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류한 우리들은 바로 모모카씨의 추천이라고 하는 속옷점에 갔다.

  가게와 가게 사이의 통로에 건설한 듯이, 옆으로 짧고 안으로 긴 가게였다. 개방되어 있는 입구에서 가게 안으로 들어간다.


  “그럼, 어디. 사쿠라코의 브래지어는 뭐가 좋을까? 브라 입은 적 없으니까, 스포츠 브라나 캐미솔 브라가 괴롭지 않고 추천이지만.”

  “에?”

  속옷을 산다는 거, 내 속옷 말하는 거였나? 그러고 보면, 빈유라도 브라를 착용해야만 한다고 했었지.


  으음. 뭐가 좋을까?


  “고르기 전에 사이즈부터 재볼까?”

  점원을 부르려고 하는 모모카씨를 사요코씨가 말렸다.

  “괜찮아요. 모모카씨. 사쿠라코씨의 사이즈는 제가 알고 있으니까.”

  “어, 어째서 사요코씨가 알고 있는 건가요?”

  깜짝 놀라 말한 것은 나였다.

  “사요코는 사쿠라코씨에 대한 거라면 뭐든지 알고 있답니다.”

  사요코씨가 심술궂은 표정으로 미소짓는다.

  ……피치매직을 읽어봤다는 거겠지만, 자신의 몸을 알고 있다니 조금 부끄럽네.


  “사쿠라코씨의 탑은 ○○센티, 언더는 ○○센티에요.”


  사요코씨가 검지 손가락을 세워 선언하는 듯이 말하자 모모카씨가 입가를 가리고 고개를 숙였다.

  “불쌍한 아이…….”

  불쌍!? 내 가슴은 불쌍한 건가. 가난하다느니 불쌍하다느니 그런 말을 들으면 조금이지만 슬퍼진다.

  내 입장에선 가슴이 크면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겠지만…………부끄러운 기분이 되니까 작은 채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간 뒤에, 진짜 사쿠라코가 이 몸에 돌아오게 된다고 생각하면, 역시 몸을 소중하게 여기는 편이 좋겠지.


  모모카씨는 캐미솔 앞에 멈춰 섰지만……, 나는 “가슴이 커진다! 위협의 브라”라고 크게 써 있는 구매광고 앞에 멈추고 말았다.

  펄럭펄럭, 반짝반짝거리는 다른 속옷과 달리 심플한 브라지만, 심플하기에 더욱 효과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걸로 할까……, 사요코씨. 제 사이즈에 맞는 거, 있어요?”

  “어머. 무리해서 크게 만들지 않아도, 사쿠라코씨는 가슴이 작아도 충분히 귀엽다고 생각해요?”

  “으……, 저도 작아도 상관 없긴 하지만……, 진짜 사쿠라코가 이 몸으로 돌아왔을 때, 작은 채면 가여우니까.”

  모모카씨나 쿠몬씨, 그뿐만이 아니라 반의 여자들에게까지 빈유빈유 연호 당하는 몸이다. 이대로는 가엽다.


  “진짜 사쿠라코?”

  사요코씨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래. 이것도 모르고 계시는 군요.”

  툭하고 중얼 거리고서, 속옷 중 하나를 잡았다.

  “사쿠라코씨의 사이즈에 맞는 건 이거네요. 세탁용으로 같은 걸 몇 개인가 더 사도록 할까요.”

  모르고 있다니, 뭘까?


  “에― 그런 속옷 귀엽지 않아―. 하지만 사쿠라코의 기분을 생각하면 반대도 할 수 없어―. 재미없어―.”

  모모카씨가 내 어깨 위에 고개를 올리고 부부하고 불만을 토한다.


  “아, 그래! 베이비돌 사지 않을래? 이쪽으로 와.”


  갑자기 손을 잡혀 가게 안으로 끌려간다.

  모모카씨는 즐비하게 의복이 놓여 있는 진열대 앞에서 발을 멈췄다.


  “베이비돌은 절대로 사쿠라코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해―”

  “꺄아아아! 이런 속옷이 있다니 몰랐어요. 귀여워요! 사쿠라코씨. 이거 사도록 하죠. 절대로 어울릴 거에요!”

  사요코씨가 바리톤 보이스로 가게 안을 울렸다. 충격파가 달려 천장 일각이 풀럭풀럭하고 내장이 벗겨져 떨어진다.


  저도 모르게 천장을 올려다 보는 내 어깨를, 커다란 손바닥이 독수리의 턱처럼 크레인처럼 잡아 올려, 거울 앞까지 당겼다. 돌연히 제트코스터의 최고속력 이상의 속도로 휘둘려서 뚜둑하고 목이 울리고 눈이 부시다.


  “봐요! 굉장히 어울려요. 사쿠라코씨!”

  “아앙, 정말. 사요코씨도 참.”

  모모카씨가 사요코씨를 손바닥으로 쳤다. 이 무슨, 가느다란 팔에서 나온 장난치는 듯한 장저였는데, 200킬로는 되는 듯한 커다란 몸이 기울었다.


  “본인의 허락도 없이 옷을 대선 안 되요. 사쿠라코가 속옷 차림이 되는 걸 상상하고 말았잖아요.”

  “꺅. 그렇지요. 저도 참. 못볼 꼴을 보이고 말았네요. 죄송합니다 사쿠라코씨.”

  사요코씨가 당황하며 뒤로 물러서고, 흑색 레이스로 꾸며진 핑크색의 베이비돌? 이 내 눈앞을 풀럭하고 지나간다.


  으응……?


  아! 그런가.

  고개가 꺾인데다가, 시야가 빙글빙글 돌고 있어서 이해가 늦었지만, 바로 모모카씨의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양복점에 들어가면 시착하기 전에 양복을 몸에 대고 거울에서 확인한다.

  그거는 “입으면 어떤 느낌이 될까?”라고 확인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나는 지금, 사요코씨의 손에 들린 흑색 레이스로 치장된 핑크색의 투명한 속옷 차림이 되면 어떤 느낌일지, 사요코씨와 모모카씨에게 확인되고 말았다는 거……!


  “와―와―와―, 부, 부끄러워……! 너무해요. 사요코씨!”


  “정말로 죄송해요. 하지만 굉장히 어울렸어요. 이거, 사쿠라코씨에게 선물해도 좋을까요?”

  “안돼요! 절대로 그런 거 입지 않을 테니까요!”


  애초에 베이비돌이 뭐야!? 캐미솔처럼 보이는데, 레이스가 달려서 펄럭거리고 투명하고, 앞이 쩍하니 벌어져 있고 단추도 없고, 이거 정말로 속옷? 입는 의미 없잖아!


  “에? 입지 않아? 나도 사쿠라코에게 선물하고 싶었는데…….”

  모모카씨의 손에는 흰색 레이스(하지만 투명)의 베이비돌이 있었다.

  두두두두렵게도 내게 입으라고 두두두두렵다.


  “스, 스스로 살 테니까 됐어. 그거, 모모카씨에게 어울리니까.”

  “에. 하지만 나, 이런 에로귀여운 속옷 사도 봐줄 사람 없고 말이야.”

  “나도 보여줄 사람 없어!”

  “내가 있잖아.”


  조금도 웃지 않는 진지한 얼굴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전율하고 만다.


  “무, 무슨 일이 있어도 보이고 싶지 않아요. 보이면 부끄러워서 심장발작으로 죽습니다.”

  “팬티 보여도 괜찮은데 이건 안 된다니. 사쿠라코의 기준을 알 수 없네.”


  모모카씨가 입술을 삐죽인다. 귀엽게 삐져도 싫은 건 싫으니까 안 됩니다.


  베이비돌을 들고 실망하는 두 사람을 어떻게든 뿌리치고, 가슴이 커지는 브라만을 사는 데 성공했습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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