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의 히로인, 하츠키 모모카씨는 정말로 좋은 사람이다.


  밥 살 돈도 없었던 내게 먹을 것을 주고, 아버지가 쓰러져서 불안정해졌을 때에도 곁에 있어 주고.

  아무리 악역으로서 이 땅에 태어났다고 해도 이런 좋은 사람을 괴롭히다니 내게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난 맹세했다.


  히로인을 괴롭혀서 역하렘군들과 붙이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미움을 받을 행동을 해서, 모모카씨가 굉장히 좋은 사람으로 보이도록 돋보이게 만드는 역할이 되자, 라고!


  모모카씨는 요리도 잘 하고, 스포츠 만능이고, 예의 바르고, 상냥하고, 솔직히 말해서 일부러 돋보일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진행상 역하렘군들은 한 번씩, 나, 악역인 레이센인 사쿠라코와 사귀고……, 그, 야한 일을 하고 나서, 나를 차고 모모카씨와 붙게 되는 단계를 밟게 되어 있다. 이 “악역의 레이센인 사쿠라코와 사귀고 야한 일을 하고 나서”를 뛰어넘기 위한 고육책이다.


  뭐라 해도 내가 악역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데, 역하렘군들은 스토리 진행 그대로, 내게 호의를 가지고 만 것이다.

  일단은 그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으면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이 세계에 멸망의 징조가 없는 이상, 내 생각은 틀림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럼, 여기서 문제가 있다.

  무슨 짓을 해야 미움을 받을까?

  단지 미움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사쿠라코와 달리, 모모카는 좋은 아이다!”라고 역하렘군들이 생각하게 만들어야만 하니까 어렵다.


  그래! 맛없는 과자로 환멸작전은 어떨까!


  모모카씨는 무척 요리를 잘 한다.

  내가 완전히 망친 과자를 가지고 가면 다들 요리를 잘 하는 모모카씨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다!


  “사요코씨, 나. 좋은 생각이 났어요! 과자를 만들게 해주세요.”


  쇠뿔도 단김에 빼라. 나는 1층으로 내려가 사요코씨가 있는 거실의 미닫이문을 팡! 하고 열었다.


  “과자?”

  텔레비전을 보면서 센베이를 먹고 있던 사요코씨가 고개를 갸웃했다.


  “네! 역하렘군들에게 미움 받기 작전, 제1탄이에요. 제가 맛없는 과자를 가지고 가서 환멸받는 거예요! 예를 들면 소금과 설탕을 반대로 넣은 쿠키라든가. 어떤가요 이 작전!?”

  사요코씨는 피치매직을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의견을 듣고 싶어서 나는 슬라이딩을 하는 듯이 사요코씨 옆에 있는 방석에 정좌했다.

  “후후, 재밌네요. 나이스 아이디어에요. 단, 저도 협력하게 해주세요.”

  사요코씨가 일어났다.

  “에? 스스로 만들 테니까 괜찮아요?”

  쿠키 레시피는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나올 테고, 느긋하게 쉬고 있던 사요코씨의 손을 어지럽힐 정도의 일도 아니다.


  “연재 중단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저는 ‘피치매직’이 가장 좋았어요. 생전에 저의 단 하나뿐인 친구가 선물해준 책이라……. 그야말로 종이 끝이 닳을 정도로 읽었었죠.”

  사요코씨가 멀고 그리운 곳을 보는 듯한 눈을 했다.

  “병원에서 나오는 것도 하지 못하는 생전의 저를 몇 번이나 면회하러 와줘서……. 두 번이나 전생한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모모카씨 같은 건강하고 상냥한 여자아이였어요.”

  “사요코씨…….”

  “‘세기말 마쵸 대행진’을 완결한 보상을 주겠다는 말을 신님에게 들었을 때, 반사적으로 이 세계에 가고 싶다고 할 정도에요. ……피치매직을 완결하기 위해서, 어떤 하찮은 일이라도 협력하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사쿠라코씨.”


  “……네. 부탁드립니다!”


  둘이서 부엌에 서서 바로 쿠키 만들기를 시작한다.


  우선 재료.

  쿠키도 생전에 조리실습에서 만들어본 적이 있다. 하지만 과자 만들기를 실습할 때엔 여자들이 전부 이끌었기에 솔직히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사요코씨가 말하는 대로 가루를 채에 거르고 버터를 냄비에 넣고 녹인다.

  여기서 설탕을 넣자는 말을 듣고 소금을 넣으려 하지만.


  “안 돼요. 사쿠라코씨. 소금만 넣어선 맛없어지지 않아요. 설탕도 함께 넣어서 맛없음이 더더욱 두드러지는 거에요.”

  “그런 건가요?”


  “네. 이런저런 맛이 섞이게 됨으로써, 사람은 맛없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소금만이라면 단지 ‘짜다’는 것뿐이라 맛없다는 것과는 다르지요.”

  과연!!

  “짜기만 한 쿠키라면, 조금 참으면 먹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설탕과 소금을 잘못 넣는 여자아이는 덜렁거리는 걸로 보여서 귀엽게 보이고 말아요. 사쿠라코씨가 바라는 건, 요리를 못해서 환멸받는 거겠죠?”

  응! 사요코씨가 하는 말대로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요코씨를 올려다본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요코씨의 협력. 굉장히 든든해요!”

  “후후. 힘내서 완결짓도록 해요.”

  “네!”


  알기 쉬운 지도를 받은 덕분에, 작업은 자연스럽게 진행되어 깜짝 놀라는 사이에 반죽이 완성됐다.

  사요코씨는 여기서 생활하게 되고 나서 자신의 생활용품도 다수 가지고 들어왔다.

  부엌용품은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것으로, 대필뿐이었던 렌지가 커다란 오븐렌지로 바뀌고, 냉장고도 문 2개짜리에서 문 5개짜리로 바뀌었다.

  식칼도 한 종류밖에 없었는데 회칼에서 중식칼까지 가져왔고, 쿠키나 케이크용의 형태틀까지 있어서 놀랐다.

  가장 흔한 별형, 하트형뿐만이 아니라 곰돌이 모양까지 있다!

  작업을 끝내고 오븐에서 굽고서 약 15분.


  “와, 대단해. 예쁜 쿠키!”

  “꽤나 손재주가 있으시네요.”

  완성한 쿠키는 유백색으로 맛있어 보이게 구워졌다.

  “사요코씨의 가르침이 좋았던 거에요! 기쁘다. 맛없게 만든 것이 아까울 정도야. 사요코씨. 이번 토요일. 제대로 된 쿠키 만들고 싶으니까, 또 함께 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하나 맛을…….”

  “그럼 안 돼요.”

  얼마나 맛없게 만들어 졌는지, 확인하려고 뻗은 손을 딱하고 잡혔다.


  “어째서?”

  사쿠라코씨. 제대로 실패작품을 만들었다고 연기할 수 있나요? 사쿠라코씨는 연기가 무척 서투시니까, 모두 함께 먹고서 처음으로 맛없어! 라며 리액션하는 편이 리얼리티가 있어요. 게다가 맛도 보지 않은 요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놓는 사람은 환멸받기 마련입니다.“


  과연! 역시나 여성! 이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쓰다니.


  “응. 그렇게 할게요. 결과 보고, 기대해주세요!”


  사요코씨에게서 투명한 래핑봉지를 받아 쿠키를 넣고 핑크 리본으로 입을 막는다.

  내일이 기대돼!


  그리고, 그 내일.

  나는 쿠키를 가방에 숨기고 등교했다.


  전철 안에서 신 선배와 만나고, 역에서 기다리고 있던 모모카씨와 키리오군과 합류하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수업을 받는다.

  3교시 종류 후, 짧은 쉬는 시간. 모모카씨는 반대편 여자아이와 잡지를 펼치고 스커트가 어떻다느니 이야기하고 있다. 앉아만 있어서 지쳤고, 조금 복도라도 걷고 올까.


  같은 생각을 한 학생이 많은 건지 교실 안 만이 아니라 복도에도 활기찬 대화 소리가 흘러 넘친다.

  화장실에 동행하는 여자, 가슴 정도 높이의 선반 위에 노트를 펼치고 다른 반 친구의 노트를 배끼고 있는 남자, 창문 밖을 보면서 담소하는 학생들. 나는 그런 소란을 곁눈으로 보며 정처 없이 걷는다. 그러자.


  “아, 뒷골목 캡짱.”

  복도 창 너머로 빼빼로를 물고 있는 본 적 없는 남학생이 말을 걸어 왔다.

  갈색으로 염색한 머리를 이마가 보일 정도로 짧게 자른 본 적 없는 남학생이다.

  뒷골목 캡짱이 아닙니다. 그림자 캡짱입니다.


  명찰을 보니 1학년 11반. 이렇게 먼 반까지 내 평판이 전해지다니. 좋아. 나. 실로 악역이 아닌가.


  “너, 밥 먹을 돈도 없어서 강에서 물고기 잡으며 생활하고 있다니 사실?”

  “하고 있지 않아. 덧붙여 말하자면 강에서 잡초 먹었다든가 하는 이야기도, 생당근을 뜯어 먹었다는 것도, 맨발로 꽃을 팔러 걸어 다녔다는 것도 전부 거짓말이니까.”

  “뭐야 그거. 그런 소문까지 있는 거야? 재밌구만.”

  재밌지 않습니다.


  “이거 줄게.”

  “에?”


  남학생이 빼빼로 봉투를 하나 내게 내밀었다.

  “받아도 돼?”

  점심 전에 딱 배가 고팠던 터라 감사하다.

  받으려는 순간, 꾹, 하고 등이 무거워졌다.


  “어이. 모르는 사람에게서 물건을 받으면 안 돼요.”

  귀에 익숙한 모모카씨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내려온다.

  모모카씨는 날 등에서 안으면서 빼빼로 봉투를 남학생에게 돌려줬다.

  “사쿠라코를 먹이로 길들이려고 해도 안 돼.”


  남학생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모모카씨는 내 손을 잡고 걷는다.

  “잠깐 눈을 떼었을 뿐인데 금방 사라져 버린다니까. 찾았잖아.”

  “미, 미안?”

  뭔가 사과하는 것도 이상한 기분이라 어미가 의문표가 되고 만다.


  “빼빼로라면 나도 가지고 있으니까 먹고 싶다면 말해. 뭐가 좋아? 알알이 스트로베리, 비터 쵸코, 노멀, 이것저것 있어.”

  모모카씨가 가방을 책상 위에 뒤집자 후두두둑하고 빼빼라고 가득 떨어졌다.

  보, 보물산 재래……!

  저도 모르게 손을 뻗고 만다.

  노멀 빼빼로를 한 봉지 받아서 모모카씨와 절반쯤 먹고 나서 나는 말을 꺼냈다.

  “오늘은 나도 과자 가져왔어. 수제작 쿠키. 다른 사람 분량도 만들었으니까, 점심 시간에 먹자.”

  “에!? 정말!? 기뻐! 굉장히 기대돼!”

  모모카씨가 포니테일에서 휘릭하고 소리가 날 정도의 기세로 날 돌아봤다.

  윽.

  이렇게까지 즐거워 하면, 조금 죄악감이.


  학생회 업무도 있어서 우리들의 점심은 학생회 휴게실에서 먹고 있다.


  식사가 끝나고 나는 바로 신 선배, 소라군, 야마토군, 키리오군, 모모카씨, 그리고 오늘도 차를 준비해 준 모부야마 선배에게 과자를 건냈다.

  모부야마 선배에게만 살짝, “맛 없으니까 남겨 주세요.”라고 속삭이고.


  “굉장해로군요! 맛있어 보여!”

  야마토군이 변함없이 미묘한 경어로 기뻐하고,

  “감사합니다. 사쿠라코. 잘 먹겠습니다.”

  키리오군이 변함없는 반짝반짝 빛나는 얼굴로 웃고,

  “하트, 부서졌어…….”

  소라군이 시무룩하게 (하트가 부서진 건 불가항력입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유감이네. 소라. 평소 행실의 문제야.”

  모모카씨가 소라군을 놀리고,

  “그럼 잘 먹겠습니다.”

  신 선배가 가장 먼저 리본을 풀고 쿠키를 입에 넣는다.


  후후후. 소금이 든 쿠키로 아비규환이 되는 것도 모르고, 순진할 따름이다…….

  나는 재차 악면상으로 씨익하고 웃어 보지만.


  “소금 쿠키인가. 맛있네.”

  “와, 맛있어! 수제 소금 쿠키를 만들 수 있다니 대단하네. 사쿠라코! 나, 도전한 적 있지만, 버터는 뭉치고 소금맛이 엉망진창이라 기분 나쁜 물건이 탄생했었는데!”

  “맛있어.”

  “맛있네……. 절반은 방과 후의 즐거움으로 남겨두도록 할까.”

  천천히 먹는 키리오군의 옆에서, 야마토군은 말없이 단 숨에 다 먹어버린다.


  “에!!??”


  당황하며 나는 쿠키를 입에 넣는다.


  마, 맛있어……!?!? 어떻게 된 일!?


  나는 아연하게――――.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전속력으로 하교했다.


  ―――――


  “사요코씨! 그 쿠키, 엄청 맛있었어요!?”

  구두를 벗고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간다.

  사요코씨는 부엌 테이블에서 싱글벙글 웃으며 차를 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손에는, 내가 구운 쿠키가!! 그러고 보니, 래핑하는 도중, 양이 적지 않나? 하고 생각했지만, 설마 사요코씨가 옆에서 훔쳤을 줄이야……!


  “아무리 이야기를 위해서라고 해도, 먹지 못할 물건을 일부러 먹는 행위는, 저는 좋아하지 않아요. 먹을 것으로 장난치면, 떽, 이에요.”


  사요코씨는 웃는 얼굴인 채로, 내 이마를 검지손가락으로 때렸다.


  “어라? 사요코씨, 협력해 준다고. 피치매직의 완결을 위해서 협력해 준다고 했잖아요!? 내 환청이었나요!?


  빨개진 이마를 누르면서, 생각지도 못한 복병에 절망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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