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입학식 전날에 15살이란 나이에 죽었다.


  맨션 아래를 걷고 있다가, 낚시 줄로 늘어져 있던 화분이 떨어져서, 보기에도 훌륭하게 머리에 직격해서, 어이없게.

  하다못해 30초, 아니 10초, 아니 3초라도 천천히 걸었다면, 나는 건강하게 등교할 수 있었을 텐데.


  죽었다고 해서 크게 충격을 받거나 슬프지도 않았다.

  2개월 전에 아빠와 엄마가 함께 사고로 돌아가신 참이었으니까.

  살고 있던 일가 주택을 처분하고, 값싼 아파트로 이사하고, 혼자 살기 시작하여 겨우 생활이 안정된 참에 사고가 일어난 것은 분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차피 죽을 거라면, 아빠 엄마와 함께 죽고 싶었다.

  뭐, 그건 둘째치고, 적어도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야.

  지금까지 큰 상처도 없이, 병도 없이, 병원에 간 경험이라고 해봐야 치과 정도가 다인데. 태어나서 처음 겪은 사고로 즉사라니 생각도 못했다.


  사후의 세계 따위 믿지 않았으니까, 죽으면 사라진다고 생각했는데, 사망한 뒤의 나는 푹신푹신한 구름 위에서 눈을 떴다.

  멀리 ‘천국’이라는 간판을 늘어뜨린 커다란 문이 보인다.

  ‘천국이란 게 진짜 있었구나.’하고 감격하면서 구름 위를 걷는다.

  아빠와 엄마와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발걸음이 저절로 빨라진다.


  “기다려라.”

  불러 멈추는 소리에 뒤돌아 본다.

  다섯 살 정도의 여자아이가 서 있었다.

  예쁜 은발의 긴 머리카락이 발 주변까지 퍼져있다.

  그거, 걷다가 밟지는 않을까?

  외국인일까? 하지만 원어민 수준의 깔끔한 국어고, 묘하게 말하는 투가 옛날 사람 같은 느낌이.


  “그대는 저 문을 건너서는 안 된다.”

  “……너도 죽었어? 그렇게 작은데 불쌍하게도……. 함께 천국으로 갈까?”

  여기에 있는 이상, 이 아이도 죽은 거라고 생각하여 손을 뻗었다.


  “가지 않아!”

  “어째서? 아, 모르는 사람 따라가지 말라든가 그런 거!? 나, 나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야. 안녕!”


  ‘모월 모일, 모시각. 천국문 앞에서 고교생으로 보이는 남성이 유치원생에게 말을 걸어 데려가려고 했다.’라는 식으로 체포당했다간 참을 수 없다.

  저도 모르게 뛰어가려고 했지만,

  “그러니까 기다리라고 했잖은가!”

  소녀가 가지고 있던 지팡이로 발을 걸어, 구름 위를 구르고 말았다.


  “그대, 만화 세계에 환생해라.”

  환생?

  “주인공을 괴롭히는, 최악의 악역이 되어 이야기를 훌륭하게 해피엔드로 완결하는 거다.”

  “어째서?”


  여자아이의 설명을 요약하자면, 우리들이 읽고 있는 소설이나 만화나 영화――아무튼 모든 창작물이, 다른 차원에서 제대로 된 하나의 세계로서 성립하고 있다고 한다.


  “헤에. 그럼 원파크나 드래곤볼도 실제로 있는 세계가 있는 건가……. 다행이다. 나, 평범한 세계에서 태어나서.”

  평범한 세계에서도 딱히 볼거리 없는 고교생이었는데, 배틀 만화 세계에라도 태어났다면 15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지도 못했겠지.


  “그러니 너는, 소녀만화 ‘피치 매직’의 세계에 환생해서 악역으로서 활약하고 와라.”

  “어째서?”

  “피치 매직은 중간에 연재 중단되고 만 소녀만화다. 그렇기에 작가의 원념이 강한 나머지, 이대로 가다간 세계붕괴를 일어나는데다가, 다른 세계까지 휘말려 멸망할 수밖에 없어. 그렇게 되기 전에 네가 막는 거다.”


  “그래서 어째서 내가? 소녀만화는 본 적도 없는데 무리야. 여자아이 괴롭히는 것도 무리고.”

  “그럼 ‘세기말 마쵸 대행진’ 세계의 주인공으로 환생하여 악역을 때려눕히는 역할이 좋은가?”


  “시시시시시싫습니다. 무리! 그 만화, 주인공도 마쵸지만 악역은 더욱 마쵸라서 내장이 푸확하는 만화잖아! 한 번 읽고서 앓은 적이 있어! 그것도 무리입니다! 이대로 천국으로 가게 해주세요!”

  “에잇, 귀찮다. 빨리 가버려라!”

  여자아이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그 순간 눈앞이 새하얗게 되어――――.


  나는, 모르는 방에 서 있었다.


  세 번 접혀 놓여 있는 이불, 오래된 책상, 구멍이 숭숭 난 책장, 빛 바랜 다다미.

  꽤나 살풍경한 방이다.


  “무리라고 했는데…….”


  서늘하게 발 주변을 흐르는 바람을 느끼고 시선을 내린다.

  의복이 변했다.

  아까 전까진 사망 시에 입고 있던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엉덩이까지 밖에 오지 않는 엄청 짧은 플레어 스커트가 되었다! 여자옷이다!

  스커트에서 뻗은 다리는 새하얗고 아름다은 곡선으로――.

  사라락하고 다른 감촉도 느껴진다.

  머리카락이다.

  고개를 숙인 탓에 뺨 주변으로 떨어져 눈앞에 퍼진다. 허리보다 더 긴――피피피피.


  핑크!!


  “핑크색 머리카락!? 뭐야 이거!!”

  그보다 으악. 목소리도 처음 듣는 여자아이 목소리야! 귀에 들어오는 목소리에 위화감이 쩔어!


  “음란녀는 핑크라고 정해져 있는 거다…….”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휘릭하고 돌아본다.

  아까 전의 은발 여자아이가 다다미 위에 접혀 있는 이불 위에 앉아 홍차를 마시고 있다. 긴 머리카락이 이불 위에 잔뜩 퍼져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