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소동 호출 뒤에, 모모카씨와 헤어진 나는 빠른 걸음으로 야마토정으로 향했다.

  가게는 오늘도 손님이 많아서 단골 에로할범씨가 온다든가, 단신부임의 샐러리맨 포장손님이 차례로 온다든가 우왕좌왕 다망했다.

  사람 수가 떨어졌을 때 쯤, 학생복 차림의 다섯 명이 가게로 들어왔다.


  “아, 어서와요! 오늘도 와줬네.”


  마츠야마 남고 축구부 사람들이다.

  이 다섯 명은 여기 단골이 되어줬다.


  “야, 사쿠라코!” “너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고.” “사쿠라코다!” “오늘은 있네.” “배고프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도 돼. 다들 소중한 손님이니까.”

  소란스럽게 들어오는 다섯 명을 자리에 안내한다.

  “에……, 그러면, 사쿠라코…….”

  미츠테루군이 더듬더듬 내 이름을 불렀다.

  왜? 하고 답하는 것보다도 빨리,


  “저와 사귀어 주세요!”

  휘릭하고 고개를 숙이며 갑자기 고백을 하기에 깜짝 놀라고 만다.

  한 순간 틈을 두고 말았지만, 당황하며 거절했다.

  “미안, 지금은 남친 만들 생각 없으니까.”


  “……윽.”

  미츠테루군은 그대로 식탁에 엎어졌다.

  “그럼 나하고 사귀지 않을래? 엄청 소중히 할 테니까!”

  편승하는 것처럼 코우타군이 몸을 내밀며 말한다.

  “내가 더 소중히 할 거라고. 나하고 사귀자.”

  계속해서 스스무군까지.


  우와아.

  뭔가 이런 분위기 그립네.

  생전 친구들도 이런 느낌이었지.

  단골이 된 오코노미야키 식당에 귀여운 알바가 들어왔을 때, 누가 먼저 고백할지 싸웠던가…….


  “그러니까 지금은 남친 만들 생각 없다니까.”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리운 옛날을 생각한 덕분에 마음 쓰지 않고 같은 말을 할 수 있었다.


  “옛끼. 여기는 헌팅하는 장소가 아니라고. 사쿠라코는 여기 간판아가씨니까 아저씨의 눈에 드는 남자가 아니면 인정할 수 없어.”

  주방에 서 있던 아주버님이 달걀을 한 손에 들고 웃으며 말한다.

  “그렇지 그렇지. 사쿠라코는 나하고 재혼할 거니까 말이야.”

  내 엉덩이에 손을 뻗는 에로할범씨를 휙하고 피한다. 후후, 슬슬 익숙해진 거다. 하고 방심한 순간 엉덩이를 잡히고 당황하며 옆으로 도망쳤다.

  빠각하는 굉장한 소리가 들려 돌아보자, 아주머님이 찌그러진 쟁반을 손에 들고 있었다. 재, 쟁반, 세로로 찌그러졌는데요! 아마도 80세쯤 되는 할아버지를 그렇게 때려도 되는 걸까요!? 에로할범씨, 살아있나요!?


  “윽, 역시 무리였나.”

  마츠테루군이 쓰러져 있던 자세에서 몸을 일으켰다.

  “사귀는 건 포기할 테니까, 응원하러 오지 않을래? 이번에 종합운동회장에서 시합할 거야. 우리 남학교니까 여학생이 응원하러 오는 것만으로도 엄청 텐션이 오르니까 친구랑 같이――”


  테이블 옆에 서 있던 내 양쪽 어깨에, 뒤에서 손바닥이 올라왔다.

  오른쪽에서 금색이, 왼쪽에서 은색이 빛난다.

  키리오군과 소라군이었다.


  “가지 않아.”

  “거절합니다.”


  소라군이 위협하는 듯한 얼굴로, 키리오군이 재고할 여지도 없다는 듯한 웃음으로 거절한다.

  코우타군이 “타, 타카나시 키리오……!?”라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말을 잃는다.


  “사쿠라코는 사쿠라오카 학생회 임원이니까, 응원요청하고 싶으면 학교를 통해서 부탁해줬으면 좋겠네. 이 아이를 혼자 가게 하면 오빠들도 걱정이니까.”


  마지막으로 내 머리에 손바닥을 올리고, 신 선배가 위에서 마츠테루군들을 내려본다.

  역할렘군들의 반짝반짝 빛나는 박력에 축구부 다섯 명이 의자 위에서 뒤로 물러난다.


  “어, 어째서, 여기에.”

  어물어물 뒤를 돌아보자, 모모카씨가 귀여운 행동으로 아주머님에게 과자상자를 건내고 있었다.


  “처음 뵙겠어요. 아주버님, 아주머님! 저, 야마토군과 사쿠라코와 같은 반인 하츠키 모모카라고 해요♪ 이거, 괜찮으시면 받으세요! 입에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머! 앵매당의 모나카!? 줄을 서지 않으면 살 수 없는데 일부러 고맙네. 설마 야마토에게 이런 품위 있는 친구가 생기다니……!”

  “사쿠라코도 그렇고, 역시 제대로 된 학교에는 제대로 된 아가씨가 많구만. 고등학교에 가는 거 쓸데 없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네.”

  아주머님과 아주버님이 모모카씨에게 감탄하며 서로의 얼굴을 돌아보며 끄덕인다.


  “우후후. 감사합니다. 사쿠라코에 대한 거, 잘 부탁해요. 저 아이, 실수투성이에 덜렁이에 지레짐작하다 혼자 속아 넘어가고 여자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남성에 대해서 위기감이 얕은 아이지만, 노력가에 좋은 아이니까요.”


  깊게 고개를 숙이면서 모모카씨가 날 뒤돌아 보며 팔을 뻗어 손바닥을 휘둘렀다.


  “와 버렸어♪”


  와 버렸어―!!


  “좋은 가게네. 굉장히 좋은 냄새가 나서 더더욱 배가 고파져.”

  “텔레비전. 있어.”

  소라군이 리모콘을 손에 쥐고 갑자기 채널을 바꾼다.

  “어이 꼬마! 이 시간엔 뉴스를 보는 걸로 정해져 있어. 채널 바꾸지 말라고!”

  “오늘의 냥코 볼 거야.”

  단골 아저씨 상대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싸우기 시작했다.


  갑자기 등장한 역할렘군들과 모모카씨에게 망설이고 만다.

  안 돼. 나. 제대로 일을 해야지.

  나 같은 덜렁이를 고용해준 아주머님과 아주버님에게 민폐를 끼치고 만다.

  마음을 다잡고 네 사람을 자리에 안내하고 물을 내놓았다.


  “사쿠라코, 이거. 받아주지 않을래?”

  의자에 앉은 키리오군이 나에게 CD를 건냈다.

  뒤집힌 채로 건내진 CD.

  눈에 띄는 로고에 적혀 있는 곡명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일 정도로 감동한 키리오군의 솔로곡이었다.

  “에!? 이, 이거, 음반샵에서 찾았는데, 발매는 다음 달이라고 들었는데……!! 받아도 될까!?”

  “응. 받아주면 나도 기뻐.”

  “고마워……!! 연습해서 노래방에서 마구 부를 거야……!! 아, 하지만 예약도 했으니까 제대로 살 거야! 보관용하고 감상용으로 두 장 예약했어!”

  내 말에 키리오군이 굉장히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몇 장이라도 선물할 테니까, 일부러 살 필요 없어.”

  “어째서? 제대로 살 거야. 이 곡 굉장히 좋아하니까 응원하고 싶고 대히트해서 홍백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으면 하는 걸.”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동한 곡이다. 인기폭발해서 한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들었으면 한다.


  “배고프다. 뭐 먹을까나.”

  모모카씨가 테이블에 앉는다.


  “모모카도, 괜찮으면 이거 받아주지 않을래.”

  키리오군은 모모카씨에게도 같은 CD를 건냈다.

  “나, 강아지 키우고 있지 않으니까 필요 없어.”

  모모카씨는 건내준 CD를 받지도 않고 거절한다.

  “강아지?”

  키리오군이 이상하단 표정으로 반문한다.


  “그럴 것이, 키리오군의 CD 같은 걸 받아도 프리스비로 날리는 것 외엔 쓸 방도가 없는 걸. 개를 키우고 있으면 놀아주겠지만 혼자서 CD를 날리며 노는 것도 말이지.”


  히로이이이이이인!!


  저도 모르게 달려드려는 나와 달리, 키리오군이 안 돼! 하고 소리쳤다.

  “금속제 물건을 장난감으로 쓰다니, 입에 상처가 나니까 절대로 안 돼. 안전한 공식용 플라잉 디스크는…….”

  미국산이 어쩌고 일본산이 어쩌고, 그런 설교를 하기 시작한 키리오군을 두고, 모모카씨는 뒤집혀 있는 CD의 앞면을 본다.


  아.


  재킷에 그려진 건 여자아이였다.


  머리색은 핑크에, 투 사이드 업을 한, 뒷모습의 여자 아이.


  “뭐야 이거. 사쿠라코잖아.”

  모모카씨가 어이없단 듯이 말한다.


  ――――.


  거기에 있는 건 당연히, 내가 아니다. 모델의 뒷모습이다. 하지만 핑크 머리를 투 사이드 업이라니. 아마 이 세계 안에서 찾아도 나 밖에 없겠지.


  키리오군은 한 텀 쉬고, “응”하고 답했다.


  “사쿠라코에게 전하고 싶은 가사였으니까.”

  …….

  “키리오군, 저기.”


  받을 수 없습니다.


  테이블에 CD를 놓는다.


  그런데도 억지로 쥐어졌다.


  “깨든 버리든 팔든 좋으니까 지금은 받아줬으면 좋겠어.”


  ………….


  “사쿠라코, 추천 메뉴 있어?”

  망설이고 있는 내 어깨를 툭 치는 사람이 있었다.

  신 선배다.

  메뉴를 보면서 질문한다.


  “에, 그러니까.”


  그렇지. 지금은 일하는 중이었다. 제대로 집중하지 않으면.

  받은 CD를 앞치마 주머니에 넣고, 마음을 다잡는다.


  “된장국 돈가스 정식이 추천이에요! 고기가 굉장히 부드럽고 깊이 있는 된장국 소스가 끝내줘요. 달걀도 말랑말랑한 반숙 프라이고.”


  “행복하다는 듯이 설명하네. 그럼 오빠는 그걸로 부탁할게.”

  “나도.”

  채널 싸움에 패배한 건지, 소라군이 돌아옴과 동시에 그렇게 손을 들었다.

  “나도 된장국 돈가스로 부탁할게요.”

  “나도! 그거랑 대합 장국하고 오징어 튀김하고 낫토하고 무하고 단호박의 끈적거리는 샐러드, 연골 튀김도!”


  축구부군들과 역할렘군들의 주문을 아주버님에게 말하는 때쯤, 주방 쪽에서 노성이 들렸다.


  “어디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어이 거기, 어째서 네놈들이 여기에 있는 겁니까.”


  야마토군이다. 집에 돌아와서 그런지 안경을 벗고 흉악한 인상이 그대로 보이며 신 선배들을 노려보고 있다.

  지금이라도 식탁을 걷어 찰 것 같은 박력에 축구부 일행이 깜짝하고 몸을 떤다.


  “사쿠라코가 민폐 끼치지 않고 있는 정찰하러 온 거야.”

  노려보고 있는데도 모모카씨는 미소 지으며 답한다.


  짤랑하고 식당 문이 열린다.

  “어서오세요!”

  거의 반사적으로 인사하며 웃는 얼굴로 돌아본다.

  허리를 숙이며 들어온 건, 천장에 스칠 정도로 키가 큰 여성――――사요코씨다!


  “어머, 어서오세요. 사요코씨.”

  “사요코씨, 와주셨네!”

  아주머님과 내가 동시에 인사한다.

  사요코씨는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외롭다며 내가 알바하는 날엔 이틀이 한 번 정도 여기에 밥을 먹으러 오고 있다. 단골 중 한 사람인 거다.

  “네. 실례하겠어요……. 어머, 모모카씨,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이에요 사요코씨! 굉장한 우연!”


  모모카씨가 난리 치며 일어난다.

  소라군과 야마토군은 신장 210센티, 체중 200킬로(추정)의 사요코씨에게 완전히 질려 경직된 표정이다.


  “사요코씨라니……사쿠라코 집의 도우미씨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사쿠라오카 고등학교 학생회장인 칸자키 신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같은 반의 타카나시 키리오입니다.”

  신 선배와 키리오군이 일어서며 인사한다.

  “어머어머, 정중하기도 하지. 처음 뵙겠어요. 저는 아야노코지 사요코라고 합니다. 괜찮으시면 사요코라고 불러주세요. 언제나 사쿠라코씨가 신세를 지고 있어요.”


  “모처럼 사요코까지 왔으니까 사쿠라코는 휴식 취해도 좋다. 야마토도 밥 먹어치워.”

  아주버님이 주방에서 그렇게 말했다.

  “와, 감사합니다!”

  “오, 오우.”


  모처럼 다들 모였으니 다함께 식사하기로 했다. 네 사람 자리인 식탁을 두 개 붙인다. 따끈따끈한 된장국 돈가스 정식을 모두에게 옮기고, 인사를 하고 먹기 시작한다.

  사요코씨를 경계하고 있던 야마토군과 소라군도, 다 먹을 때 쯤엔 완전히 친해졌다.


――――


  다들 추가주문 하면서 폐점할 때까지 잡담을 떨며 내 일인 폐점작업까지 도와줬다.

  언제나 9시 반까지 걸리는 일이 9시 10분에 끝나고 일찍 일어난다.

  선물로 팔다 남은 나물반찬을 받고, 신 선배, 키리오군, 소라군, 모모카씨, 사요코씨와 함께 밤길을 걷는다.


  “사요, 사요.”

  “네네.”


  소라군은 완전히 사요코씨와 친해져서 목에 팔을 두르고 등 뒤에서 안고 있었다.

  남자 한 사람이 전 체중을 실어 안고 있는데 사요코씨의 발걸음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속도가 떨어지는 일도 없다.


  “소라! 여성에게 안기는 게 아니야! 실례잖아! 미안해요. 사요코씨. 떨쳐버려도 괜찮아요. 무겁지요?”

  모모카씨의 마음 씀씀이에 사요코씨는 미소로 답했다.

  “괜찮아요. 문조보다도 가벼운걸요.”

  무, 문조보다는 무겁다고 생각해요!?


  큰 길로 나오자 키리오군의 도우미씨가 비싸 보이는 차로 마중하러 나왔다.

  키리오군과 거기서 헤어지고 우리들 다섯 명은 역과 버스 정거장이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

  나와 사요코씨는 전철, 신 선배와 모모카씨와 소라군은 버스다.

  교차로에서 헤어지고 각자 버스 정거장과 역으로 걸어가기 시작했지만, 소라군이 사요코씨에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사쿠라코 집에서 묵을 거야.”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소라. 여자들만 있는 집에 묵을 수 있을 리 없잖아. 자, 오빠와 돌아가자.”

  “주무세요. 사요코씨, 사쿠라코.”

  모모카씨가 귀엽게 손을 흔든다.

  “소라가 민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사쿠라코, 내일 또 보자.”

  신 선배는 휘릭하고 소라군을 사요코씨에게서 뜯어내고 난동을 부리는 소라군을 끌고 갔다.


  내일은 소풍이다.

  돌아가는 길 도중, 밤 늦을 때까지 가게를 열고 있는 잡화점에서 과자를 사서 컴컴한 집 현관을 지난다.

  나는 서둘러 욕실에 들어간 뒤, 거실에서 양모 펠트로 인형을 만들고 있는 사요코씨에게 다가갔다.


  “사요코씨.”

  “왜 그러시나요?”


  사요코씨는 정좌하고 있다. 그 앞에 나도 정좌했지만, 너무나도 앉은 키가 달라서 올려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래선 안 된다. 무릎을 세우고 사요코씨에게 슥하고 얼굴을 내밀었다.


  “소라군은 모모카씨의 남편이니까, 옆에서 채가면 안 돼요.”


  가능한 한 무서운 얼굴을 만들어 그렇게 말한다.

  소라군, 처음엔 사요코씨에 대해서 무서워했었는데, 익숙해지고 나선 계속 사요코씨에게 붙어 있었다.

  신장 2미터를 넘는 사요코씨의 뒤를 쫓는 소라군은, 여자아이 같은 얼굴을 한 점도 있어서 굉장히 흐뭇한 광경이었지만…….


  “어머나.”

  사요코씨는 놀라며 입가를 가렸다.

  “괜찮은 걸요. 소라군은 외동아들이었으니까 나 같은 연상의 여자가 신기했던 거예요.”

  “절대로 아니에요. 소라군, 모모카씨를 좋아하게 될 정도니까, 믿음직한 누나 타입이 취향이라고 생각해요. 사요코씨는 소라군의 타입에 딱이니까 걱정이에요. 절대, 절대로, 옆에서 채가거나 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설령 소라군이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어도, 저는 저런 털도 나지 않은 풋내기에겐 아무런 흥미도 없는 걸요.”


  쿡, 하고 이마를 검지로 눌린다.


  그럼 괜찮지만…….


  사요코씨가 모모카씨의 사랑의 라이벌이 되다니 복잡한 일이 되지 않으면 좋겠는데.

  모모카씨보다도 사요코씨 쪽이 훨씬 여성스러우니까, 라이벌이 되면 소라군을 뺏기고 말아…….

  혹이 난 이마를 누르면서 나는 불안한 표정으로 얼굴을 흐리는 것이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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