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실에는 졸업한 선배가 두고 간 드라이어가 있다.

  젖은 스커트와 머리카락에 써서, 거의 말랐을 때 쯤에 야마토군이 들어왔다.


  “슬리퍼 빌려왔어요. 양말도 젖었죠?”

  “와, 고마워.”


  신발장 앞은 비 때문에 굉장히 혼잡해서, 사람들에게 치이며 신발을 갈아 신는 것이 겨우 였다.

  양말이 젖어서 벗고 싶었는데 그럴 때마다 행동조차 취하지 못하고 젖은 양말을 신은 채로 실내화로 갈아 신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축축한 소리가 날 정도로 실내화까지 젖고 말았다.


  의자에 앉아 실내화와 양말을 벗는다.


  “우와, 발, 작아.”


  맨발을 보고 야마토군이 놀란다.


  “여자는 대단하네요…….”


  뭐가 대단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음 깊이 감탄했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덧붙여 나는 250이야.”

  모모카씨가 자랑스럽단 포즈로 말한다.


  “나하고 거의 비슷하잖습니까. 뭐……당신은 여자라든가 남자라든가 째째한 구분에 들어가지 않는 인간이니까요. 굳이 말하자면 고릴라라든가 고질라라든가.”

  “배짱 좋네. 내숭쟁이 양아치군. ‘이오리 야마토는 대량파괴병기’라고 외치면서 복도를 누벼줄까?”

  “죄송합니다. 말이 헛나간 걸 용서해주세요――――라니, 어이, 사쿠라코씨.”


  살짝 학생회실을 빠져나가려는데 야마토군에게 들키고 만다.

  ‘이 뒤는 젊은 두 사람에게 맡기도록 하죠.’라고 중매를 선 아줌마 기분으로 자리를 떠나려는 데 벌써 들키다니.


  사요코씨가 나와 야마토군의 대화를 듣고 기뻐하며 상을 때려 쪼갠 기분을 잘 알았어.

  야마토군과 모모카씨가 사이 좋게 대화하는 걸 듣고 이쪽까지 간지러운 듯한 부끄러운 듯한 기쁜 기분이 되고 만다.


  싱글벙글한 미소를 띤 채 뒤돌아 본다.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

  한 손을 휙휙 휘두른다. 접지 않은 소매가 팔의 움직임을 따라 휙휙 움직인다.


  “위험해. 귀여워.”

  “귀엽네. 가능하면 학교가 아니라 내 방에서 저 모습으로 있어줬으면 할 정도로.”


  귀여운가.

  흠. 귀엽게 보이는 건 별로 좋지 않네.

  일단은 제대로 소매를 접고…….


  나머진 한시라도 빨리 셔츠가 마르길 비는 수밖에.


――――


  “에, 그럼. 이 문제를……. 그렇지. 레이센인씨. 부탁할게.”

  수학시간.

  안경을 쓴 여선생의 부름에 나는 “네”하고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 자신은 없지만, 아마도 괜찮겠지……?

  칠판 앞에 서서 분필을 손에 쥔다.


  윽.


  문제가 적혀 있는 곳은 칠판의 가장 높은 곳이었다.


  팔을 있는 힘껏 뻗어서 등을 핀 상태로 겨우 수식을 쓰기 시작한다.


  5……4……6……,


  우으, 팔이 덜덜 떨린다. 장딴지에 쥐가 걸릴 것 같다. 균형을 잃고 슬리퍼가 맨발에 스치며 삐빅,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났다.


  “레이센인씨, 옷, 어떻게 된 거야?”

  “비, 비에, 젖어서, 이오리군이, 빌려줘서.”

  “셔츠가 스커트까지 가리고 있네.”


  알고 있어요.


  다시 한계까지 발돋음을 해서 쓰기 시작한다. a2……√. 15+…….


  “선생님. 다음은 제가 풀겠습니다.”

  에. 야마토군의 목소리가 들리고, 저도 모르게 뒤돌아보고 만다.

  “그렇네. 이오리군에게 이 뒤를 부탁할게. 학생에게 이상한 플레이를 시키고 있는 기분이야.”


  플레이?


  “괜한 짓 하지 말라고 이오리” “여학생의 이런 모습 볼 기회 좀처럼 없으니까.”

  남학생에게서도 여학생에게서도 야유가 날아오며 야마토군의 등에 지우개가 날아온다.

  야유 와중에 자신 없었던 문제에서 해방되어 야마토군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며 자리에 돌아왔다.


  3교시가 끝나고.


  슬슬 마르지 않았나 싶어서 학생회실로 말려둔 옷을 확인하려 갔지만, 아직 옷은 젖은 채였다.


  “어이, 레이센인 사쿠라코.”

  여자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학생회실 입구에 키가 큰 여성이 있다.


  검은 정장을 입고, 발끝까지 닿을 것 같은 긴 은발을 한 멋진 여성――――서서서서, 설마.


  “시, 신님……??!!”


  “그렇다. 오랜만이구먼.”

  여성은 붉은 립스틱을 바른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요염하게 웃었다.

  어째서 어른 모습으로――아니, 신님이니까 연령을 올리는 것 정돈 간단한 걸까.


  “대단해……! 그렇게 쥐꼬리만한 꼬맹이었는데, 어른이 되면 멋있는 여성이 되는 거네! 예쁘게 성장해서 다행이야!”


  휙, 퍽!

  있는 힘껏 손칼로 맞아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고 만다.


  “아파…….”

  “누가 쥐꼬리만한 꼬맹이냐! 신에게 대하여 변함없이 무례한 녀석이구먼!”

  “칭찬한 건데…….”

  “칭찬이 아니야!!”


  휘청휘청 일어나서 말한다.


  “어째서 여기에? 신님, 이 세계를 버린 게 아니었어?”

  “흠. 뭐, 까고 말해 8할 정도는 내버리고 있었지만……, 최근 다른 세계가 순조로워서 말이야. 심심풀이로 찾아온 게야.”


  시, 심심풀이……!?


  “너 같은 꽝을 뽑지 않기 위해서, 환생자를 선별하는 획기적인 수단을 생각한 게다. 이 방법대로 하고 난 뒤로, 내 수고가 6할이나 감소한 게지. 굉장하지 않나?”


  신님은 엣헴인게지, 하고 커다란 가슴을 피면서 말했다.


  “그 방법은, 다시 말해!! 만화를 읽은 적이 있는 사람을 환생시킨다!! 굉장한 명안이지!!”

  “오히려 가장 처음부터 취했어야 할 조건이지. 그거.”


  좀 더 말하자면 캐릭터나 스토리에 애착이 있는 팬이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신님은 “변함없이 애교가 없는 녀석이구먼.”하고 투덜투덜 말하면서 한 손을 올렸다.

  신님의 손바닥이 빛난다.

  팟하는 소리가 들리고 학생회실 전체를 비출 정도로 강력한 빛이 뿜어졌다.

  반사적으로 감은 눈동자를 열자, 신님의 손에 본 적 없는 지팡이가 있었다.


  조잡한 동작으로 신님이 지팡이를 휘두른다. 그러자 세계가 갑자기 세피아 색으로 물들었다.


  “뭐, 뭐야. 이거……!”

  “시간을 멈춘 게다. 너와 느긋하게 대화하고 싶으니 말이야.”


  신님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의자를 당겨 앉는다. 나도 거기에 따라 의자에 앉는다.


  “스토리가 완전히 바뀌었는데, 잘 하고 있는 것 같구먼. 이 세계는 의외일 정도로 안정되어 있어.”

  “그럼 좋겠지만……, 모모카씨가 전혀 아무와도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고……. 게다가 이상해. 모모카씨는 소녀만화 히로인이지? 그런데 엔카가 좋다든가, 신체능력이 굉장하든가, 키리오군의 라이브에서 잔다든가, 행동이 이상하다고. 이거, 나 때문일까?”


  신님이 손을 휘두르며 웃는다.


  “아니야. 아니야. 전에도 말했지? ‘피치매직’은 연재중단 만화라고.”


  퐁하고 소리가 나고 신님 손 안에 나도 알고 있는 소녀만화 잡지가 나타난다.


  “독자 앙케이트에서도 굉장한 혹평이지. ‘그림은 귀여운데 히로인 내용물이 아저씨.’ ‘히로인이 중년 아저씨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남자보다 더 강해서 꺼림칙하다.’ ‘언동이 귀엽지 않다.’ ‘역할렘 남자들이 지킬 필요가 없다.’ ‘사쿠라코 따위 주먹 한 방에 물리칠 수 있을 것 같다.’ ‘제니게바.’”


  또 퐁하는 소리와 함께 잡지가 사라졌다.


  “뭐, 주인공이 너무 개성적이라 독자층인 여자들에게 미움을 받아……, 말하자면 연재중단 될만 하여 연재중단 된 모에하지 않은 히로인인 게지.”


  그랬던 건가…….

  “어떻게 하면 모모카씨가 역할렘군들과 사랑하도록 할 수 있을까?”

  “몰라.”

  모, 모르다니……!


  “그건 하츠키 모모카와 접촉하고 있는 네가 더 잘 알겠지. 건투하게.”

  그런 적당한.


  “그럼 ‘피치매직’의 최종회는 어땠는데?”

  내가 묻자, 처음으로, 신님은 으음하고 말을 흐렸다.


  “해피엔딩은 아닐세.”

  연재중단 되었다면, 해피엔딩은 힘들겠지. 우리들의 싸움은 이제부터다! 같은 느낌이 될 것 같고.


  “조심해서 들어라.”

  “응.”

  무척이나 심한 전개였던 걸까?


  신님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악역, 레이센인 사쿠라코가 아버지에게 목 졸려 죽는다. 그걸로 문제 해결되어 잘됐네, 잘됐어. 라네.”


  우엑!?


  “주, 죽는 거야!!? 거짓말!?”

  “사쿠라코는 아버지의 지갑에서 때때로 돈을 훔치고 있었다. 그 현장을 마침내 들키고 말아, 알코올에 취해 판단력도 이성도 없던 아버지에게 목을 졸려 살해당한 거지. 그걸로, 끝.”


  그, 그런!!


  “뭐, 지금은 아버지는 시설에 들어가 있으니 이 결말은 있을 수 없어. 안심하게. 가장 먼저 이변을 눈치 채고 대처해 준 칸자키 신에게 감사해 둬.”

  “감사합니다……신 선배……! 그보다 너무해! 그런 결말이라면 좀 더 일찍 알려줬으면 했어!!”


  “그렇게 화내지 말게. 지금은 확실하게 미래가 변했으니까 말이야……. 사쿠라코는 모모카를 괴롭히는 악역이긴 했지만, 가정환경에는 동정할 수 있는 점도 있었다. 그렇기에 사망으로 끝낸 것이, 작가에게 있어서 한이 되었던 걸지도 모르겠군.”


  그럴지도 모르겠네.

  작가가 나를 내버려두고 있는 것도, 사쿠라코라는 캐릭터에게 애착이 있기 때문일지도.


  “그럼, 어디. 슬슬 시간을 원래대로 돌릴까. 나는 1주일 정도 이 세계에 있을 생각일세. 무슨 일이 있으면 오게.”

  “오라니, 어디에.”


  신님은 힐을 딱하고 울리며 섰다.


  “양호실이야! 한 번 해보고 싶었던 걸세. 양호실의 미인 선생. 부상을 입은 에자키 나츠코를 대신하여 한 주 동안의 대역인 게지! 섹시 선생을 보고자 남학생들이 모이고 모여서.”


  “아, 신님, 마법으로 내 교복 말릴 수 없어?”


  “그러니까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지 말게. 신은 건조기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싫네.”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