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삐빅, 하고 울리는 체온계를 확인한다.

  표시된 숫자는, 36.5도.


  좋아, 열이 내렸어!


  오늘은 꿈도 보지 않았고, 어제 실컨 잤으니까 기분도 상쾌하다.


  “사쿠라코씨, 아침이에요.”

  “네에!”


  계단에서 부르는 사요코씨에게 답하면서 방을 나선다.

  “사쿠라코씨?”


  계단 아래에 서 있던 사요코씨는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계단을 올라간다.

  무슨 일일까?


  사요코씨가 한 발 내딛자, 오래된 계단이 삐걱하고 소리가 난다.

  그리고 내 앞까지 와서.


  ――――입체영상이 교차하는 것처럼, 내 몸을 스치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다. 잠시 경직하고 있다가 서둘러 되돌아 본다.


  “사쿠라코씨, 무슨 일이에요? ……어머, 얼굴이 새빨갛잖아요. 굉장한 열! 잠깐 기다려요. 체온계 가져올 테니까.”


  사요코씨는 그렇게 말하고서 서둘러 방에서 나왔다.


  “사요코씨!!”

  등 뒤에서 외치지만, 사요코씨는 되돌아보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야? 방 안에는 내가 없는데!


  체온계를 한 손에 들고 와서 또 나의 몸을 스쳐 지나가 방 안으로 들어간다.


  “자, 이걸로 열을 재봐요.”


  그 말은 들은 기억이 있다.

  어제 들었던 말과 완전히 같은 것이었다.

  사요코씨는 어제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사요코씨, 사요코씨!!”


  되돌아 봐줬으면 해서 소리를 지르고 어깨를 잡으려고 하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손이 스쳐지나간다.


  “어째서……!? 대체, 어떻게 된 거야!?”


  “38도나 되잖아요. 자, 이걸 머리 아래에 베고 있어요.”


  나는 없는데. 이불만 있는데. 접어 놨는데.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향해서 사요코씨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얼음 베개를 뒀다.


  뭐야 이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반쯤 울면서 학교로 달린다.


  물건에는 닿을 수 있지만 개찰구도 날 인식하지 않는다. 필사적으로 뛰어넘어 전철에 올라탄다.


  “완결 패턴C로구만. 작가가 죽어도 다음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미완성의 완결일세.”


  반투명해진 내 옆에서 아이 모습으로 돌아온 신님이 말했다.


  “피치매직 작가가 새롭게 연재를 개시한 게야. 그랬더니 그 연재가 히트도 히트, 대히트에 1등 당첨인 게지. 피치매직 뭐야 그거 맛있어? 라는 상태가 되어 버린 거겠지.”


  저녁노을이 창문에서 비추고 있는데, 내 발밑엔 그림자가 없다.


  “여기, ‘피치매직’의 세계는 이대로, 미래영원, 오늘을……, 아니, ‘어제를’ 반복하게 되네. ‘사탕의 비’나 ‘소풍 날 야마토가 가져온 고기가 고급육으로 변했던 일’, 그리고 ‘아주머니의 조림’같은 건, 작가가 너에게 주는 선물 같은 거였겠지.”


  나는 무겁게 닫고 있던 입을 어떻게든 열었다.


  “이 세계는 현실세계와 같다고 했는데, 이런 결말이구나.”

  “작가의 기분 하나로 멸망하는 빈약한 세계일세. 결말 따위 몇 십 개나 있어.”


  여기는 학생회실.


  모모카씨가, 야마토군이, 소라군이, 키리오군이, 신 선배가,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다.


  “사쿠라코, 괜찮을까…….”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 같은 모모카씨가, 책상에 턱을 괴었다.


  “걱정이네요. 어제는 건강했었는데.”


  안경이 없는 야마토군이 등받이에 등을 대고 의자를 굴린다.


  “메일, 할게.”


  스마트폰을 꺼낸 소라군을 신 선배가 말렸다.


  “됐어. 소라. 자고 있는 중이면 어쩔거야. 오빠도 보내고 싶은 걸 참고 있으니까 참고 있어.”

  “윽…….”


  “사쿠라코가 없으니 썰렁하네.”


  키리오군이 한숨을 내쉬고, 그런 모두에게, 모부야마 선배가 조용히 차를 돌리고 있다.


  나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도 나를 보지 않는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럼, 너도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주지.”


  신님이 지팡이를 들었다.


  “………………저기, 신님.”


  지팡이를 잡아 멈추고, 고개를 숙이고 신님을 부른다.


  “뭐냐?”


  “…………너는 이 세계의 신님이지?”


  “아아.”


  “그럼, 혹시 이 세계의 시간을……원래대로 돌릴 수 있을까?”


  “간단하지.”


  신님은 간단하게 답했다.


  “변칙 패턴이라곤 하지만 완결된 세계니까 말이야. 작가의 손에서 떨어진 이상, 이 세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건 나 혼자일세. 움직이는 것 정도야, 간단하게 할 수 있어. 단.”


  신님은 한 번 멈추고 말했다.


  “너는 두 번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없어. 이 세계에서 나올 수 없다는 게지.”


  신님의 은색 머리카락이 빛난다.


  “그래도 좋은가?”


  나는 발을 내민다.


  책상 위에 올라와 있는 손을 만져보려고 하지만, 역시, 내 손은 그 사람의 손을 스쳐지나갈 뿐이다.

  더 이상, 말할 수도 만질 수도 없다.


  안녕이라고, 고할 수도 없다――


  그런, 나는,


  나는.


  “나는, 이 세계의 사람들과――모두와, 좀 더 좀 더 있고 싶어……. 신님.”


  모쪼록, 시간을.


  “원래 세계로 돌아가도 좋은 게로군.”


  “――――응.”


  내 대답에 신님은 휴우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심각했던 목소리가 거짓말처럼 쾌활하게 말했다.


  “다행이다! 실은 돌아갈 수 없다네. 전생하게 만들 수 있는 건, 내 직속의 세계뿐이니까 말이야. 네가 온 세계는 관활 밖, 실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네.”


  “그럴 거라 생각했어.”

  조금 웃고 만다.


  “혹시 예상하고 있었는가?”


  “응. 자신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은 시점에서 각오하고 있었어. 분명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신님은 작은 몸에 어울리지 않는, 자애에 찬 미소를 짓고 지팡이를 휘둘렀다.


  “완결한 보상이다. 적어도……보여주도록 하지.”


  지팡이가 찰랑, 하고 울었다.


  주변이 시커멓게 된다.


  멀리에서 빛이 다가와서, 영화관 안처럼 암흑 속에 커다란 화면이 떴다.


  거기에 있는 건, 본 적 있는 묘지의 광경.


  그리고――――그리운, 학생복 차림의 남자가 네 명.


  “어이, 료. 꽃병 씻고 오라고.”

  “오우, 그보다 이거, 꽃병이라고 하는 건가?”

  “몰라. 통하니까 됐잖아.”

  “물통에 물 담아와야지. 묘지에 뿌릴 거니까 도우라고.”

  “뿌릴 때엔 아래부터야. 갑자기 머리부터 뿌렸다간 xx가 깜짝 놀라니까.”

  “알고 있다니까.”


  료, 레이, 케이스케, 준타로.


  일찍이 내 친구들이 우리 집의 묘지를 닦아주고 있다.


  “다, 들.”


  내 이름은 들리지 않는다. 예쁜 꽃도 모두의 얼굴도 선명하게 보이는데, 내 묘지에 세겨진 이름만은 어렴풋해서 보이지 않는다.


  준타로가 선향에 불을 붙이면서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우리들 시험 때 찍어도 빗나가고, 불리고 싶지 않을 때 선생이 지목하고, 다들 한 결 같이 운 없으니까 제대로 죽지 못 할 거라고 중학교 시절에 말했지. 진짜로 너, 꼴사납게 죽었잖아.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하는데.”


  “그만두라고!”

  케이스케가 준타로의 등을 걷어찬다. 라이터 불이 손에서 떨어져 준타로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선다.

  “무슨 짓이야. 이런 개새!”

  준타로가 뒤돌아보면서 고함치지만, 케이스케는 웅크린 무릎 위에 얼굴을 올리고, 한 손을 후두부에 올리고 있었다.

  “제길.”

  “웃기지 말라고 빌어먹을! 울지 말라니까! 울었다간 나까지 울고 싶어지잖아. 새꺄!”

  주저앉은 케이스케의 머리를 이번엔 레이가 두들긴다.

  “그만둬. 괜한 데에 화풀이 하는 레벨이 아니라고.”

  “시끄러! 빌어먹을, 웃기지 말라고! 얼마 전까지 같이 놀았는데. 이런.”

  고개 숙인 레이의 발밑에 작은 물병이 떨어졌다.


  “짜증난다고. 언제까지 훌쩍훌쩍 울고 있을 거야? 그래서야 xx가 성불할 수 없잖아.”


  꽃병을 씻어 온 료가 돌아왔다.

  양초와 향초에 불을 붙이고, 네 사람은 내 묘지 앞에서 손을 마주했다.


  긴 시간, 그러고 있다가, 겨우 일어섰다.


  “……xx, 천국에서 아빠 엄마랑 만났을까.”

  “만났겠지.”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면 좋겠네.”


  료가 하늘을 향해 손으로 그늘을 만들어 보고, 붉어진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다.


  그렇게, 영상이 끝났다.


  “저기, 신님. 나는 저쪽 세계에 돌아가지 못하지만……신님이라면 갈 수 있어?”


  “무리지. 하지만, 사람 꿈 속에 나오는 정도라면 할 수 있네.”


  신님은 상냥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럼 쟤들에게 전해줬으면 좋겠어. 나는……행복하다고. 즐겁게 살고 있다고. 그리고.”


  울 것 같은 걸 참으면서 웃는 바람에, 이상한 표정이 되고 만다.

  입술이 떨린다. 눈 밑이 뜨거워서 저리다. 그래도 어떻게든, 마지막까지 말했다.


  “친구로 있어줘서, 고마워, 라고.”


  신님은 끄덕이고, 그리고 사라졌다.


  이상한 공간도 사라지고, 나는 원래 장소, 학생회실 한 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쿠라코!? 언제부터 있었어!? 등교했었구나! 열은 내렸어?”

  “무리하면 안 된다고――――무, 무슨 일이야!? 어째서 울고 있어!?”

  “어, 어이, 설며 누군가에게 괴롭힘 당한 건 아니겠지!?”

  “사사, 사쿠라코, 울지마.”

  “무슨 일이야? 자, 과자 줄 테니까 오빠에게 말해보렴.”


  몸이 떨리는 걸 참지도 못하고 소리를 내며 우는 나에게, 다들 다가와서 입을 모아 위로한다.


  모모카씨에게 등이 휘어질 정도로 강하게 안겨서 괴로웠지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 닿을 수 있는 것이 정말로 정말로 기뻐서 더더욱 울고 말았다.


  오늘만은, 이라며 학생회 일을 내버려 두고 다함께 거리에 나와 놀았다.

  노래방에 가고, 게임센터에 가고, 그리고 야마토군의 집에서 밥을 먹고.

  그리고 언젠가 있었던 가정방문 때처럼, 모두가 나를 집까지 데려다 줬다.


  다들 돌아가고 현관문을 닫고 잠시 시간이 지난 뒤, 사요코씨가 나에게 성대한 박수를 보냈다.


  “신님에게서 사정은 들었어요. 세계의 안정, 축하해요!”


  “작가씨가 질렸을 뿐이니까, 내 공적이 아니지만 말이야.”


  “오늘까지 이어져 왔던 건 당신이 열심히 했기 때문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사요코씨의 질문에 나는, 주먹을 꾹 쥐고 답했다.


  “악역으로서의 임무는 끝났지만, 앞으로도 모모카씨와 역할렘군들 사이의 사랑의 큐피트로서 힘내려고 생각합니다. 모모카씨와 네 사람이 결혼해서, 신 선배를 닮은, 소라군을 닮은, 야마토군을 닮은, 키리오군을 닮은 아이들을 보고 싶어요! 분명 다섯 명을 이어보이겠어요. 뭔가 자신이 생겼습니다!”


  “자신!!!!????”


  사요코씨의 절규에 팡하고 창문이 깨졌다.

  뭐,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만. 나에겐 여러 가지로 경험치가 있으니까 말이야. 힘낼 거야!


  아, 핸드폰이 울고 있다. 모모카씨에게서 온 전화다!


  “무슨 일이야? 모모카씨.”


  통화를 연결하고 경쾌한 목소리로 말하는 나와 반대로, 전화기 너머의 모모카씨의 목소리는 낮았다.


  “내일, 혼나야겠네.”

  “어, 어째서!?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왠지 모르지만 벌을 줘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상하네.”


  언젠가 들었던 대사를 남기고, 통화가 끊겼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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