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이렇게까지 모모카씨가 키리오군에게 흥미가 없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건 큰일이라구요.

  내가 힘내서 미움을 받는 데에 성공한다고 해도, 역하렘군들이 “못써먹을 사쿠라코에 비하면 모모카는 무척이나 좋은 사람이다!”라고 생각한다 해도, 모모카씨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없으니까!


  내가 함께 있으니까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속옷을 사러 갔을 때도 그렇다.

  나와 모모카씨만 쇼핑하러 가고 말았다.

  이거, 이상하지? 악역과 히로인이 함께 쇼핑하러 가다니.


  “그렇지요! 사요코씨! 속옷을 사러 가는 거, 본편에선 다른 전개였지 않았나요!?”

  나는 또 팡하고 여닫이문을 열고, 텔레비전을 보면서 패치워크를 하고 있는 사요코씨의 옆자리 방석에 슬라이딩 정좌를 했다.


  “속옷을 사러……?”

  “네! 저와 모모카씨와 사요코씨가 가다니 이상하지요! 본편에선, 모모카씨와 역하렘군들이서 속옷 사러 간 게 아닌가요!?”

  “저기…….”


  “모모카씨가 손에 쥔 하얀 레이스에 속이 비치는 속옷, 사실은 역하렘군들에게 보이기 위해 살 예정이지 않았나요? 신 선배나 키리오군이 모모카씨에게 선물한다……든가!”

  “본편에서 속옷을 사러 간다는 묘사는 없었는데요……. 있다고 한다면, 역하렘군들과 사러 갔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요!! 역시, 제가 모모카씨와 함께 있는 것이 잘못이었어……! 좋아. 다음 작전은, 강경수단으로 합니다!”

  “드디어 다들 죽이는 건가요?”

  “아니에요! 제가 모모카씨를 괴롭히고 있다는 괴문서를 뿌리는 거에요. 예를 들어……, ‘하츠키 모모카는 레이센인 사쿠라코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레이센인 사쿠라코는 무저항인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악인’이라는 건 어떤가요!?”

  “어머.”

  “이걸 뿌려두면, 역하렘군들은 모모카씨를 지키기 위해서 절 멀리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아.”

  “좋아. 그렇게 결정 되면……!”

  “헤에.”

  패치워크에 열중하고 있는 탓인지 사요코씨의 대답이 중간부터 건성이 되고 말았지만, 내 생각이 틀림없을 것이다.


  가제식 노트를 방에서 가져와서 쓱쓱 글자를 써서 셀로판 테이프로 붙여서 편의점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가장 큰 사이즈, A3로 복사해서 다시 사요코씨가 있는 거실로 달려간다.


  “사요코씨 다녀왔어요! 복사해왔어요! 봐주세요!”

  팡, 하고 식탁 위에 종이를 펼친다.


  거기에 써 있는 건 아까 전에도 말했던 “하츠키 모모카는 레이센인 사쿠라코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 레이센인 사쿠라코는 무저항인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악인.”이라는 문장.

  한 장에 써있는 문장의 수는 20개. 가제식 노트에 쓴 것을 복사했기에 조금 화질이 나쁘고, 횡선이나 구멍까지 복사됐지만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이걸 잘라서 쓰는 거다. 10장 복사해왔으니까, 무려 120장이나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된다.


  “사쿠라코씨……. 적은 용돈에 자기 돈까지 보태서 괴문서를 만들어 오다니……! 노력에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정좌한 사요코씨가 눈꼬리에 뜬 눈물을 닦고 있다.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내일 아침, 학교가 열리자마자 등교해서 이 괴문서를 서랍장에 뿌리자.

  사쿠라오카 고등학교 신발장은 덮개가 달린 박스 타입이 아니라, 책장 같은 선반에 이름표가 붙어있을 뿐인 간단한 것이다. 나 혼자라도 꽤 많은 양을 뿌릴 수 있겠지.

  칼로 잘라서 실내화에 넣기 쉽게 작게 접는다.

  지금까지의 나는 소극적이었다. 악역이니까 이 정도의 나쁜 짓은 해야지!


  다음날 아침, 찌라시를 편의점 봉투에 넣고, 문이 열리자마자 의기양양하게 학교에 등교했다.


  이 학교는 학년에 따라 등교할 현관이 다르다.


  가장 교문에 가까운 것이 3학년이고, 당연히 1학년의 신발장이 있는 현관은 교문에서 가장 멀다.


  나는 그림자 캡짱으로서 유명하게 되었기에 1학년이라면 얼굴을 알아차릴지도 모른다.

  찌라시를 뿌리는 것이 나였다는 걸 들키면 계획이 파탄하고 마므로, 만일을 위해 2학년 신발장에 찌라시를 뿌리는 걸로 정했다.

  3학년은 시험으로 바쁘기 때문에 찌라시를 봐도 그냥 버려버릴 가능성도 있고, 나는 아무리 봐도 3학년으론 보이지 않으니까 만일 다른 사람이 보면 “어째서 하급생이 여기에 있는 거지?”라고 의심을 받고 만다. 2학년에 뿌리는 건 소거법의 결과다.


  열려 있는 현관에서 몰래 안을 훔쳐본다. 좋아. 아직 아침 연습하러 나오는 학생도 오지 않았어!

  샤샥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1학년과 다른 연지색 실내화에 찌라시를 넣어둔다.


  후후후. 나도 이걸로 떳떳한 괴롭힘 주도범 데뷔다! 이번에야말로 잘 될 것이 틀림없어!


  “좋은 아침―. 사쿠라코. 아침 빠르네. 오빠는 아직 눈이 떠지질 않아―…….”


  5개나 집어넣었을까.

  등 뒤에서 극히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비닐 안에 손을 집어넣은 채 경직했다.


  “어라? 어째서 사쿠라코가 여기에……응? 뭐야 이거.”


  부스럭부스럭.

  종이를 펴는 소리가 들린다. 주륵하고 식은땀이 흐른다.


  “……사쿠라코.”

  “네, 네.”

  “그 손에 든 비닐봉투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야, 양배추군이에요.”

  “헤에. 그립네. 오빠도 하나 먹게 주지 않을래?”


  “…………………….”


  “헛된 발버둥은 끝이야? 어, 그럼. 이 찌라시가 들어간 건 우리 반 신발장뿐인 것 같네. 회수회수……. 그럼 함께 학생회실로 갈까? 그 찌라시는 봉투째로 몰수야. 실내화로 갈아신고 와.”


  아,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끝났다…….


  신 선배가 이렇게 일찍 등교할 줄이야……!

  게다가 신 선배의 실내화 안에 넣고 말다니……!!


  학생회실의 대형 테이블.

  나는 신 선배와 마주보고 앉아 풀썩하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


  “화내고 있지 않으니까. 그렇게 굳지 않아도 돼.”

  신 선배가 위로하듯이 말을 꺼낸다.

  “이게 말이야. ‘하츠키 모모카는 레이센인 사쿠라코를 괴롭히고 있다.’라면 주의도 할 수 있겠지만 반대란 말이지……. 어째서 이런 짓을?”


  마음 깊이 이상하다는 듯한 질문에 나는 아무 답도 하지 못한 채 침묵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도 신 선배도 침묵한 채로 시간이 흘러간다.


  신 선배는 교문이 열리자마자 등교했다.

  졸리다고 했는데도 그런데도 일찍 등교해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바쁜 거겠지.


  그런데도 침묵하고 있는 날 재촉하려고 하지 않았다.

  어른이라 할지라도 바쁜 와중에 나와 같은 귀찮은 인간을 상대한다면 혀를 차거나 한숨을 내쉬거나 재촉하듯이 책상을 툭툭 두드리거나 할 거라고 생각한다.

  소중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으니 초조한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신 선배는 달랐다.


  잠자코 앉아서, 때때로 고개를 숙인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내가 말을 꺼내길 기다려줬다.


  수업 시작 20분 전에 울리는 종이 울린다.


  “사쿠라코. 이야기 할 수 있게 되면 이 찌라시의 이유를 말해주면 기쁘겠어. 내게 이야기 하기 힘들면 모모카에게도 괜찮으니까.”

  “………….”

  “모모카에게 이거, 전해둘게.”

  “에!?”

  “괜찮아. 저 녀석은 그리 보여도 책임감도 강하고 입도 단단하니까 사쿠라코에게 있어서 나쁜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야마토군에게 불려 모모카씨가 학생회실로 들어왔다.

  모모카씨는 내가 만든 찌라시를 보고 슬프단 표정을 지었다.


  처음 만났던 날처럼 내 손을 잡아 교실로 들어가――――――.


  “아햐햐햐햐햐햐햐햐햐햐!”


  책상에 앉자마자 한 손으로 배를 잡고 한 손으로 팡팡 책상을 치며 대폭소했다!!!


  “하츠키 모모카는 레이센인 사쿠라코에게 괴롭힘 당하고 있다. 레이센인 사쿠라코는 무저항인 여자아이를 괴롭히는 악인! 아햐햐햐햐햐햐햐! 배, 배가 아파. 너무 웃어서 배가 아파.”


  히히히히히히, 하고 웃으면서 책상에 엎드린다.

  “역시 웃을 수밖에 없지요. 이거……. 신 선배. 굉장히 진지하게 걱정하고 있어서 웃어도 웃을 수 없었지만.”

  야마토군이 괴문서를 가리키며 웃음을 참으며 모모카씨에게 묻는다.

  “신, 형제가 많다고. 위에도 있지만 아래에도 남동생이 둘에 여동생이 둘 있어. 어린애들은 어떤 것이 SOS로 연결 될지 모르잖아? 작은 변화라도 신경 쓰고, 이래저래 세심하다고.”

  “아아, 그래선가…….”

  키리오군이 납득했다는 듯이 끄덕였다.

  “어째서, 이런 짓을? 사쿠라. 모모카 괴롭히고 있지 않은데.”

  옆반에서 소라군까지 내 책상에 와서 엎드려 숙이고 있던 얼굴을 훔쳐봤다.


  “그렇네. 자, 사쿠라코. 어째서 이런 괴문서를 뿌리려 했는지 말해줘.”


  모모카씨가 찌릿하고 얼굴을 바로 잡고 날 향한 뒤 발을 꼰다.

  덧붙여 나는, 벌로서 책상 위에서 정좌를 강요받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잔재주는 없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저, 저는, 틈이 있으면 모모카씨를 괴롭히기 위해 획책하고 있는 나쁜 사람이에요. 그러니, 모모카씨와 떨어져야 해요!”


  소리치듯이 말하자 모모카씨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런! 지금 내 삶의 낙은 사쿠라코를 가지고 노는 일인데, 떨어지다니 절대로 싫어! 내 유일한 즐거움을 빼앗을 생각!? 사쿠라코는 귀신! 악마!”


  “악마는, 모모카다.”

  “사쿠라코씨. 화내는 편이 좋아요. 평생 놀려 먹을 생각이에요. 저거.”


  “모모카가 그러니까, 사쿠라코, 모모카에게서 떨어지고 싶어하는 거 아닐까?”


  “――――――그런 거야!!?? “아니에요!””


  키리오군의 말에 모모카씨가 크게 숨을 삼키며 내게 물었다. 반사적으로 부정했지만, 모모카씨는 허둥지둥 시선이 흔들리고 있다.


  “그, 그래? 그럼, 됐지만……. 사, 사쿠라코. 벌칙 정좌 풀어도 돼.”


  아아아아아, 모모카씨가 내게 미움 받고 있다고 생각하며 신경 쓰고 있어……!! 아니에요. 아니에요!!


  부정하고 싶지만 할 수 없다.


  벨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와서 야마토군과 키리오군이 자리에, 소라군도 자신의 교실로 돌아갔다.

  정말이지, 모든 것이 예상과 반대라서 책상에 엎드려 울고 싶어지고 말았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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