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는 갖가지 정보가 흘러넘치고 있다.


  범죄, 시사, 정치, 경제.

  정보를 얻는 매체도 신문, 텔레비, 잡지 등등 갖가지.

  하지만 발신된 정보가 전부 진실만 있는 건 아니다.

  이름을 떨치는 이 나라 굴지의 매스미디어조차 임팩트 있는 뉴스를 구하다가 몇 번인가 모르게 조작을 행한 전례가 있다.

  소비자의 환심을 얻기 위해서 자의적인 각색, 편향보도라 하는, 어느 일정한 감정을 대중들에게 부채질하고자 하는 행동에 대해선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

  신문도 방송국도 일개 기업에 지나지 않는다. 각자의 의도에 따라 보도에 각색을 넣어, 혹은 의도적으로 일부 정보를 숨긴다.


  그렇기에 더더욱 나, 사쿠라오카 고교 3학년 13반, 토죠 슌은 바라고 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의 눈과 발로 진실을 잡는 프리 저널리스트를.


  ――그렇게, 뜻은 높지만 지금의 내게 있어서 세상 속의 동향보다도 눈앞의 도시락이 소중하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책상을 적당히 마주대고, 새로 생긴 친구들과 밥을 먹기 시작한다.


  이 학교에는 쓸데없이 반 수가 많아서 한 학년에 15반이나 있다. 그렇기에 3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한 명도 없었던 것이 유감이다.


  고등학교 생활 2년간, 그럭저럭 즐거웠지만, 이렇게나 반 멤버가 바뀌는 상태에선 인간관계가 희박하게 느껴지고 만다.

  초등학교에선 반이 하나, 중학교에선 반이 두 개 정도인 학교에서, 동급생은커녕 선배, 후배들까지 사이가 좋았던 짙은 소년시대를 지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새롭게 생긴 친구들과 담소하면서도 일종의 쓸쓸함을 느낀 그때.


  드륵, 하고 문이 열리며 여자가 교실에 들어왔다.

  실내화인데도 뚜벅뚜벅 발소리를 내면서 바로 내게로 향해서 온다.


  학생 수 2천명을 가볍게 넘는 사쿠라오카 고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유명인, 연극부에 소속된 여자, 노구치 쥴리아다.

  키 170센티 정도의 조금 큰 키이긴 하지만, 웨이브 진 세미롱 머리카락에 통통한 입술, 그리고 뺨의 보조개가 섹시한 거유의 미소녀다.


  그런 미소녀가 짙은 갈색의 머리카락을 흔들면서 나에게 딱하고 손가락을 세웠다.


  “당신, 신문부 부장이 됐지요. 학생회 활동을 조사하세요!”

  “……뭐?”

  “뭐, 가 아니에요! 밥을 먹고 있을 때에요? 빨리 가요!”

  의자를 삐걱, 하고 차여서 나는 교실에서 끌려가게 됐다.

  등을 밀리는 이유도 모르는 채, 메모 용지와 펜을 손에 들고 학생회실 앞에 끌려오는 꼴이 되고 만다.


  웃기지 말라고. 아직 식사 도중이었는데 어째서 내가!

  라고, 불만을 말하는 건 간단했다.


  하지만 생각하고 만 것이다.


  이걸 기회로 이 거유와 사이좋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아니, 그럭저럭 얼굴은 아는 사이긴 한다고. 연극부는 화제성이 있으니까, 신문부로서 취재하는 일도 많았고.

  그게 아니라 함께 놀러 가거나 하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만 것이다.

  쥴리아의 성격이 나쁘다는 건 알고 있어. 얼굴에 어울리지 않고 난폭하고 오만하다는 것도 알고 있어. 하지만 저 거유를 보면 전부 용서하게 된다. 거유 만세. 가슴은 세계를 구한다.


  ……장래, 거유녀에게 하니 트랩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쥴리아의 요망은 ‘새로운 학생회 임원, 혹은 보좌부 부원을 협박할 수 있는 특종을 가져와라.’였다.


  이거야 원 무리한 주문을 하는 사람이다.

  타인을 협박할 소재가 그렇게 굴러다닐 리가 없잖아.

  그래도 저 거유가 어쩌고 저쩌고 투덜투덜 불만을 말하고 있으니, 학생회 휴게실 문이 열리고 칸자키 신이 나왔다.

  눈치 채지 못하도록 계단 그림자에 몸을 숨긴다.

  계속해서 새로운 부회장인 이오리 야마토, 보좌부의 은발과, 화제의 아이돌 타카나시 키리오군. 그리고 귀여운 두 사람의 여자가 나타났다.

  한 사람은 입학식 때 쓰러졌던 아이군.

  보좌부 회장이 됐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 꽤 작네.


  아무래도 좋을 이야기가 되지만, 부회장 이름이 이오리라는 말을 듣고 귀여운 여자아이를 생각했던 나의 두근두근을 돌려줬으면 한다.

  설마 이오리가 성이고 눈매 나쁜 안경남이었을 줄은 실망에도 정도가 있다.


  뭔가 이놈이고 저놈이고 얼굴이 잘생기고 반짝반짝거리는 뒤를 따르면서, 어딘지 모를 특징 없는 세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세 사람 모두 풍기위원 완장을 달고 있다.


  “바쁜 와중에 미안하네. 칸자키……. 우리들만으론 어떻게도 할 수 없어서.”

  “괜찮다니까. 신경 쓰지 마. 학생회장이 내가 되고 나서 풍기가 흐트러졌다는 말을 들어도 곤란하니까 말이야.”


  칸자키는 턱하고 풍기위원의 어깨를 치고 다섯 명의 1학년에게 향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여자 쪽으로는 키리오와 모모카, 사쿠라코가 가줘. 야마토와 소라는 나와 함께야.”


  1학년들은 입을 모아 반론을 하고, 둘로 나뉘어 걸어 간다.


  어디로 가는 거지?

  어느 쪽을 쫓을까 한 순간 고민했지만, 역시 여기선 학생회장과 부회장을 쫓아야겠지.


  눈치 채지 못하도록 거리를 띄우고 미행한다. 세 사람은 1학년 건물 뒤쪽으로 발을 향하고 있다.

  여기는 작은 세면장밖에 없는데다가 나무가 있어 머리 위의 창문에서 보여도 발견되기 어렵다는 이점도 있어, 학교에서 유일하게 타인에게 발견되기 어려운 장소라고 한다.

  몰래 만나고 싶은 커플이나 혼자서 느긋하게 있고 싶은 학생의 쉼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품행이 좋지 않은 녀석들의 모임장소도 되고 있다.


  우와, 있잖아.

  가장 큰 나무 그늘에 10명 정도의 남학생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학생수가 쓸데없이 많으니까 가끔 있단 말이지. 이런 종류의 바보가.

  모두 본 적 없지만……신장 180센티 이상은 되는 듯한 남자는 본 적이 있다. 이름까진 모르지만 복싱부 사람이다.


  칸자키들은 바로 남자들에게 향해갔다.


  “안녕하세요. 담배 피울 돈이 있다니 부자시네요. 이야, 나 같은 가난뱅이에겐 부러울 따름이에요. 하지만 위반이니까. 다들 처벌을 받아야겠네요.”

  칸자키가 웃는 얼굴로 남자들에게 말을 건다.


  남자들은 학생회장인가, 라든가, 칸자키인가, 라든가 혀를 차면서 입을 열고 귀찮다는 듯이 서로의 얼굴을 돌아봤다.


  “그냥 봐주지 않을래? 학생회장씨. 다른 학생들을 신경 써서 이런 인적 드문 장소에서 피우고 있는 거니까.”

  복싱부 남자가 아직 길었던 담배를 버린다. 이런 종류의 녀석들에게 매너를 요구하는 것도 이상한 말이겠지만, 불을 밟아 끄지도 않는다.


  “이거이거 또, 아시면서. 담배는 교칙 위반은커녕, 법률위반이에요. 그냥 봐주면 혼나니까 안 돼요.”


  “네가 잠자코 있으면 문제 없겠지.”


  “그러니까 무리라니까요. 자, 불 끄지 않으면 화재가 일어날 거에요.”


  어디까지나 표표한 태도를 취하는 칸자키에게 복싱부 남자가 이마에 혈관을 돋으면서 땅을 밟듯이 걸으며 칸자키 앞에 섰다.

  사람 한 명 정도 공간을 띄우고 서로를 노려본다.

  반 순간, 나 따위의 동체시력으로는 판별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칸자키의 가슴께의 명치를 노리고 복싱부의 남자가 주먹을 휘둘렀다!!


  쿵! 하고 무거운 소리가 공기를 울린다.


  우와아, 아프겠다……!

  저도 모르게 위가 파열할 듯한 아픔을 환시하고 나까지 교복 가슴 주변을 쥐고 만다.


  그런 내 예상과는 달리 칸자키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


  “폭력은 그만두세요.”


  칸자키의 목소리와는 다른, 조용한 목소리가 울린다.


  옆에 서 있던 이오리 야마토가 팔을 옆으로 뻗어, 손바닥으로 남자의 주먹을 받고 있었다.


  샌드백이라도 친 듯한 무거운 소리를 낸 일격을, 야마토는 손바닥만으로 막으며 눈썹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

  숨을 삼킨 것은 나였는가, 그 장소에 있던 녀석들인가. 아니, 양쪽인가.


  야마토는 작은 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평균키에 몸집도 보통이다.

  그에 비해 복싱부 남자는 적어도 어림잡아 100킬로는 될 듯한 체격을 하고 있다.


  이만한 중량차가 있는데 흔들리지도 않다니!


  “어이, 그 녀석――야마토 아니야?”

  딱 굳은 웃는 얼굴로, 금발을 왁스로 올린 남자가 말했다.

  “에? 야마토라니. 대량파괴병기라든가 영문 모를 별명인?”

  “뭐? 정말? 이 안경이?”


  대량파괴병기――――라니, 들어 본 적 있네. 어딘가의 중학교인가에서 바보 같이 강한 녀석이 있다고. 설마 그게 저 부회장인가? 우와. 전혀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듣고 보니 인상 나쁘네. 안경 효과로 인상을 풀고 있는 거겠지만, 평범하게 악면상이야.

  남자들이 단숨에 전의상실하고 복싱부 남자도 한 발 물러선다. 이거 도망칠 생각이군.


  여기서 놓친다면 잡는 건 무리겠지.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 학교는 학생수가 쓸데없이 많다.

  신문부 소속인 나 조차도, 누구 하나 이름을 아는 남자가 없는 거다.

  복싱부 남자만이, 겨겨우 복싱부라고 알 정도.


  재빨리 여기서 도망쳐서 담배만 처분해 버리면 증거는 없겠지.

  칸자키 신이 모든 반을 돌아서 찾는다 하더라도 죄를 인정하게 만드는 건 무리일 것이다.

  세 사람이서 10명 전원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고, 놓치면 귀찮게 된다. 자, 어떻게 할 건가? 학생회장님.


  여기서 한 명이라도 도망치게 하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특종이다. 쥴리아도 납득해줄 것이 틀림없다! 아잣! 해냈다!


  “소라. 이 녀석들 이름 부탁해.”


  “3학년 6반, 와타나베 케이타. 3학년 7반, 복싱부 소속 야마노치 하쿠야. 2학년 13반, 야마무라 아키와 이노우에 아이소. 3학년 8반, 농구부 소속 콩고 치카오. 1학년 8반, 모모키 쥬로, 야구부 소속. 1학년 15반. 야마노치 요조라――――”


  귀찮다는 듯이 지면에 주저앉아 나뭇가지로 낙서하고 있던 은발 남자가 담담하게 반과 이름을 고한다. 소속 부활동까지도.

  남자들 얼굴이 단숨에 새파래진다.

  그 모습에, 이름도 소속부도 맞았다는 것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


  “운동부에 소속되어 있는 분도 계시는 군요. 안 돼요. 여러분. 잘못하면 부활까지 활동정지가 될지도 모르는데. 일단은 전원 일주일 근신처분을 받도록 하지요. 각 담임에게 연락해 두겠습니다.”


  “…………!!!”


  제길, 하고 갈색머리 남자가 칸자키를 향해 지면을 걷어차 모래를 날리지만, 슥하고 야마토가 앞으로 나와 칸자키의 모래에게서 막는다.

  흑색 안경을 비스듬하고 노려보자 “히익”하고 한심한 비명을 지르며 남자들이 도망친다. 그보다 진짜 무섭네. 저 녀석. 훔쳐보고 있는 나까지 반 걸음 물러나고 말았다.


  “이야, 너희들 도움 되네.”


  모두 도망치고 나서 칸자키가 소라와 야마토 어깨를 탁탁 두드린다.


  “야마토는 강하고 소라는 전교생 얼굴과 부활까지 기억하고 있고. 이 오빠 편해서 살았어.”

  1학년들은 우울하게 손을 걷어내며 칸자키를 노려봤다.


  “어째서 피하지 않은 겁니까? 당신이라면 반격하는 일도 할 수 있었겠죠.”

  “아니아니. 오빠 쫄아서 반격이라니 무리무리. 싸움 약하고.”


  칸자키의 경박한 말에 1학년 두 사람이 짜증난단 얼굴로 노려본다.

  그야 그렇겠지. 정말로 쫄았다면 맞을 것 같던 시점에서 무서워서 도망치든가 비명을 지르든가, 적어도 방어 태세를 취했을 것이다.


  “신, 끝났어?”


  보좌부원 중 한 명인 하츠키 모모카가 손을 흔들며 남자 세 명에게 다가갔다.

  반대 손에 풀썩하고 고개를 숙이고 비구름을 등에 진 보좌부장, 레이센인 사쿠라코의 손을 쥐고.


  “사쿠라코 무슨 일 있었어? 머리 위에 비구름이 보이는데…….”


  칸자키 신이 묻자 여자 두명 뒤에서 따라오던 타카나시 키리오가 답했다.


  “사쿠라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여자를 자신 혼자서 주의 주겠다고 나섰는데……. 반대로 잡혀서 발을 만져지거나 머리를 쓰다듬어지거나 해서 놀아났습니다.”

  키리오의 설명에 칸자키와 야마토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런 남자들 곁에 모모카가 찌릿하고 눈썹을 올리고 있다.

  “사쿠라코가 혼자서 해결하겠다고 해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 아이돌군이 바로 나가버려서 망쳐버렸어.”

  모모카가 쾅하고 아이돌군의 등을 주먹으로 때린다.


  “아팟. 반쯤 울고 있는데 그냥 두면 불쌍하잖아.”

  “그래도 지켜보는 것이 남자의 주변머리란 거잖아. 사쿠라코가 도움을 청하기 전까지 참으라고.”

  쾅! 다시 모모카의 일격이 등에 들어간다.

  “아프다고! 진심으로 때리는 거 그만둬!”

  “이렇게 가볍게 때리는데? 나약하네.”

  고양이 펀치 정도인데. 라고 하나로 묶은 긴 머리를 흔든다. 고개를 갸웃하는 그 모습은 무척이나 사랑스럽지만.


  “아니, 쾅쾅 소리가 났다구요.”

  야마토가 딴지를 넣는다. 응. 내가 있는 곳까지 들릴 정도로 소리가 났어. 아마도 야마토군의 등, 새빨개지지 않았을까.


  “모모카. 이전에 게임센터에서 펀치 머신으로 280킬로 나왔어. 때리는 곳 부서지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

  2, 280킬로!!?? 뭐야 그거! 나, 80킬로밖에 나오지 않는데!!

  “그건 고득점을 내는 요령이 있어. 내가 괴력인 게 아니라고.”

  “폭발음 같은 소리, 나서, 점원이 소화기 가지고 달려왔어.”

  “그 점원씨, 귀가 좋은가봐.”


  “쓸데없는 저항 하지 말라고. 모모카. 너, 힘 강하니까 남자 상대라고 해도 손대중은 하고. 다음에 저항하지 않는 인간 때렸다간 너도 정학처분 내릴 거니까.”

  “에, 너무해! 나약한 여자아이에게 정학처분이라니……. 그치, 사쿠라코.”

  “어, 그게……. 저, 저도 사람을 때리는 건 안 된다고…….”

  사쿠라코가 모모카에게서 시선을 피하면서 말한다. 응. 그 말대로지. 폭력이란 건 정말 최후의 수단이야.

  좋은 아이네 사쿠라코.

  “……………………그것뿐?”

  모모카가 슬프다는 듯이 눈꼬리를 내린다.

  “그것뿐이라니 뭐가?”

  “야마토군에겐 말했잖아. ‘내가 절대로 막을 테니까, 둘이서 힘내자’라고. 내게는 말해주지 않는 거야?”

  “윽…….”

  “그 때 사쿠라코, 이렇게 찌릿해서 멋있었어! 사쿠라코가 남자아이였다면 좋았는데. 그랬다면 내 남친으로 삼고 매일 귀여운 옷 입히며 놀았을 텐데. 평생,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게 다른 여자 눈에 들어가지 못하게 방 안에서 키워서…….”


  “모모카, 무시무시한 말을 하고 있어…….”

  “사고가 완전히 범죄자잖아……. 키운다니. 사람에게 쓸 말이 아니야.”

  “사쿠라코가 여자라 다행이군요. 저 여자 진짜로 한다니까요. 철창 달린 지하실 정도 간단히 만들어서.”


  무서운 말을 하는 모모카가 반짝하고 머리 위에 전구가 켜진 표정을 지었다.


  “여자아이라도 상관 없을지도.”


  “웃기지마!!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말라고입니다!”

  “시끄럽네. 야마토군에게 그런 말을 들을 이유 없다고.”

  “사쿠라코씨는 내 친구이기도 하다고! 이런 말을 하는 게 당연하잖아!”

  이오리 야마토가 모모카에게 달라붙는다.


  “야마토, 괜찮아. 내가 모모카를 감시해.”

  “윽. 소라까지 야마토군의 아군이라니 너무해. 사쿠라코와 함께 살 수 있다고?”

  “그거와 이거는, 달라.”

  은발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모모카가 은발의 뺨을 당겨 올렸다. 그걸 사쿠라코와 아이돌군이 말리면서 소란 피운다.


  1학년은 건강하네.


  결국 담배를 피우던 녀석들을 놓친단 특종은 환상으로 끝났지만, 학생회 부회장이 원래 불량이었단 건 그럭저럭 괜찮은 정보인가.

  싫어하는 학생도 있을 테고, 소동이 벌어지면 이오리 야마토의 해임도 있을 수 있다.


  “새로운 학생회 임원, 혹은 보좌부 부원을 협박할 수 있는 특종을 가져 와라.” 이 조건은 충분히 달성했을 것이다.

  신문부는 모든 반에 배포되는 학원신문도 제작한다.

  모처럼 얻은 이 소재를 일면기사로서 쓰도록 하자. 분명 지금까지 없었던 반향이 있겠지.

  나는 손끝으로 펜을 돌리면서 숨어 웃었지만――――.


  “토죠 선배.”


  !!!????


  돌연, 부르는 소리를 들어 등줄기가 얼어붙었다.


  “신문부 부장인 토죠 선배지요. 부비회의 때 만나고 처음 뵙네요.”

  칸자키 신이었다.


  나는 조심조심 뒤를 돌아보고 답한다.


  “아, 아아.”


  칸자키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가볍고, 그리고 온화한 웃음을 띄고 있다.

  오늘은 날씨도 쾌청하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햇빛도 부드럽다. 차가운 겨울을 참아 온 식물을 보듬는 듯한, 온화한 온기가 대지를 감싸고 있다.

  나도 그 은혜에 속해 있었을 터다.

  그 증거로 햇빛이 직접 닿고 있는 얼굴이나 손은 정말로 따뜻하다.

  그런데도 등줄기만이 이상하게 차가워서 식은땀이 흐르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방금 그거, 보고 있었지요?”

  칸자키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본심을 말하자면 “어떤 그거?”라고 답하며 시치미를 떼고 싶었는데 전혀 할 수 없었다.

  칸자키는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오리에 대한 것, 신문에 쓰는 건 봐주지 않겠어요? 아까 전에도 보셨죠? 저 녀석이 폭력 휘두르려고 하지 않은 거.”

  웃고 있는데 웃지 않는 칸자키의 안광에 찔리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단지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옛날에는 싸움도 했을지 모릅니다만, 바뀌려고 하고 있으니까 지켜봐 주자구요. 그쵸? 선배.”


  칸자키가 한 발, 한 발 다가온다.

  비명을 올리고 도망치고 싶은데 발이 움직이지 않는다. 몸이 경직되어 있다.


  탁, 하고 어깨를 두드려서, 나는 또 끄덕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칸자키가 1학년들과 함께 돌아가 소란을 피우면서 학교 건물로 돌아간다.

  저 녀석의 시선은 더 이상 없다. 알고 있는데도 나는, 경지된 채로 점심시간 종료 10분 전을 알리는 예비종이 울기까지 그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는 거!? 그럼 방과후에 또 찾아 보세요! 절대로 약점을 잡아와!”

  쥴리아가 나를 잡는다.

  흔들리는 거유에 눈을 빼앗기면서도, 칸자키 신의 영문 모를 박력을 생각하며 특종을 가슴속에 봉인한다.


  “난 학생회에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까 봐주세요.”

  “웃기지 말아요! 당신 그래도 신문부 부장인가요!?”


  쥴리아에게 실컷 매도당하고 멱살까지 잡히며 흔들리지만, 아니 정말 무리입니다.

  거유와 좋은 사이가 될 기회를 놓치는 건 아깝지만 말이야. 말똥에 뒹굴러도 이승이 좋으니까 말이야.


  최종 라인을 간파하는 것도, 저널리스트로서의 소양인 거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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