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천적일 정도로 밝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온 것은, 안톤 페르너였다. 목소리만 듣는다면 아무런 악의도 느껴지지 않지만, 이 녀석의 얼굴엔 뭔가 재밌는 것을 발견했다는 듯한 표정이 있다. 불쾌한 녀석이다. 난 이 녀석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작에서 알고 있을 뿐인, 대화를 해 본적도 없는 상대를 싫어하는 건 어떨까 싶지만, 싫다. 난세를 즐기는 듯한, 아니 기뻐하며 평지풍파를 일으킬 것 같은 부분을 싫어한다.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말을 걸어 온 이상 어쩔 수 없다. 도망치는 걸로 보이는 것도 기각이다. 난 근처의 시청각용 부스에 앉아 적당히 전자서적을 선택했다. "제국 경제에 대한 페잔의 영향력의 범위와 그 한계" ……묘한 타이틀의 책이지만, 페르너 상대를 하는 것 보다는 좋겠지. 읽기 시작했지만, 어째서 도망치지 않았는지 바로 후회했다. 재미없었기 때문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상대가 3명이 되어 있었다. 뮐러와 키슬링이 참전한 것이다.


  "교장 선생이 불렀다는 듯 하지만, 무슨 용건이었나? 한번 맞춰볼까? 내년도 진로에 대한 것이겠지?"


  이 책은 꽤 재밌다. 눈 앞에 시끄러운 녀석이 한명 있지만 무시하자.


  "정곡이었나보군. 그렇게 무시하지 않아도 좋잖아? 조금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인데."

  "모르는 사람의 말을 들으면 안된다. 라는 말을 들어서 말이야."


  그렇다. 이 녀석들은 아직 자기소개도 하지 않았다. 불량한 녀석들이다.


  "아아, 미안하군. 내가 잘못했다. 내 이름은 안톤 페르너. 저쪽이 나이트하르트 뮐러. 귄터 키슬링이다. 전략과를 전공하고 있어."

  "귄터 키슬링이다."

  "나이트하르트 뮐러, 잘부탁해."

  "에리히 발렌슈타인, 병참과."


  가르쳐준건지, 내뱉은건지, 알 수 없는 말투가 되었다. 안되겠군, 조심하자. 너희들도 공기 읽고 빨리 돌아가.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고. 네게 흥미가 있을 뿐이니까. 넌 콘라드 발렌슈타인 변호사의 아들이지?"

  "그렇습니다만. 아버지를 아시나요? 페르너시."

  "안톤이면 돼. 그야, 알고 있지. 영웅 콘라드 발렌슈타인 변호사니까 말이지."

  "영웅……."

  "아아, 영웅이지. 발데크 남작가, 콜비츠 자작가, 하일만 자작가를 상대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싸워서, 리메스 남작을 지킨 것이다. 모두가 영웅이라고"불쾌하군"……."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멋대로 아버지를 영웅시하며 즐기는군요."


  난 일어나서 페르너를 노려보며 말했다. 시선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페르너는 죽어 있겠지.


  "아니, 난 그다지."

  "불쾌합니다! 이야기가 그것뿐이라면 돌아가주지 않겠습니까? 저도 꽤 바쁜 사람입니다. 오늘 안에 이 책을 읽어야 하니까 말이죠."


  너희들이 뭘 알아! 아버지가 영웅이라고? 아버지가 그런게 되고 싶어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버지는 그저 변호사로서 의무를 다한 것일 뿐이다. 어머니를 위해서 리메스 남작을 지켰을 뿐이다. 아버지의 시체는 심한 폭행을 당해 원형조차 남지 않았었다. 아팠겠지, 괴로웠겠지. 아버지의 변해버린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난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아버지는 괴로웠을 것이 틀림없다. 팔불출로 보일 정도로 날 사랑해 준 아버지가, 날 혼자 놔두게 되어, 나와 두번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각오했을 때, 얼마나 큰 절망과 원한이 아버지를 잡았을 것인지. 너희들이 뭘 알아! 외치고 싶어 질 정도였다. 눈 앞의 페르너를 때려 눕히고 싶었다. 난 필사적으로 분노를 가라앉혔다. (참는거다. 참는거다 에리히. 그러니까 좀 더 화내라. 좀 더 화내서 끊어져서 눈 앞의 이 바보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라.)

  "기다려주게. 발렌슈타인."

  뮐러인가. 꺼지라고. 날 방해하지마!


■ 나이트하르트 뮐러


  눈 앞에서 페르너를 노려보는 발렌슈타인은 작은 몸을 조금씩 떨어가며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 한편 페르너는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하고 아연해하고 있었다. 이런, 멈추지 않으면 싸움이 시작된다.


  "기다려주게. 발렌슈타인."


  난 무아무중에 외쳤다. 하지만 발렌슈타인은 이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할 말이 있는 건 내쪽이다. 발렌슈타인. 부탁이니까 페르너를 용서해주게."

  "뮐러의 말대로다. 진정해주게."


  나와 키슬링의 말에 발렌슈타인이 겨우 이쪽을 바라봤다. 기기기기기긱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천천히.


  "미안하네. 할 말이 있는 건 나다. 그, 자네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서, 고민하고 있으니 페르너가 자신이 말을 걸어보겠다고 말한 거라네. 자네를 화내게 하고 말았지만, 결코 자네나 자네의 아버지를 모욕하려는 생각은 없었네. 불쾌한 과거를 생각나게 해버린 것은 사과하지. 그러니 페르너를, 우리들을 용서해주게."

  "아버지나 어머니를 흥미본위로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아아. 물론이다. 약속하지. 그리고, 말하고 싶다고 한 건 잊어주"내일 1700에 여기서"…괜찮은건가? 발렌슈타인."


  발렌슈타인은 아무말도 하지 않고 시청각용 부스에 앉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


  우리들은 도서관을 나와 공원에 있는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로 모였다.


  "놀랐다. 저렇게까지 화낼줄이야."

  그렇게 말한 키슬링은 한숨을 내쉬었다.

  "놀란 건 이쪽이라고."

  페르너는 쾡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일단 싸우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었지만."

  "싸움이 됐을까?"

  "됐어."

  나와 키슬링의 말이 겹쳤다.

  "위험했다고. 페르너."

  "응. 뭐랄까."

  "한발 잘못됐다면, 우리들은 수를 무기로 발렌슈타인을 모욕한 꼴이 됐었다고."


  "어이어이, 과장이 심하군. 뮐러."

  "과장이 아냐. 알겠나? 우선 애초에 우리들은 정식 입학생이다. 그리고 발렌슈타인은 편입생. 다음으로 우리들은 16살이고 발렌슈타인은 12세. 그리고 우리들보다 발렌슈타인 쪽이 성적이 좋아. 이 정도 모이면 우리들 세명이 질투 때문에 몸도 작은 발렌슈타인을 린치, 혹은 모욕하려고 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그렇지 않아도 페르너는 교관과 싸우고 있다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눈 밖에 난 존재인 것도 사실이다.

  "……위험했구마안."


  우리들인 세명이서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했다고 생각한다. 사관학교에는 정식입학생과 편입생이 있다. 이 둘의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반년의 차라는 건 그 정도로 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빌미로 편입생을 모욕하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 사관 후보생이라고 해도 군인인 것이다. 군에 소속한 인간이 국가의 제도를 모욕하는 일이 있으면 안된다. 그것이 원인으로 "조기 졸업 제도", "편입제도"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 제도의 은혜를 입고 있는 것은 다른데도 아닌 군대인 것이다. 당연히 군은 모욕할 듯한 행동조차도 용서하지 않겠지. 이미 군 내부에는 편입생은 우수하다는 것이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무엇보다 그것이 정식 입학생과 편입생의 군적에 대한 하나의 기록이 되고 있지만. 그런 걸 생각하고 있으니 키슬링이 우물거리며 말했다.


  "이봐, 페르너. 발렌슈타인 변호사라는 건 그렇게 유명한건가?"

  "발렌슈타인 변호사가 없었다면 리메스 남작은 모살당하고, 리메스 남작가의 재산을 두고 친족들 간의 쟁탈전이 벌어졌겠지. 오딘의 사교계에선 모두 그렇게 말하며 발렌슈타인 변호사를 찬미하고 있어. 당연히 군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은 많겠지."

  우리들은 또 세명이 모여 한숨을 내쉬었다.


  "이봐, 뮐러. 내일 만날건가?"

  "아아. 모처럼 저쪽이 긍정한거다. 만날 생각이다."


  그런가. 하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니, 조금 낮은 목소리로 페르너가 말하기 시작했다.


  "실은 말이지. 이건 어제 어떤 루트에서 들은거지만. 에리히 발렌슈타인이 사관학교에 들어온 것은, 암살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소문이 있다."


  나와 키슬링은 얼굴을 마주했다. 암살? 무슨 소리냐.

  "부모만이 아니라 아들까지 죽이려는 건가. 지독한 녀석들이군."

  키슬링이 내뱉듯이 말했다. 나도 동감이었다.


  "제대로 된 방식으로 죽이지도 않겠지."

  "리메스 남작가가 작위와 재산을 반환했을 때, 현금이 묘하게 적었던 듯 하다. 재무성 사람이 그렇게 말한듯해."

  "적었다니. 어느정도 말야?"


  귀족의 작다고 하는 것은 어느정도일지. 난 그런 걸 생각해보며 물었다.


  "딱 20만에서 30만 제국 마르크는 적다고 했다."

  "20만에서 30만, 어이, 그거 정말이냐?"


  질려하면서 키슬링이 묻는다.


  "어디까지 정말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적었단 건 사실인듯 해."

  "너, 그 이야기 믿을 수 있냐? 어떤 루트라니, 무슨 루트야?"

  루머인건 아니냐고 의심하면서 물어보지만,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대귀족의 루트다. 신빙성은 높을 거라고 생각해."

  라는 신묘한 대답이 돌아왔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곤 생각하기 힘들다.


  "그 돈이 발렌슈타인에게 있다고?"

  "알 수 없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인간이 있다는 건 사실이다. 암살 운운도 실제론 그런 계획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지만, 거기에서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 자신들에게 들어올 돈이 관계도 없는 평민에게 넘어갔다, 라고 말이지. 그가 양친의 사후, 리메스 남작과 만났단 것도 사실인 것 같고 말이지. 뭐, 자신 때문에 양친을 잃은 아이와 만났다고 해도 뭘 하나. 거기다 자신은 더 이상 길지 않다고 안다면……나중을 이을 사람도 없었다면."


  우리들 세 명은 또 얼굴을 마주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대체 몇번째일가. 한숨이 겹치는 하루다.


  나는 발렌슈타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대체 뭘 알고, 뭘 짊어지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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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 일어날까? 난 펼쳐놓았던 교과서를 닫고 가방에 넣었다. 그럼, 오늘은 뭘 읽을까. 하고 생각하니 교내 방송이 들려왔다.


  "병참과 전공의 발렌슈타인 후보생. 교장실까지 출두하십시오. 반복합니다. 병참과 전공의 발렌슈타인 후보생. 교장실까지 출두하십시오. 이상."


  어디, 뭔가 했던가? 반년 전 사관학교에 편입시험에 합격하고, 사관 후보생이 된 이래 문제를 일으킨 기억은 없다. 저번주에 기말시험도 끝났고, 병참과에선 3등. 전교에선 31등이라는 성적을 얻었다. 전교생 총 5,120명에서 31등이다. 굉장히 진지하고 손이 가지 않는 생도라고 자신하고 있다. 조금 병약한 점을 빼면. 특별히 짐작가는 데가 없었지만, 노이라트 교장을 기다리게 하는 건 위험하겠지. 상대는 중장 각하인 것이다. 난 도서관을 나와 서둘러 교장실을 향했다.


  "에리히 발렌슈타인 후보생. 들어갑니다."

  "발렌슈타인 후보생인가. 이리로 오게나."


  노이라트 교장은 책상에서 불렀다. 곁에는 클레멘트 중령이 있다. 전략, 전술을 담당하는 교관이다. 학생의 평가도 꽤 좋다. 재밌고 기억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주 슈타텐 대령과 비교되고 있다. 나중에, 미터마이어에 이론쟁이라 불리는 슈타텐과 말이다. 성격도 밝고, 그 점에서도 음침한 슈타텐과 다르다. 클레멘트 중령이 있다면 괜찮겠지. 교장의 기분도 나빠보이지 않는다.


  "그럼, 발렌슈타인 후보생. 저번 진로 조사에 의하면 병참과를 전공하겠다고 적었지만, 정말인가? 자네의 성적이라면 전략과를 택하는 쪽이 좋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가. 클레멘트 중령."

  "예. 각하가 말씀하시는 대롭니다. 발렌슈타인 후보생. 자네는 전략, 전술에 대한 이해력,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성적도 뛰어나네. 어째서 전략과를 택하지 않는 건가?"


  과연. 그런 건가. 귀찮군……. 보통 사관학교에 입학할 때는 전공할 학과를 두개 고른다. 제 1지망, 제 2지망을 전략과, 전사과, 공전과, 육전과, 기술과, 병참과, 항해과, 정보과 등에서 고르는 것이다. 그리고 성적이 좋은 순부터 희망하는 학과에 들어간다. 당연하지만 이미 희망하는 학과의 정원이 다 차면, 그 이외 선택되지 못한 학과에 분산된다. 그런데 편입시험을 받은 사람, 예를 들면 나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하냐면, 그걸 모두 병참과에 집어 넣는다. 이유는 병참과가 다른 학과에 비해서 편하니까다. 병참과 이외엔 레포트나 시뮬레이션, 실기 등으로 시간을 뺏기거나 체력을 소모한다. 반년 늦어 들어왔으니까, 편한 병참과에 들여보낸다. 빨리 따라잡아라. 라는 것이다. 대신, 그 년도 마지막으로 보는 기말시험에서 성적이 통지된 후, 내년도 전공할 학과를 고른다. 이것이 1년에서 3년까지 계속된다. 다시말해 4년간 학생 생활 안에서 자신에게 가장 맞는 전공학과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거의 모든 학생이 1학년이 끝날 때엔 전공을 고르고 있다. 들어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둘째치고.


  "병참과가 나쁘단 건 아니지만, 아깝다고 생각했기에 말일세. 나도 각하도 자네의 재능이 살아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네."

  "음. 클레멘트 중령이 말하는 대로다."


  그들의 말도 당연하다. 각 전문 학과 안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당연히 전략과다. 거의 모든 지휘관, 참모는 전략과 출신이다. 다시말해 엘리트 코스인 것이다. 거기에 전사과가 이어지고, 공전과, 육전과가 된다. 전사과에서 지휘관, 참모가 될 가능성은 전략가의 바로 아래다. 그리고 공전과, 육전과는 실전부대로서 옛날부터 인기가 많다. 실전부대인 이상, 무공을 세우면 승진할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 일부 매니악한 인간(장인 기질, 오타쿠라고 말해도 좋다)에게 뿌리 깊은 인기를 가지고 있는 곳이 기술과, 항해과, 정보과다. 병참과를 고르는 인간은 거의 없다. 수수하고, 무공을 세울 기회도 없다. 당연히 승진도 늦기 때문이다. 희망하는 학과에 들어가지 못한 인간이 들어간다고 해도 좋다. 병참과는 낙제생이 들어가는 곳이라고 해도 좋다. 하지만 보급은 전쟁의 기본, 보급을 경시하면 죽는다고?


  "감사합니다. 각하. 클레멘트 중령. 하지만 저는 역시 병참과로 나가려고 합니다."

  "어째서인가? 발렌슈타인 후보생."

  "전략과를 선택하면 장래엔 참모나 지휘관이 됩니다. 당연히 전투지휘를 하게 됩니다만, 저는 몸이 약하기에 장시간의 전투지휘를 버틸 자신이 없습니다. 혹여 주변에 민폐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하고 생각합니다."

  "과연. 그래서 병참과를 고른건가?"

  "예. 병참과라면 저라도 국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기에."


  나는 될 수 있는대로 심각한 얼굴로 대답했다. 두 사람도 내 말 중에 '국가의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말에 감동한 듯 하다. 시종일관 고개를 종으로 흔들거나 횡으로 흔들고 있다. 덧붙여 몸이 약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다. 사관학교에 들어와서 두 번정도 빈혈로 강의를 쉬고 있다.


  "그런가. 유감스럽군. 중령."

  "예. 각하. 발렌슈타인 후보생. 병참과에 진급해도 시뮬레이션은 쉬지마라. 군인인 이상. 어디에서 전투에 말려들지 모른다. 실력을 쌓아두거라. 알겠나?"

  "예. 충고 감사합니다. 중령."


  교장실에서 해방된 후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용케 두 사람을 설득할 수 있었기에 내 마음은 가벼웠다. 내가 병참과를 고른 것은 몸이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 몇 가지 이유가 더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전략과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나는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에 협력하여 문벌귀족을 쓰러뜨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무엇이 가능할까? 지금은 제국력 477년. 그리고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이 원수가 되는 것이 제국력 487년이다. 10년 밖에 남지 않았다. 거기다가 사관학교에서 4년 소비하니 실제론 6년이다. 6년으로 어디까지 출세할 수 있을까? 전략과를 선택해도 잘해야 소령인가 중령이겠지. 물론 나이트하르트 뮬러 같이 6년으로 중장까지 출세한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그와 같이 될 수 있을리가 없다. 그는 정말로 능령과 운에 축복받은 것이겠지. 덧붙여 나이트하르트 뮬러, 안톤 페르너, 균터 키슬링 3명은 지금 사관학교의 1학년으로 나와는 동기생이 된다. 세 명 모두 전략고에 소속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다. 병참과인 나와 그들은 이야기를 나눈 적도 없다.


  말을 돌리자. 6년간으로 출세할 수 없을 것 같다면, 다른 문제가 되는 것은 살아남을 수 있을가다. 이 점에서도 전략과는 그다지 높게 평가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전략과에는 바보가 많기 때문이다. 엘리트 코스이면서도 바보가 많다는 건 모순이긴 하지만, 이 경우 모순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전략과에는 고관자제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관자제들, 다시말해 귀족이나 고급군인의 바보 아들을 위해서 준비한 특등석이다. 이것들은 원래라면 낙오하여 사관학교에서 방출되도 이상하지 않지만, 유력자의 아들이라는 것으로 보호되고 만다. 뒷끝이 나쁜 건 이런 바보들이 상급 지휘부 및 지휘관, 참모가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평민출신, 하급귀족 출신의 진정한 엘리트는 하급지휘부, 최전선의 지휘관, 참모가 되고 만다. 아마도 나도 여기에 배속되겠지. 여기서 뭐가 일어날런지. '상급 사령부가 범한 전략적 미스를 하급 사령부가 전술적인 성공으로 모면하려고 한다.", 가 된다. 모면하면 좋겠지만, 실제론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은 몇몇 역사적 사실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하급 사령부는 괴멸이다, 전멸이다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제국군이 강하게 되는 것은 라인하르트가 실력주의를 펼 때부터라고 해도 좋다. 지금 현재로는 신분제도가 제국군을 깊게 파고들고 있다. 제국이 자유행성동맹에 점령되지 않은 것은 오로지 이젤론 요새 덕분이다.


  제 2의 이유는 로엔그람 원수부에는 실전지휘관은 풍부하지만, 후방지원을 특기로 하는 인간이 적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원작을 보자면 오벨슈타인 곁에 페르너, 구스만 정도밖에 없다. 후방지원의 달인이 좀 더 있어도 되겠지.

  제 3의 이유는 병참과가 한산하기 때문이다. 난 이 4년간 자격증을 될 수 잇는 한 따려고 한다. 왜냐하면 리프슈타트 전역이 종결하면 군을 은퇴하려 생각하기 때문이다. 리프슈타인 전역 4년 후에는 우주가 통일된다. 우주가 통일 도니다면 무슨 일이 생길 것인가. 조금 역사를 바라보면 이해된다. 군축이다. 상비군만큼 정부를 압박하는 것도 없다. 병사, 물자, 금은 금대로 단지 소비할 뿐이다. 생산성따위 전무라고 해도 좋다. 적이 있는 동안은 참고 유지할 수 밖에 없지만, 적이 없어지면 소비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 군의 발언력을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문관들은 군축을 요구하겠지. 원작에선 다루지 않았지만,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사후의 제국에서 최중요 문제는 군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사회에서 노동력을 공유하고 생산을 활성화한다는 의미에서도 철저하게 행해야함이 틀림없다. 덧붙여 고대 로마 제국에선 초대 황제 아우구스트가 군축을 했지만, 50만병을 17만으로 줄였다고 한다. 3분의 1로 줄인 것이다.


  이제부터 앞으로, 군은 성장산업이 아니다. 정리해고의 바람이 불고, 승진도 무공이 없는 이상 늦어진다. 빨리 결심하고, 민간으로 전직하는 쪽이 좋겠지. 그를 위한 자격증 취득이다.


  그런 걸 생각하며 도서관에 돌아오니, 거기엔 선객이 있었다. 그다지 만나고 싶은 녀석이다. 관여하고 싶지 않기에 방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하니,


  "여어, 발렌슈타인 후보생이지? 너와 할 이야기가 있어서 왔어."


  라고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액일인 듯 하다. 산 넘어 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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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저께는 양친의 장례식 준비. 어제는 장례식이었다. 난 거의 아무것도 할 일이 없었다. 장례식은 모두 하인츠를 중심으로 한 법률 사무소 사람들이 행했다. 제국과 동맹이 전쟁을 시작한 이래 150년 가까이 지나가고 있다. 매년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모두, 장례식엔 익숙하다. 양친의 관이 묘 아래로 들어갈 때엔 눈물이 나왔다.


  내가 장래에 대해서 하인츠와 대화를 나눈 것은 장례식 이후, 내 집에서 였다. 하인츠의 아내, 엘리자벳도 함께였다.


  "조기졸업하고, 사관학교에 편입 시험을 보려고해."

  "조기졸업? 에리히의 성적이라면 힘들지는 않겠지만, 군인이 된다고?"

  "응."


  조기졸업이라는 건, 단위를 취득하고 반년 먼저 졸업하는 제도다. 전쟁에 의해 인적 자원 부족이 만성적인 지금, 사회로 나가는 인적 자원을 보급하기 위해선 조금이라도 빨리 학생이라는 예비 전력을 내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 때문에 만들어진 제도였다. 그렇다면 당연히 들어가는 곳도 거기에 대응한다. 사관학교의 편입 시험 제도다. 반년 먼저 졸업한 학생을 놀리지 않고 받아들인다. 신입생은 반년 전에 입학하고 있지만, 반년 정도라면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편입시험을 받는 것은 반년 먼저 졸업한 학생이다. 딱 좋다. 이 제도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에리히. 넌 아직 아이다. 사관학교에 들어가는 건 그만둬라."

  "그래요. 에리히. 하인츠가 하는 말 대로야. 사관학교는 무리야. 그보다 우리들과 함께 살지 않겠어?"

  "너만 좋다면, 우리들의 아들이 되어줬으면 하지만."

  "미안, 아저씨. 아주머니. 하지만 결심했으니까."

  "에리히. 그건 복수를 위해서인가?"

  "아니야. 아저씨.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잠시동안 말이 오갔지만, 결국 내 의견이 통했다.


  "알았다. 에리히. 네가 생각하는 대로 하거라. 단, 반드시 행복해져라."

  "응. 고마워. 아저씨."

  "아쉽네. 모처럼 자랑할 수 있는 아들이 생길거라 생각했는데."

  "미안. 아주머니."


  그 뒤, 난 하인츠에게 사관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추천장을 부탁했다. 사관학교의 편입시험을 받기 위해선, 단지 성적이 좋기만 해서는 안된다. 본인이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물의 아들, 혹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인물에게서 받은 추천장이 있어야 한다. 내 경우엔 아버지가 변호사고, 귀족의 고문 변호사도 하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만일을 위해서라도 준비해두고 싶다. 하인츠는 쾌히 승락했다.


  지금 있는 집은 셋집으로 쓰기로 했다. 수속, 관리는 하인츠가 해주기로 했다. 물론 거기에 대한 대가도 내기로 했다. 하인츠는 처음엔 받을 수 없다고 했지만, 내가 공적으로 부탁하고 싶다고 말하며 억지로 넘겼다. 일단 마친 뒤, 하인츠가 지긋이 말을 꺼냈다.


  "에리히. 부탁할 게 있는데."

  "뭔데?"

  "응. 리메스 남작이 너와 만나고 싶다고 말하시더군. 어때? 만나주지 않겠어?"

  "리메스 남작인가……. 좋아. 만나도."


  "에리히 발렌슈타인입니다."

  "어서오게나. 에리히. 칼 폰 리메스다. 이런 모습이라서 미안하군. 좀 더 이쪽으로 오게."


  날 반긴 것은 침대에 누어있던 노인이었다. 지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눈은 빛나고 있었다.


  "그대에게 미안하군. 설마 녀석들이 그런 짓까지 할 줄이야. 전례성에 수속만 끝난다면 녀석들도 포기할거라 생각했지만. 정말로 미안하네. 용서해주게."


  리메스 남작은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남작 각하는 괜찮으신가요?"

  "내가 죽는다면, 전례성에서 검시관이 온다. 사체에 이상이 발견되면 당연히 조사가 시작된다. 맨 처음 의심당하는 건 녀석들이야. 그건 녀석들도 알고 있다. 배가 아파도 아무짓도 할 수 없어. 오히려 뭔가 해주면 좋았을 것을. 난 이제 늙어서 앞으로 얼마 남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게 되면 콘라트도 헬레네도 그렇게 되지 않았을텐데. 미안하네."

  "각하. 하인들은 믿을 수 있습니까?"


  하인츠가 물으니, 남작은 천장을 보면서


  "이제 이 집 하인들에게 흥미를 가지는 사람은 없다네.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면 관심도 없어지니까."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자네는 정말 헬레네와 닮았구만. 꼭 닮았다. 자주 자랑스런 아들이라고 말했었지."

  "어머니와 친하셨나요? 일 외에도."

  "친했다네. 딸이었으니까."

  "딸?"


  난 얼빠진 소리를 내며 남작을 봤다. 그리고 하인츠를. 하인츠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가득했다.


  "거짓말이 아니라네. 이걸 보게나."


  노인은 오래된 사진을 꺼냈다. 사진에는 남녀들이 찍혀 있었다. 남성은 40~50대 정도. 여성은 20~30대 정도인가. 부녀인가하고 생각했지만, 여성의 팔에는 아기가 안겨 있었다.

  그리고 남성은 아마도 리메스 남작이겠지. 약 30년에서 40년 전의 사진이다. 그리고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은 어머니와 많이 닮았다. 할머니인가? 할머니인 프레이아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죽었을 테지만……. 난 또다시 하인츠와 얼굴을 마주봤다. 대체 어찌된 일인가? 리메스 남작은 내 할아버지였던 건가?


  "나와 프레이아는 40년 전에 만났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여 태어난 것이 헬레네였다."

  "어째서 헬레네를 남작가의 영애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건가요?"

  "프레이아가 그걸 바라지 않았으니까. 그녀는 부친이 남겨준 유산이 있었고, 헬레네를 키우는 데 어려움도 없었다. 거기에 그녀는 귀족을 싫어했지."


  "귀족을? 하지만 각하도 귀족이잖습니까?"

  "하인츠. 그녀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귀족인 줄 몰랐다네. 뭐, 나도 신분을 숨기고 있었고. 당시의 난 아내를 잃은 홀몸이었으니까. 그녀와 결혼하리라 생각했지만, 그녀가 귀족을 싫어한다는 걸 알고 고민했다네. 마치 첫사랑 같았어. 그래도 결심하고 신분을 밝힌 뒤 결혼해달라고 부탁했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더군. 나중에 굉장히 불평했다네. 귀족은 역시 믿을 수 없다고."


  그렇게 말하는 남작의 얼굴에는 아까전의 지친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즐거운, 과거를 그리워하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녀와 결국 결혼은 할 수 없었다네. 그대를 사랑하고 있긴 하지만, 결혼은 할 수 없다고 들어서 말일세. 아무래도 그녀의 친구가 귀족의 아내였던 듯 하네. 하지만 그녀는 귀족 사회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남편도 그녀를 충분히 돕지 못해, 마지막에 끔찍한 결과가 되었다고 하더군."

  "끔직한 결과라면?"


  그렇게 내가 말하니, 남작은 슬프다는 듯이 말했다.


  "자살했다고 들었네."


  우리들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귀족과 평민 사이엔 당연하게도 벽이 있다. 귀족이 평민을 깔보는 이상으로, 평민이 귀족을 기피하는 경우도 있다. 그 벽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 것인지.


  "헬레네를 리메스 남작가의 딸로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혹시 그랬다면 에리히도 죽었을지도 모르니까."

  "아버지는 알고 있었나요?"

  "물론이네. 리메스 남작가의 고문 변호사를 하고 있던 것에 그 이유도 있다고 생각한다네. 난  실제로, 그의 성실함, 능력을 평가하고 고문 변호사로 고용했지만. 두 사람 모두 자주 자네에 대해서 즐겁게 이야기 해 주었네. 행복하다는 걸 알고 기뻣다네."


  "프레이아씨에 대해선 주변에선 몰랐던건가요?"

  "알고 있던 건 게오하르트 뿐이었다네."


  내가 눈으로 하인츠에게 물어보니,


  "죽은 집사다."


  하고 답했다.


  "에리히. 이걸 받아주게나."


  그가 내놓은 것은 페잔에 본사가 있는 대은행의 카드였다.


  "받을 수 없어요. 그런걸로 사죄받고 싶지 않아요."

  "에리히!"


  질책하는 하인츠를 손을 들어 진정시키고, 남작은 내게 계속 말했다.


  "아니야. 에리히. 이건 사죄가 아니라네. 너의 행복을 위해 내놓은 것이니까. 리메스 남작가의 재산은 모두 제국에 반환했다. 마지막으로 하나 정도, 미련을 남겨도 좋겠지."

  "……감사합니다. 소중히 쓰겠습니다."

  "아아. 그리고 이것도 받아두게나."


  그는 사진을 내놓았다.


  "에리히.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라고 불러주지 않겠나?"

  "예. 할아버지. 오늘은 만나서 기뻤습니다."

  "고마우이. 이제 다시 널 만날 일은 없을거야. 만나서 좋았다네. 넌 나의 자랑스런 손자다. 발하라에 가서 콘라트와 헬레네에게 할아버지라고 불린 것을 자랑할 수 있겠어."


  코 끝이 찡했다. 남작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남작도 마찬가지겠지. 남작은 나를 끌어 안고, 내 머리에 뺨을 비볐다. 잠시동안, 숨을 쉬는 소리만이 방 안을 울렸다.


  우리들은 리메스 남작가에서 나왔다. 어디까지나 죽은 고문 변호사의 관계자로서. 리메스 남작이 죽은 것은 그 뒤 1주일 뒤였다. 장례식에 나온 것은 나와 게러 부처 외 몇명 뿐. 리메스 남작가의 친족은 아무도 참가하지 않았다. 조용히 쓸쓸한 장례식이었다.


  조부로부터 받은 카드에는 20만 제국 마르크가 들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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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츠는 나 혼자 두는 것이 걱정됐나보다.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지만, 난 거절했다. 혼자 있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구의 곁에도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집에 돌아온 것은 밤 7시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식사는 도중에 끝냈다. 서로 아무말도 나누지 않고, 단지 담담히 요리를 먹었다.


  "에리히, 난 이제 돌아갈게. 정말로 혼자 있어도 되겠어?"

  "아저씨. 아빠와 엄마를 죽인 건 귀족이지?"


  하인츠의 얼굴이 굳는다. 유체 안치소에선 하인츠도 경찰도 범인에 대해선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범인이 잡혔다면 경찰은 가슴을 피고 그렇게 말하겠지. 범인을 알 수 없었다면 반드시 잡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알고 있지만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말해, 귀족. 그것도 꽤 높은 대귀족일 것이다.


  "아저씨. 내겐 알 권리가 있을거야. 우리 아빠와 엄마에 대한 것이니까."

  숨길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지. 지친 표정으로 하인츠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했다…….


  칼 폰 리메스 남작이라는 인물이 있다. 그럭저럭 유복한 귀족이었다. 연령은 84세. 요즘 반년 정도 전부터 몸 상태가 안좋아서 침대에 누워있을 때가 많아졌다. 아들은 10년 전에 사망이라는 불효를 저질렀지만, 손자가 2명 있어 상속 걱정은 없었다. 장남인 테오도르는 가문을 잇기 위해 조부와 함께 살고 있고, 차남인 아우구스트는 군에 들어갔다. 장남은 가문을 잇고, 상속권이 없는 차남은 자신의 힘으로 사는 것은 귀족사회의 상식이기 때문에, 리메스 남작가도 극히 평범한 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1개월 정도 전, 테오도르가 죽었다. 사고였다. 승마중에 장해를 뛰어넘는 중에 낙마. 목이 부러져 즉사였다. 노인에게 있어선 큰 충격이었겠지. 하지만 손자는 또 한 명 있다. 리메스 남작은 이젤론 요새에 배속되어 있던 차남 아우구스트에게 장례식에 출석하여 리메스 남작가를 이으라고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아우구스트는 기뻤다. 언제 전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군인보다는 남작가를 잇는 쪽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나도 그 기분은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너무 기뻐했다. 연락을 받은 날 밤, 아우구스트는 주점에서 축배를 들었다. 주변에도 크게 축하해준 듯 하다. 하지만 같은 주점에 아우구스트와 사이가 안좋은 사람이 있었다.


  그 남자는 아우구스트를 비꼬았다. "자신의 형이 죽은 것이 그렇게 기쁜가? 누가보면 경이 죽인건 줄 알겠군." 아우구스트는 의외였겠지. 그는 남작가를 잇는 것만을 기뻐했을 뿐이지, 형인 테오도르의 죽음을 기뻐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둘은 싸움을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꽤나 마셨었던 듯 하다. 주변이 말려도 부리치고 싸웠다고 한다.


  다음 날 아침, 아우구스트는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엔 숙취인가 하고 주변은 생각했지만, 저녁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방에 연락을 넣어도 반응이 없다. 걱정한 동료가 그의 방에 가니, 아우구스트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급성뇌출혈이었다. 리메스 남작가를 잇는다는 기쁨을 안은 채로 죽은 것이다. 행복이었는지, 불행이었는지.


  1개월 간 가문을 이을 자가 모두 사라지고, 당주가 빈약한 노인이 된다면, 남작가의 계승을 노린 하이에나들이 움직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 경우 하이에나들이란 리메스 남작가의 친족이다. 리메스 남작에겐 여동생이 세 명 있었다. 각각 발데크 남작가, 콜비츠 자작가, 하일만 자작가에 시집가고 있었지만 모두 하이아네가 되었다. 음밀하고 참혹한 상속 쟁탈전이 발생한 것이다. 자신이 남작가를 손에 넣기 위해서 하인들에게 뇌물을 주고 자신의 가문을 추천하게 한다. 다른 가문의 유언비어를 퍼트린다. 리메스 남작의 생각을 알기 위해 도청한다. 일기를 훔쳐서 본다. 리메스 남작가의 집사는 남작과 70년 이상 종주관계에 있었다. 주종이라기 보다는 친구에 가까웠겠지. 하인들을 심하게 감시하고, 남작가에 해가 된다고 보이면 용서없이 내쫓았다. 그리고 어느날, 시체가 발견되었다. 남작이 죽지 않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탐욕 덕분이었다. 리메스 남작이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죽으면, 남작가의 재산은 3등분되어, 작위는 반환된다. 리메스 남작가는 그럭저럭 유복한 집이긴 했지만, 3분의 1로는 너무나도 양이 적었다. 그들은 전부를 원했다.


  이런 상황은 리메스 남작에게 있어서 지옥이었겠지. 손자 두 명을 잃고, 친구인 집사까지 잃고, 주변엔 믿을 수 없는 하인들이 넘쳐난다. 그는 자신을 지옥에 떨어뜨린 친족을 저주하고, 복수를 맹세했다.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는 작위 및 재산을 국가에 돌려주는 것 뿐이었다. 여기서 그의 양친이 등장한다. 그의 아버지는 리메스 남작가의 고문 변호사를 하고 있었다. 유력귀족의 고문 변호사 쯤 되면 그럭저럭 평가된다. 하인츠와 아버지의 법률 사무소가 그렇게까지 번성하고 있었던 것도 리메스 남작가와 마찬가지로 고문 변호사를 하고 있던 가문이 달리 몇 가문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하이에나들은 아버지에 대해 여러가지 뇌물을 주고 협력을 의뢰했지만, 아버지는 남작의 의향에 따라 뇌물에 상대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도 리메스 남작이 죽지 않고 살아 있던 하나의 이유겠지. 고문 변호사가 뇌물에 눈이 돌아 멋대로 양자결연의 수속을 하는 일도 가능했을 것이다. 리메스 남작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남작은 아버지에게 전례성에 작위, 재산을 반환하는 수속을 해 달라고 의뢰했다. 물론 극비였다. 그리고 하이에나들이 눈치챘을 때엔 모든 수속이 끝났었다. 그들은 리메스 남작의 판단을 저주하고 자신들이 받을 상속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아버지를 증오했다. 평민 따위가 자신들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인가. 하고.


  "그래서 아빠와 엄마를 죽인거야?"

  "아마도. 아니, 틀림없을 거다."

  "어느 가문이 한거야?"


  "그건……모르겠다. 가장 수상한건 발테크 남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어째서?"

  "발테크 남작가는 작년 사업을 실패하고, 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듯 하다. 게다가 거기가 가장 리메스 남작가에 집착하고 있던 것도 사실이니까.


  에리히. 억울하겠지만, 복수는 그만둬라. 귀족을 적으로 돌리는 건 위험하다. 콘라트도 헬레네도 네 행복을 바라고 있겠지. 이런 말도 있어. 최고의 복수는 행복해지는 것이다. 라고. 알겠지?"


  "……응. 고마워요. 아저씨."

  "내일, 또 올게. 이제부터 어떻게 할 지 생각해보자."

  "알았어. 이제부터 어떻게 할 지 말이지……."


  하인츠는 안심한 표정을 하고 돌아갔다. 말하고 나서 안심한 것도 있겠지. 하인츠가 말한 대로,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 녀석들을 몰락시키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로엔그람 체제가 세워지고, 문벌귀족들이 몰락하기 까지 앞으로 11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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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날, 나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받았다. 어제와 똑같은 하루였다.


그 소식을 듣기 전 까지는…….


  "에리히 발렌슈타인."

  수업도 끝나고, 귀가하기 위해 복도를 걷고 있던 날 불러 세운 것은, 배크 교장의 목소리였다. 교장의 곁에는 본 적 없는 남자가 있었다. 40대 후반 정도인가. 나를 잠자코 바라보고 있다.

  "무슨 일 있나요? 교장 선생님."

  "아아, 그렇다네. 그, 진정하고 들어주기 바란다만……."


  교장은 말을 줄이고 곁에 있는 남자에게 시선을 옮겼다. 나도 함게 남자를 본다. 남자는 한 발 내 앞으로 걸음을 옮긴 후 낮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에리히군이지? 난 자우릿슈 경부. 경찰에서 왔다. 자네의 양친이 돌아가셨다. 나와 함께 오길 바란다."

  "무슨 말 하는거에요? 아저씨. 거짓말은 그만둬요."

  "거짓말이 아니야. ……적어도 내가 경찰이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며, 남자는 정장 안쪽 포켓에서 신분증명서를 꺼냈다.


  "나와 함께 오길 바란다. 괜찮겠지?"


  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단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나와 자우릿슈 경부)가 향한 곳은 감찰의병원이었다. 차 안에서 난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아니 말하지 못했다. 말했다간 양친이 죽은 것이 사실이 될 것 같아서 말하지 못했다. 절대 거짓말이다. 사람을 잘못 본거다. 반드시 그런거다.


  병원에 도착하고, 유체안치소로 끌려갔다. 안치소에는 이미 사람이 세 명 있었다. 두 명은 모르는 얼굴이었다. 아마도 경찰이겠지. 하지만 뒤의 한 명은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하인츠 게러. 아버지와 함게 법률사무소를 경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하인츠 아저씨."

  "에리히, 왔는가. 콘라트와 헬레네가……."


  말을 잇지 못하며, 내 양 어깨에 손을 올린 하인츠의 눈은 새빨갰다. 거짓말이 아니구나. 내 가슴을 절망이 덮친다. 난 도움을 청하듯 방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몇 개의 침대를 이제와서 눈치챘다. 그 안의 두 개의 침대에 유체가 있었다. 유체에는 시트가 씌워져 있다. 나는 하인츠의 손을 놓고 유체를 향해 다가갔다.


  "에리히. 보지 말아라."


  날 말리려는 듯한 하인츠를 뿌리치고 시트를 뒤지었다. 아버지의 유체였다. 눈이 어질거렸다. 얼마동안 보고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정신을 차리니 또 하나의 유체 앞에 있었다. 난 시트를 뒤집었다. 어머니의 유체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머니일리가 없다. 그럴리가 있을까보냐. ……어머니였다.


■ 하인트 게러


  에리히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헬레네의 유체를 보고 있었다. 말리지 않으면 안된다. 두 사람의 유체는 무참했다. 콘라트는 심한 폭력을 받아, 목이 부러져 있었다. 다른 곳에도 어깨나 손발, 갈비뼈가 부러져 있었다. 그리고 가슴은 총으로 맞은 흔적이 있다. 헬레네도 심했다. 명백히 성적 폭력을 받은 흔적이 있었다. 옷이 찢어지고, 얼굴도 맞은 자국이 있다. 그리고 역시 가슴을 총으로 맞았다. 두 사람 모두 얼굴엔 공포와 절망으로 굳어있다. 에리히를 말리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그 전에 에리히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누가 그런거야. 누가 아빠와 엄마를 죽였어. 누가 죽인거야."


  묻고 나서 에리히는 조용히 뒤돌았다. 난 대답할 수 없었다. 몰랐기 때문이 아니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알고 있구나? 아저씨."


  침착한, 조용한 목소리였다. 그런데도 내겐 에리히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어린아이인데도.


  "에리히. 침착해라."

  "누구야!"


  말을 잃은 나를 노려본 에리히는 이윽고 신음소리를 울리며 양 손으로 얼굴을 감샀다. 그리고 마루에 쓰러지더니 울기 시작했다. 울면서 바닥을 치며, 콘라트와 헬레네를 부르고, 범인을 향해 복수를 맹세했다. 통곡, 그리고 복수의 맹세.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단지 거기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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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은 사에키 타카시라고 한다. 연령은 25세. 독신. 뭐, 애인도 있다. 지방 공무원으로 시청에서 일하고 있다. 극히 평범한 일반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정신 차리고보니 이 세계에서 태어나, 아기가 되어 있었다.


  처음엔 패닉이었지만 말야. 일어나고 싶어도 일어날 수 없다. 말을 하려고 해도 "응야, 응야"라고. 뭐야 이거, 하고 생각하고 손발을 바둥바둥하니,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미인과 사람 좋아보이는 흑발 흑안의 백인 남성이 내 앞으로 다가왔다.


  어째서 집에 외국인이 있는거야? 하고 또 다시 패닉했지만, 두 사람은 내 몸을 만지면서 무언가 대화했다. 자만하는 건 아니지만, 외국어는 전혀 모른다. 너희들 대체 누구냐. 어째서 내 집에 있는거냐고 항변(실제론 응갸응갸 울었을 뿐이지만)하고 있으니, 갑자기 여자 쪽이 가슴을 내놓고 나를 끌어 안았다.


  어이어이, 잠깐 기다려. 하고 생각하니 갑자기 수유입니다. 정신을 차리니 무야무중으로 빨고 있습니다. 아니, 이거 치유되네요. 배도 부르고, 무엇보다 안심된다. 자신이 아기가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그것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아이가 되었다는 건 이해했지만, 어디에 있는 지 잘 몰랐다. 내 양친(나는 이 두 사람의 아이로서 태어났다는 건 어찌어찌 이해했다)이 이야기 하는 말이 독일어라는 건 바로 알았으니까, 유럽인가 하고 처음엔 생각했다. 그 때 당시, 자신이 가장 불안하게 생각했던 것은 원래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가 였다.


  살아있는 건가. 죽은 건가. 아마도 죽었을 테지만. 자연사인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살해 당했는가. 설마 애인에게 독살 당한 건 아니겠지, 라는 생각도 했었다. 자신의 사인을 알 수 없다는 것은 꽤나 기분 나쁜 거구만.


  자신이 은영전의 세계에 전생했다는 걸 안 것은 3살 정도 된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난 은영전 매니아였기 때문에, 그야 몇 번인가, 아니 몇십 번인가 은영전의 세계에 있었다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던 건 당연하겠지.


  내 생년은 제국력 465년, 로엔그람 왕조가 앞으로 20년 조금으로 탄생하고, 라인할트는 이미 이 세계에 탄생한 것이 된다. 한숨이 나왔다.


  뭐, 이 세상은 이제부터 좋은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마음을 바꾸고 살아가기로 했다. 바보처럼 망설여도 아무일도 되지 않는다고.


  내 새로운 가족을 소개하지.


  아버지는 콘란드 발렌슈타인. 변호사였다. 친구와 공동으로 사무소를 열고 있었다. 그럭저럭 번성하고 있는 듯 하다. 어머니는 헬레네 발렌슈타인. 미인이었다. 아름답다기 보다는 귀여운 느낌의 미인이었다. 사법서기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있어서 아버지의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었던 듯 하다. 그것이 계기로 결혼했다고 한다.


  난 이 두 사람으로서 꽤나 사랑받고 있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몸이 약했던 것이다. 처음 호흡이 멈춰서 큰 소동이 있었던 때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전생한 것도 그것이 계기였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내가 전생하고 나서도 몇 번인가 체질 불량으로 병원에 신세진 적이 있다. 그 때문인지 소중하게 자랐다. 나도 이 두 사람이 좋았다. 커서는 변호사가 되어, 함께 일을 하자고 말해서, 양친을 기쁘게 했다.


  실제로 그 걸 위해서 공부도 했다. 원래부터 어느 정도 지식도 있었고, 의욕도 있었다. 난 순식간에 초등학교를 넘겨 12살엔 중학 졸업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자주 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고, 어머니는 상냥하게 끌어안아 뺨에 키스해 주었다. 행복했다. 그대로, 계속 행박한 날이 계속되리라고 생각했다. 계속.


  어리석게도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 세계엔 문벌귀족이라는 사람의 목숨을 벌레처럼도 여기지 않는 자들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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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국력 489년 7월

  은하 제국 황제, 엘윈 요제프 2세, 유괴되다.


  제국력 489년 8월

  은하 제국 정통 정부 수립

  은하 제국 재상 겸 제국군 최고 사령관 라인하르트 폰 로엔그람 원수, 동맹 정부에 선전포고.


  제국력 489년 9월

  은하제국군 "신들의 황혼" 작전 발동 결정.

  엘윈 요제프 2세 폐위.

  카제린 케트헨 1세 즉위.


  제국력 489년 11월

  은하 제국군 이젤론 방면으로 공략군을 파견.


  이젤론 방면군 총기함 "로키" 기함.


  "각하, 이제 곧 렌넨캄프 제독이 이젤론 회랑으로 들어갑니다."

  "그런가…. 전 함대에 통달. 이제부터 적의 제주권에 들어간다. 충분히 주의하도록."

  "옛."


  총사령관 에리히 발렌슈타인 원수와 창모장 클라우스 왈트하임 중장의 회화를 부관인 루만 오펜하이머 소장이 잠자코 듣고 있었다.


  '침착하구나. 전군으로 5만척을 넘는 대군을 이끌고, 이젤론 요새를 눈 앞에 두고 있으면서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아. 나와 한 살 정도 차이가 날 뿐인데, 너무나 큰 차이다.


  제국 원수 에리히 발렌슈타인. 전략가로서는 로엔그람 공에 필적하고, 모장으로서의 재능은 총참모장 오벨슈타인을 위협한다는, 실전지휘관으로서도 다수의 무훈을 올리고, 로엔그람 공의 신임을 받는 제국군 No.2인가…. 양 웬리와의 공방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소장.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하고 에리히는 곁에 있는 오펜하이머에게 묻는다.


  "옛. 죄송합니다. 각하. 각하가 너무나도 침착하시기에 무심코 감탄하였습니다."


  얼굴이 붉어지면서 사죄하는 오펜하이머에 대하여


  "양 웬리를 상대하는 것이니까 말야. 서두르는 것은 금물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더욱 얼굴을 붉히는 오펜하이머는 눈을 숙인다.


  "굉장히 멀리까지 와버렸군."


  하고 에리히가 중얼거린다.


  "예. 이제 곧 이젤론 요새입니다."


  에리히는 힐끗 한살 아래의 부관을 보고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정면을 바라봤다.


■ 에리히 발렌슈타인


  멀리까지 왔다는게 이젤론을 말하는게 아니지만 말야. 그보다 이젤론 따위 아무래도 좋다고. 모두 흥분하고 있는 것 같지만, 양은 요새를 방폐할 테니까. 서두를 필요 없다니까. 뭐, 그런걸 말할 수 있는 것도 원작 지식이 있기 때문이지만….


  내가 멀리까지 왔다는 건, 원래라면 난 일본에 있을 터니까 하는 말이다. 어째서 은영전 세계에 있는거야? 이거 대체 무슨 일? 현실? 꿈이 아니야?


  일단 내가 이젤론 공략 방면군 총사령관이라니 뭔일?? 원래라면 이거, 로이엔탈이 할 일이잖아. No.2 라니 뭐야 그거. 붉은 머리의 꼬맹이는 어쨋냐고!!


  뭔가 나, 사망 플래그 서 있지 않아???

  꿈이라면 빨리 깨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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