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박자가 좋은 노래를 부르면서, 얼핏 기억나는 댄스를 춘다.

  딱하고 마지막 포즈를 취하고 앉은뱅이 책상 위에서 꽃꽂이를 하고 있던 사요코씨에게 몸을 내밀었다.


  “――이런 느낌으로, 굉장히 멋있다구요. 키리오군! 나도 저런 커다란 무대 위에서 춤추거나 노래하거나 했으면……!”

  사요코씨는 고개를 숙이고 배를 잡고 작게 떨고 있었다.

  “왜 그래요? 어딘가 몸이라도……!?”

  “아뇨……. 괜찮아요. 단지 사쿠라코씨의 노래와 댄스가 너무나도 개성적이라……후후후후후후.”

  포, 폭소하고 있다. 음치라는 자각은 있지만,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을 텐데……!


  ―♪

  아, 전화다.

  키리오군에게서 온 전화였다.

  이번에야말로 본인일까? 통화 버튼을 누르는 것보다도 한 순간 빠르게 전화가 끊기고 만다.

  어라?

  되걸어 봐도 받지 않는다.


  뭘까?


  뭐 됐나. 문자나 보내두자.


  ‘라이브 티켓 고마워! 키리오군 엄청 멋있었어! 신곡 CD 절대로 살 테니까! 모모카씨도 감동했었어!’


  거기까지 치고 나서, 안 된다. 하고 자신의 문자를 지운다.

  멋있는 모습 보여주겠다고 한 사람에게 멋있다고 보내면, 뭔가, 기대하게 만들 것 같아서 안 되겠지.

  뒤에 적은 모모카씨도 감동했다고 하는 것도 아무리 그래도 안 된다. 모모카씨 거의 자고 있었으니까 바로 거짓말인 거 들통날 거다.


  ‘라이브 티켓 고마워! 신곡 CD 절대로 살 테니까! 리더라는 사람에게서 온 전화를 키리오군이라고 착각했어. 죄송하다고 전해주지 않을래?’


  좋아. 그럼.


  “아, 그래. 연습도 해둬야지…….”

  “연습?”

  “네! 악역다운 대사를 모모카씨에게 배워서, 월요일에 모두들 앞에서 말하려고 생각해요. 봐주세요.”


  일어나서, 한 손을 돈 표시로 하고, 나쁘게 보이도록 찌릿하고 눈꼬리를 올린다.

  “역시 대기실에 가는 게 좋았네. 그것도 그럴 것이, 사인을 받으면 이걸 벌 수 있는 걸. 오호호호호!”

  “0점!!!!”


  의견을 구하기 전에 0점을 받아버렸다……!

  “0, 0점!?”

  “완전 빵점이에요. 과정도 없고 이건 안 되겠네요. 어째서 갑자기 연극조가 되는 건가요? 좀 더 자연스럽게 행동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보여요.”

  확실히……!!

  다시 생각해보자!

  “역시 대기실에 가는 게 좋았네. 그게, 사인을 받으면 이걸 벌 수 있는 걸. 그헤헤헤헤.”

  “웃음소리는 그만둘까요.”


  “역시 대기실에 가는 게 좋았네. 그게, 사인을 받으면 이걸 벌 수 있는 걸!”

  “돈 제스쳐를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세요. 그러는 편이 임팩트가 있어요.”

  “역시 대기실에 가는 편이 좋았어! 그게, 사인을 받으면 이걸 벌 수 있는 걸!”


  “완벽해요! 80점!”


  “80점인데 완벽한 건가요……?”

  “사쿠라코씨는 100점을 노리는 것보다 평균점을 노리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좀 더 연습하고 나서 자도록 하자.


  ――――


  “사쿠라코씨. 오늘은 비가 크게 온다고 하니까 우산을 잊지 않도록 해요.”


  월요일 아침, 집을 나서는 내게 사요코씨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무심코, 돈 발언에 정신이 팔리고만 나는, 확실하게 우산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집을 나설 땐 어렴풋하게 흐린 정도였는데, 역이 보일 때 쯤에는 빌딩 위에 서면 손이 닿을 것 같을 정도로 두텁고 검은 구름이 거리를 덮고 있었다.


  뚝.


  목덜미에서 등줄기에 차가운 물방울이 흘러서, 히약, 하고 이상한 소리가 나올 뻔했다.

  내 머리카락 긴데, 전혀 막지 못할 정도로 굵은 빗방울이다!


  쫘아아아아악!


  후둑후둑하는 정도가 아닌 호우가 단번에 하늘에서 떨어진다.

  우와, 큰일이다. 빨리 역으로 들어가야!


  이 시기의 사쿠라오카 고등학교 교복은 춘추복이다.

  여학생은 긴소매 셔츠와 리본과 스커트 뿐.

  남학생은 긴소매 셔츠와 바지 뿐.


  춘추복이라는데 하복보다 방어력이 낮은 느낌이 든다.

  하복은 재질이 의외로 확실해서 그런 걸까. 하복의 방어력이 5라면, 춘추복은 2밖에 없다는 느낌. 그런 느낌이 드는 건 나 혼자뿐 일지도 모르지만.


  지금도 눈 깜짝할 사이에 축축해져서 살에 닿는 부분이 기분 나쁘다.

  젖은 부분은 어깨만으로 끝났지만……, 이거 학교에 도착할 때엔 홀딱 젖게 되겠네.


  모처럼 사요코씨가 주의해줬는데 잊어버리다니 내가 봐도 한심하다.


  게다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평소에는 역에서 기다리고 있을 모모카씨 일행이 오늘은 사정이 있어서 먼저 등교한다고 했던가.

  아니아니, 악역인 내가 히로인의 도움을 기대하다니. 있을 수 없어.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소나기가 되어 주세요.

  내 소원도 무심하게 역 밖은 물통을 뒤집어엎은 것 같은 장대한 호우였다.


  “거기 여학생, 우산 없어? 내 우산 같이 쓰고 갈래?”


  내 등 뒤에서 그런 대화가 들렸다. 좋겠네. 나도 누군가 불러주지 않을까. 이럴 때엔 여학생의 이점을 살리고 싶다.

  아니아니, 역시 악역이라면 달려야지.

  뜀박질로 역에서 학교까지 힘낸다.


  위가 아플 정도로 전력으로 달렸지만, 학교에 도착할 때엔 쥐어짜면 수도꼭지처럼 물이 나올 정도로 젖어버리고 말았다…….


  “안녕―…….”

  “안녕. 사쿠라코. 굉장한 비네――――”


  모모카씨가 뒤돌아봄과 동시에 말을 잃고 모모카씨의 미소가 얼어붙었다.


  “사사사쿠라코, 속옷 보이고 있어. 그렇긴 커녕 블라우스가 달라붙어서 살이!”

  “에? 그렇게 비춰? 우와, 부끄럽네. 화장실에서 속옷 벗고 올게.”

  “바보냐아아아!! 그런 짓을 했다간 보일 거 안 보일 거 다 보이잖아! 어이, 거기! 이쪽 보지마아아아!”


  모모카씨가 미쳐 날뛰며 가방을 남학생에게 던진다.


  “추, 추리닝은……아, 그런가. 소풍이 있어서 집에 가져갔지! 어떻하지…….”

  “우오, 사쿠라코씨! 나체처럼 되었어요!”

  “아, 딱 좋은 타이밍. 야마토군. 교복 벗어.”


  갑자기 노상강도스런 말을 내뱉는 모모카씨에게 놀라고 만다.


  “괜찮아. 화장실에서 물 짜고 올 테니까――”

  “화장실까지 그런 모습으로 있을 생각입니까? 됐으니까. 자.”


  야마토군은 아무런 주저도 없이 셔츠를 벗어 내 어깨에 걸어줬다.


  “추리닝이 있으면 좋겠지만, 집에 있으니까요. 학생회 휴게실에 가보죠. 예비의 셔츠를 빌려줄 테니까.”

  “예비가 있어? 다행이다. 살았어.”

  “미안해 야마토군…….”

  젖은 옷 위에 걸쳐줬기에 야마토군의 옷까지 젖고 말았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됐습니다. 당신의 홀딱 벗은 것 같은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것도 싫으니.”


  “이오리, 너, 꽤 몸 대단하네…….”

  “어떻게 된 거야. 그 상처. 여기저기 꿰맨 자국이 있잖아.”


  윽.


  반 남학생들의 지적에 야마토군이 숨을 삼킨다.

  싸움에 강한 것도 있어서, 야마토군의 몸에는 확실하게 근육이 붙어 있었다. 복근도 갈라져 있고, 싸우다가 얻은 상처자국도 몇 개 남아있다.


  “그, 교통사고가 있어서, 그 때 상처로.”

  “몸 단련하고 있네. 얌전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의외야.”

  “그게, 교통사고에 당한 건 몸이 약해서라며 아버지가 축구와 야구와 럭비와 수영을 시켜서.”


  야마토군, 그 설정은 좀 무리가 있는 게 아닐까?

  상냥한 아주버님이 무시무시한 스파르타 아버지가 되었어.


  “그보다도 빨리 가자고. 자, 두 사람 다.”

  “네.” “응.”


  모모카씨에게 팔을 잡혀 폭도를 달린다.


  학생회실에는 임원 전원에게 수납장이 주어지고 있다.

  야마토군은 자신의 수납장에서 제대로 다리미질 되어 있는 셔츠와 수건을 나에게 건냈다.


  “수건도 있다니 준비가 좋네. 다시 봤어 내숭쟁이 양아치군.”

  “그거 날 말하는 건가? 이상한 별명 붙이지 말라고입니다. 싸움이 있을 때를 위해서 준비해둔 겁니다. 피라도 튀면 곤, 란”


  야마토군이 부자연스럽게 어흠, 하고 헛기침을 하고,


  “비에 젖을 때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준비해둔 겁니다.”

  “그렇네. 피가 튄 교복을 입고 교실에 돌아갈 순 없으니까. 내숭 피우는 것도 큰일이네. 양아치군도.”

  “말 돌렸으니까 그냥 흘려주세요!”


  야마토군은 시선을 돌린 채로 내 어깨에서 셔츠를 벗기고 입은 다음 교실을 나가려고 한다.


  “야마토군, 이쪽을 입지 않을래? 그 교복 젖어버렸고, 아무리 그래도 미안해.”

  “됐어요. 이 정도는 금방 마를 테고. 밖에 나가 있을 테니까 옷 갈아입고 오세요.”

  야마토군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말한 뒤 학생회실을 나갔다.

  “윽…….”


  “호의는 감사하게 받고 빌리도록 해. 자, 감기 걸리니까 빨리 갈아입자.”

  “응…….”


  빌린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피부를 훔치고 야마토군의 셔츠를 입는다.

  내 키는 대충 145. 야마토군의 키는 아마도 170보다 조금 큰 정도다.


  야마토군의 옷을 내가 입자 스커트까지 쏙하고 셔츠에 가려지고, 소매에서 손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스커트를 타올로 감싸고 팡팡하고 두들겨 물을 빼주고 있던 모모카씨가 뿜었다.


  “완전히 남친 셔츠 차림이네. 스커트까지 다 가려졌잖아. 똑바로 서봐.”


  들은 대로 바로 선다.

  “가슴 펴봐.”

  들은 대로 가슴을 편다.


  모모카씨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고 하아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속옷이 없으니까 비쳐 보이면 어쩌나 싶었는데……다행이다……사쿠라코가 빈유라서.”


  너무해.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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