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키리오군의 라이브 날이 마침내 찾아왔다!

  “좋아!”


  평소와 마찬가지로 머리를 투 사이드 업으로 만들고 나서 책상 위에 뒀던 작은 스탠드 미러 앞에서 한번 돈다.

  응. 제대로 묶여있다.


  “사요코씨. 다녀올게요.”

  거실에서 자수를 하고 있던 사요코씨에게 인사를 하자 사요코씨는 안 그래도 무서운 얼굴을 더더욱 무섭게 만들어 날 노려봤다.


  “사쿠라코씨. 그 모습으로 콘서트에 가는 건가요?”

  “으, 응. 이상한가?”

  퍼커와 하프팬츠와 가방. 평범한 복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안돼요. 자, 다시 한 번 갈아입죠.”


  사요코씨는 날 방으로 끌고 가서 옷을 벗겨버리고 만다.

  그러고 보니 사요코씨가 오고 나서 언제부턴가 반짝반짝 화려한 미니스커트나 탱크톱이 서랍장 안에 늘어났었던가.

  늘어났구나, 하고 생각은 했지만 어떤 옷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사요코씨는 이것도 아니야 저것도 아니야라며 서랍장에서 옷을 꺼내며 날 코디네이트 해줬다.

  수제 비즈 목걸이까지 달아줘서 아까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다.


  모모카씨와 만나기로 한 장소는 버스 정거장이다.

  약속 시간보다 몇 분 일찍 도착했는데 모모카씨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와아아, 모모카씨 멋있네! 예뻐!”


  모모카씨의 사복은 어른스럽고 멋있었다!

  처음 만났던 날, 나는 모모카씨를 선배라고 착각하고 말았다.

  모모카씨는 그런 착각을 화내지도 않고, 반대로 기뻐해준 만큼 사복도 연상으로 보이는 걸 좋아하는 거겠지.

  커다란 꽃무늬와 점으로 치장된 갈색 계통 스커트와 롱부츠가 무척 잘 어울린다.

  이런 멋진 사람과 걸을 수 있다니 뭔가 기쁘네. 모델하고 같이 걷는 느낌이다. 퍼커와 하프팬츠 같은 걸 입고 오지 않아서 다행이야. 사요코씨에게 감사해야지.


  “어머? 싫어라! 정말 사쿠라코 너무 칭찬하잖아.!!”

  퍼억하고 등을 맞아서 개그 만화처럼 있는 대로 바닥에 박힌다.

  “하지만 기쁘네. 고마워. 사쿠라코의 옷도 귀여워! 시폰 미니스커트라니 사쿠라코의 이미지에 딱이야.”

  박힌 곳에서 파닥파닥하며 올라와 나뭇잎을 몸에서 털어낸다.


  “이거, 스커트가 아니야.”

  내가 입고 있는 것은 척 보면 3단 프릴? 로 보이는 미니스커트다.

  하지만 이거, 안은 바지인 것이다!


  펄럭하고 스커트를 들춰 안을 보여주자, 있는 힘껏 모모카씨에게 촙을 먹었다.


  “아파……, 어째서…….”

  “이런 곳에서 보이는 게 아니야! 정말. 변하질 않는다니까.”

  “바지인데도 안되는 건가요?”

  “안되는 게 당연하잖아! 초등학교 2학년에서 1학년으로 강등이야.”

  뭐, 뭘? 지금도 옛날도 나는 엄연한 고등학생 1학년인데요.


  공연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거대한 탑의 간판에는 키리오군의 모습이 있어서, 정말 아이돌이구나하고 감동하고 만다.


  “우와, 상점. 사람들이 엄청 많네.”

  “귀찮으니까 빨리 자리로 가자.”

  굿즈는 회장 밖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사고 있는 건 라이브 티켓을 산 사람만이 아닌 듯 긴 뱀처럼 행열이 이어지고 있다. 저기에 줄섰다간 절대로 공연에 늦을 거야.

  키리오군의 굿즈 사고 싶었는데 아쉽다. 모모카씨에게도 선물할 생각이었는데.


  받은 티켓을 보면서 자리를 찾는다. 우리들 자리는 스테이지 앞의 앞에서 3번째 열이라는 굉장히 좋은 좌석이었다!

  “모모카씨 굉장해 이렇게 가까운 자리!”

  “그렇네요.”

  “여기서라면 목소리를 높이면 키리오군에게 닿을지도! 다행이네 모모카씨!”

  “그렇네요.”

  “아, 이제 슬슬 시작할 시간이야!”

  “그렇네요.”


  스테이지가 바로 앞에 있어 텐션이 만빵이 된 바로 그 때, 객석 조명이 꺼지고 스테이지에 빛이 작열하며 화려한 음악이 공연장을 흔드는 거였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라이브는 예상 이상의 박력입니다!!

  노래도 댄스도 멋있어서, 근처에 있는 여자애들처럼 소리 높여 날뛰고 만다.


  조용한 음악,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이 세계에 방금 왔을 뿐인 나조차 들은 기억이 있는 박자 좋은 노래 (이거, 키리오군 그룹의 노래였구나!) 노래뿐만이 아니라 멤버들의 농담 섞인 대화가 있든가 하는 흥분의 도가니 와중.


  또 조명이 꺼지고 공연장 안이 암흑에 싸인다.

  잠시 시간이 있은 뒤, 스테이지를 스팟라이트가 비춘다.


  화려한 무대장치가 사라지고, 넓은 느낌의 스테이지 한 가운데에 있는 건――――.


  키리오군, 단 한 사람이었다.


  키리오군의 솔로!?


  화려한 연출도 연주도 없이 조용한 피아노 반주가 공연장에 흐른다.


  ――아, 이거――.


  옥상에서 들은 러브송이다.


  상냥한 키리오군의 목소리가 애절해서, 그만큼 소란이던 관객들이 물을 맞은 것처럼 조용해진다.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지켜볼 뿐인 짝사랑의 사랑노래.

  눈물을 흘리는 애까지 있었다.


  ………….


  곡이 끝남과 동시에 멍하니 그 자리에 서있고 말았다.

  노래의 여운 때문에 손끝하나 움직일 수 없다. 노래는 이미 끝났는데 아직 노래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자리에 못박힌 듯한 주박에서 풀려나와 헉하고 제정신을 찾아 나는 모모카씨를 되돌아봤다.


  “굉장하네. 키리오군……. 그치, 모모카씨.”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잊을 정도로 보는 바람에 그런건지 눈에 뜬 눈물을 닦아내며 모모카씨를 돌아보니――.


  “쿨―”


  모모카씨는 뒤로 등지고 고개를 젖힌 채 폭면하고 있었다!!


  히로이이이이이이인!!!!


  “이, 일어나 모모카씨! 키리오군 힘내서 불렀는데 그거 너무하잖아! 모처럼의 라이브라고! 제대로 응원하자!”

  “아……미안 사쿠라코……자장가 같아서 나도 모르게……끝나면 깨워줘.”

  “그러니까 자면 안된다고! 일어나!”

  나는 그야말로 설산에서 조난한 사람을 깨우는 것마냥 모모카씨를 깨우려고 했지만……. 모모카씨는 마지막까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미안해. 사쿠라코. 화내지 마.”

  모모카씨가 눈을 뜬 것은 앵콜까지 끝나고 난 뒤였다.

  “화낼거야! 키리오군 힘냈는데 자버리다니…….”

  귀엽게 고개를 기울여도 내 화는 풀리지 않아!

  “폭면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노래였다는 거야.”

  “그런 걸 변명이라고 하는 겁니까!”


  콘서트 공연장 통로는 아직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텐션 높게 친구들과 소란을 피우거나, 꿈을 꾸는 듯한 여자애들 뿐이라고 하는데. 히로인이라는 사람의 이 덤덤함은 대체 뭐라는 걸까.

  나조차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서 평소보다 조금 목소리가 높은데.


  휴대폰이 울리고 당황하여 가방에서 꺼낸다. 키리오군에게서 온 전화였다.

  “모모카씨, 키리오군에게서 온 전화야.”

  내가 전화를 받자 상대방을 확인도 하지 않고 텐션 높게 말을 하고 말았다.


  “굉장히 좋았어! 신곡도 정말 좋은 노래였네. 절대로 CD 살테니까.”

  “사쿠라코?”


  ……어라??


  키리오군의 목소리가 아닌데? 성인 남성의 목소리다.


  “사쿠라코인데요……???”


  “처음뵙겠습니다. 리더인 타카다입니다. 키리오가 언제나 신세지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이다! 아까 전까지 목소리 듣고 있었는데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내가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라고 믿고 싶다. 전화 너머로 듣는 사람 목소리는 인상이 다르다. 응.


  “이쪽이야말로. 언제나 키리오군에게 잘해주셔서.”

  어떻게 답하면 좋을지 몰라서 예전 엄마가 했던 대사를 그대로 배끼고 만다.


  “괜찮으면 대기실까지 놀러오지 않을래?”

  에!

  개인적으론 어떻게 되어 있나 보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모모카씨가 있으니까 말이야…….

  아직 모모카씨가 키리오군에게 너무 흥미가 없다.

  지금 상태로 놀러갔다간 말도 안 되는 발언이 날아갈 것 같다. 멤버 사람들 앞에서 ‘재미 없었다’라든가, ‘자고 있었다’라든가 말하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든가.


  “초청 감사합니다. 하지만 묘하게 소란을 피워서 일을 방해하면 안 되니까 사양하겠습니다. 키리오군에게 잘 전해주세요.”

  “그래? 헤에?”


  통화를 끊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는다.


  “아이돌군에게서 뭐래?”

  “키리오군이 아니었어. 리더 하는 사람이야. 대기실까지 놀러 오라고 권했지만, 거절했으니까.”


  “에? 대기실에 가고 싶었는데.”

  “저――――정말로!? 그럼 잠깐만 기다려.”

  재차 물어볼 테니까!

  설마 모모카씨가 흥미가 있었다니 생각도 못했다!

  아까 전의 ‘폭면할 수 있을 정도의 좋은 노래였다.’라는 건 변명이 아니라 진심이었구나. 의심해서 미안!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는 내게 모모카씨가 씨익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돈을 의미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럴게, 녀석들에게 싸인 받으면 이걸 벌 수 있는 걸.”


  “이 못된 히로인! 못된 히로인! 못된 히로인!”

  “꺅!”

  꺅꺅 웃으며 도망치는 모모카씨의 등을 파닥파닥 때리면서 쫓아간다.

  “그런 건 말이야. 악역인 나의 대사라고! 모모카씨가 말해선 안돼!”

  “악역이라니 뭐가? 히로인이라니 그게 뭐야?”

  “하지만, 굉장히 좋은 대사일지도……. 좋아. 학교에서 만나면 써보자!”


  다음주 점심시간에라도 키리오군에게 말해보자.

  모두 앞에서 실패하지 않도록 제대로 연습해둬야지. 후후후후. 나는 돈에 환장한 여자. 역할렘군들을 싸잡아서 물러나게 해주겠어!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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