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 식탁에 앉은 내게 사요코씨가 따뜻한 차를 내줬다.


  “제가 맡고 있던 ‘세기말 마쵸 대행진’ 세계는 완전히 안정되었습니다.”

  사요코씨는 반대편에 앉아서 온화한 표정으로 차분히 이야기를 꺼낸다.

  물론 목소리는 다다미를 울리는 바리톤 보이스. 그리고 날 향해 정좌한 모습에는 산이 서 있는 것과 같은 박력이 있지만.


  “안정……!? 대단해요. 저와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는데, 벌써 완결했다니!”


  “완결……? 그렇, 네요. 작가가 이야기에 완전히 만족했으니까, 완결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겠죠. 세기말 대행진의 세계는 앞으로도 계속, 계속 이어질 테지만. 그야말로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의미를 알 수 없어서 멍하니 있자 사요코씨가 뒤를 이었다.


  “만화는 완결하면 그걸로 끝. 번외편이나 속편이 나오지 않는 한 그 뒤가 이어지는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는, 작가가 만족한 뒤에도 계속 이어져요. 일찍이 우리들이 살고 있었던 세계와 마찬가지로.”

  “그런가요. 다행이에요.”

  “다행?”

  “예. 그것도 그럴 것이, 완결한 뒤에 모모카씨나 다른 사람들이 사라지거나 하면 슬프고. 제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다들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소리지요?”

  “원래 세계로 돌아간다?”


  사요코씨가 이상하다는 듯이 반복한다.


  “신님과 약속했어요. 제가 제대로 피치 매직을 완결한다면, 원래 세계로 돌아가게 해 준다고. 실패하면 바퀴벌레씨로 전생시킨다고 했지만요.”

  “원래 세계로――○×#∑$――”

  “사요코씨?”


  돌연 사요코씨의 말이 들리지 않게 됐다. 외국어인 걸까?


  “죄송합니다. 이 세계에서 터부시 되는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터부에 닿게 되면 발음조차 할 수 없게 돼요.”

  발음을 할 수 없다?

  “……? 그럼, 종이에 쓸 수 있나요?”

  발음을 할 수 없다면, 종이에 쓰면 된다고 나는 가볍게 생각했지만, 사요코씨는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지만 문자도 안 됩니다. 당신은 아무 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규칙이에요.”


  발음도 할 수 없고 종이에 써도 이해할 수 없다니. 무슨 뜻일까?

  ――아, 잠깐만. 전에 있던 세계에도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책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


  뭐였지? 굉장히 어려운 이름이었던 듯한――기억 났다. 보이니치 필사본이다.

  현실 세계에 살고 있는 친구 중 한 명인, 케이스케가 인터넷에서 발견했다면서 난리치며 복사본을 학교에 가져왔었다.

  그려져 있는 그림도 문자도 전혀 의미불명이라, 많은 학자들이 해독을 시도해 보지만 내용이 뭔지도 알 수 없는 책.


  그런 느낌이 될지도. 뭔가 무섭네.


  등골이 오싹하고 추워져서, 따뜻한 온기에 손을 향한다.

  왼손에 찬 팔찌가 찰랑하고 소리를 낸다.


  “맞다. 이 팔찌. 통신기였는데 부서져서……. 신님과 연락을 취할 수 없어요. 신님, 뭔가 말하지 않았나요?”

  “말했었어요.”

  “무슨!?”


  “‘이제 그 세계는 안 된다. 바퀴벌레로 바꿔줄 테니까 각오하고 있어라. 바보가.’라고 합니다.”

  “우와아아아아그러어어어언!!! 절대로 싫어어어어!!! 나 잠깐 야한짓하고 오겠습니다. 집 좀 봐주세요!”

  “진정하세요.”

  “진정할 수 없어요오오오 바퀴벌레라니 싫다싫어싫다싫어싫어!”


  크악하고 괴수처럼 소리치는 내 어깨를 사요코씨가 안는다. 손바닥이 너무 커서 어깨는커녕 앞으로는 가슴, 뒤로는 척추까지 쏙하고 들어와서,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괜찮아요. 이 세계는 순조롭게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어요. 멸망의 징조도 전혀 보이지 않는 걸요.”


  다다미에 앉아서 엎드린 내 등을 쓰다듬으면서 사요코씨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바리톤 보이스지만.


  “며, 멸망의 징조?”

  “네. 멸망할 세계에는 점점 세계가 붕괴하는 징조가 보입니다. 예를 들어, 그렇네요.”


  사요코씨가 텔레비전을 튼다. 흘러 나오는 건 뉴스 방송이었다. 버라이어티, 드라마, 홈쇼핑 등등 채널을 바꾼다.


  “보세요. 괜찮아요.”


  의미를 알 수 없어서 눈물을 훔치며 커다란 몸을 올려본다.


  “멸망하는 세계에 이렇게 많은 텔레비전 방송은 존재하지 않아요. 단지 길고 길게 같은 화면만이 흘러갈 뿐이에요. 제가 본 건, 뉴스 캐스터가 ‘오늘은’ ‘오늘은’ ‘오늘은’하고 반복할 뿐인 장면이었어요. 보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고 잠자코 흥미깊게 텔레비전 화면을 보고 있어요. 하지만 말이죠. 뉴스 내용에 관해선 아무도 말하지 않아요. 그건, 그렇네요. ‘오늘은’뿐인 뉴스로는 할 이야기가 없는 걸요. 재밌어서 웃길 정도였어요.”


  뭐야 그거! 그거 웃을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무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거야!?


  “텔레비전만이 아니에요. 고층 빌딩 뒷면, 지평선 너머, 바다 속에 있는 많은 나라들. 그것들이 전부 암흑 속에 잠겨가요. 이 세계에 필요한 등장인물, 그리고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 이외의 모든 것이 어둠에 먹혀 사라지고 마는 거에요.

  피치 매직 세계도, 제가 있던 마쵸 대행진 세계도, 그리고 우리들이 살고 있던 세계도, 모든 세계가 거대한 PC로 운영되고 있다고 상강하면 이해하기 쉬울까요? 멸망해 가는 세계는 중요한 부분 이외는 제거됩니다. 빈 용량을 늘리기 위해서, 불필요한 데이터가 사라지듯이.“


  “그, 그런.”


  “이 세계는 전부 창작품이고, 먼 곳에 보이는 산 뒷면에는 아무것도 없지 않을까, 하고 어렸을 적에 생각해보지 않았나요? 멸망해 가는 세계는 그런 식으로 붕괴합니다.”


  사요코씨는 빙그레 웃었다.

  “그러니, 괜찮아요. 단언해도 좋을 정도로. 이 세계는 외국은커녕, 우주의 별들조차 정상적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당신은 순조롭게 이 세계를 키우고 있어요. 안심하세요.”


  “으, 응…….”


  사요코씨와의 이야기가 일단락 지어지고, 나는 그 날 한 교시 지각해서 학교에 등교했다.


  “사쿠라코, 안녕! 기다렸어!”


  신발장 앞에서 모모카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몇시에 등교해? 라고 메일이 모모카씨에게서 왔기에 답장은 보냈지만, 설마 신발장까지 마중하러 왔을 줄은.


  “모모카씨…….”


  “사쿠라코, 등교해서 괜찮아? 오늘 정도는 쉬면 좋은데.”

  “얼굴색 나빠요.”

  “사쿠라, 아버지, 이제 돌아오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뭐든지 상담했으면 좋겠네. 나 일하고 있고. 적금도 꽤 있으니까 사양하지 마.”


  아, 다들 있어.

  나는 가방을 앞에 가지고, 깊고,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저기, 여러분. 정말로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 저 혼자였다면 뭘 해야 좋을지 몰라서, 아버지도 지금쯤 죽었을지도 모르고……, 여러분 덕택에 살았어요.”


  깊게 감사하며 고개를 올리자, 머리에 툭, 하고 뭔가가 닿았다.

  “우, ……모, 모모카씨…….”


  모모카씨가 머리 위에 주먹을 대고 있었다. 나는 눈치 채지 못하고 고개를 올려서, 자진납세 하듯이 머리를 맞고 말았다.


  “섭섭해. 사쿠라코. 곤란할 때엔 서로 돕는 거잖아? 친구니까.”

  “그래. 사쿠라코가 이상하게 사양하니까 오히려 신경 쓰인다고. 좀 더 가볍게 오빠에게 기대줬으면 하니까 말이야.”

  “사쿠라는, 역시 바보다. 감사할 때가 아니야.”

  “나 따위 거의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니까 다음에는 제대로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부치를 도와준 은혜도 아직 갚지 못했고.”

  “폭력 휘두르지 않도록 감시해주는 거였죠? 그럼 그 보답으로 사쿠라코씨에게도 뭔가 해주고 싶어요.”


  입을 모아 위로를 받아, 나는 이제 미안하다는 말도 감사하다는 말도 하지 못하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피치 매직”을 사자. 절판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 날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사요코씨가 마중 나왔다.


  “사쿠라코씨. 신님에게서 연락입니다. ‘이 세계는 존재하고 있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완전히 스토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작가의 모모카와 역하렘 놈들을 붙이고 싶다는 소원은 달라지지 않았겠지. 제대로 근본악의 악역으로서 모모카를 괴롭혀서 우리들의 모모카를 괴롭히지 마라, 라며 남자 놈들이 생각하게 만들도록 힘내는 거다!’라고, 합니다.”


  모, 모모카씨를 괴롭힌다……!!!???


  그래 맞어. 나, 모모카씨를 괴롭히는 악역이었어!!

  어째서 괴롭혀야 할 모모카씨와 병원에서 일박하게 된 거야 나는 바보바보바보바보오오오오!! 이렇게나 신세 진 사람에게 심술이라니 못한다고!


  “저기, 사요코씨. 세계가 멸망해도, 주요등장인물은 평화롭게 살아갈까요!?”


  텔레비전이 망가져도, 이 세계의 용량이 줄어들어도, 모모카씨와 신 선배, 야마토군, 소라군, 키리오군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좋잖아.

  모모카씨를 괴롭혀서 괴롭게 만들바에는 차라리 그러는 쪽이 좋――!


  “유감스럽지만, 그건 무리에요. 작가에게 완전히 버려진 세계는 썩어서 녹고 맙니다.”


  끄악―. 나는 또 괴수처럼 소리를 내며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미안, 모모카씨……! 그렇게나 신세를 졌는데, 나, 또 널 괴롭히지 않으면 안 돼……!!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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