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국력 486년 7월 10일. 제도 오딘,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저택.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
오늘도 날씨가 좋다. 이 몇일, 오딘은 구름 한 점 없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이 하늘은 앞으로 3, 4일 더 계속된다고 한다. 그 뒤엔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태풍이 온다면 꽃은 지고 만다. 아까울 뿐이다. 일광욕실에 있는 안락의자에 앉아 그런 생각을 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에도 이윽고 폭풍이 오겠지. 황제폐하 붕어라는 폭풍이다. 그리고 꽃이 지듯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도 질 것이 틀림 없다. 우리는 덮쳐오는 폭풍을 막을 수도 없겠지…….
폐하에 만일의 경우가 있으면, 리히텐라데 후작은 뮈켄베르거 원수와 결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브라운슈바이크 일문은 리텐하임 일문과 결탁하여 싸우게 되겠지. 귀족연합인가……, 병력만이라면 정규군을 웃돌지도 모른다. 하지만 믿을 수는 없다.
클로프슈토크 후작 토벌전에서 알았다. 저건 오합지졸이다. 정규군에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무엇보다도 귀족들이 전장이라는 것을 모른다. 병사는 있어도 병사를 사용하는 법은 모른다. 뮈켄베르거 원수도 알고 있겠지. 귀족연합을 무서워할 필요는 없다고.
폐하 붕어 때에 리히텐라데 후작에 복종하는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와서 물러나는 걸 주변이 허락할리가 없다. 최악의 경우, 이몸을 죽이고 엘리자베스를 맹주로 하겠지. 그리고 싸움에 지게 되면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누군가가 엘리자베스를 바칠 것이 틀림 없다. 비참한 최후다……. 그렇게 생각하면 복종할 수 없다. 엘리자베스를 지키기 위해 복종은 할 수 없다. 이몸이 방패가 될 수 밖에 없다.
생각해보면 클로프슈토크 후작은 대단한 자였다. 마지막까지 후작을 배신하는 자는 없었다. 더욱 빨리 저 남자와 흉금을 열고 말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좋은 상담 상대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아버님."
"오오, 엘리자베스인가."
딸이, 내 반대편에 앉아 있었다. 어느세 온건지.
"이상하시네요. 아버님. 몇번이나 불렀는데."
"핫핫핫. 그러냐. 아니 조금 생각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눈치채지 못했다."
이런이런. 딸이 불러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곤란한 놈이다.
"엘리자베스. 지금 몇살이었지?"
"열 다섯살이에요. 잊고 계셨나요?"
"음. 아니, 그렇지 않아. 기억하고 있고 말고. 그런가 열 다섯살인가."
아름답게 자랐다. 부드러운 황갈색 머리카락에, 푸른 눈동자. 목이 얇은 것이 눈에 띈다. 앞으로 4, 5년. 아니 2, 3년만 있으면 요염한 아름다움을 띄게 되겠지. 너무 빠르다. 죽기에는 너무 빠르다. 누군가를 좋아해 본적이 있는지 없는지. 아직 이제부터 시작인데.
"엘리자베스. 넌 황제가 되고 싶으냐?"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나요?"
"물론이지. 네가 솔직한 딸이라는 걸 이몸은 알고 있다."
"그다지, 흥미 없어요."
"……그런가. 아니, 그렇겠지."
"죄송해요. 아버님."
"사과할 일이 아니야. 엘리자베스."
이 딸에겐 황제따위 무리다. 솔직하고 거짓말을 모른다. 사람을 의심하는 일도 못하는 딸이다. 어째서 이몸은 황제따위를 바란건지. 그것도 지금에 와서야 무리라는 걸 알아차리다니……. 어리석긴.
"아버님. 발렌슈타인 중장은 어떤 분이신가요?"
"호오, 흥미가 있나?"
그런 나이가 되었나.
"프레겔 남작이 죽지 않고 끝난 것은 중장 덕분이라고 들어서요."
아닌가…….
"뭐, 분명 그렇지만. 그걸 다른 사람 앞에서 말하면 안된다."
"예."
"저 남자는, 적으로 돌리면 무섭고, 아군으로 삼으면 믿음직한 남자다. 게다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 아픔을 무시하지 못하는 남자다."
저 남자가 아들이라면 얼마나 좋을지. 누구도 저 남자를 황제로 삼는 것을 반대하지 못하겠지. 설령 황제가 되지 않아도 차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으로서 안심하고 모든 걸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이몸보다 좋은 당주가 될것이 틀림없다. 엘리자베스도 맡길 수 있을 텐데……. 안되겠군. 무슨 바보같은 생각을 하는건지. 저건 적이 아닌가. 그것을 아들이라니……. 아들인가……, 아들……, 하지만…….
"아버님?"
"……."
"왜 그러시나요?"
죽게 놔둘 순 없다. 아버지로서 이 딸을 지키지 않으면 안된다. 딸 한 명을 지키지 못하고 무슨 공작인가.
"엘리자베스. 잠깐 용무가 생겼다."
"?"
나는 자리를 서서 빠른 걸음으로 안으로 향했다.
"안스바하. 안스바하는 없는가! 슈트라이트, 페르너는 어디에 있나!"
...
■ 제국력 486년 7월 11일. 신무우궁. 에리히 발렌슈타인.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신무우궁으로 와달라고 국무상서로부터 호출이 있었다. 난 당신의 부하가 아니지만 말야. 불만을 말해도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한다. 발레리와 함께 신무우궁으로 향하게 되었다. 하지만 무슨 일이지? 설마 프리드리히 4세가 또 쓰러진건가?
발레리는 새파랗게 되었지만, 다행히 뮈켄베르거 원수가 있으니까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이 시기에 내란이 벌어지면 더욱 더 하기 힘들어진다. 동맹이 태세를 바로 세울 기회를 주고 만다. 귀찮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좋을렸만.
궁내성 직원에게 안내되어 간 곳은 동관에 있는 한 방이었다. 동관은 얼마전의 폭발 사고 때문에 경비가 엄해진 상태였다. 방 앞에 경비병이 서 있지만. 그럼, 무슨 일일지?
"늦어서 죄송합니다. 발렌슈타인입니다."
안에 들어가니 놀랍게도 국무상서 외에 제국군 삼장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이 있다. 뭐냐 이건? 제국군 굴지의 실력자들이 모여서 뭘 할 생각이냐? 대체 뭣때문에 날 보른거냐.
묘한 것은 모두 표정이 밝다는 점이다. 적어도 황제 붕어는 없다. 그럼 뭐지?
"발렌슈타인 중장. 앉게나."
"옛."
국무상서가 자리를 권한다. 이상하군. 이녀석들의 웃음은 억지 웃음이 아니다. 뭔가 재밌어하는 느낌이다. 뭔가 했던가? 나?
"발렌슈타인 중장. 오늘은 경에게 할 이야기가 있다네."
"좋은 이야기야."
사회진행은 국무상서인가. 그런데 좋은 이야기? 이 인원으로 좋은 이야기라고 들어도 수상쩍을 뿐인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말일세. 경을 양자로 들이겠다고 한다네."
"……예?"
뭐라고 했어. 지금? 나는 무심코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 재밌어하며 웃고 있다.
"발렌슈타인 중장. 경을 이몸의 아들로 삼고 싶다고 하는 걸세."
"……."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뭔가 말하고 있다. 아들? 뭐야 그거. 전혀 모르겠다고. 알기 쉽게 설명해!
"죄송합니다만. 소관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농담입니까?"
갑자기 모두 폭소했다. 과연. 역시 농담인가. 안심했다. 나도 함께 웃기로 할까.
"농담이 아니야. 진심이다."
국무상서. 웃으면서 말해도 신빈성 제로입니다. 웃기지 말라고!
"발렌슈타인 중장. 내가 설명하도록 하지."
뮈켄베르거 원수가 입을 열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경을 양자로 삼길 바라고 있다는 걸세."
"……."
내가 문벌귀족의 양자? 무슨 생각이야? 바보들이.
"물론 프로이라인 브라운슈바이크와 결혼하게 되겠지만. 프로이라인은 아직 15살이야. 결혼은 2, 3년 뒤가 되겠지. 그 사이에 경은 프로이라인의 약혼자가 아니라 공작 각하의 양자로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의 일원이 되는 거라네."
"……."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은 경을 아들로 삼은 뒤, 은둔하네. 경은 뒤를 이어 새로운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될걸세."
적당히 해두라고! 난 양자따위 되지 않아. 애초에 은둔이라니 무슨 소리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어?
"대체 무슨 일입니까? 어째서 소관을 양자로."
나는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을 보면서 물었다. 대답할 의무가 있을 것이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내란을 막기 위해서다. 중장."
"내란을 막는다……."
내란을 막는다? 너희들을 부술 수 있다면 내란, 얼마든지 좋다. 하찮은 양자 이야기 따위 내놓지마.
"이대로는 언젠가 내란이 일어난다. 리텐하임, 뮈켄베르거 연합 대 브라운슈바이크, 리히텐라데의 귀족연합이다. 경도 알고 있겠지.
"예."
너희들이 진다. 틀림없이 말이지. 내가 처부숴주마.
"그렇게 되면 귀족연합은 질것이 틀림 없어. 클로프슈토크 후작 토벌의 시종을 보면 분명하다. 그러니 브라운슈바이크 공작가는 황제계승 싸움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것을 모두가 알기 쉬운 형태로 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성이 없는 건지. 아니면 현명한건지. 이녀석들은 정말 알기 어렵다.
"그래서 소관을 양자로?"
"그래. 경은 뮈켄베르거 원수의 심복이다. 그 경을 양자로 삼는 것이다. 공작가는 리히텐라데, 뮈켄베르거 연합을 따르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그럼 다음 황제는 어느 분이?"
"엘윈 요제프 전하다. 사비네 폰 리텐하임이 황후가 되고."
"!"
리히텐라데, 뮈켄베르거, 리텐하임, 브라운슈바이크의 4자연합인가……. 하지만 잘 모르겠군.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에게 무슨 메리트가 있는지? 혼자 손해보는 역이 아닌가?
"새로운 공작이 된 경은 신분의 격상으로 상급대장으로 승진하네."
"!"
"새로운 공작의 최초 임무는 반란군의 토벌이 되겠지. 거기에 이기면 원수로 승진하여, 우주함대 부사령장관에 취임하네."
"!"
군의 중진. 이름보다 실리를 찾겠다는 건가.
"발렌슈타인 중장."
리히텐라데 후작이 내게 말한다. 이번엔 웃지 않는다.
"이 사항은 거절할 수 없네."
"하지만, 그건."
"내란이 일어나면 몇백만이나 되는 인간이 목숨을 잃게 될걸세. 경은 그것으로 좋은가? 경이 귀족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물론 알고 있네.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의 감정으로 몇백만이나 되는 인간이 죽는 걸 두고볼 생각인가?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스스로 은둔하여 경에게 모든 걸 맡기겠다고 하는 걸세. 잘 생각하게."
"……."
"짖궂은 말이라는 건 충분히 알고 있네. 하지만 이걸로 제국은 안전해지는 걸세. 도망칠 순 없네. 이미 칙명도 받았네."
"칙명……."
더럽다고. 네놈들 정말 더러워.
"폐하의 혈족이 결혼하는 거다. 당연하겠지."
"하, 하지만. 소관은 평민 출신입니다. 신분이 너무 다르잖습니까."
일단은 이걸로 피하도록 한다. 칙명까지 가지고 있다. 철회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이곳에서 피한다. 대책은 나중에 생각하도록 하자.
"문제 없다. 경은 평민일지도 모르지만. 리메스 남작의 피를 잇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
"폐하가 알려주셨네. 그림멜스하우젠 자작에게서 들었다고 하더군. 기뻐하며 허락해주셨네."
쓸데없는 짓을 하긴 이 늙은이. 내게 원한이라도 있는 거야? 더럽다고. 너희들 정말로 더러워. 모두 모여서 약한 사람 괴롭히기나하고. 이래서 난 귀족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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