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종이 울리고 소라군이 “사쿠라의 진짜 쌍둥이는 나다.”라고 말을 남기고 교실을 나간다.


  야쿠오지씨는 샤프펜을 자신의 책상에 꽂아 까득까득 기스를 내면서 “저딴 호모 죽어죽어죽어죽어”하고 주문을 외웠다.

  모모카씨가 “좋았어! 잘했어 소라.”하고 주먹을 쥐고 소라군을 칭찬했다.

  나중에 소라군에게 감사하단 말을 하고, 야쿠오지씨에겐 친구에게 죽어란 말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전해야지.


  어라?


  키리오군이 없는데?

  조퇴했나? 하지만 가방은 있는데……?


  서, 설마! 모모카씨에게서 공기군이라는 말을 들은 충격으로 옥상에서 몸을 던지려는 건 아니겠지!?

  키리오군은 모모카씨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 모모카씨에게 공기라고 듣는 건 얼마나 큰 충격일까. 첫사랑조차 아직인 나에겐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나는 “키리오군 찾아올게.”라고 말하고 교실에서 뛰쳐나왔다.


  향하는 곳은 옥상이다!


  신님, 모쪼록 키리오군이 자살 같은 거 하지 않도록! 이라니 신님이란 거 그거였다아아아! 괜찮을까. 괜찮겠지!? 키리오군 서두르면 안돼!!


  계단을 뛰어올라 옥상에 도착하고 키리오군의 모습을 찾는다.

  어, 없어……!

  설마 벌써 뛰어내린 뒤인 건……!!?


  옥상은 장해물이 달린 높은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어서 나 같은 건 도중까지 오르는 것도 겨우다.

  하지만 키리오군은 노래하며 춤추는 아이돌이니까 단련되어 있는 만큼 평범한 남자보다 체력도 신체능력도 높다. 전에 있던 세계에서 친구, 료가 그랬다. 댄스를 하는 사람은 유연하면서도 힘이 있으니까 점프력이 장난 아니라고. 이 정도 간단하게 올라갈 수 있겠지.

  어쩌면 이미 떨어진 뒤 일지도 모른다.

  밑에 쓰러져 있는 게 아닐까.

  심장이 두근하고 뛰어 오른다. 무릎에서 아래가 급속하게 차가워졌다.

  울타리에 뺨을 붙이면서 운동장을 내려 본다. 아래는 벽돌로 만든 통로다. 나무 그림자로 지면이 보이지 않는 장소도 있어서, 이쪽저쪽 돌아다니며 아래를 확인해본다.


  옥상 주변을 살피며 돌아다니고 있자 펜트하우스의 그림자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래소리――키리오군의 목소리다!


  ――――사, 살아있었다아아. 다행이야아아아아!


  안심에 휘청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다행이야. 무서웠어!!

  떨어졌으면 어쩌나하고 생각했어! 사람이 죽는 건 절대로 싫어…….


  또다시 마지막으로 본 아빠와 엄마의 모습을 생각하고 말아서 몸에서 힘이 빠져 옥상 바닥에 엎어진다.


  튀어나갈 듯 두근두근 뛰는 심장이 시끄럽다.


  머릿속에 망해가 된 양친의 모습이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그런 건 싫다.

  웃고 있던 때의, 건강했던 때의 아빠와 엄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머리가 공회전하여 제대로 돌지 않는다.


  몸을 웅크리는 내 귀에 키리오군의 노래소리가 들어왔다.


  ――――.


  역시 예쁜 목소리다. 나는 목소리가 작은 것도 아닌데 “뭐라고?”라며 다시 질문 받기도 한다. 하지만 키리오군의 목소리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 큰 목소리가 아닌데도 사람의 관심을 끈다.


  이것이 가수의 목소리란 거겠지.


  노래의 내용은 사랑 이야기였다.

  눈이 마주친 것만으로 첫눈에 반해서,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두근두근 거려서, 말을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죽어버릴 것 같다.

  그런 달콤하고 애절한 사랑의 노래.


  우와.

  우와, 좋네……!

  사랑이란 건 좋은 거구나……!

  아빠와 엄마도 이런 사랑을 했었던 걸까?

  둘이서 나란히 부엌에 선 모습을 떠올리고 조금 웃고 말았다.


  언제부턴가 머릿속에 행복했던 때가 돌아왔다.


  몸에도 힘이 들어오게 되어 어떻게든 일어선다.


  이미 노래는 끝나고 말았지만 나는 작게 박수를 쳤다.

  “……사쿠라코? 수업은? 어째서 여기에.”

  “키리오군은 역시 가수네! 이런 장소인데도 굉장한 박력이었어! 게다가 굉장히 좋은 가사야. 태어나서 처음으로 노래로 감동했어!”

  펜트하우스에 기대어 앉은 키리오군 옆에 나도 엉덩이를 내린다.


  내리고 나서 생각난 거지만, 내가 혹시 엄청 방해를 한 건 아닐까.

  키리오군이 여기에 있는 건 아마도 모모카씨에게 폭언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곁에 여자애가 있으면 진정하고 싶어도 진정할 수 없지 않을까. 이상하게 신경 쓰게 된다고.

  나도 굉장히 침울했을 때 옆에 모모카씨가 있으면 역시 맘 편하게 침울하고 있을 수 없고.

  남자는 침울해졌을 때조차 여자애 앞에선 멋있어 보이려는 생물인 거다.


  “미, 미안. 방해해서.”

  “방해가 아닌데?”

  일어나려는 순간 팔을 잡혀서 나는 그 자리에 새삼 앉았다.


  “지금 곡, 라이브에서 발표할 신곡이야.”

  키리오군이 쑥스럽다는 듯이 말한다.

  “신곡!? 그런가. 발표되기 전에 듣게 되다니 기쁘네. 훔쳐 들은 보람이 있어.”

  “내 솔로 라이브는 비싸다고.”

  “우정가격으로 주스 하나에 봐주세요. 캔이 아니라 패트로도 상관 없으니까.”

  “사쿠라코니까 말이야. 부치 할인으로 무료로 해주지.”

  “그럼 부치에게 감사해야겠네.”

  씩하고 웃으니 키리오군도 웃었다.


  “사쿠라코는 노래, 좋아해?”

  키리오군이 울타리 너머의 거리풍경을 보면서 질문한다.

  “엄청 좋아해! 노래방 점수는 60점밖에 나오지 않지만 말이야. 평가 코멘트에선 ‘힘차게 부르면 뭐든지 좋다.’였다고. 노래방 기계까지 평가가 방치 수준이지만.”

  아쉬운 듯이 말하자 키리오군이 소리를 내어 웃었다.


  다행이다. 공기라고 불린 것 때문에 침울하진 않은 것 같다.


  이건, 그건가.


  키리오군은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으니까 모모카씨처럼 차갑게 대하는 여자에게 두근거리는 전개다!

  소녀만화의 남주인공이니까 말이야. 싸움을 걸어오는 여주인공에게 ‘이 녀석은 평범한 여자들하고 다르다! 재밌어. 내 여자로 만들어 주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사쿠라코가 와줘서 다행이야. 모모카에게 공기라고 불려서 조금 기가 죽었었으니까.”

  아, 무리였다.

  너희들, 만화 등장인물인 주제에 어째서 그런 부분은 인간적인 걸까?

  좀 더 자신에게 자신감을 가지고 난동 부려도 좋다고. 그러니까 피치매직이 연재중단된 거야.


  “처음 만났던 날, 사쿠라코, 나에게 고백했었지? 하지만 내가 OK하니까 바로 거절하고. 명백하게 상태가 이상했어.”


  윽.

  싫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넘어가서 몸이 굳고 만다.

  그 당시엔 정말……면목 없습니다.

  “어쩌면 모모카가 명령한 건 아닌가 생각했지만…….”

  “설마! 모모카씨가 그런 명령을 할 리가 없어!”

  “응. 그렇지. 모모카는 나한테 전혀 흥미가 없는 것 같고. 나와 티콜초코, 어느 쪽이든 원하는 걸 선물하겠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티콜초코를 선택할 것 같은걸.”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렇지 않아! 모모카씨는 조금 입이 험할 뿐이고, 친구를 생각하는 좋은 아이라고. 키리오군에 대한 것도 쑥쓰러워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고, 실제론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어. 초콜렛을 선택하다니. 그런.”

  “그럴까? 모모카는 나와 티콜초코가 동시에 강에 떨어질 것 같으면 망설임 없이 티콜초코를 구하리라 생각하지만…….”

  “괜찮아. 망설임 없이 키리오군에게 손을 뻗을 테니까!”

  “‘타카나시군은 강에 떨어져도 스스로 올라올 수 있지만, 초콜렛은 젖으면 먹을 수 없게 되잖아.’라고 말할 것 같은데…….”


  ………….

  굉장히 그럴 것 같다…….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숙이고 만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날 사쿠라코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를 알 수 없어서.”


  그러니까. 하고, 키리오군은 말을 꺼냈다.


  “전부 원점으로 돌아가서, 내가 고백해도 될까?”


  ――또, 이 이벤트인가.

  너희들은 이제 그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되어주지 않을까?

  일일이 레이센인 사쿠라코에게 한 눈 팔지 말고, 빨리 모모카씨를 봐주세요.


  “안됩니다. 전부, 없었던 일로 해주세요.”


  그리고 나의 양친처럼 행복한 생활을 보내길 원한다.


  망설임 없이 거절하자 키리오군의 몸이 천천히 기울어간다.


  “예상은 했었는데……. 지금 말하는 게 아니었어……. 사쿠라코가 먼저 고백한 주제에 너무하잖아…….”


  정말 그래. 마음 깊이 최악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있어도 마음이 상한 키리오군에게 추가타를 날려서 어쩌자는 건지.

  이 세계에 오고 나서 말하는 일 하는 일 전부 반대 효과만 내고 있다.

  이럴 거라면 옥상 따위 오지 않는 편이 좋았다.


  내 허벅지 위에 키리오군의 머리가 올라 부드러운 금색 머리가 퍼진다.


  신 선배가 내가 했듯이 퐁하고 머리를 쓰다듬을까 생각했지만 그만뒀다.


  빨리, 빨리 이 이야기를 끝내주세요.

  절실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키리오군은 바로 일어나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고 내 어깨를 꽉하고 붙잡는다.


  “나, 포기하지 않을테니까! 이번 라이브에서도 힘내서 멋진 모습 보여주겠어!”


  좋아. 하고 주먹을 쥐며 기합을 넣고 있다. 의외로 긍정적이다……. 하긴 연예인이니까. 긍정적이지 않으면 해먹을 수 없을까.

  그런 자세로 모모카씨의 마음을 사로잡아주세요. 키리오군! 나도 모모카씨가 키리오군을 좋아하게 되도록 힘낼 테니까.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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