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90년 6월 15일. 하이네센, 호텔 캐프리콘. 에리히 발렌슈타인.
"각하, 코코아를 드릴까요? "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트류니히트 일행이 돌아가자 발레리가 코코아를 만들어 주었다. 달콤한 향기가 집무실에 퍼졌다. 한 모금 마신다. 솔직히 맛있다고 생각했다. 메이드 인 동맹의 코코아도 나쁘지 않다. 페잔에 천도하면 이 코코아를 마실 기회도 늘어나겠지.
레벨로의 정권이 출범하면 제국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동맹에 있을 날도 앞으로 얼마 남지 않았다.
"피츠시몬즈 대령."
"예."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는 걸 확인하면 귀국합니다. 슬슬 귀국 준비를 시작해주세요."
"각 함대에 통지하겠습니다."
발레리가 안도하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뭐라 해도 우주함대 사령장관의 부관이니까. 의원, 군인, 관료, 일반시민이 정보를, 편의를 얻기 위해 접촉하고 있는 것 같다.
뤼네부르크에게는 그런 일은 없는 것 같지만. 역시 여자니까 가볍게 보고 있는 걸까? 아니면 뤼네부르크의 인덕, 아니 부덕인가…….
돌아가는 건 페잔 경유로 돌아가자. 강화 조약으로 간다르바 성역은 제국령이 되었다. 행성 우르바시의 상황도 봐야만 한다. 앞으로 제국의 최전선은 거기가 될 테니까.
페잔에 도착하면 루빈스키가 접촉하려 올 것이다. 마음껏 환영해주지.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니까. 감동의 부자 상봉도 준비해주마. 루퍼트가 기뻐하겠지. 자신의 손으로 루빈스키를 죽일 기회가 찾아왔다고.
힘내라고, 루퍼트. 상대는 인기가 많다. 경쟁률은 높으니까.
……납득하지는 않았었지. 반론은 하지 않았지만, 트류니히트 일행은 납득은 하지 않았다. 의회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걸로 황제권력을 검사하게 한다. 이상은 그렇겠지. 제국에서도 리히터, 브라케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지. 어떤 정치 제도도 운용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그걸 전혀 모르고 있다. 지금 상황에서 의회제 민주주의 같은 걸 도입하면 혼란이 일어날 뿐이겠지.
인정되는 건 지방자치까지다. 행성 단위라면 인정해도 좋다. 단 제약은 걸어 두겠지만.
라인하르트는 통치에는 공평한 세금 제도와 공평한 재판이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 덧붙이자면 충분한 식량과 인프라가 정비되면 완벽하겠지.
국민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할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의회제 민주주의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인류는 민주제도를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성숙하지 않았다. 판단력이 없는 아이에게 대량살상무기의 스위치를 맡기는 짓은 해선 안 된다.
중요한 건 주권자인 황제의 권력을 제한하는 일이다. 이건 헌법 제정으로 실행하면 된다. 그리고 정치 계급을 고정하지 않는 것. 고정하게 되면 내부적으로 특권계급화하여 부패하기 쉽다. 그건 문벌귀족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항상 새로운 피를 넣는 것으로 통치 계급에 유연성과 혁신성을 가지게 한다.
지금 상황으로는 브라케나 리히터가 평민 계급을 대표하는 식으로 정권에 참가하고 있다. 문제는 없다.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 지금부터겠지. 어떤 제도로 유연성과 혁신성을 유지, 운용할 것인가.
의회라는 것은 정부 각료 후보자의 인재풀이기도 하지만, 그걸 만들지 않는다면 그걸 대신할 기관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추밀원이다. 황제의 고문관으로 조직되는 자문기관, 추밀원을 설립한다. 거기에는 관료, 군인, 재계인, 그리고 지방자치에서 성과를 올린 정치가를 황제 고문관으로 참가하게 한다. 그에 따라 인재풀로 운용한다…….
세습이 아니니까 특권계급도 되기 힘들 것이다.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말해 볼까. 할아범도 의회제 민주주의에는 반대였다. 어느 정도 나하고 생각이 비슷할 것이다. 헌법 제정도 포함해 상담해보자.
뭐라 해도 이런 종류의 문제는 이상주의자에겐 맡길 수 없다. 할아범과 같은 방심할 수 없는 능구렁이의 생각이 가장 참고가 된다.
한동안 만나지 못했기 때문인지 묘하게 만나고 싶어졌다. 아마도 기분 탓이겠지만…….
우주력 799년 6월 25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가버렸는가? 호안."
"그래. 가버렸지. 자네에게 안부를 전하더군."
"……그런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만나고 싶었는데……."
"업무가 우선이다. 그건 트류니히트도 이해하고 있어."
발렌슈타인 원수가 제국으로 귀환 길에 올랐다. 트류니히트도 거기에 동행하고 있다. 하이네센에선 트류니히트를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많다.
지금도 최고평의회 빌딩 앞에서 시위가 행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빌딩에서 둘이서 함께 보고 있다.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나 혼자만이 아니겠지.
"호안, 트류니히트가 잘 해줄 거라 생각하나? "
"글쎄. 어떨까. 상대는 꽤나, 아니 무척이나 강적이야."
그 회담에서 알게 된 것, 그것은 발렌슈타인 원수가 군인으로서 뿐만이 아니라 꽤나 정치적인 식견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명확한 국가 비전을 가지고 있다.
리히텐라데 후작의 신뢰가 두텁다는 것도 군인으로서의 능력만이 아니라 정치가로서의 능력도 인정 받은 거겠지. 아마도, 앞으로의 제국은 그가 이끌게 될 것이다…….
"지난 회담이지만. 나는 굳이 의회의 설치를 제안해봤다. 그를 화나게 만들고 싶었던 거지. 화를 낸다면 그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어떻게 보였나? "
옆에 앉은 호안이 "흥"하고 코웃음을 쳤다.
"꽤나 인간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인간불신이 강한가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치기엔 망명자를 중용하고 있는 걸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아. 개인은 신용해도 집단, 아니 군중으로서의 인간은 신용하지 않는 거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 민주공화정 같은 건 논외겠지."
그렇군. 군중인가. 집단이 되면 인간은 부화뇌동하기 쉬운 특성을 가진다. 이해는 할 수 있다.
"그는 루돌프의 재래라고 생각하네. 루돌프도 대중은 믿지 않았지. 일부의 엘리트가 나라를 통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루돌프와 차이점이 있다면, 자신에 대한 믿음의 강약, 냉철함이겠지."
"……루돌프 만큼 자신을 과신했다면? "
호안이 고개를 저었다.
"찬탈을 도모했을 거다. 그리고 냉철함을 잃으면 루돌프 그 자체가 되겠지."
"……그럼 지금 이대로라면? "
이번엔 쓴웃음을 띄웠다.
"전제군주제 국가의 유능한 집정관이 되겠지. 어차피 어찌 되든 우리들에겐 위험한 상대다."
한숨이 나왔다. 호안이 소리 내어 웃었다. 어째서 웃는 걸까?
"트류니히트도 고생이겠군."
"각오한 바겠지. 애초에 새로운 국가 건설이다. 그 나름대로의 즐거움도 있는 것 아닐까. 바라던 바는 아니라고는 해도."
"……그렇겠지. 저건 근본적인 낙천가, 아니 향락주의자니까."
"너무하는군."
호안이 쓴웃음을 짓고 있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 "오히려 큰일인 건 우리들이겠지"라고 걱정하는 듯이 말했다. 거기에 관해선 완전히 동감이지만, 나를 걱정하는 건가?
"호안, 해야하는 일이라면? "
"일단 대사관의 설치. 그리고 제국으로 보낼 대사, 그리고 실무진의 인선이로군. 그리고 영토가 축소되었다. 이주희망자는 동맹령 내에 거두어 들여야만 해. 그 준비로군."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고맙네 호안, 성가신 안건뿐만이 아니라 비교적 간단한 안건도 넣어줘서, ……정말 고마워.
제국과의 강화 조약으로 이제르론 방면, 페잔 방면의 영토를 꽤 많이 제국에 할양하게 되었다. 하기야 본래 변경 성역이라 불렸던 지역이다. 발전도 없고 인구도 적다. 동맹 경제에 대한 영향은 적을 것이라는 건 이미 계산이 끝났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선 짐덩이가 사라져서 몸이 가벼워졌다고 해도 좋다. 지방 양여세도 적어지겠지. 하지만 그것도 약자 잘라내기라고 평판이 나쁘다.
"게다가 군축과 인원 감축. 실업자가 넘쳐나겠군."
"공공사업도 대규모로 행한다. ……군인 천하에서 건설업자의 천하인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권 다툼이 발발하겠지. 하지만 전사자가 나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인가. 그에 대해 말하자 호안이 어깨를 으쓱했다.
"실업자는 군인뿐만이 아니야. 군 관계의 기업도 마찬가지다. 군수에서 민수로 전환이 순조롭지 않으면 경영이 기울겠지."
한숨이 나왔다.
"호안, 밝은 화제는 없는 건가? "
"아까 자네가 말했잖나? 이 이상 전사자는 나오지 않는다고."
"고맙네. 알려줘서. 잊고 있었어. 끔찍한 화제가 너무 많아서."
전도다난이다. 다시 한숨이 나왔다.
제국력 490년 7월 1일. 오딘, 신무우궁. 클라우스 폰 리히텐라데.
폐하로부터 장미정원으로 오라는 부르심이 있었다. 서둘러 장미정원으로 가자 폐하는 아말리에 님, 크리스티네 님과 함께 있었다.
"폐하, 부르셨습니까."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자 편히 있으라는 말씀이 있어 일어서는 것이 허락되었다.
"무슨 일이신지요? "
"음. 조금 상담할 것이 있네. 발렌슈타인이 돌아온다고 하더군."
"예. 페잔 회랑을 거쳐 돌아옵니다. 늦어도 10월이 되기 전에 돌아오겠죠."
내가 답하자 폐하가 끄덕였다. 헌데, 아말리에 님, 크리스티네 님이 계신다는 것은 공적인 일이 아니군. 사적인 일인가.
"그 뒤에 천도인가. 내년일까?"
"예. 페잔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만. 문제가 없다면."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건국인가."
"예. 그렇게 됩니다."
폐하가 만족스럽게 끄덕였다.
"황제도 새롭게 하는 게 어떠한가? "
"예? "
황제도 새롭게 한다? 잘못 들었는가? 아말리에 님, 크리스티네 님도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헌데…….
"퇴위를 생각하고 있네만."
"폐하! "
"아버님!" "
나와 황녀 분들의 목소리가 겹쳤다. 폐하가 소리 높여 웃었다. 퇴위라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폐하."
"장난이 아닐세. 짐은 진심으로 아말리에에게 황제위를 물려주려 생각하고 있네."
아말리에 님이 "아버님! "하고 소리를 높였지만 폐하는 재밌다는 듯한 표정이다.
"제국이 변한다는 걸 여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선 세대교체야말로 가장 적당하겠지. 게다가 죽을 때까지 황제를 맡는 것도 고생이야. 이제 30년 이상 황제를 맡고 있던 걸세. 이미 충분하겠지."
30년 이상……. 제위 기간은 역대 황제 중에서도 상위에 들어가는 건 틀림 없다. 지치신 건가……. 하지만 퇴위라니, 지금까지 퇴위하신 분은 없었지만…….
"하지만 아버님. 저는 오토 폰 브라운슈바이크의 아내였습니다. 본의가 아니긴 했습니다만, 남편은 반역자가 되었습니다. 그 배우자였던 제게 황제가 될 자격이 있으리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폐하가 고개를 저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작도 리텐하임 후작도 어쩔 수 없이 반역자가 되었지. 그 일은 너희들에게 어떠한 흠도 되지 않아. 하지만 확실히 그 일에 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는 자도 있겠지. 그렇기에 짐이 건재할 때에 황위를 넘겨주는 거다. 새로운 제국의 황제에 어울리는 기량을 가진 자로서 말이지."
과연, 폐하께서도 에르빈 요제프 전하에 대한 걸 우려하고 계신 건가……. 그렇게 되면 단지 반대하기만 할 수는 없겠군.
"황송합니다만 폐하, 폐하의 생각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입니다. 신하로서도 어찌 판단하면 좋을지 판단이 되지 않습니다. 아마도 아말리에 님, 크리스티네 님도 같은 마음이시겠지요."
둘에게 시선을 향하자 두 사람 모두 끄덕였다.
"퇴위는 페잔에 천도한 뒤가 될 걸세. 시간은 충분히 있어. 천천히 생각하는 게 좋겠지. 발렌슈타인에게도 상담해 보게."
"예, 반드시. 그렇기에 부탁할 것이 있사온데."
"음. 무엇인가?"
"그건 비밀로 하고 싶기에. 밖에 흘러가면 다들 혼란할 것입니다."
폐하가 "알겠다"라고 끄덕였다. 그걸 계기로 어전에서 물러가는 허락을 받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에 빠져선 안 된다. 냉정해져야지.
……확실히 하나의 구분 점이긴 하다. 병합까지 앞으로 30년이라고 하지만 제국은 페잔, 자유행성동맹을 물리치고 사실상 우주를 통일했다. 천도에 의해 과거의 제국과 결별하여 신은하제국의 성립을 선언한다. 누구나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이해할 터다.
그걸 실적으로서 퇴위, 그야말로 폐하야말로 은하제국 중흥, 아니 신제국 건립의 명군이라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이제부터 새로운 건국을 행하게 된다면 여러가지 문제도 나올 것이다. 아말리에 님보다도 폐하가 황제인 편이 좋지는 않을까. 황제로서의 무게는 아말리에 님으로는 폐하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페잔인, 동맹인이 어떻게 생각할지……. 조금 불안이군.
황제 계승에 혼란을 미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면, 폐하가 황제에 머무르고 아말리에 님을 황태녀로 한다는 수단도 있겠지. 실무를 황태녀 아말리에 님이 행하고 폐하가 후견을 본다. 다들 안심할 것이다.
……발렌슈타인은 어찌 생각할까. 퇴위에 찬성할까, 시기상조라고 반대할까.
녀석의 문관 전직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군부의 혼란은 피해야만 할 것이고, 문관들의 혼란도 피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퇴위 문제와 연동될 법한 사태는 좋지 않다. 혼란이 더욱 가중될 테지.
역시 아말리에 님을 황태녀로 하고 발렌슈타인을 국무상서로 하는 게 좋을까. 그리고 시기를 봐 아말리에 님이 황제에 즉위, 발렌슈타인을 재상 취임, 이라는 것이 좋겠지…….
제국력 490년 8월 5일. 페잔,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페잔에 도착하자 키슬링이 보임러를 데리고 찾아왔다. 아무래도 이쪽에 와 있었던 것 같다. 천도 전에 대청소라도 하는 거겠지. 함교가 아니라 개인실에서 대화하기로 했다.
참가자는 나, 키슬링, 보임러, 발레리, 그리고 트류니히트. 꽤나 호화로운 면면이다. 트류니히트 군, 자네에게 제국의 뒷세계를 보여주도록 하지.
그러니 다들, 그런 수상쩍은 표정으로 트류니히트 군을 보지 말아주게. 그는 나의 소중한 친구니까. 그리고 자네들의 소중한 친구도 될 수 있겠지.
다행히 트류니히트는 좌담의 명수였다. 긴장이 풀어지기까지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나와 키슬링이 편하게 대화하는 것에 트류니히트는 놀란 모양이다. 기억의 메모에 키슬링을 중요인물로 기록했겠지.
"에리히, 루빈스키가 죽었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래. 누군가가 그를 죽였다는 건 알고 있어."
일주일 정도 전에 아드리안 루빈스키가 페잔의 은신처에서 죽은 것이 발견되었다. 예의 정부 소유의 비밀지하 셸터의 더욱 밑에 숨겨져 있던 은신처에서다.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루빈스키의 호위도 함께 살해된 걸 보면 범인은 단독범은 아닌 것 같다. 유감이로군. 루퍼트. 부자 상봉은 물 건너 갔어. 복수도.
"훌륭한 솜씨야. 귄터."
내가 내가 놀리자 키슬링이 고개를 저었다.
"유감이지만 이 건에 헌병대는 연관되어 있지 않아."
나도 모르게 키슬링과 보임러를 돌아봤다. 두 사람 모두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래도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어떻게 된 일이야? 의문스럽게 생각했지만 그보다도 트류니히트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 재밌었다. 트류니히트 군, 발레리를 보고 배우게. 그녀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있잖아.
"헌병대가 아니야. 그럼 지구교인가? 혹은 페잔인? 배신 당한 것을 분노하여 루빈스키를 죽였는가."
"범인은 루빈스키를 꽤나 집요하게 괴롭힌 뒤에 죽였습니다. 현장에 남은 지독한 흔적을 보면, 참상이라고 해도 좋겠죠."
보임러가 나의 추리를 인정했다.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 꽤나 처참했겠지. 구토라도 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숨어있는 루빈스키를 찾아내 죽였는가. 그 은신처를 찾아내는 게 아마추어 집단에게 가능할까? 그야 무리겠지. 그렇다면 지구교인가. 골수에 사무친 원한으로 필사적으로 찾아낸 거겠지. 그리고 루빈스키를 죽일 때는 너무 기쁜 나머지 실컷 저지르고 말았다는 거다.
……예상 외의 결말이지만 나쁘지 않다. 제국이 손을 더럽히지 않고 끝난 걸 생각하면 만만세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지구교에 감사했다. 세상사 재밌네. 신기한 일로 가득 차 있어.
'번역 : 새로운 조류 시리즈 > 본편(연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86 화. 원정군 귀환 (0) | 2020.05.28 |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85 화. 광역수사국 제6과 (0) | 2020.05.28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83 화. 회견 (0) | 2020.05.28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82 화. 비준 (0) | 2020.05.28 |
새로운 조류(에리히 발렌슈타인 전) 제 281 화. 강화교섭 (0) | 2020.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