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아아, 느, 늦잠 잤다……!”


  벌써 7시 20분! 아직도 스누즈 상태인 휴대폰 알람벨을 끄면서 서둘러 계단을 내려간다.

  알람이 울렸는데도 일어나지 못한 건 처음 알바 했던 날 이후로 처음이다. 어제 소풍에서 너무 난리쳤던 걸까?


  서둘러 몸단장을 하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평소엔 아침밥을 만들고 기다리고 있을 사요코씨의 모습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어젯밤에 이쪽 세계에서 만든 친구나 신님과 함께 마시러 나갔던 것이다.

  여자만이 아니라 남자도 함께라며 차려입고 나갔었다.


  이 시간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은 건, 남자 집에 머물고 있다든가 그런 걸까?

  어쩌면 남친이 생겼다든가?


  사요코씨에게 애인이 생기면 외롭네……. 누나를 딴 남자에게 뺏기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

  하지만 조금은 안심일까나.

  소라군을 뺏길지도 모른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밥솥을 열어 확인하자 밥이 남아 있었다. 좋아. 아침밥은 낫토밥으로 하자.

  나도 슬슬 요리를 배워야지. 된장국 정도는 만들지 않으면 사요코씨가 없는 날 식사가 적적해지고.


  “안녕.”


  현관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인사를 하면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

  누구일까.

  빙글빙글 섞고 있던 낫토를 식탁에 두고 현관으로 나간다.


  “아,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현관에 있던 건 두 집 떨어진 후유노씨집의 아주머니였다.


  “어머, 사쿠라코만 있니?”

  “응.”

  “그럼 이거, 너무 많았던 걸까. 많이 만들어서 가져온 건데.”

  아주머니는 한 손에 안고 있던 커다란 밀폐용기를 나에게 건냈다.

  반투명한 밀폐용기 안에 들어있는 건 야채와 닭고기 조림이었다.


  “우와아아! 이렇게 많이. 대단해!”

  당근, 우엉, 곤약, 죽순, 표고버섯, 깜짝 놀랄 정도로 많다!


  “엄마가 죽은 뒤로 조림 같은 건 전혀 먹지 못해서 기뻐!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 기세로 기뻐하는 내 머리에 아주머니의 손이 올라왔다.

  “!”

  아주머니는 주름이 생긴 상냥한 눈매를 가늘게 하고 내 눈을 잠시 들여다 보고선 말했다.


  “그럼 이번에 조림 만드는 법 알려줄 테니 집으로 오렴. 아주머니는 스파르타식이니까 각오하고.”

  자, 자기 무덤 팠다……. 나, 사과 깎기도 못하는데.

  “부, 부드럽게 부탁드립니다…….”

  단숨에 텐션이 떨어지고 말아, 더듬더듬 답하는 나에게 아주머니는 작은 몸집에는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목소리로 웃었다.


  감사를 표하고 배웅한 뒤, 재빨리 조림을 작은 접시에 옮긴다.

  밥이 단숨에 호화롭게 됐어.

  감사히 먹겠습니다!


  아.


  당근을 입에 넣고, 경직하고 만다.

  천천히 씹기 시작하고, 삼킨다.


  …….


  엄마의, 조림, 하고, 같은, 맛.


  “――――――!!”


  단숨에 눈물이 흘러 넘쳐서, 양손으로 얼굴을 잡지만 손바닥 사이로 뚝뚝하고 눈물이 흘러 넘쳤다.


  정신을 놓으면 큰 목소리로 울 것 같아서 입을 억지로 닫는다. 윽, 하고 목 깊은 곳에서 말이 막힌다.

  울면서 밥을 먹고, 도시락통에 밥과 조림을 잔뜩 넣어서 다시 한 번 얼굴을 씻고 집을 나선다.


  이제와선 아주머니의 권유가 무척 감사하다. 스파르타든 뭐든 조림 만드는 법, 열심히 배우자.

  나는 엄마를 도운 일이 없으니까 엄마가 죽고 나서 엄마의 맛이 나는 밥을 전혀 먹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또 먹을 수 있는 날이 오다니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제대로 배워서, 이번엔 자신의 손으로 만드는 거다!


  가방을 가지고 뒷골목을 달린다.


  “아, 빌어먹을 꼬맹이. 제대로 공부하고 오라고.”

  “네. 다녀오겠습니다!”


  “사쿠라코, 안녕. 다녀와요.”

  “안녕하세요! 다녀오겠습니다.”


  잡화점 아저씨나 뒷골목을 청소하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돌려준다.


  평소와 같은 아침이다. 아! 머리를 묶는 걸 잊었다. 뭐, 괜찮나. 학교에서 묶으면 되지.


  전철은 혼잡해서 앉을 자리는커녕 잡을 철봉도 전부 다른 사람이 잡고 있다.


  손잡이……꽤 높단 말이지.

  팔을 뻗어서 어떻게든 잡는다.


  우으……. 턱걸이라도 하는 기분이야.

  차라리 이대로 매달려버리고 싶다.


  음?


  앞에 앉은 아저씨, 내 배를 쳐다보고 있는 것 같은데.

  ……우와, 팔을 있는 대로 올리고 있으니까 배가 보이고 있어. 역시 모르는 사람에게 보이고 있으면 부끄럽네. 장소를 바꿔야지.

  차량을 이동해서 이번엔 여자 앞에서 열심히 손잡이를 잡는다.


  키가 작으면 여러 가지로 불편하네. 적어도 앞으로 25센티는 컸으면 한다.


  “안녕. 사쿠라코.”

  “안녕하세요.”


  신 선배다. 전철에서 만나는 건 오랜만이네.

  “또 배를 내놓고……. 모모카에게 머리 조일 거야. 자, 손잡이가 아니라 오빠 손을 잡으렴.”

  선배가 손잡이에 걸려 있던 내 손을 선배의 팔로 옮겼다.

  좋아서 내밀고 있는 게 아니에요. 신체적 사정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었던 거예요.

  말에 감사하며 신 선배의 팔을 잡는다.


  우와.

  대량파괴병기인 야마토군을 한 손으로 억누를 만하네. 굉장히 탄탄해.


  “혹시 울었어? 웬일로 머리도 내리고 있고. 무슨 일 있었니?”

  걱정스럽게 미간을 찌푸리는 신 선배에게 당황하며 부정한다.


  “아니에요! 굉장히 좋은 일이 있었어요. 근처 아주머니에게서 받은 조림이 죽은 엄마가 만들었던 조림하고 똑같은 맛이라……! 기쁘고 기뻐서 아침부터 크게 울어서. 이번에 만드는 법 배울 거예요!”

  또 그리운 맛이 생각나서, 얼굴이 웃음으로 녹아버릴 것 같다.


  “……아주머니라니, 누구?”

  “후유노씨 집의 아주머니에요. 두 집 옆의.”

  “아아, 후유노씨인가. 구급차 소동 때 신세 졌었지……. 오빠도 함께 배우도록 할까. 조림 잘 못 만들고.”

  오오!? 그건 감사하다. 신 선배는 요리를 잘 하니까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그럼, 모쪼록 함께!”


  사쿠라오카역 앞에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모모카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 사쿠라코, 신!”

  “모모카씨!”


  계단을 내려가려는 도중, 신 선배의 손에 잡혔다.


  “달려 내려가는 건 금지야. 또 팬티가 다 보인다고.”

  그, 그랬다. 아직 스커트에 익숙하지 않아……. 다 보여도 괜찮도록 안에 속바지라도 입을까?

  “일단은 빤히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자. 유치원생 같아서 보는 사람이 아슬아슬하다고.”


  도중에서 목소리로 나온 것 같아서 신 선배가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신 선배에게 잡힌 채로 계단을 내려가고, 모모카씨에게 달려간다.


  “안녕!”


  모모카씨는 첫날처럼 내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저기, 사쿠라코.”

  “응?”


  모모카씨가 앞에서 걷고 있기에 표정이 보이지 않는다. 등에 대답한다.


  “점심 먹고 난 뒤에, 둘이서 말하고 싶은 게 있는데. 괜찮아?”


  “응!”


  드문 일이네. 웬일일까.

  역할렘군들과 사랑하게 만들고 싶어서 내가 먼저 말을 꺼낸 적은 있지만, 모모카씨가 새삼스럽게 대화하자는 말을 하는 건 처음이야.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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