린다.

  앞을 지나간 것은 은발에 적안을 한 남자였다. 여성스러운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사람, 절대로 주요 캐릭터다!

  대표자군도 또한 암기하고 있는 거겠지. 연설용 종이도 없이 단상에 오르는 계단에 발을 올린다.


  어라? 체육관 안이 컴컴해졌다. 전기가 끊어졌나? 아니면, 비?

  확인하려고 고개를 들어 올려보지만, 주변은 더더욱 컴컴해질 뿐이다.

  대표자군이 당황하며 다가와 내게 손을 뻗었다.


  에?

  꾸벅하고 몸이 기운다. 나는 대표자군의 팔 안에 떨여졌다.

  아아, 결국 쓰러진 건가.

  대표자군이 받아준 거구나.


  “괜찮아?”

  남자치고는 달콤한 목소리로 들리지만, 시야가 어질어질해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대답을 할 수 없다.

  등과 무릎에 팔이 들어가고, 몸이 뜬다.


  “에, 꺄악.” “오, 의외로 힘 센데?” “레알 공주님 안기 처음 봤다.” “여자아이 귀엽네!” “응. 정말 아가씨 같다.”

  수십 개의 여러 목소리가 함께 귓가에 들려온다. 하지만, 뇌로 말을 이해하기 전에, 내 의식은 완전히 단절되었다.


  우으.

  흐릿하게 시야가 밝아진다.

  눈을 뜨자, 아까 전의 대표자군이 코앞에 있었다.


  우와. 깜짝 놀랐다! 백발적안이라니 익숙하지 않으니까 괜히 더 놀라고 만다.

  ……어라? 아까 전보다 훨씬 숨 쉬기 편하다.

  몸을 내려보자, 교복의 가디건이 벗겨지고 블라우스의 단추도 목 근처의 하나가 풀려있다.


  아아, 어쩐지 호흡하기 쉽다 했다……. 꽤나 괴로우니까. 여자 교복이란 게.

  “몸, 어때?”





  가까운 거리에서 대표자군이 물어본다. 조금 떨어져 줬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다지……. 덕분에 살았습니다. 인사 전이었는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여기는 양호실이겠지.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다. 주변엔 커튼이 쳐져있다.

  거리가 가까워서 그대로 일어섰다간 대표군과 머리를 부딪치고 만다. 조금만 몸의 위치를 바꿔서 상반신을 일으킨다.


  “일어서, 괜찮아? 양호선생, 자고 있으라고, 했어.”

  “괜찮아요. 손을 번거롭게 했습니다…….”

  어떻게든 일어나서, 침대 위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무거운 머리를 무릎에 올렸다.

  아무래도 좋지만, 이 사람. 말이 듬성듬성거리네. 귀국자녀라든가 그런 걸까? 아니면 말하는 게 느긋한 사람인가.


  “사쿠라.”

  “네?”

  “속옷.”

  속옷이 뭐더라……?

  아아, 팬티가 보인다는 건가? 스커트를 입고 무릎을 세우고 앉았으니까 보이고 말지.


  “죄송합니다. 흉한 꼴을…….”

  황색 바탕에 파란색 땡땡이였다. 이 싸 보이는 모양, 어디서 봤다 했더니 생전에 내가 쓰던 속옷과 같은 모양이다.

  여자상대로 속옷을 보이면 치한이지만, 곁에 있는 것이 남자인 대표군이라서 그냥 그대로 앉아 있는다.

  보기 싫으면 대표군이 눈을 돌리겠지.


  아무래도 좋지만, 내 이름은 사쿠라가 아니라 사쿠라코에요.

  또 시야가 휘청휘청하네……. 조금만 더, 자고 있을까……. 그보다도 배가 고파……. 엄청 고파……. 껌이라도 좋아요. 누가 나눠주세요…….

  풀썩, 하고 역시 침대에 쓰러지고 만다. 스르륵하고 온몸에 매달리는 긴 머리카락이 짜증난다.


  누워있자 더더욱 현기증이 심해졌다.

  “으, 응.”

  현기증을 쫓기 위해서 몸을 둥글게 만다.

  “사쿠라.”

  그러니까 나는 사쿠라코라니까. 그리고 역시 거리가 너무 가까워. 귓가에 숨소리가 들린다. 간지러우니까 좀 더 떨어져주세요.


  “소라.”

  아, 모모카씨의 목소리다. ……소라라니, 대표자군의 이름인가?

  “사쿠라코는 내 친구야. 손대지 마.”

  “……….”

  “소라.”

  “……알았어. 말, 들어.”


  대표자군이 내게서 떨어지고, 커텐 너머로 사라진다.

  “……모모카씨.”

  “저 녀석이 무슨 짓 했어?”

  “……아무 짓도 안했어요? 그보다도…….”

  “왜?”


  “뭔가, 먹을 거, 없나요……?”

  레이센인 사쿠라코. 히로인이기도 한 하즈키 모모카를 괴롭히는 이 작품의 악당은, 수치를 무릅쓰고 모모카씨에게 구걸을 하는 거였습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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