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밥을 먹은 뒤, 신 선배에게서 학생회실 열쇠를 빌리고 나와 모모카씨는 서로 의자에 마주앉았다.


  모모카씨는 똑바로 내 눈을 보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사쿠라코, 전에……, 저 네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었지?”


  에!?


  “으, 응…….”


  말하자는 게 연애에 다한 거였구나!


  “……전에는 심한 짓을 해서 미안. 성희롱남이라든가 여장남이라든가 폭력남이라든가 공기군이라고 했던 거, 사과할게.”


  얌전한 표정으로 말하는 모모카에게, 나는 튕기듯이 등줄기를 피고서 크게 숨을 마셨다.


  어――――어쩌면, 모모카씨, 겨우, 사랑에 눈을 떠준 걸까나!?


  해해해해해해냈다――――!


  겨우 모모카씨가 자각한 거구나! 다행이야. 길었어. 정말 길었어!

  누구일까?

  누구를 좋아하게 된 걸까?


  역시 신 선배? 아니면 함께 살고 있는 소라군일까!? 어쩌면 싸울 정도로 사이가 좋은 야마토군일지도 몰라! 아니, 키리오군이라는 가능성도 있어. 라이브 멋있었고!


  “괜찮아! 그 네 사람은 그 정도에 풀 죽을 정도로 약하지 않으니까!”


  의자 다리를 가각하고 미끄러뜨려 급속하게 모모카씨에게 다가가서 예쁜 손을 잡는다.

  남자를 한방에 넉아웃 시키리라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얇고 예쁜 손이다.

  신 선배와 소라군은 맘에 두지 않고 있는 것 같고, 키리오군은 풀 죽었었지만 벌써 딛고 일어났스니까!

  모모카씨의 서방님들은 강하다고!

  누구!? 대체 누구를 좋아하게 된 걸까!?


  “그 녀석들, 한 사람 한 사람만 보면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놈들이니까 어울리지 않지만, 하지만 네 사람 동시에 사귄다면 납득할 수 있어.”


  오오오오오!?

  설마하던 네 사람 동시……!?!?


  역시 대단하다 모모카씨. 나 같은 사람은 복수의 사람과 사귄다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오는데, 역시나 역할렘 만화의 히로인!


  “나, 사쿠라코의 사랑을 응원할게!”


  ……………….

  ……………….

  ……………….

  ………………?


  에?


  “키리오군도 야마토군도 말해보면 꽤 괜찮은 놈들이고. 소라는 버릇없지만, 나도 어쩔 수 없던 야쿠오지씨와 싸워서 사쿠라코를 지키고 있고, 신도, 저렇게 보여도 믿음직한 녀석이니까.”


  에???


  “그런 좋은 점도 있지만, 결점도 크니까 사쿠라코와 어울리지 않네……하고 고민하고 있었어……. 하지만 눈치 챘어! 한 사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네 사람과 동시에 사귀면 되잖아! 귀찮은 일이 일어나면 신에게, 야쿠오지씨 때문에 곤란하면 소라에게, 금전적으로 도움이 필요하면 키리오군에게, 특공이 필요할 때엔 야마토군에게 의지하는 역할 분담도 되고!”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무무무무무무슨 말일까나!? 저, 저저,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사랑이라니 뭐!? 사랑이라니 뭐야 그게!!”


  “숨기지 않아도 괜찮아. 전에 네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에게 물어봤잖아. 나, 그때 핑하고 왔어. 사쿠라코는 저 네 사람을 좋아하니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신경 쓰는 거라고. 내가 네 사람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물러날 생각이었던 거겠지. 정말, 사람이 좋으니까.”


  “아니야아니라고아니면아닌데다전혀아니에요오오오! 저 네 사람과 행복해져야 할 사람은 모모카씨야! 모모카씨, 좀 더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지자! 모모카씨는 저 네 사람과 연인 관계가 되면 행복하게 돼!”


  다른 활용법을 늘어놓는 듯이 연호하며 부정하자, 모모카씨는 “쑥쓰러워하지 않아도 돼~”라며 싱글벙글 웃을 뿐이다.


  이, 이렇게 되면 말하는 수밖에 없어!

  이 세계가 만화 세계고, 모모카씨는 히로인이라고……!

  의자를 울리며 일어나서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나는 목소리를 꺼냈다.


  “모모카씨,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고등학교에서 심심하지 않도록 신님이 보내준 이상하고 귀여운 천사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니야! 모모카씨, 들어줘. 나는……이 세계의 악역이야. 그리고 너는――――이 세계의 히로인이야!!”


  딱, 하고 모모카씨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드디어 나는 말했다!

  말하고 말았다!!!


  “흐응. 그래서 사쿠라코.”


  “흘려듣지 마세요! 정말이야. 여기는 역할렘 소녀만화 ‘피치매직’의 세계고, 모모카씨는 그 작품의 히로인이야. 모모카씨가 이 세계의 중심이고, 이 세계의 주역이야!!”


  “역할렘 만화의 주역?”


  “그래! 많은 남자와 사랑하는 건 내가 아니야. 모모카씨라고!”


  모모카씨는 눈을 빛내며 내게 몸을 기울었다.


  “그럼 상대는 어떤 사람!? 재벌집 후계자라든가, 어디 왕국의 황태자라든가, 한 나라를 없앨 정도의 힘을 가진 초능력자라든가, 어둠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마피아의 보스라든가!?”


  기대 잔뜩 하고 질문하는 모모카씨에게, 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식은땀을 흘린다.

  우물쭈물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말을 쥐어짠다.


  “에, 그, 그러니까. 이 학교의 학생회장이라든가 정식집의 아들이라든가 의붓동생이라든가……아, 아이돌도 있어!”


  모모카씨는 노골적으로 실망했다는 듯이 어깨를 떨궜다.


  “근처에 있는 놈들 대충 나열했을 뿐이잖아……. 그런 거 히로인 같은 거 아니야.”


  입술을 내밀고 부부 투덜거리기 시작한다.

  나, 나에게 그렇게 말해도 곤란합니다.


  “그런 성가신 거짓말 하지 않아도 돼. 사쿠라코. 나는 저런 녀석들에게 1미리도 흥미 없으니까. 오히려 최근 짜증나네, 라고 생각할 정도니까. 장래에 드바이나 아부다비에서 석유왕 낚아 채는 것이 목표고.”


  아아아……모모카씨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조차도 이만큼이나 예쁘니까, 장래의 모모카씨는 그야말로 동양미인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절세의 미녀가 되겠지.

  호화한 의자에 앉아 높은 웃음소리를 내는 오리엔탈 뷰티와 그 사람에게 달라붙은 많은 남자의 모습이 환각처럼 보인다.


  어어어어어쩌지――――!!!


  모처럼 오해를 풀기 위해 모두를, 좋아하지 않다고 연호했는데도 결국 믿어주지 않은 채로――.

  손이 잡히고, 이미 수업이 시작 된 교실로 들어가는 거였습니다…….


  “하츠키씨, 레이센인씨! 어째서 이렇게 늦은 거야!?”

  쨍쨍한 목소리의 미술 선생님에게 혼나고 말았다.

  그림자 캡짱 소재라도 꺼내서 얼버무릴까 하는 나보다 빨리, 모모카씨가 귀여운 포즈로 말했다.


  “죄송해요~. 배가 아파서 물 같은 설사가 멈추지 않아서 화장실에 있었어요~♪ 레이센인씨가 약을 가져와 줘서 살았어요~♪”


  “뭐……!? 여자가 그런 말을 큰 목소리로 하는 게 아니야! 이제 됐으니까 자리에 돌아가요!”

  “네에~”


  “아니야, 아니에요! 제가 모모카씨에게 심술을 부려서 교실에 오지 못하게 한 것이 이유고.”

  “됐으니까. 자, 자리에 앉아 사쿠라코.”


  목덜미를 잡혀 자리로 끌려간다.


  어쩌지!

  어쩌지!?

  정말로 어쩌지……!


  빙글빙글 사고가 공회전 해서 전혀 수업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설마 모모카씨가 이런 착각을 하고 있었다니,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누군가에게 상담……, 아, 그래!


  수업이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은 채로, 5교시가 끝나자마자 나는 달렸다.

  그래. 2학년 교실이 있는 층으로!


  화려한 용모의 그 사람은 바로 발견할 수 있었다.


  찾은 것은 당연히, 도우미씨인 노구치 줄리아씨다!


  “줄리아씨이이이이, 모모카씨가 이상한 방향으로 착각하고 있어요! 줄리아씨의 어드바이스가 필요해요. 부탁이에요. 모모카씨에게 사랑의 어드바이스를 해주세요오오오!!”

  “꺄아아아악――오, 오지마―!! 이 역병신이이이이!”

  줄리아씨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비명을 올리며 도망쳤다.


  “여, 역병신!? 아니에요. 상담할 게 있어요. 말을 들어주세요오!!”


  있는 힘껏 쫓지만 쫓아갈 수 없어서, 하지만 줄리아씨는 자판기 앞에서 발을 멈췄다.


  말없이 푸딩을 2개 사서, 나에게 넘긴다.


  “이거 줄 테니까 두 번 다시 줄리를 찾지 말아줘. 줄리도 더 이상 당신들에게 뭐라 하지 않을 테니까!”


  그, 그런…….


  위자료가 아니라 위자푸딩을 받고, 나는 아연하게 그 자리에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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