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만 있을 순 없다.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악역으로서 열심히 모모카씨를 괴롭히는 거야!!


  신 선배도 야마토군도 키리오군도 소라군도 좋은 사람이다. 이 네 사람에게라면 모모카씨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모모카씨와 네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무척이나 그림이 된다.

  나는 피치 매직의 한 사람의 팬으로서 모모카씨와 네 사람의 사랑을 응원하고 싶다(원작 읽은 적 없지만)!


  그렇게 결의를 새롭게 다지고, 나는 전철 안에서 콱하고 눈에 힘을 줘서 악면상을 만들었다.

  이미지는 여우다. 여우가 빙의한 듯이 교활하고 심술궂은 여자가 되는 거다.

  헌데, 어째서 여우는 교활하단 이미지가 있는 걸까?

  겉모습도 귀엽고, 신님의 심부름꾼이 되기도 하는데 이상하네…….


  “사쿠라코, 아버지에게 무슨 일 있었어?”

  “에? 아, 아무 일 없는데.”


  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모카씨가 다가와서 내 어깨에 한 손을 올렸다.


  “그래. 다행이다.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으니까 무슨 일 있었나 걱정했어. 이대로 술이 빠져서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네.”


  전  의  상  실.

  모처럼 달라 붙은 여우가 도망치고, 눈꼬리가 내려가고 만다.

  역시 불가능하다.

  이렇게나 걱정해주는 상냥한 여자아이에게 심술을 부리다니 무리다.


  공략법을 바꿔야만.


  으음, 으음, 으음…….


  그래!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미움을 받는다는 건 어떨까!!??

  내가 굉장히 한심한 짓을 해서 모두에게 미움을 받는 방향으로 가는 거다.

  이거라면 모모카씨를 괴롭히지 않더라도 한심한 나와 비교하여 모모카씨가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사랑이 싹트기 시작할 것이 틀림없다.

  악역이다! 굉장히 완벽한 악역이다!

  좋아. 이 방법으로 가자!


  …………………….


  “학생회 서류를 전부 모모카씨에게 밀어 붙여서 ‘이 계집이!’라고 매도한다.”라는 것도 있지만……. 끝도 없이 사람을 괴롭힐 방법을 생각해 내다니, 나란 싫은 인간이었구나. 자신의 싫은 부분을 알고 말아 조금 눈물이 떠오르고 만다. 게다가 여자아이를 괴롭히다니 최악이야.

  하지만 여기선 마음을 귀신으로 만들어서 향하는 거다. 베지터나 다스 베이더 같은 멋있는 악역을!


  “사요코씨는 어떤 사람이었어? 괴롭히진 않았어? 괜찮아?”

  모모카씨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들었다.

  “상냥한 사람이었어. 얼굴은 조금 무섭지만 밥이 굉장히 맛있어.”

  오늘 아침밥은 밥과 된장국과 계란프라이, 연어 절임이었다! 엄마가 살아있을 적의 밥 같아서 정말로 기뻤다.


  “나도 빨리 만나고 싶네――, 아, 그래! 사쿠라코. 오늘 함께 쇼핑하러 가자. 사요코씨도 불러서 세 명이서.”

  모모카씨의 초청에 내 안에서 레이저 빔과 같은 빛이 뿜어져 나와 머리 옆을 비췄다.

  사요코씨는 굉장히 좋은 사람이지만, 겉모습은 세기말 마쵸 대행진의 남자주인공이다.

  주먹 일격으로 졸개 적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분단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세기말의 패자. 아무튼 굉장히 무섭다.

  모모카씨라 해도 여자아이다. 커다랗고 우락부락한 사람은 무섭겠지.

  사람은 야쿠자와 아는 사람과 사이좋아지고 싶지 않은 법이다.

  무서운 사람과 아는 사람인 나에게, 모모카씨도 분명 멀어질 것이 틀림없어!

  미움 받는 전개의 제1탄이다!


  “연락해 볼게! 방과후, 기다려지네.”

  제빨리 휴대폰을 꺼내서 메일을 친다.

  사요코씨의 대답은 “절대로 갑니다(하트) 기대 되네요(하트 둘)”이었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과후.


  역하렘군들도 따라오고 싶다고 해서, 나는 대환영이었지만, 모모카씨가 오늘은 속옷점에 간다고 거절했다.

  다들 그렇다면 별 수 없다고 포기하는 와중, 소라군만이 그래도 따라오겠다고 주장했다.

  “억지 부리지 말라니까. 착한 아이니까 오빠랑 같이 집보고 있자. 남자가 속옷점에 들어가면 미움 받으니까 말이야.”

  “그래 바보 소라. 자신이 입는 속옷 보이는 거 부끄러우니까. 다른 손님들에게 폐도 되고.”

  신 선배와 모모카씨가 타이르지만, 소라군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럼, 여자 교복 입고 가. 여자 모습이라면, 문제 없어.”

  “문제 있는 게 당연하잖아!”


  퍼억!!

  모모카씨가 소라군의 배에 주먹을 넣었다. 무거운 타격음이 들리고 소라군이 실신한다. 축 늘어져 쓰러지는 소라군을 옆에 서 있던 키리오군이 지탱했다.


  “그럼 내일 봐. 바이바이. 타카나시군. 그거, 교실의 태우는 쓰레기통에라도 넣어둬.”


  모모카씨는 손을 흔들고 걸어간다. 나도 당황하며 인사하고 모모카씨의 뒤를 따른다.

  “소, 소라군. 여자아이 모습 할 수 있어?”

  모모카씨에게 다가가서 작은 목소리로 질문하고 만다.

  “저 녀석,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니까. 저번에는 스마트폰 사기 위해서 엄마가 말하는 대로 고양이귀 붙이고 고양이 흉내도 냈고.”

  그건……, 어떤 의미론 대단하다. 나는 부끄러워서 무리다.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한 것은 약속시간 5분 전이었다.

  커다란 시계가 설치되어 있는 석조 공원이다.

  공원이라고 해도 놀이기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 근처에 조금 넓은 정도의 공간에 단지 벤치가 설치되어 있을 뿐이지만, 만남 장소로는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주머니나 우리들과 마찬가지인 학생, 담소하는 정장 차림의 남성 등등으로 벤치는 전부 차 있어서, 나와 모모카씨는 머리 위로 3미터는 있는 시계를 지탱하는 기둥 근처에 서 있다.


  사요코씨는 아직 오지 않았다.


  “사요코씨 만나는 거 기대되네.”

  모모카씨가 펄럭하고 움직여서 포니테일을 한 긴 흑발이 흔들렸다.

  훗훗훗. 몇분 뒤에는 그 웃음이 얼어붙는 것도 모르고 순진할 따름이다.


  악역처럼 뺨에 손을 대고 악면상을 만들어 보니, 모모카씨가 얼굴을 훔쳐봤다.


  “뭔가 나쁜 일 꾸미고 있지?”

  윽. 실수했다. 보이고 말았다.

  “이번엔 무슨 짓을 해서 날 꺅하고 말하게 할 생각? 자백해.”

  꽉하고 뒤에서 안고서, 허리를 꾹하고 안아 당긴다.

  “우와, 모, 모모카씨!”

  있는대로 등에 가슴이! 가슴이 닿고 있어요!


  “자, 뭘 꾸미고 있는지 불어. 불기 전까지 놓지 않을 거야.”

  “그그그그그만두세요. 나쁜 짓이라니 그런! 나 같은 소인배가 모모카님을 거역하다니 생각한 적도 없사와요!”

  “정말로 소인이란 말이지. 키라든가 가슴이라든가 어흠어흠.”

  헛기침조차 하지 않고 어흠어흠이라고 소리를 내며 일부러라는 듯이 말을 끊는다.

  뿌리치려고 바둥바둥거리고 있으니, 옆을 걷고 있던 정장 누나(4인조)가 우리들을 보고 쿡쿡하고 웃었다.


  “고등학생 귀엽네.”

  “작은 쪽 아이 힘내.”

  “뭔가 마음이 푸근해졌어. 사이 좋아 보여서 좋네.”


  모모카씨는 웃음으로 감사하다고 답했지만, 에쁜 누나들의 웃음을 받은 나는 단지 부끄러울 뿐이라 어딘가 숨고 싶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딱 그럴 때.


  쿵, 쿵.


  낮은 땅울림이 들려왔다.

  아, 이 발소리는!

  땅울림이 들리는 쪽을 살피니, 역시 있었다.


  “사요코씨이!”


  멀리서도 한눈에 판별할 수 있다. 2미터를 가볍게 넘는 여성에게 나는 까치발을 들고 손을 흔들었다.

  사요코씨는 자수가 들어간 가디건과 장딴지까지 완전히 감추는 롱 스커트라는 청초함이 풍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사요코씨의 모습을 본 순간, 아이는 울기 시작하고 가로수에서 꽃을 쪼고 있던 작은 새가 꺄아꺄아하고 비명을 지르며 날아간다.

  벤츠 옆에서 담배를 피우며 담소하고 있던, 아무리 봐도 야쿠자 같은 풍체의 남자들이 아연하게 입을 열고 담배를 떨어뜨린 뒤 길을 연다. “뭐, 뭐야 너는!”하고 품속에 손을 넣는 사람까지 있었다. 사요코씨가 눈도 주지 않아서 그 사람이 품에서 뭘 꺼내려고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세기말을 다스리는 패자답게 사요코씨의 안광은 광기에 차 있다. 발을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지면이 흔들리고, 그 거대한 주먹은 도로변에 세워진 빈약한 가로수 따위 일격에 분쇄하겠지.

  과연 세기말 마쵸 대행진의 주인공. 단지 걷고 있을 뿐인데도 아이까지 우는 대박력이다.


  “사쿠라코씨! 기다리셨습니다.”


  사요코씨가 이쪽으로 다가온다. 달리지 않아도 좋아요. 그렇게 말을 하려고 했지만, 사요코씨는 쿵! 하고 굉음을 울리며 최고 속력까지 올려 다가왔다.

  그 박력이라 함은, 마치, 100킬로 이상으로 달려오는 10톤급 트럭!!!


  주변에서 비단을 찢는 듯한 비명과, “위험해!” “도망쳐!”라는 절규가 들린다.

  도, 도망쳐야, 그렇게 생각했지만 다리가 땅에 붙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을 삼키며 몸을 움츠릴 뿐이다.


  쿠우우……웅……!


  땅울림이 나와 모모카씨의 몸을 흔들었다.

  사요코씨가 우리들의 1미터 앞에서 강하게 지면을 차며 멈춘 것이다.

  커다란 몸이 단숨에 정지한다.


  하지만 너무나 빠른 스피드에서 오는 풍압에, 나와 모모카씨의 긴 머리카락이 펄럭하고 높게 오른다.


  치, 치이는 줄 알았어……!!


  그 기세 그대로의 돌격을 받았다간 우리들 확실하게 하늘 높이 올라서 지면에 부딪쳐 죽었을 거야!

  공포에 질린 나머지 덜덜 떨면서도, 핫, 하고 서둘러 모모카씨를 돌아봤다.

  과연 모모카씨도 이건 무섭겠지! 이것도 저것도 내팽개치고 싶어지겠지!


  “처음 뵙겠습니다! 하츠키 모모카라고 합니다. 사쿠라코에게서 이름은 들었습니다. 아야노코지 사요코씨였지요. 잘 부탁드립니다.”


  에!? 어라!?


  나조차 무서웠다고 하는데, 모모카씨는 얼굴이 굳은 것 같지도 없이, 빙그레 웃으면서 사요코씨에게 인사했다.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모모카씨의 이야기는 사쿠라코씨에게 이러저러 많이 들었어요. 무척이나 잘 대해주고 있다든가. 오늘은 초대해 주셔서 굉장히 영광입니다. 모모카씨라고 불러도 괜찮을까요?”

  “모쪼록! 저도 사요코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싱글벙글 웃으면서 대화하는 여자 두 사람. 내 작전은 훌륭하게 실패한 것 같습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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