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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3 평범남이 악녀역으로 환생하다. #-1화. 프롤로그

프롤로그


  해야만……, 해야만 한다.


  이, 만화의 세계에서 ‘작가가 만족하는 엔딩’까지 진행해서, 나는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거야.

  악역이 된다. 나, ‘레이센인 사쿠라코’는, 이 작품의 작가가 만족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돼!


  열심히 노력해서, 히로인 ‘하즈키 모모카’의 소꿉친구인 ‘칸자키 신’을 양호실까지 부르는 데에 성공했다.


  ‘여기서부터, 뭘 하면 돼?’


  통신기인 손목의 팔찌에 손을 대고, 마음속으로 신님――겉보기엔 5살 정도의 유치원생으로, 키는 1미터 정도 밖에 되지 않는데, 2미터 정도는 될 법한 은발을 늘어뜨린 여자아이――를 부른다.


  ‘떡이다. 거기서부터 떡을 치는 거다.’

  “떡? 그거 무슨 떡?”

  찹쌀떡, 호떡, 시루떡, 가래떡, 인절미?

  여기서 떡을 치다니 대체 무슨 뜻일까.


  하지만, 이 신님이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없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다.

  애초에 ‘천국으로 가게 해주세요.’라고 부탁했는데, 억지로 나를 이런 세계로 처넣은 만악의 권화니까.


  나, 환생 같은 거 바라지 않았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서 힘내고 있지만, 까고 말해서 힘들어. 남자였던 내가 여자아이의 몸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힘든데, 거기에 더해 모모카씨를 괴롭히라든가, 네 명의 남자와 플래그를 세우라든가 억지도 정도가 있다.


  ‘인절미 이야기가 아니야! 야한 거 말이다. 야한 짓을 하면 플래그 성립이야.’

  ‘야한 짓……?’

  ‘섹스 말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다, 다가오지마아아아아아!!!”

  나는 끊어졌다.

  손 주변에 있던 구급상자를 칸자키 선배에게 던지고 어딘지도 모르게 도망쳤다. 구급상자는 간단하게 잡히고 말았지만.


  ‘뭐 하는 거냐! 떡을 치지 않으면 플래그가 서지 않는다고!!’

  신님의 노성이 들린다.

  ‘플래그 따위 아무래도 좋아! 그보다 무리무리무리무리!!’

  ‘네놈, 원래 세계로 다시 태어나지 않아도 좋다는 건가? ……뭐, 그것도 좋겠지. 탈락한다면, 지구로 환생하게 해주마. 하지만, 너의 다음 생은 바퀴○레의 암컷이다! 바퀴○레의 수컷과 야한 짓을 하는 것이 낫다면, 그대로 탈락하는 거다!!!’


  우와아아아아아!

  나는 울었다.

  바닥에 주저앉아서, 통곡 정도가 아니라, 갓난아기처럼 불이 붙을 정도의 기세로 울었다.

  “미,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칸자키 선배가 사과했지만,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바퀴벌레의 수컷과 야한 짓을 하는 것과, 눈앞에 있는 이 남자와 야한 짓을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이미 알고 있다.


  선배랑 하는 게 낫다고! 진심으로!

  흐느껴 울면서도, 덜덜 떠는 손으로, 칸자키 선배의 손을 만지려고 했다―――그 순간.


  “너 임마아아아아! 신!! 너, 나의 사쿠라코에 무슨 짓을 하는 거야아아!”


  이 만화 세계의 히로인, 모모카씨가 뛰어 들어와서 칸자키 선배의 머리를 발로 차 날려버리고, 나를 끌어안았다.

  “무서웠지, 사쿠라코……! 불쌍하게도. 이제 괜찮아. 내가 여기서 확실히 지켜줄 테니까……!”

  괴롭운 듯이 목소리를 끌어내는 모모카씨.


  나는, 이 모모카씨를 괴롭히는 악역인데. 하나도 제대로 되질 않는다.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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