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카씨가 나와 손을 잡은 채로 “1학년……이지요?”라고 질문했다. 걷는 속도가 떨어졌기에 키카씨의 옆에 나란히 섰다.


  “네. 키카씨는 3학년인가요?”

  “제, 제가 그렇게 연상으로 보이나요? 기뻐요……!”

  키카씨는 붉게 물든 뺨에 손바닥을 댔다.


  “에, 아?”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어른스럽게 행동하자고 정했어요. 대성공! 후후후후.”

  그, 그런거야? 연상으로 보여서 기뻐한다는 건, 실제론 좀 더 젊다는 거겠지?

  여자는 실제 연령보다 나이 들어 보이면 화를 낸다는 선입견이 있었으니, 조금 놀라고 만다.


  키카씨는 뺨을 물들인 채로,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저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1학년이고, 하즈키 모모카라고 해요. 잘 부탁해요.”


  하.

  하즈키 모모카아아아아!?

  내가 괴롭힐 예정인 히로인이잖아아아!


  뻥이겠지!? 진짜로!? 아니, 아직 동성동명일 뿐인 다른 사람이라는 가능성은 있어! 분명 그렇다. 그렇다고 말해주세요. 신님!

  먼 산을 보면서도 나는 자기소개를 한다.

  레이센인이라는 이름은 부르기 힘들기에, 키카씨는 나를 사쿠라코라고 부르기로 했다.


  모쪼록, 동성동명일 뿐인 다른 사람이길!

  전에 없을 정도로 기도하며, 운동장에 게시되어 있는 반 구성표를 보러 간다.


  ――――같은 반이었습니다.

  그리고, 교실에 가니, 옆자리였습니다.

  동성동명의 하즈키 모모카씨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습니다.

  틀림없다. 이 키카씨가, 내가 괴롭힐 상대다.


  초반부터 저질러 버렸다아아.

  이제 기력도 없이, 나는 책상에 뺨을 대고 엎드리고 말았던 것이다.


  “몸 상태 아직도 안 좋나 보네. 양호실로 갈까? 입학식 괜찮아?”

  키카씨가 불안하다는 듯이 날 돌아보고 있다.

  신경 쓰지 마시길.

  친절하게 대해준 하즈키 모모카씨를 괴롭힐 수도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것일 뿐이니.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의문스럽게 생각하던 것을 키카씨에게 질문했다.

  “키, 키카씨라는 별명은, 어째서……?”

  이런 본명에 스치지도 않는 별명만 없었으면, 분명 좀 더 빠른 단계에 눈치 챘을 텐데!


  “하츠‘키’ 모모‘카’. 성하고 이름에 어미를 따서 키카. 그렇게 부르고 있는 건 아침에 봤던 남자뿐이지만 말이야. 너도 나를 모모카라고 불러주면 기쁘겠어.”

  과연…….

  본명에 스치기는 했구나.

  아니, 그보다 눈치 못 챈다고. 그런 별명으론!


  으갸악하고 책상에 손톱을 세우고 싶어진다.

  책상에 엎드려서 뻗은 팔의 끝, 찰랑하고 팔찌가 흔들렸다. 보석에 손을 대고 호출해 본다.


  ‘신니임, 살려줘요오.’

  ‘뭐냐. 슬슬 학교에 도착할 쯤인가?’

  해냈다! 겨우 응답이 돌아왔어!

  ‘어째서 대답해주지 않은 거야!’

  ‘처음에 말했잖은가. 나도 다망한 몸이라 너에게 계속 붙어 있을 순 없다고.’


  신님이 지쳤다는 듯이 말을 계속했다.

  ‘세기말 마쵸 대행진 세계에 여자를 마쵸맨으로 성전환해서 보냈더니, 예상 외로 햣하해서 말이야. 말리는 데에 바빳던 거다. 아무리 적이라도 전의도 없는 자를 박살내다니, 정말이지……투덜투덜.’

  ‘……큰일이었네. 하지만 이쪽도 큰일이야. 적어도 이 세계의 만화를 보여줘. 스토리를 몰라서야 움직일 수가 없어.’

  ‘그건 무리다. 세계의 창조물을 가져가는 짓은 할 수 없어. 머잖아 세계가 붕괴하고 만다.’


  제약이 있는 건가. 불편하네에.

  ‘그럼, 가능하면 상세하게 스토리를 알려달라고.’

  ‘전차 안에서 하츠키와 칸자키는 만났는가?’

  ‘칸자키?’


  ‘칸자키 신. 3학년으로 모모카의 소꿉친구일세. 모모카는 이 녀석에게 은근한 연심을 품고 있는 게야. 그런데도 칸자키는 모모카 눈앞에서 네게 고백하고 말지. 그리고 너는 모모카에게 과시하기라도 하듯이 칸자키에게 키스를 하고, 입술을 핥는다――라는 일이 전차에서의 대략적인 줄거리다. 키스는 했는가?’

  ‘했을 리가 없잖아!! 뭐야 그거! 소녀만화란 그런 거야!?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키스를 하다니 있을 수 없잖아!’

  ‘소란피우지 마라. 시끄러워.’


  “사쿠라코? 입학식 시작하니까 체육관 집합이래. 일어설 수 있어? 아니면 양호실 갈래?”

  “괘, 괜찮아. 응.”


  ‘어이……, 설마. 지금 목소리는 모모카가 아니겠지…….’

  신님이 분노가 묻은 목소리로 신음하듯이 말했다.

  ‘네. 그 말대로입니다. 모모카씨입니다.’

  ‘바보냐, 너는! 시작하자마자 스토리가 바뀌어버렸잖아! 어떻게 할 생각이냐!’


  신님은 꽤나 분노하신 것 같다. 무리도 아니지만.

  ‘저기, 나. 지금 생각하는 건데.’

  ‘뭐인가.’

  ‘네가 인선 미스한 거 아닐까나, 하고.’

  ‘남 탓으로 하지 마라아아아!!’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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