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은 짐작도 가질 않지만, 어쨌든 걸어가려고 했을 때―――멈춰 섰다.

  이 집에 돌아와야만 하잖아! 제대로 길은 기억해 둬야지.


  새삼 사쿠라코의 집을 돌아본다.

  도장조차 되어 있지 않다. 먼지가 낀 듯한 오래된 집이었다.

  벽은 제대로 다듬질도 되지 않은 나무판이고, 지붕은 기와도 아니고 함석지붕으로, 비가 흘러내리는 통로가 부서져서 지붕에서 늘어져 내려와 있다.

  정원은 없이 집 앞이 바로 골목길이다. 현관 옆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우체통에는 ‘레이센인’이라고 달필 문자로 쓰여진 종이가 껴져있다.

  주변 집도 이 집도 비슷할 정도로 오래되어 엉망진창이다.


  현관 앞의 길에는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은데, 쓰레기통이 있다든지 자전거가 있다든지 해서 지나가기 힘들다.

  여기, 정말 소녀만화의 세계?

  아무리 악역이라고 해도 조금 더 좋은 생활을 해도 벌은 받지 않으리라 생각하는데. 나는.


  왼쪽 길은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막다른 길이었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나아간다.

  찻길로 나가고 나선, 어쨌든, 사람들의 흐름에 끼어 걷자.

  큰길로 나가면 분명 이 교복을 입은 학생이 한 사람이나 두 사람 정도는 있을 것이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차가 지나다니는 길가로 나왔다.

  주변을 둘러보며 필사적으로 장소를 기억해둔다.


  아, 주소를 적어 둔 간판이 있다. 여기는 오우사키쵸 8번가인가. 좋아. 기억했다. 이걸로 집 위치를 잊어도 이 근처까진 문제 없이 돌아올 수 있어.

  큰 길로 나가자 여기저기 통행인이 있어서, 그들이 향하는 곳으로 나도 따라간다.

  분명 이 앞에 역이나 버스역이 있을 것이 틀림없다.


  역시 예상대로라서, 주변 풍경이 일반 주택가에서 호화로운 맨션, 그리고 회사가 들어가 있을 듯한 무기질적인 빌딩으로 변해간다.

  그다지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커다란 역도 보였다.


  헌데, 머리카락이 컬러풀한 건 나 혼자였다.

  행인들은 어른도 아이도 모두 머리카락이 검은색, 혹은 갈색, 심해도 금발이다.

  기묘한 머리색을 지닌 사람이 있다면, 높은 확률로 주요 등장인물임이 틀림없다. 몇가지 색이나 있을까? 청색이라든가 적색이라든가 컬러풀할까.


  역 앞에는 벤치가 있어서, 나는 휘청휘청하며 거기에 앉았다.

  “하아.”

  뭔가. 의욕이 나질 않네…….


  적어도 이름대로 부자였더라면, 아직 좋았을 텐데…….

  가정환경이 너무 나쁘잖아. 생전에 내가 살던 가정은, 엄마가 전업주부에 아빠가 회사원으로 극히 평범한 가정이었기에 갭이 너무 심하다.


  아.

  나와 같은 제복이다…….

  소녀들의 단체 하나가 이쪽으로 향해온다.


  모두 다섯 명. 그 안에 네 명은 세일러복이지만, 한 사람만, 나와 같은 가디건의 교복을 입고 있다.

  즐겁게 반짝반짝 웃고 있는 것이 눈부시네…….

  저 사람들은 아버지가 술 마시고 주정부리는 아버지가 아니라, 제대로 일하고 있는 아버지뿐일 테지. 부럽다.


  같은 제복을 입은 사람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힘이 나질 않아서 벤치에서 일어나는 것이 전부였다.

  “기분이 좋지 않나요?”

  내 앞에 한 여자가 허리를 내려 나와 눈을 맞춘다.


  아까 전에 봤던, 같은 학교 교복을 입은 여자다.

  허리까지 닿을 것 같은 긴 검은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고 있다.


  눈꼬리가 내려간, 상냥해 보이는 얼굴을 한 여자였다.

  취미는 거문고와 무용입니다. 라고 대답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분위기가 침착하고 어른스러워 보인다. 3학년일까?


  “그, 조금, 인생에 고민이 좀.”

  “이, 인생!?”

  여자가 놀라며 내 말을 되풀이했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도 곤란할 뿐이지요! 저, 저도 모르게 약한 소리가…….”

  몸이 좋지 않냐고 걱정해준 사람에게, 인생 상담을 가져가다니 나라도 질릴 것이다.

  양손을 저으며 말을 철회했다.


  “함께 갈까요?”

  “에?”

  “학교. 같은 학교죠? 사쿠라오카 고교.”


  자신의 교복을 보이면서 여자가 웃는다. 마음 깊이 안심할 수 있는, 예쁜 웃음이었다.

  “네.”

  여자 아이에게 끄덕이며 일어섰다.


  윽.

  혹시, 나, 꽤나 체구가 작지 않아?


  그녀와 나란히 서서 걸으며 키 차이에 곤혹스러움을 느낀다.

  계속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 시선의 위치가 낮다.


  150 정도일까……? 그 보다도 낮을지도 모르겠네.

  그녀는 꽤나 키가 커서, 16……5? 정도는 되겠지. 나와 머리크기의 절반 정도는 신장차이가 있다.

  개찰구가 눈에 들어와서 서둘러 가방을 뒤적였다. 다행이다. 정기권이 있어!


  거의 기다리지 않고 도착한 전차에 탄다.

  전차 손잡이를 잡고 선 내 얼굴이 거울에 비춘다.


  일단 머리카락. 긴 핑크색 머리카락을 머리 양쪽에, 한쪽만 검은 리본으로 묶고 있다.

  대부분의 머리카락은 내리고 있으니까, 트윈테일은 아니지만. 트윈테일 비슷한 것. 분명, 투 사이드 업이라는 형태다.

  얼굴은……뭐라고 해야하나. 악면상이었다.

  굉장히 귀엽지만, 눈꼬리가 올라가서 솔직히 무섭다. 입도 코도 작으니까 괜히 바싹 올라간 눈이 눈에 들어온다.


  역시, 키는 작았다.


  후.

  몸에서 힘을 빼자 무서웠던 사쿠라코의 얼굴이 부드러워졌다. 상냥하다고 해야 하나, 믿음직스럽지 못한 얼굴. 이 얼굴이라면 악역이라곤 할 수 없겠네.


  두 개 정도의 역을 지나갔을 때에,

  “어라? 키카. 너, 버스 통학이 아니었던가?”

  가벼워 보이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서, 나는 키카라 불린 여자와 함께 고개를 돌렸다.





  우와아. 엄청 잘생긴 형이네.

  목소리를 걸어온 건 교복을 입은 남자였다. 180은 될 것 같은 키에, 약간 긴 듯한 갈색 머리카락을 감고 말렸을 뿐이라는 느낌으로 흐트러져 있었지만, 더러워 보이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탄탄한 체형인 데다가, 쌍꺼풀이 깊고 눈이 날카로운데, 태도와 목소리 때문에 인상이 부드럽게 느껴진다.

  3학년인가? 이 여자――키카의 남자친구일지도.


  “아야카 친구들하고 함께, 나나의 집에서 자고 왔어. 학교가 흩어지니까 마지막 이별 파티라고 해서.”

  “헤에. 입학식 전날에 잘도 하네. 아, 귀여운 애다.”

  “건들지 말라고. 몸 상태가 안 좋아 보이니까. 그냥 가만히 둬.”


  “몸 상태가 나빠? 음, 그럼 이리와.”

  “잠깐, 무슨!?”


  아, 안겼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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