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회의 업무가 바빴기에, 우리들 여섯 명은 매일 학생회 휴게실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다.


  산처럼 쌓인 서류를 정리하기 위해서 담소할 여유도 없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도록 먹는 일도 흔치 않았다.

  그런 바쁜 시기도 겨우 끝나고 업무도 안정되었기에 오늘은 옥상에서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 전에 등교한 키리오군과 합류하여 계단을 오른다.


  “어라?”

  선두에서 걷고 있던 야마토군이 옥상 문을 열고서 이상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무도 없다니 드문 일이네.”

  뒤를 이어 옥상으로 나온 키리오군이 둘러보며 말했다. 키리오군의 말대로 옥상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 선배가 크게 기지개를 피면서 키리오군에게 답한다.

  “아침에 호우가 왔으니까 젖어있을 거라고 생각한 거겠지. 여기 옥상, 방수가공되어 있으니까 꽤 빨리 마르는데 말이야.”

  “굉장해. 전세 옥상이잖아. 한 가운데 쓰자. 한 가운데.”

  모모카씨가 발빠르게 옥상 한 가운데로 나아갔다.


  원을 지어 앉은 모두와 함께 나도 허리를 내리고――――.


  “키리오군.”

  눈을 반짝 빛내며 내 앞에 앉은 키리오군에게 몸을 내밀었다.

  자, 어제 연습한 성과를 보일 때다! 80점짜리 나의 악역 모습을!


  “역시 대기실에 갈 걸 그랬네. 모두에게 사인을 받으면, 이걸 벌 수 있는 걸.”


  바―앙.


  어디에선가 그런 효과음이 들린 듯한 기분이 든다.

  연습한 보름이 있어서 사요코씨에게서 배운 대로 완벽하게 할 수 있었다.

  자, 어떠냐. 키리오군! 어떻게 답할 거냐!

  “내 동료를 돈벌이 도구로 생각하다니……환멸했어.”일까!?

  아니아니, 너무 과도한 기대를 하지는 말자.

  지금까지의 경험을 생각하면 “이용하려고 했던 거네. 조금 충격이야.”정도일지도 모른다.

  두근두근하여 키리오군의 행동을 기다린다.


  키리오군은 나와 같은 재스쳐를 취하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거? 오케이? 그렇게 중얼거린 키리오군의 머리 위에는 물음표가 떠 있다.


  토, 통하지 않아……!!??


  “사쿠라코씨. ‘돈’의 재스쳐라면 손바닥이 위로 가게 해야지.”

  엑!? 야마토군의 머리에 어깨가 흔들리고 만다.

  “그 재스쳐, ‘오케이’”

  소라군이 같은 재스쳐를 나에게 보였다.

  저, 정말이다……! 팔을 앞으로 내민 덕분에 돈의 재스쳐가 아니게 되어버렸어! 이거 완전히 오케이야!


  “과연. 사인이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였던 거구나.”

  “그래. 원래 소스는 나였지만 말이야. 사쿠라코. 내가 했던 듯이 자연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 돼.”

  모모카씨가 돈의 재스쳐를 취하고 사악한 얼굴로 웃으면서 간단하게 소재를 밝혀버린다.


  “모모카씨이이이이이”


  당황하며 입을 막아보지만 키리오군이 납득했다는 듯이 웃었다.

  “아아, 이거 모모카가 했던 거구나.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사쿠라코는 부치를 보호해줬을 때 사례금도 받으려고 하지 않았는데 돈에 욕심을 내다니 이상하다고 말이야.”

  “아니야!! 나의 오리지널이에요! 모두의 사인을 받아서 팬들에게 팔아치워 큰돈을 벌 생각이었어요게헤헤헤헤.”

  모모카씨의 입을 막으면서 키리오군에게 반론한다. 어떻게든 이 못된 히로인의 만회를 해야만……!!


  “얼마나 필요해?”

  키리오군이 웃으면서 말했다.


  에?


  “전에도 말했지만, 나 꽤 벌고 있으니까 돈이 필요하면 말해. 사인을 팔다니 귀찮은 짓 하지 않아도 100만 단위라면 방과후에 바로 준비할 수 있으니까.”

  “죄송합니다돈이필요하다니거짓말입니다”

  당황하며 엎드려 절하며 부정한다.

  옆 자리의 모모카씨가 아까 전의 나처럼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럼 1만엔 줘(하트) 사쿠라코랑 크레이프 먹으러 가게.”

  “응.”

  귀엽게 부탁하는 모모카씨와 간단하게 지갑을 꺼내는 키리오군 사이에 끼어들어 나는 괜시리 파닥파닥하고 팔을 휘두르고 말았다.


  “친구에게 돈을 주다니 안 돼! 간단하게 돈을 꺼내다니 그것도 안 된다고!!”

  “에에. 괜찮잖아. 세상에서 돌고 도는 게 돈인걸. 모아두는 녀석들이 뱉어내지 않으면 경제는 돌지 않으니까.”

  그건 그렇겠지만 크레이프를 사는 데 1만엔이나 필요하다고 부탁하는 모모카씨도 간단하게 돈을 내려고 하는 키리오군도 뭔가 슬퍼! 뭐가 슬픈지는 잘 모르겠지만!


  “1만엔이라니 큰 돈, 안 된다고……!!”

  “그래? 아이돌군에게 있어서 1만 따위 용돈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서민이 말하는 ‘노트 잃어버렸으니까 종이 한 장 빌려줘.”와 부자의 “돈 잃어버렸으니까 1만엔 한 장 줘”는 같은 가치라든가 그렇다고.“

  “메이지 시대의 졸부 이야기에 있었지요. 돈다발에 불을 붙여 조명으로 쓴다든가.”

  야마토군이 도시락통 뚜껑을 닫으면서 대화에 끼어든다.


  “돈에 불을 붙이다니 그런 벌 받을 짓은 할 수 없어……. 하지만 사쿠라코가 곤란할 때엔 도와주고 싶으니까.”

  아니. 정말로 괜찮으니까, 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모모카씨가 텅 빈 도시락을 보자기에 싸면서 그래, 라며 중얼거렸다.

  “사쿠라코, 오늘 방과후엔 한가해?”

  “오늘은 아르바이트 날이니까, 4시 반까지라면 시간 있어.”


  ““““바이트!?””””


  키리오군, 소라군, 신 선배, 모모카씨의 목소리가 겹쳤다.


  “사, 사쿠라코, 바이트하고 있었어!?”

  “응.”

  “어디서!? 또 속아서 이상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건……!?”

  또?

  “이상한 장소가 아니에요. 우리 집, 정식점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답한 것은 야마토군이다.

  “내숭쟁이군의!? 어째서 그렇게…….”

  “그러니까 그 별명은 그만 두라고. 사쿠라코씨가 전에 당근밖에 먹지 않았다고 했었죠. 우리 집, 일급 낼 수 있고 밥도 나오니까 스카우트 한 거예요.”

  “몰랐었어……!”

  모모카씨가 굳어버리고 만다.


  “방과후, 무슨 일 있어?”

  벗어난 이야기를 돌리자, 모모카씨가 경직에서 돌아왔다.

  “저번 주에 줄리아라는 사람이 불렀었어. 사쿠라코와 함께 동쪽 교사 5층에 오라고.”

  오오! 마침내 서포트씨가 움직이기 시작했구나.

  이번에야말로 사이좋게 되어서 모모카씨가 사랑의 어드바이스를 받아야지.


  “호출? 그럼 나도 갑니다.”

  야마토군의 안경 너머의 시선이 날카롭게 빛났다. 어, 어째서 야마토군이 오는 걸까나?


  무서운 얼굴을 한 야마토군에게, 모모카씨가 휙하고 손을 흔든다.

  “여자들 싸움에 남자를 데려가다니 그런 꼴사나운 짓은 할 수 없어. 괜한 참견이야.”


  싸움!?

  호출이라는 거 싸우자는 거였어!?

  어느새 그런 일이……?

  그러고 보니, 그런가. 줄리아씨가 보좌부에 들어가는 걸 모모카씨가 막았으니 화났다는 거구나. 큰일이다. 어떻게든 줄리아씨의 기분을 풀어야.


  “저도 여자들 싸움에 끼어들 생각 없어요. 혹시 저쪽에서 남자를 데려왔다간, 모모카씨와 사쿠라코씨만으론 위험하겠죠? 적당하게 숨어 있을 테니까.”

  “음. 그것도 그럴지도……. 사쿠라코가 위험해지면 나와. 나는 혼자라도 괜찮으니까.”

  “네…….”

  “나, 나야말로 혼자라도 괜찮으니까! 모모카씨를 지켜줘 야마토군!”

  자랑은 아니지만, 전의 세계에서 친구들이 싸울 때 말린 적이 있었다(나 혼자서 말린 게 아니라, 싸우려는 두 사람을 세 명이서 말란 거지만). 나는 다소 맞아도 괜찮으니까, 평범한 여자인 모모카씨를 지켜줬으면 한다.


  “괜찮아. 사쿠라코. 모모카는 혼자서 1개 사단 정도의 인원을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니까. 오빠가 보장해.”

  “1개 사단. 대략 2만 명에서 7만 명. 평균적으로 1만 명 정도의 집단.”

  신 선배의 딴지에 소라군이 설명을 더한다.


  “하, 할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남자가 상대라면, 대략 30명 정도가 한계일까……. 어째서 나약한 여자애로 태어났을까……. 힘이 없는 게 분해.”

  “농담도.”

  야마토군이 질린다는 듯이 신음한다.

  안 된다. 야마토군이 좋아하는 타입은 지켜주고 싶어지는 사람인데 모모카씨의 언동이 크게 벗어나고 있다. 어떻게든 해야…….


  “헌데 사쿠라코. 어째서 그런 커다란 셔츠를 입고 있는 거야? 그거 남자 옷이지?”

  돌연히 신 선배가 말했다.

  “네. 우산을 잊어서 교복이 다 젖어 버려서. 야마토군이 빌려준 거예요.”


  “다 젖어…….”


  신 선배는 한 박자 쉬고 나서,


  “그럼, 그 아래는 나체……!”


  하고 시선이 험악해졌다. 그와 동시에 쿵!! 하고 모모카씨가 신 선배에게 박치기를 작열했다.

  “우와, 굉장한 소리가 났어요.”

  “주변 빌딩에서 메아리가 돌아오고 있어…….”

  야마토군과 키리오군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크악하고 괴로워하는 신 선배의 멱살을 모모카씨가 잡아 올린다.

  “너 적당히 하라고. 사쿠라코에게 성희롱하지 말라고 했잖아. 네 귀는 어디에 붙어 있는 거야? 아니면 뇌가 없는 거야?”

  “모모카씨, 저기, 신경 쓰지 않으니까.”


  모모카씨를 당황하며 말리자, 등줄기가 갑자기 시원해졌다.

  응? 하고 뒤돌아 보자, 소라군이 내 옷 끝을 손가락으로 잡고, 옷 안을 훔쳐보고 있었다.


  모모카씨는 소라군의 멱살을 잡고, 탁탁하고 옥상 울타리를 오른다. 기역자 형태로 안쪽으로 휘어진 울타리인데 간단하게 끝까지 올라가곤, 울타리 위에 섰다.

  멱살을 잡은 채로 소라군을 공중에 내 건다.


  “유언은 들어주겠어.”

  “미안해. 누나. 이제 하지 않을 테니까 용서해줘.”


  모모카씨의 팔 하나로 5층 옥상에서 매달린 소라군이, 하느님에게라도 비는 듯이 두 손을 모아 위를 올려다 보며 모모카씨에게 간청했다.


  “모모카씨이이이! 소라군을 죽이면 안돼에에에!”

  모모카씨가 손을 놓으면 소라군은 15미터 아래 지면으로 추락하고 만다.

  나도 또한 소리치며 울타리를 올라가려고 하지만, 30센티 정도 올라가는 정도로 손가락에 박히는 철사가 아파서, 철사에 걸린 발까지 미끄러져서, 미끌하고 옥상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남자 한 명 데리고 3미터나 되는 울타리를 오르다니. 모모카씨의 신체능력 너무 대단하잖아……!!


  “너도 남자에게 성희롱 당하면 제대로 위기감을 가져!!”


  옥상에서 떨어진 아픔에 부들부들하고 있자 모모카씨에게 일으켜져 끼릭끼릭하고 몸이 죄어진다.

  상당한 아픔과 괴로움에 “게엑”하고 괴수 같은 비명을 지르고 만다.


  신 선배, 소라군, 나와, 계속하여 징계를 끝낸 모모카씨는, 펜트하우스 한편에서 헉헉 숨을 거칠게 내쉬며 “지, 지쳤다…….”라며 신음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모카씨.”

  “차 마셔요.”

  “고마워.”

  키리오군에게서 받은 패트병을 받아 모모카씨는 단숨에 들이마신다.


  옥상에 쓰러져 있던 내 머리에 툭, 하고 작은 돌이 떨어졌다.

  뭘까?

  몸을 일으켜 확인한다.

  녹색 바닥에 구르고 있던 건 자두맛 사탕이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