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오지씨는 나와 같은 리본을 쓰고, 나와 같은 머리를 하고 등교하기 시작했다.


  “……사쿠라코, 이거, 봐.”

  가방 안에서 주머니를 꺼내 내 책상 위에 올린다. 나와 완전히 똑같은 주머니다.

  “……소지품도 전부 사쿠라코와 같은 것으로 했어. 필통도, 펜도, 손수건도.”

  슥하고 몸을 기울어 다가오기에 나도 모르게 뒤로 몸을 젖히고 만다.


  “……우리들, 절친이지?”

  “으, 응.”

  절친이라는 건, 몇 년이나 사귄 상대, 그야말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계속 사이가 좋은 친구를 뜻한다는 이미지가 있으니까, 이번달부터 알게 된 사람에게 쓰는 건 조금 위화감이 있다. 하지만 여자애란 방금 알게 된 상대라도 바로 절친이라고 하기도 하니까 말이야.

  나와 야쿠오지씨도 절친이겠지.


  오늘 1교시는 실습실에서 수업이다.

  교과서와 필통을 한 손에 들고 의자에서 일어난 내 손을, 야쿠오지씨가 꽉하고 잡았다.

  “……같이 가자.”

  “응.”


  “네네, 거기 지나가요~”


  야쿠오지씨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모모카씨가 나와 야쿠오지씨 사이를 억지로 지나가서 잡고 있던 손이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모모카씨에게 팔을 붙잡혀 실습실까지 달려가게 됐다.


  4교시 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시작됨과 동시에 또 야쿠오지씨가 내 손을 잡았다.


  “……이거, 줄게. 나와 같은 반지. 영원한 친구의 증거.”

  반지다. 야쿠오지씨는 자신의 왼손을 들어 보였다.

  약지에 간단한 은색 반지를 끼우고 있다. 같은 반지를 내 왼손 약지에 끼우려고 하는데.

  “액세서리 소지는 금지입니다. 게다가 보좌부 부장인 사쿠라코씨가 소지하다니 다른 학생에게 모범이 되지 않아요. 몰수합니다.”

  야마토군에게 몰수당하고 말았다.


  “……몰수당했다.”

  “모처럼 선물해줬는데 미안해. 수업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도록 야마토군에게 부탁해볼게.”

  “……이제 필요 없어. 남자의 더러운 손으로 만진 반지 따위 사쿠라코의 손가락에 어울리지 않는걸.”

  “그, 그런가?”

  야마토군 딱히 더럽지 않은데?


  “……그 대신――”

  야쿠오지씨가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있던 반지를 빼고 필통에서 커터칼을 꺼냈다. 따다닥하고 칼날을 꺼내고 반지가 있던 자리에 대더니――――쓱하고 얇은 상처를 냈다! 동그랗게 피가 뭉치더니 흐른다.


  히이이익!? 아, 아파! 보고 있기만 해도 아파아아! 무슨 짓을 하는 거야 야쿠오지씨!?


  “……사쿠라코의 손가락도, 같은 곳에 상처를 입혀. 쌍둥이의 증거…….”


  깜짝 놀란 고양이처럼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걸 알 수 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굳어버려서 도망치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만다.

  피가 묻은 커터칼이 눈앞에 다가오고 공포로 시야가 흐려진다. 그런 주제에 야쿠오지씨의 얼굴만은 선명하게 보여서 공포로 숨을 쉬는 것조차 잊는다.


  경직되어 움직일 수 없어진 나를 모모카씨가 당겨줬다.

  모모카씨는 말도 없이 내 몸이 떠오를 정도의 기세로 달려서.


  학생회 휴게실까지 데려와줬다.


  야마토군도 키리오군도 동시에 학생회실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딱하고 문이 닫힌다.

  그와 동시에 나는 외쳤다.


  “사이코씨였다아아아! 야쿠오지씨, 싸이코씨였어!! 어떻게 하지!”

  “““늦어!!!”””

  세 사람에게 동시에 꾸중을 들었다.

  “스스스스스로 몸에 상처를 입히다니 무서워서 무리야! 게다가 커터칼로 베다니 절대로 싫어어어!”

  머리를 감싸고 덜덜 떠는 내 옆에서 모모카씨가 키리오군의 어깨를 잡고 흔든다.

  “공기군, 부탁이니까 야쿠오지씨를 어떻게 해줘! 공기군의 팬들 중에도 저런 타입 있잖아? 나, 저런 거 질색이라고! 여자애니까 때릴스도 없고!!”

  “에!? 공기군이라는 거 나!? 너무해!”

  “너무해? 어디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으니까 공기로도 충분해. 아니, 공기는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하네. 너 따윈 연기야 연기! 적어도 고체로 진화하라고.”

  우아아아아아! 모모카씨 대체 무슨 짓을!


  모모카씨는 키리오군에게 폭언을 뱉을만큼 뱉고서 내 왼손을 잡았다.


  “사쿠라코의 손에 반지까지 끼우려고 하다니……! 아아, 허락 할 수만 있다면 저 여자의 팔을 어깨에서 잘라버리고 싶어.”

  모모카씨가 내 손바닥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말하는 게 굉장히 무섭네. 허락할 수 없으니까 말이야. 하면 안 되요.

  “그렇다 해도 사쿠라코의 손가락 말랑말랑해서 기분 좋네. 계속 만지작거리고 싶어. 공기군. 좋은 방법 생각났어?”

  “그 별명 그만둬. ……그렇네. 모모카도 사쿠라코와 같은 머리를 하면 어떨가? 모모카가 더 사이가 좋다고 알면 물러날지도.”


  과연. 그런 수법이.

  나에겐 생각도 할 수 없는 방법에 감탄하고 만다.

  모모카씨는 뺨을 붉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인다.


  “그, 그런……. 사쿠라코와 같은 머리라니. 부, 부끄러워.”

  “헤에. 모모카씨에게도 의외로 여성스러운 면이 있네요.”

  야마토군이 마음 깊이 놀랐다는 듯이 말한다.


  “후후후. 그래? 스님 머리가 되는 건 괜찮지만, 투 사이드 업이라니 너무 귀여워서 나에겐 무리야.”

  “앞의 말 취소합니다. 스님 머리는 괜찮냐고요. 무슨 기준이야.”

  “불상 퍼머도 모히칸도 괜찮지만, 사쿠라코 같은 귀여운 머리는 무리. 여심은 복잡한 거예요.”

  “여심이라고 안합니다요. 그거! 예능혼이잖아!”


  꺅꺅 다투고 있으니 소라군과 신 선배가 들어왔다.


  “오늘은 무슨 소란이야? 또 사쿠라코 때문?”

  신 선배가 옆을 지나며 내 머리를 퐁하고 쓰다듬는다.


  책상의자에 앉아 야쿠오지씨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또 성가신 아이가 얽혀들어왔구나.”

  “얽혀 들어온 게 아니야. 스스로 뛰어들었다고. 이 애는.”

  옆에 앉아 있던 모모카씨가 나를 향해 몸을 기울었다. 그 기세대로 콩하고 머리를 부딪치고 만다.


  “또인가.”

  “또야.”


  신 선배가 표정을 찡그리고, 그리고 말했다.


  “사쿠라코는 경계신이 부족하네. 착한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니까 제대로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윽. 야마토군과 같은 소리를 듣고 말았다.

  “내가 손을 쓰는 것도 좋지만……. 또 같은 짓을 반복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신 선배는 엄지와 검지로 턱을 쓰다듬고 한 번 고개를 끄덕인뒤 말을 이었다.

  “이번엔 가능한 한 스스로 대응해보도록 해. 안 되겠으면 오빠가 어떻게든 해줄테니까 말이야.”

  “네, 네…….”

  작아지는 기분으로 끄덕인다.

  “그러니까 그걸론 안 된다고! ‘내가’ 더 이상 무리야! 지금 당장 어떻게든 해줘. 신! 투 사이드 업이라니 무리고 어떻게 하면 좋은 거야!!”

  내 옆에서 모모카씨가 난동을 부리며 신 선배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댄다.


  미쳐 날뛰는 모모카씨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은 소라군이었다.

  “그럼 내가 사쿠라코와 같은 머리가 될게.”

  “에.” “에.” “에.”

  “묶어줘.”


  소라군이 머리를 날 향해 내민다.

  “으, 응.”

  내 리본을 풀고 둘로 잘라서 자신의 머리를 다시 묶은 다음 소라군의 머리를 투 사이드 업으로 만든다.


  “어울려?”


  소라군의 머리카락은 조금 긴 느낌이었다. 그렇다곤 해도 어깨에도 닿지 않는, 남자로서 위화감 없는 레벨의 머리카락이다.

  그 머리카락을 투 사이드 업으로 하니 묶은 머리가 뿅하고 튀어나온다.

  “으, 응.”

  너무 어울려서 위화감이 대단하네. 여자가 남자 교복을 입고 있는 것 같다.


  그릇이 큰 신 선배나, 아이돌이라는 일 특성상 여장도 인형옷도 괜찮을 키리오군은 반응이 없지만, 평범한 학생인 야마토군은 있는 대로 질린 표정이다. 하지만 소라군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다. 웃은 거 놀리는 건 싫어하는데 투 사이드 업은 괜찮은 건가. 스님 머리도 괜찮다고 하는 모모카씨도 그렇지만, 나는 이 남매의 감성을 이해할 수 없어요.


  “좋아. 소라. 오늘만은 용서할게. 사쿠라코와 쌍둥이 어필에 힘써달라고.”

  “응.”


  식사시간이 끝나고 소라군과 함께 교실로 돌아감과 동시에 야쿠오지씨와의 싸움이 시작됐다.


  “오늘부터 나와 사쿠라가 쌍둥이. 너는 타인이다.”

  “……사쿠라코를 만지지 마. 호모가 옮아.”

  “너야말로 사쿠라의 곁에 있지 마. 처녀귀신이 옮아.”


  소라군의 리본을 풀려고 야쿠오지씨가 손을 뻗는다. 소라군은 내 손을 잡고 움직여 야쿠오지씨를 물리쳤다.


  “초등학생 vs. 초등학생! 좋잖아. 바로 그 기세야 소라!”

  “싸움은 같은 레벨에서밖에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니까요…….”


  야마토군이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모모카씨가 주먹을 쥐며 지켜보는 와중, 소라군과 야쿠오지씨는 수수한 싸움을 벌이는 거였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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