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귀가한 나는 휘청휘청 거실로 들어가 방석 위에 양손을 댔다.

  상냥한 음색의 거문고를 타고 있던 사요코씨가 쿡하고 웃는다.


  “이번엔 무슨 일인가요?”


  나는 방석에 엎어진 채로, 비명 같은 소리를 짜냈다.


  “모모카씨가, 모모카씨가, 말도 안 되는 착각을 하고 있어요……! 하는 일 아닌 일 전부 제대로 되질 않아……! 이 이상 아무런 수단도 생각나지 않아서――――이렇게 된 이상 모모카씨를 죽이고 나도 죽을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모모카씨를 악역에게 죽은 비극의 히로인으로서 독자의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있게 하는 수밖에 없어!!


  “자자, 진정하세요.”

  우갹하고 부엌에서 식칼을 꺼내는 나를 웃는 얼굴로 사요코씨가 말렸다.

  잡힌 손목에서 뚝하는 소리가 나며 식칼이 바닥에 떨어진다.


  부, 부러지는 줄 알았어……!


  “괜찮아요. 분명 다음 찬스가 있으니까.”

  사요코씨가 내 팔을 잡은 채 웃는 얼굴로 검지손가락을 세웠다.


  “하지만, 하지만! 모모카씨가 너무 강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펼친 손수건을 양손에 쥐고 훌쩍훌쩍 눈물을 흘리는 수밖에 없다.


  “이제 곧 골든위크지요? 다들 모여서 어딘가 놀다 오세요. 분명 지금보다 더욱 사이가 좋아질 테니까.”

  “놀러……?”

  “네. 유원지라도 수족관이라도 동물원이라도. 분명 즐거울 거예요.”


  “――――――.”


  과연……. 그, 그렇지. 지금이야말로 그걸 쓸 때다!


  허둥지둥 계단을 올라가 서랍을 뒤집으며 찾는다.


  안에서 꺼낸 것은!


  “한 장, 두 장, 세 장……. 후후후후후후후후.”


  봉투에서 지폐를 한 장, 두 장 세면서 바닥 위에 나열한다.

  그렇다. 내가 꺼낸 것은 키리오군에게서 사례로 받은 30만 엔!


  왠지 모르게 쓸 수 없어서 서랍장에 넣어둔 채였다.


  “스무 장, 스물 한 장…….”

  “무슨 일 인가요? 사쿠라코씨. 폐가의 유령 같은 목소리로……. 어머, 이런 큰돈은 어디서 났어요?”


  내 모습이 신경 쓰인 거겠지. 2층으로 올라온 사요코씨가 미닫이 문을 열었다.

  바닥 위에 나열된 큰돈에 눈을 크게 뜬다.


  “후후후후후, 이거 부치 보호했을 때 키리오군에게서 받은 사례에요.”

  “당신, 밥 먹을 돈도 없었었죠? 이런 큰돈이 있는데 어째서 쓰지 않았어요?”

  “친구에게서 돈을 받다니 미안해서, 쓰지 못했어요.”

  “정말……. 사례금인 거죠? 곤란할 때에 쓰지 않고서 어떻게 할 거예요. 사쿠라코씨를 도와주고 싶다는 키리오씨의 마음도 있었을 텐데.”

  사요코씨가 내 머리에 딱밤을 날린다.

  30장까지 세고 나서, 머리에 생긴 혹을 누르면서 사요코씨에게 몸을 내밀었다.


  “쓰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이름하야, ‘모모카씨와 역할렘군들 급접근작전’! 이 돈으로 골덴위크에 모두 다 함께 숙박 여행에 가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가 당일 꾀병으로 펑크 내면 모모카씨와 역할렘군들만이 여행을 가게……! 후후후후후, 분명 다들 사이가 지금보다 더 깊어질 것이 틀림없어요!”

  “어머어머어머, 굉장해요! 대단한 생각이에요!”

  “그렇죠!?”


  칭찬을 받아 기뻐지고 만다.

  지금까지 이런저런 작전을 세웠지만, 하나하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렇기에 이 작전만은 성공하게 할 거다!


  “일정이 정해지면 말해주세요! ‘사쿠라코씨가 꾀병 부릴 셈이니까 당일에 마중하러 오세요.’라고 모모카씨에게 연락해 둘 테니까.”


  에?


  “에…………무슨.”

  “네?”


  “저‥‥지금‥‥, 모모카씨와 역할렘군들의 급접근작전이라고 했었죠……???”


  “아무리 스토리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즐거운 여행을 펑크 내다니 안돼, 에요.”


  우와아아아아!!


  “사, 사요코씨는 배신자!”

  “앞으로 몇 번 더 이런 대화를 하면 학습하는 걸까요.”


  눈물을 글썽이며 어깨를 퐁퐁 때리는 나에게 사요코씨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이제, 절대, 사요코씨 따위 믿지 않아! 오히려 아무도 믿지 않아! 나는 혼자서 싸울거야아!!


  그 날, 그렇게 굳게 맹세하고 잠에 들었다.


  그 때문인지, 심한 악몽――――을 보고 말았다.

  혼자서 모모카씨와 마주 서서, 모모카씨에게 덤벼들었다가 반격을 당하고, 덤벼들었다가 반격을 당하고, 덤볐다가반격, 덤볐다가반격덤볐다가반격.


  다들 내 등 뒤에서 웃고 있는 와중, 역할렘군이 한 사람, 옆에 섰다.

  함께 있어. 그런 말을 듣고, 뺨에 키스를, 당하는, 꿈.


  그런 꿈을 봐서 그런지, 나는 다음날 심한 열을 내고 말았다.


  ――――어째서 그런 꿈을 꾼 걸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이불 속에서 난리치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무엇보다도 모모카씨의 서방님을 더럽히는 것 같은 짓을 해서 가슴이 아프다.


  “38도나 되잖아요. 자, 이걸 머리 아래에 베고 있어요.”

  “네…….”

  들은 대로 머리를 올리고 얼음주머니를 벤다.


  영문도 모르는 채 악역하라는 말을 듣고, 이 세계에 떨어졌다.

  신님은 무리난제만 말하고, 아군이라고 생각했던 사요코씨는 실은 적이었고, 모모카씨는 드바이나 아부다비고,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고.


  이 세계에 왔을 때엔, 밥조차 없어서 매일 서러웠다.


  옆에 있어주고, 아군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


  우으. 열 때문인지 괜히 더 마음이 약해진다.


  “갑자기 이런 고열이 나다니, 어제 너무 난리를 쳤기 때문일까요. 학교에는 연락해 둘 테니까, 느긋하게 쉬고 있어요.”

  “고맙습니다…….”


  “먹고 싶은 거 있어요?”


  먹고 싶은 거!?


  “고, 고기가 먹고 싶어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놀라는 일이 꽤 있지만, 나는 감기가 걸려도 열이 나도 식욕만은 떨어지지 않는다. 건장한 위는 나의 유일한 자랑거리다.


  “그럼 분발해서, 부드러운 스테이크로 하도록 할까요.”

  “!!!”


  스테이크!? 해냈다!

  약해진 마음이 단숨에 뛰어오른다.

  밥이 기대되네.


  아, 모모카씨에게도 오늘은 쉰다고 연락해둬야지.


  메일을 보내자, 바로 답장이 왔다.

  나를 걱정하는 내용에 나도 또한 답장을 하는 도중, 메일 수신 표시가 흐른다.


  역할렘군들에게서 온 메일이었다.

  그 사람의 이름이 표시되자 또 부끄러움을 참지 못하고 이불 안에서 난리치고 싶어진다.


  하지만 조금 기뻐져서, 가장 먼저 그 사람에게 답장했다.


  그 날은 어물어물 잠을 자면서 하루를 끝냈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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