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테마는, “나 자신이 미움 받는 것”이다.

  응. 처음부터 그랬으면 좋았던 거다. 괜히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있는 대로 네 사람에게 미움 받으면 되는 거야!


  예를 들면……그래, 좋아하는 것,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있는 대로 헐뜯는 거다!


  야마토군의 공부라든지, 키리오군의 아이돌 활동이라든지.

  좋아하는 걸 바보취급 당하면 누구라도 싫고――――상처 입는다.

  바로 정나미 떨어지겠지.

  좋아한다고 말해준 사람을 상처 입히는 건 마음 아프지만, 이것도 세계를 위해서다.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나는 전철에서 내렸다.

  평소와 같은 통학로다.

  신 선배는 부회장이기도 한 야마토군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여러 가지 있는 듯해서, 최근엔 꽤나 일찍 등교하고 있다는 듯하다.

  학생회장이란 큰일이네.


  “사쿠라코.”

  역 계단을 내려가자 모모카씨가 손을 흔들며 날 마중했다.

  어라? 오늘은 키리오군이 없네.


  “좋은 아침. 사쿠라코.”

  “좋은 아침!”

  키리오군은? 이라고 물으려고 함과 동시에, “모모카, 사쿠라코”라는 키리오군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 적이 있는 자동차 조수석에서 키리오군이 손짓했다.

  “학교까지 데려다 줄 테니까 타.”

  와, 고마워라.

  이건 또 낯익은 무서운 얼굴의 운전수씨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뒷자리에 앉는다.


  “이거, 줄게.”


  차가 출발하고 키리오군이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밀랍으로 봉해져 있는 고급스런 봉투다.


  “뭐야?”

  “라이브 티켓. 다다음주 토요일에 아카데미 홀에서 해. 괜찮으면 둘이서 보러 와.”


  라이브!? 대단해. 나, 라이브에 가 본 적 없으니까 가보고 싶어!

  부채라든가 팔고 있을까? 반 친구가 스테이지에서 노래 부르다니 상상할 수 없어! 기대 된다!


  핫!!


  그래. 여기서 헐뜯는 거야!

  뭐라고 말할까?

  키리오군의 무대 따위 봐도 재미 없어?

  하지만 보러 가고 싶으니까 티켓 몰수 당하면 슬픈데.

  어떻게 하―― “으음. 어떻게 할까. 나, 타카나시군의 그룹에 흥미 없고. 사쿠라코는?”


  시원스럽게 말하는 모모카씨에게, 나는 말이 막혔다.


  우오오오! 모모카씨! 히로인이 이 무슨 폭언을!

  그건 내 대사에요!

  모모카씨가 헐뜯으면 안 되잖아아아아!


  “가요. 가! 절대로 갈 테니까 고마워!! 모모카씨. 솔직해지지 않으면 안 돼. 키리오군의 그룹의 팬이었지!?”

  “하?”

  엄청나게 이상하단 표정을 짓는 모모카씨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는다.

  음―음―하고 신음하는 모모카씨의 목소리를 막기 위해 나는 좁은 차 안에서 큰 목소리로 말을 계속했다.


  “굿즈, 팔고 있을까? 부채 가지고 응원하는 거 해보고 싶었어! 반짝반짝 빛나는 펜 같은 것도 텔레비전에서 보고 동경했어.”

  텐션 높게 말을 계속하자, 무서워 보이는 운전수씨가 웃는 얼굴로 키리오군에게 말했다.

  “키리오님. 팸플릿을 선물하는 건 어떻습니까?”

  “에? 팸플릿!?”


  그런 것도 있어!?

  “보, 보고 싶어요!”

  내가 몸을 내밀자 키리오군은 조수석 서랍에서 팸플릿을 꺼내 내게 건냈다.

  “여기 있어.”

  “고마워!”


  팸플릿 표지는 전체적으로 하얗고 심플한 디자인이다.

  표지에 찍혀 있는 건 키리오군도 포함해 남자만 10명. 키리오군이 가장 어려보이네.


  전에 인기투표에서 최하위였다……, 라는 말을 키리오군이 했었지만. 이렇게 보면 키리오군이 가장 멋있다. 그런데 최하위?

  토크가 괴멸적으로 안 된다든가, 노래를 구제할 수 없을 정도로 못한다든가 그런 걸까.


  좋아. 이 화제를 가져 가보자.

  인기투표 최하위라는 건 타인에게 듣고 싶지 않은 화제겠지.

  키리오군의 그룹을 헐뜯는 것은 모모카씨에게 선수를 빼앗겼으니, 키리오군 한 사람을 헐뜯어서 평가를 내리는 작전이다.

  그렇다기 보단, 이대로 가면 모모카씨만이 악역이 되고 만다. 어떻게 하든 만회해야.


  “키리오군. 인기투표에서 가장 아래였다고 했었지?”

  “아아. 그, 사기 투표 말입니까.”

  답해준 건 운전수씨였다.


  “사기?”

  “켄자키씨. 사기라는 증거는 없어요.”

  키리오군이 곤란하다는 듯이 웃었다.

  “하지만 사기라고밖에 볼 수 없잖습니까. 키리오님은 굿즈 판매량도 그룹 안에서 1위인데 최하위라니.”

  마침 학교 앞에 도착해서 우리들은 차에서 내렸다.

  운전수씨에게 감사를 표하고 차를 마중한다.


  “타카나시군의 그룹 인기투표, 특별방송으로 했었지? 그거, 짜고 친 고스톱이었어?”

  “아니야! 함부로 말하지 말아줄래. 이상한 소문이 흐르면 곤란하니까.”

  등교시, 사람도 많은 와중에 시원스레 고스톱 발언한 모모카씨를 키리오군이 필사적으로 부정한다.


  “미리 짰단 소문은 있었지. 키리오군이 가장 인기 없다니 믿을 수 없고.”


  쿠몬씨가 돌연히 대화에 끼어들었다. 마침 등교하던 도중이었던 것 같다. 어깨를 부딪칠 정도로 바싹 달라붙은 쿠몬씨를 키리오군이 살짝 떼어 놓는다.

  “내 실력이야.”

  “절대로 투표조작이라고 생각한다니까. 키리오군은 그룹에서 가장 어리고, 맨날 다른 멤버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고, 경력도 가장 짧으니까 키리오군이 탑이면 다른 멤버들의 체면이 무너지는 걸.”

  떼어졌는데도 또 달라붙으며 아래에서 키리오군의 얼굴을 살핀다.

  키리오군, 언제나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고 상대하는 것도 큰일이겠네.


  나는 쿠몬씨가 껄끄러우니까 모모카씨의 그림자에 숨어서 지나가도록 하자.


  쿠몬씨가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조심 교실에 들어간다. 쿠몬씨는 내게도 모모카씨에게도 눈도 주지 않고 키리오군에게만 말을 걸고 있으니 긴장할 필요 없었네.

  키리오군은 가방을 두고 바로 교실에서 도망치고 말았다.


  학생회 보좌부 부원이 된 것을 이용해서 학생회실을 피난처처럼 이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근시일 내에 모모카씨도 학생회실을 이용하게 만들어서 두 사람만의 시간을 만들어 친밀감을 높이게 하고 싶네.


  “사쿠라코, 정말로 타카나시군 라이브에 가는 거야? 아이돌의 라이브라니 지칠 뿐이라고.”

  모모카씨가 책상에 상반신을 쓰러뜨리며 불만을 토하기 시작한다.

  이건 그냥 지나갈 수 없는 문제다.

  아무리 그래도 키리오군에게 흥미가 너무 없다. 연애라든지 말하기 이전 문제다.


  “라이브 보러 가면 분명 모모카씨도 감동할 거야! 반 친구가 스테이지에 서는 거라고. 응원하자!”

  “나, 엔카밖에 듣지 않는 걸. 일본인의 마음이라고 엔카. 딴따라 거리는 팝송에는 흥미 없어.”


  너 정말로 소녀만화 주인공? 나 슬슬 화내도 될까?


  목에 힘준 목소리로 엔카를 부르기 시작한 모모카씨를 보며 슬퍼지기 시작해서, 나는 얼굴을 양손으로 덮고 엎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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