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쿠키, 제가 만들었다고 한 거 거짓말이에요! 사요코씨가 만든 거에요. 여러분에게 요리 잘한다고 듣고 싶어서 거짓말 했어요. 죄송합니다!”


  밤. 나는 그 메일을 다섯 명에게 일제히 송신했다.


  재난을 뒤집어 복으로 바꾸는 거다.

  나는 타인의 공적을 훔치는 악녀.

  이 메일을 읽은 사람들은 모두 환멸할 것이 틀림없다.


  모모카씨 “타인이 만든 것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하다니 믿을 수 없어.”

  신 선배 “사쿠라코에 대한 것, 그동안 잘못 본 것 같네.”


  분명 이런 느낌의 대답이 오겠지!


  가장 먼저 수신한 건 키리오군의 답장이었다.

  어떤 매도가 써있을까 두근두근하면서 휴대폰을 열어보자!


  “쿠키 맛있었어! 사요코씨라는 건 도우미씨 말하는 거지? 요리 잘 하는 사람이구나. 또 먹고 싶으니까 사요코씨에게 레시피 알려달라고 해서 둘이서 만들자.”


  ………….

  안 된다. 키리오군은 너무 좋은 사람이라서 나의 악의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난적이다.

  계속해서 찾아온 수신 메일은 신 선배.

  이번이야말로 미움 받을 수 있도록!

  간절히 빌면서 살짝, 버튼을 누른다.


  “거짓말 한 벌로, 이번에 둘이서 데이트야(하트)”


  아, 아니야…….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에요. 신 선배……!

  색이 바랜 다다미에 통, 하고 주먹을 치고 만다.

  아, 소라군에게서도 메일이 왔다. 날 싫어한다고 말해준 소라군이라면, 분명 매도가 올 터!


  “하트 쿠키 만들어줘.”


  아……?

  내 메일, 제대로 읽었어? 소라군.

  아연해하고 있자 모모카씨에게서도 대답이 왔다.


  “사요코씨에게 답례 메일 했더니, 만든 건 사쿠라코라는 대답이 돌아온 건에 대해서.”


  에!? 어, 어느새 모모카씨와 사요코씨 메일주소 교환한 거야!?

  부자연스러운 행갈이가 있어서 스크롤을 해보니, “다른 애들에게도 말해 뒀으니까☆ 칭찬해줘(하트)”


  끝났다……. 빠르게도 내 계략이 노출되고 말았다…….


  풀썩, 하고 이불에 쓰러져 다시금 수신되는 메일을 눈으로 본다.

  신 선배와 소라군과 키리오군에게서 대답이 있었다. 내용은, 신 선배와 소라군이 “그럴 거라 생각했다.”였고, 키리오군이 “어째서 자신을 나쁘게 보이고 싶은 거야?”라는 질문이다. 키리오군에게 “내가 학교를 주름잡는 악의 캡짱이니까야!”라고 의미불명스런 답장만을 보내고, 나는 그 날 토라진 채로 자 버렸다.


  이세계에 전생한 피로가 쌓여있던 건지, 나는 다음 날 토요일, 9시까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오늘은 11시부터 야마토정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아침, 휴대폰에 온 메일은 키리오군에게서 온 메일뿐이었다.

  야마토군에게서 답장, 결국 오지 않았네. 어쩌면 화내고 있을지도! 해냈어. 야마토군의 환멸을 사는 데에 성공했다고!

  라고 기대하며, 나는 의기양양하게 알바에 나섰다.


  오늘도 가게는 대성황이라, 아주버님과 아주머님도, 나도 우왕좌왕 엄청 바빴다.

  “사쿠라코, 밖을 좀 쓸어줄 수 있을까? 가게 앞이면 되니까.”

  “네. 다녀올게요.”

  야마토정의 손님은 아저씨들이 대부분이라, 대부분 입에 담배를 물고 온다.

  가게 앞에 버려진 담배를 치우는 것도 내 일인 거다.


  빗자루로 싹싹하고 청소하고 있자, 목까지 잠근 학생복을 입은 고등학생이 다섯 명, 가게 앞에 멈춰섰다.

  다섯 명 모두 자못 체육계열 부활동을 하고 있다는 느낌의 학생이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었네. 꽤 싸지 않아?”

  “식당은 전부터 있었다고. 우리들이 그냥 지나서 햄버거 먹으러 갔을 뿐이지.”

  “정식집은 들어가 본 적이 없었네.”

  “저, 저기. 여기 가게 사람입니까? 여기, 맛있나요?”

  가장 키가 작은 남자가, 우물쭈물 뒤집힌 목소리로 말을 건다.

  “굉장히 맛있어요! 양도 많으니까 강추에요! 포장도 가능해요.”

  야마토정의 식사는 정말로 맛있으니까 무심코 텐션 높게 소개하자, 남학생들은 서로를 돌아보고서 “가끔씩은 이런 가게에서 먹는 것도 좋지.”라는 말을 나누고서 들어왔다.


  나는 황망히 빗자루를 정리하고 들어가서 바로 세면대에 손을 씻고 물을 내놓는다.


  “어머나. 학생들이 오다니 드문 일이네. 부활동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야?”

  “아, 네.”

  “그 교복, 마츠야마 고등학교지? 무슨 부?”

  “축구부임다…….”

  아주머님의 말을 들은 남학생들이 쩔쩔 매며 대답하고 있다.

  “그럼 오늘은 아줌마의 서비스로 밥 곱빼기로 해줘야겠네. 뭘로 할 거야?”

  “그러니까…….”

  “사쿠라코, 슬슬 휴식 취해도 좋아. 자, 오늘 식사다.”


  아주버님이 카운터 위에 식판을 올렸다.

  카, 카레 정식이다!

  된장국엔 두부와 미역이 들어있고, 작은 그릇이 두 개. 하나에는 시금치 나물과 또 하나는 샐러드와 소스가 든 크로켓!

  무엇보다도 카레에는 고기가 잔뜩――――!

  “와아아! 감사합니다잘먹겠습니다! 카레다……!”

  저도 모르게 환성을 지르고 만다.


  “잘 됐네. 사쿠라코.”

  “카레에 기뻐하다니 아이구나.”

  “사쿠라코가 없어지면 쓸쓸해지니까 빨리 돌아와줘.”


  단골손님들의 야유를 받으면서도 나는 식판을 가지고 안으로 들어간다.

  “아, 이거. 야마토에게도 가져가라.”

  “네!”

  야마토군의 밥도 마찬가지로 카레 정식이다.

  자신의 분량을 부엌 테이블에 놓으면서 야마토군의 식판도 받으러 가자, “카레 정식, 5인분.”이라며 아주머님이 아주버님에게 주문을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고등학생들도 카레 정식을 주문한 것 같다.

  마음은 알겠다. 다른 사람이 먹고 있으면 자기도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지.


  야마토군에게서 메일 대답은 아직, 없다.

  분명 화내고 있겠지. 나는 식판을 손에 쥐고 두근두근거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

  “야마토군. 밥 가져왔어.”

  불러 보지만 대답이 없다.

  없는 걸까?

  여닫이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자, 야마토군이 책상에 엎드려 폭면을 취하고 있었다.

  책상 스탠드까지 켜진 채다.


  “야마토군. 이불에서 자지 않으면 감기 걸려…….”


  부르면서 어깨를 흔들자, “아?”하고 노려본다.

  야마토군은 안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그냥 있어도 눈매가 나쁜 얼굴로 노려보기까지 하니 깜짝 놀랐지만, 화난 게 아니라 그저 잠이 덜 깼을 뿐인 것 같다.


  “잘 거면 이불에서 자야지. 밥 먹을 거야? 먹지 않을 거면 랩 씌워두고.”

  “……먹어. 배 고픕니다.”


  멍하니 돌아오는 대답과 동시에 야마토군의 배가 운다.

  야마토군은 휘청휘청하면서 방을 나가서 세수하고 온 건지 잠이 깬 얼굴로 돌아왔다.


  “아침 10시까지는 깨어 있었을 텐데 그때부터 기억이 없네입니다……. 그보다 먼저 먹고 있어도 괜찮았는데.”

  야마토군은 서둘러 내 반대편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하며 인사를 하고, 나는 재빨리 카레를 입에 넣었다. 조금 맵지만 향이 풍부하고 맛있어……! 크로켓도 바삭해서 행복하다.

  잠시 동안 말없이 밥을 먹고, 메일 화두가 나오지 않는 것에 속이 탄 내가 말을 꺼내봤다.

  “메일 보낸 거, 봤어?”

  “메일……?”

  야마토군은 아무래도 메일 확인조차 하지 않았는지, 딸칵하고 휴대폰을 열었다. 화면을 보고 어이없단 듯이 반쯤 눈을 뜨고서 버튼을 누른다.


  내 휴대폰이 울렸다. 메일 착신을 알리는 아이콘이 뜨고, 이름이 표시 된다. ―― “이오리 야마토.”

  확인하자, 제목이 “바보.”

  본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무참한 메일이다.


  “……눈앞에 있으니까 직접 말하세요.”

  “바보네요. 어째서 이런 뻔한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는 겁니까?”

  “들킬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사요코씨와 모모카씨가 메일 주소 교환했다는 거 몰라서.”

  “……너, 악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요. 하츠키 모모카를 괴롭히는 건 포기하는 편이 좋지 않습니까? 그 여자, 당신이 무슨 짓을 해도 새끼 고양이가 장난치는 거라는 정도밖에 느끼지 않는 것 같고. 오히려 가지고 놀고 있지 않습니까?”


  야마토군이 내게 휴대폰을 향한다. 화면이 재생된다. 거기에 나온 건 내 모습이고, 검지와 엄지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눈에 눈물을 글썽이는 내가 “가슘”이라고 외치려고 하는 순간, 야마토군에게 달려들어서 전원 버튼을 연타하여 동영상을 끈다.


  나도 포기할 수 있다면 포기하고 싶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다고! 하지만, 나는.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싸우지 않으면 안 돼.”

  내가 그렇게 선언하자, 야마토군은 수저를 접시 위에 올리면서 말했다.


  “……뭐, 내게 그걸 말릴 자격 따윈 없나. 패배할 거라고 알고 있어도 달려들 수밖에 없는 때도 있지. 나도 이길 수 없으리라 알고 있으면서도 니노마에 소라에게 이기고 싶어서 공부하고 있고.”


  “소라군?”

  그러고 보니, 소라군은 입학식에서 신입생 대표로 선발됐던가? 대표로 선발되는 건 입학시험에서 수석인 학생이다.

  소라군은 언동이 어린애 같아서 좀처럼 실감이 들지 않지만, 말도 안 되게 머리가 좋겠지. 성적이 평범보통했던 내 입장에서 보면 구름 위의 존재다.


  “야마토군, 힘내고 있으니까 중간고사에서 소라군에게 이길 수 있지 않을까?”

  아직 시험까지 한참 멀었는데 밤 늦게까지 공부할 정도니까. 소라군이 이렇게 일찍부터 공부하리라곤 상상할 수 없고.

  야마토군은 젓가락을 멈추고 고개를 저었다.

  “아마 무리가 아닐까? 그 녀석 머리, 장난 아닙니다에요. 네 아버지가 쓰러졌을 때, 그 녀석 옆집 주소 말했었지?”

  “그러고 보니…….”

  확실히 그 때, 나는 입속에서 말이 맴돌고 머리가 헛돌고 있었다. 내 대신 답한 건 소라군이다.


  “너네들이 구급차로 옮겨타고 난 뒤에 들어보니, 그 녀석, 옆집 번호만이 아니라 그 거리에 있는 모든 명찰 전부 기억하고 있었단 겁니다.”

  “에!?”

  “한 번 본 건 전부 기억한다고 했지요. 나는 공부를 좋아하긴 하지만 평범한 바보니까. 그런 종류의 진짜 천재의 발밑에라도 미칠 거란 생각이 들지 않아요.”


  때려 넣듯이 된장국을 마시고 식판 위에 되돌린 다음 야마토군이 계속 말했다.

  “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3년간,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이기고 싶어요. 서로 힘냅시다.”

  “응!”


  전우를 얻은 기쁨에 몸을 내밀은 날, 말리는 듯이 야마토군은 손바닥을 내밀었다.


  “물을 끼얹는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네가 모모카씨를 괴롭히는 것 이상으로 그 여자가 남자 세 사람과 붙는 것이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그 여자, 절대로 신 선배에게도 소라에게도 아이돌군에게도 전혀 관심 없다구요.”

  “그, 그렇지, 않아.”

  모모카씨는 신 선배, 키리오군, 소라군, 그리고 야마토군과 맺어지는 거니까. 전혀 관심 없다니 있을 수 없다.

  “나, 여자에 대해선 전혀 모릅니다만, 신경 쓰이는 남자가 있다면 도시락 안에 고기만 넣는다는 짓은 하지 않지 않을까? 신 선배, 모모카씨의 도시락 보고 질렸었고.”

  윽. 구체적으로 지적당하니……. 조금만 자신이 없어지고 만다.


  “야마토군은 모모카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라면?”

  “귀엽다든가, 사귀고 싶다든가, 내버려 둘 수 없다든가. 그런 거.”


  “없다고. 애초에, 내버려 둘 수 없다니 뭡니까? 그 녀석 체력 테스트 결과, 너도 봤잖아. 악력 53킬로라고. 나라 해도 60킬로 근처밖에 되지 않는데. 어디의 여자 고릴라야. 네가 필사적으로 팔 덜덜 떨면서 해도 16킬로였던 옆에서, 싱글벙글 웃으면서 53킬로였다고. 완전 쩔었다니까. 저거 절대로 진심을 내서 한 게 아니라고요. 팔 근육 전혀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말이야. 진심으로 하면 70킬로는 가볍게 넘는 거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한 야마토군에게 풀썩하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


  “야마토군은 어떤 여자가 취향이야?”


  야마토군은 으음, 하고 신음하고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지키고 싶은 여자일까? 부조리하게 심한 꼴을 당해도, 제대로 자신과 마주하는 아이――라니, 이거 너 말인가.”

  “에?”

  “아버지가 폭력을 휘둘러도, 밥을 먹이기 위해서 힘냈던 거지? 대단하잖아.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야마토군은 문뜩 젓가락을 멈추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쿠라코씨.”

  “응?”


  “좋아합니다. 사귀어 주세요.”


  ……………….


  나는 저도 모르게 방석 위에서 정좌하고 손가락 세 개를 나란히 붙인 뒤 깊게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기절하겠습니다…….”


  “………….”

  “………….”

  “………….”


  아, 아차! 너, 너무 놀라서 틀렸다! 거절하겠습니다!


  “세이브. 지금 이거 세이브죠? 기절하겠습니다면 아직 거절당하지 않았어.”

  내가 정정하기 전에 야마토군이 그렇게 말했다.

  “아, 아니야! 거절하겠습니다라고 하려던 걸 틀린 거라고!”

  “아니, 이미 끝났습니다. 정정은 할 수 없어요. 기절하겠습니다로 마감했습니다.”

  “뭐야 그 초딩스런 논리는! 애초에 기절한다는 게 뭐야!?”

  “기절하는 거죠? 온몸이 뒤집어지면서.”

  “너무 의미불명이야!”


  좀 더 반론하고 싶었지만, 휴식시간은 30분이다. 늦어도 5분 전에는 돌아가고 싶다. 쓸데없는 말만 하고 있다간 모처럼 맛있는 카레 정식을 남기게 된다.

  나는 당황하며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나, 너를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요. 좋다고 말했던 거 기억해 주세요.”

  “……기억해 두겠지만. 야마토군의 마음엔 답할 수 없어.”

  “그래도 말입니다.”


  부조리하게 심한 꼴을 당해도, 제대로 자신과 마주 볼 수 있는 아이――.

  혹시 내가 제대로 악녀 역할을 하고 있었다면, 모모카씨는 분명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자기 스스로 나와 마주했을 것이 틀림 없다.

  그런 모모카씨의 모습을 보고 야마토군은 모모카씨를 좋아하게 됐겠지.


  모모카씨를 괴롭히지 못한 채로 역하렘군들과 붙이는 건, 힘들 것 같네…….

  아니, 하지만! 모모카씨는 좋은 사람이야. 이대로 모두 함께 있으면 언젠가 분명 야마토군도 모모카씨를 좋아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지리멸렬한 행동만 하고 있는 내게도 조만간 질리게 될 테고. 내 생각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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