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그립네. 초등학교 시절 가장 좋아했던 사탕이다! 너무 커서 먹으면 입 안이 가득찼었지만 맛있었지.

  누가 던진 걸까?


  주변을 둘러보는 내 머리에 또 따콩, 하고 맞았다. 이번엔 싸라기 설탕이 묻은 눈알사탕! 우와아! 이것도 그립네……! 막과자 가게에서 틈만 나면 샀었다. 줄을 당기면 복권이 나오도록 되어 있어서, 귤 형태를 한 당첨을 뽑으려고 했었지. 한 번도 맞은 적은 없지만.


  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생각하던 동시에, 옥상 한 가득 대량의 사탕이 떨어졌다!


  “우와, 뭐야 이거.”

  “사탕?”

  “어디에서 떨어진 거지? 비행기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패프러츠키스 현상?”


  다들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우와아아아! 오렌지에 포도에 딸기에 메론, 꽈배기 모양에 봉이 달린 캔디에 츄파츕스까지이!


  “굉장해! 다들, 남김없이 주워가자!”

  “남김없이는 무리 아닐까?”

  “괜찮아. 나는 그림자 캡짱이니까! 여기에 있는 모든 재보는 나 혼자만의 것이다! 후하하하!”

  “오오, 대단해. 지금 그거 악역스러웠어요. 먹을 것이 얽히면 강해지네요.”


  “어이 사쿠라코! 상의로 받으려고 하지 마! 안이 보이잖아아아!”


  “아.”


  야마토군이 몸을 숙이고 검은 사탕을 주웠다.


  “어이, 소라.”

  “왜?”

  뒤돌아보는 소라군의 입을 손바닥으로 막는 듯이 꽉 잡는다.

  아까 전의 검은 사탕을 소라군의 입에 넣은 것이다.

  소라군은 보고 있는 사이에 새파랗게 되어, 야마토군의 배를 노리고 발차기를 한다. 야마토군은 가볍게 피하며 소라군에게서 도망쳤다.

  “야마토, 죽인다!” 퉤하고 발밑에 사탕을 뱉고서 입을 닦고, 소라군은 야마토군과 싸우기 시작한다.

  “뭘 먹인 거야……? 살미아키인가. 심한 짓을 하네.”

  신 선배가 야마토군의 손에서 떨어진 사탕 포장지를 확인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소라, 어떤 맛이었나요? 세계에서 제일 맛 없는 사탕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서 신경 쓰여서요.”

  “한 번 먹어봐! 죽어!”

  꽤나 굉장한 맛이었던 건지, 소라군은 눈에 눈물까지 띄며 야마토군에게 발차기를 하고 있다. 야마토군은 악동스런 미소를 지으며 여유롭게 피한다.


  “세계에서 가장 맛 없는 사탕? 어떤 맛이었던 걸까?”

  나도 신경 쓰인다. 또 하나 떨어져있지 않을까?

  “고무맛이라든가 송진맛이라고 들은 적이 있어. 과연 먹을 생각은 들지 않네.”

  모모카씨도 쓴웃음을 지으며 소라군이 뱉은 사탕을 휴지로 잡아 비닐봉투에 버렸다.


  유감스럽게도 사탕의 비는 눈 깜짝할 사이에 그치고 말았다.

  그래도 그래도, 대충 모은 것만으로도 수백 개나 돼!

  꽤 큰 산처럼 되어서 환성을 올리며 양손으로 감싸 올려 하늘로 던지고 만다.

  “금은보화라도 찾은 것 같네요.”

  보화야! 이런 사탕의 산, 태어나서 처음 보는 걸.

  신 선배가 스포츠백을 가져와서 넣을 수 있을 만큼의 사탕을 넣어서 학생회 휴게실로 가져갔다.

  가방에서 골판지 상자로 옮기고, 각자 좋아하는 사탕을 골라간다.

  “파인애플과 민트 가져갑니다.” “오빠는 레몬으로 할까.” “모모카씨는 뭘로 할 거야?”

  으음, 하고 입 안에서 중얼거리며 모모카씨는 입을 열었다.


  “단건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골판지 상자에 들어있는 것이 젓갈이나 명란젓이라면 기쁘게 받겠지만.”


  “위험해. 상상하고 말았습니다.”

  “그로테스크야. 모모카…….”

  나도 골판지 상자가 젓갈과 명란젓으로 가득 찬 모습을 무심코 상상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거, 정말 어디에서 떨어진 걸까……? 비행기도 지나가지 않았는데……. 잠깐만 기다려, 혹시, 이거, 이 세계의 이변일지도 몰라!

  “사쿠라코?”


  나는 당황하며 일어서서, 팔에 사탕을 품은채로 복도를 달려갔다.


  “신님!”

  인사도 잊고 양호실로 들이닥친다.

  신님이 말했던 대로, 양호실은 남학생들로 가득했다. 남학생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신님 앞에 선다.


  “어머, 무슨 일인가요. 레이센인씨……에잇.”

  의자에 앉아 예쁜 하얀 발을 꼬고 있던 신님이 딱하고 손가락을 울린다. 또 교실이 세피아색으로 물들었다. 남학생들까지 세피아색이 되어 굳어버려 조금 무섭다.


  “이 바보가! 학교 안에서 신이라고 부르면 어쩌나! 내 이름은――”

  “하늘에서 사탕이 떨어졌어! 혹시 이거, 세계가 끝날 전조일까!?”


  “그러니까 평범하게 무시하지 말라고……. 말했잖은가. 이 세계는 의외일 정도로 안정되어 있다고. 애초에, 사탕이 떨어지다니 그런 이변 들은 기억이 없어.”

  “하, 하지만……!”

  “귀찮구만. 호이.”


  또 한 번 손가락을 울리자 신장 2미터는 되어 보이는 앞치마 차림의 여자가 내 옆에 섰다.

  사요코씨다!

  SF영화의 홀로그램 영상처럼 반투명하게, 저쪽 풍경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사요코씨!”

  “어머, 사쿠라코씨. 신님까지. ……거기는 학교인가요? 무슨 일인가요?”

  “하늘에서 사탕이 떨어진 것 같아서 말이야. 세계의 종말이 아니냐고 소란을 피우고 있는 게지. 너도 아니라고 설명해주게.”


  “하늘에서……? 그런 팬시한 이변, 들은 적도 없어요. 세계가 끝날 전조는 살벌한 현상들뿐인 걸요.”


  “그런가요……?”


  “네. 안심해주세요. 그보다도 그 돈의 재스쳐 해봤나요?”

  윽.

  “그 표정을 보니 실패한 것 같네요. 혹시, 재스쳐가 오케이가 되지 않았나요?”

  “어, 어떻게 그걸……!?”

  “80점이라고 했었죠? 후후후. 재스쳐가 돈의 재스쳐였다면 100점이었는데. 유감이네요.”

  “아, 알고 있었는데 알려주지 않은 건가요……!? 사요코씨는 배신자!”


  꽤 진심으로 화내고 있는데, 사요코씨는 즐겁게 웃을 뿐이다.

  부, 분하다……!

  사요코씨는 웃음을 남긴 얼굴로 신님을 향했다.


  “헌데, 신님. 슬슬 사쿠라코씨에게도 설명하는 게 어떤가요?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지 않았지요?”

  중요한 부분?


  “뭐, 그렇지. 악의가 있는 건 아니었다고. 스토리조차 멀쩡하지 않은 세계니까 어차피 망할 거라고 생각했으니 말이야.”

  무슨 소리? 신님과 사요코씨를 두리번두리번 보고 만다.

  사요코씨가 검지를 세우고 말한다.


  “생전의 이름, 기억나지 않죠?”


  ――――에.


  생전의, 이름?

  내, 이름――――.


  “기, 기억, 나지 않아……!!?”


  료, 레이, 케이스케, 준타로.

  친구 이름은 기억나는데 내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 아버지와 어머니――――안 돼. 단 두 사람뿐인 육친의 이름도 기억나지 않아! 어째서!?


  “뭐, 그렇게 당황하지 말거라. 이름을 잊은 것도, 이름을 잊은 것을 눈치 채지 못한 것도, 다시 태어나 인과가 끊어졌기에 그런 거니.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생각나니까 말이야.”


  “신님은 또――――” 찌지지직하고 노이즈가 일고 사요코씨가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세피아였던 풍경의 색이 돌아왔다.


  “슬슬 교실로 돌아가세요. 여러분도. 수업이 시작하고 말아요.”

  신님이 검지를 세우고 웃는다. 아까 전까지 거만한 태도와는 전혀 다른, 상냥한 말투와 미소였다.


  입을 모아 인사하는 남자들과 섞여 나도 교실로 돌아간다.

  내 이름……기억 나지 않는다.


  지금은 레이센인 사쿠라코니까, 전생의 이름은 필요 없다. 지금까지도 아무런 불편함도 없었다.

  하지만, 뭐랄까. 중요한 것이 쏙하고 빠진 듯한 허무감이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대로.


  아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는 건 그만두자. 아무튼 이 이야기를 제대로 완결 짓는 데에 전력을 다하는 거야!


  마음을 다잡자!!


  수업을 끝내고 방과후, 나와 모모카씨, 그리고 몰래 따라온 야마토군 세 사람은 동쪽 교사 5층으로 발을 옮겼다.

  줄리아씨는 이미 거기에 있었다. 저번에 본 예쁜 미소가 거짓말처럼, 무척이나 무서운 얼굴을 하고 같은 정도의 무서운 얼굴의 여학생을 10명 이상이나 데리고 왔다.

  본 적이 있는 학생도 있다. 복도에서 키리오군의 메일주소를 물어본 학생이다.

  모모카씨는 여유만만한 표정인데, 나는 갈팡질팡하면서 여학생들에게 다가가는데――.


  “모모카, 사쿠라코, 여기에 있다.”

  “아, 줄리아씨. 오랜만이네요. 무슨 일인가요? 이런 데에서.”


  소라군과 키리오군이 빙그레 웃으며 우리 뒤에서 나타났다.

  줄리아씨들은 한 순간 싫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바로 억지웃음을 짓는다.


  “아, 아무 일도 아니에요. 다, 다시 한 번 보좌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부탁할까 해서…….”

  그렇게 말하고,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는 거였다…….


  “뭐……, 저거 절대로, 내가 너희들에게 울며 사정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괜한 짓 하지 말라고 했잖아 이 바보 남자놈드으으으을!!”


  모모카씨가 비쳐 날뛰며 키리오군과 소라군에게 달려든다. 여기 최상층이고, 자료실밖에 없으니까 우연히 지나가는 일은 있을 수 없는데.


  “싸움이라니까 걱정 돼서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가 통할 것 같냐아아아아!”

  “모모카씨 폭력은 안 돼에에에에!”


  내 만류도 무심하게 완전히 격노한 모모카씨가 키리오군에게 액스봄버를, 소라군에게 샤프슈터를 걸어 녹아웃시키는 거였다…….

  모모카씨, 너는 소녀만화 히로인인데 어째서 그렇게나 서브미션이 능숙한 걸까!?

  바닥에 쓰러져 엎어진 키리오군과 소라군 옆에 앉아 나는 단지, 신음하는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화내더라도 귀엽게 화내주세요……!



Posted by 추리닝백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