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

  손바닥으로 잡은 두터운 어깨나, 단단한 몸의 감촉에 놀라고 만다.

  나는 꽤나 괴롭힘 당하는 역할이라서, 남자로선 몸집도 작고 얼굴도 여자 같다는 소릴 들었으니까, 장난 삼아 안기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런 늠름한 녀석에게 안긴 적은 처음이다. 근육 있는 사람이란 이런 건가!


  아니, 몸이 사쿠라코니까 그런 걸까? 무지막지하게 늠름하게 느껴져서 까고 말해 무섭다. 큰데다가 높은데다가.

  초대면의 여자아이를 갑자기 안아 올리다니. 스킨십이 과도한 사람일까.

  이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을 터인 나의 생전(전세?)의 친구들의 모습도 생각하고 만다. 그 놈들도 스킨십이 심했지.


  “죄송함다아. 이 아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조금 지나가게 해주세요. 죄송함다아. 형님, 누님도 길 좀 열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아.”

  형은 자리를 피해주는 승객 (아저씨나 아줌마다)에게 애교 있게 말을 하면서 통로를 지나갔다.


  빈자리에 조심스럽게 날 앉힌다.

  “작은 아이가 사양 같은 걸 해선 안 되지. 몸 상태가 안 좋을 땐 자리를 쓰라고.”

  앞에 수그리고 앉아서 내 얼굴을 살펴본다.


  “네, 네에…….”

  “잠깐. 여자아이를 함부로 안지 말라고! 미안해요. 이 녀석, 옛날부터 어거지스런 면이 있어서……. 깜짝 놀랐죠?”

  키카씨가 사과한다.


  깜짝 놀랐지만, 몸 상태가 안 좋은 나를 생각해서 한 일이었으니 불만을 말할 순 없다.

  “저기……감사합니다. 하지만, 그……. 부, 부끄러우니까 안는 것은 조금…….”

  시선을 이리저리 피하며 감사를 표하자, 남자는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오빠랑 사귈까?” 라고.

  사귄다?


  “오빠의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고. 소중하게 여길 테니까.”

  어째서냐. 지금 방금 만났을뿐인데 여자친구가 되어달라니 어떻게 된 일이냐.

  “아뇨……저기, 평범하게 거절하겠습니다…….”

  “거절하는 게 평범한 거야!? 나, 그렇게 못났나? 이유는?”


  아니, 이쪽이야말로 이유를 알고 싶다고.

  “고백하는 이유는 뭔가요……?”

  “첫눈에 반했다. 운명을 느꼈어.”

  “어, 얼굴이 좋다는 거겠죠? 나, 성격 나쁜 사람이니까. 제대로 알고 보면 절 미워하리라 생각해요. 그러니 사귈 수 없습니다. 친절을 베풀어 주셨는데, 죄송합니다.”


  나는 하즈키 모모카씨를 괴롭혀야 한다는 사명이 있고. 괜한 남자까지 상관하고 싶지 않다.

  “―――――”

  “적당히 하라고.”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키카씨였다. 아까 전까지 봤던 상냥한 인상이 거짓말처럼, 만지면 찢어질 듯한 얼음의 칼날 같은 시선으로 남자를 노려보고 있다.

  “몸 상태가 안 좋은 아이에게. 너, 최악이야.”

  “미안하다고.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해서 미안. 오빠는 저쪽 차량으로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노려보지 말라고 키카. 너, 무서우니까 말이야.”


  무섭다고 말하면서도, 형은 표표한 웃음으로 키카의 어깨를 두드리고 옆 차량으로 갔다.

  “사쿠라오카, 사쿠라오카. 이제 곧 사쿠라오카역에 도착합니다.”

  아, 정기권의 종착역이다.


  일어서자 키카씨가 내 손을 잡았다.

  “……?”

  “얼굴 보기 안 좋아요. 점점 몸 상태가 나빠진 거죠? 정말 미안해요.”

  “아, 아뇨. 괜찮습니다…….”


  사양하지만, 키카씨는 내 손을 끌어주었다.

  여자끼리라곤 하지만, 손을 잡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건지 주변 이곳저곳에서 시선을 느껴져서 부끄럽다.

  하지만, 여자와 손을 잡고 걷는다니 태어나서 처음이다……. 이란 상황이인데 조금 감격하고 만다.

  키카씨의 손바닥이, 내 손바닥 보다 큰 것이 유감스럽지만.


  “우와, 저 아이, 귀여워…….”

  “저 미덥지 못한 얼굴, 참을 수 없네. 괴롭히고 싶어져.”

  “바보가. 뭐, 이해는 하지만.”

  아까 전의 형과 같은 교복을 입은, 불량해 보이는 남자들이 이쪽을 가리킨다.

  미덥지 못하다? 키카씨는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았으니까, 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날카로운 표정인데. 어째서 미덥지 못하다고 하는 거지?


  이상하게 생각하는 딱 그 시점에. 나의 얼굴이 빵집 쇼케이스 윈도우에 비춰보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눈꼬리를 내리고, 마음 약해 보이는 표정――.

  날 말한 거였나!


  안돼. 얼굴에 힘을 줘야지. 나는 악역이니까 말이야. 이제부터 만날 하즈키 모모카씨를 괴롭히기 위해서라도 나빠 보이는 얼굴을 해둬야지.

  키카씨가 멈춰서서, 그 남자들에게 고개를 향했다.


  “히, 히이익!”

  “죄송합니다. 그냥 해본 말입니다!”


  남자들은 덜덜 떠는 표정으로 도망친다.

  내게선 키카씨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시선 하나만으로 남자들을 쫓아내다니. 대단하네 키카씨…….

  미인이 화나면 무서운 법이지. 도망치는 것도 별 수 없어……인 걸까?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