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8년 1월 5일. 메르카츠 함대 기함 네르트링겐.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리히텐라데, 트라바하 방면을 공략하고 있던 우리들과 프레이아 방면을 공략하고 있던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의 함대는 샨타우 성역에서 합류했다. 내게 있어서 티아매트 다음으로 감회가 깊은 장소다. 샨타우 성역 회전에서 반란군을 쳐부순 건 작년 8월. 그로부터 아직 반년도 지나지 않았다.
리히텐라데는 당연하지만, 트라바하에서도 전투는 없었다. 귀족연합군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투는 가이에스부르크 요새 근경까지 갈 때까진 없겠지. 하긴, 전투는 없어도 할 일은 있다. 트라바하에선 귀족연합군에 참가하고 있는 귀족의 영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유인행성이 3개, 무인행성 중에서 광물자원을 산출하는 행성이 2개, 마찬가지로 광물자원을 생산하는 위성이 3개, 그리고 소행성대가 존재한다.
거기에는 우리들에게 저항하는 병력, 함대전력은 없었다. 영지를 경비하고 영지민을 억제하기 위한 아주 약간의 병력이 배치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방치하면 귀족연합군의 자금면에서 원조를 계속할 것이 틀림없다. 트라바하는 오딘에서 멀지 않다. 충분히 개발된, 풍부한 성계인 것이다.
귀족들이 남긴 통치자, 병사를 항복하게 하고, 주민들에게 제국 정부의 직할지가 됐다는 것을 전한 것을 렌텐베르크 요새의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 연락했다. 나머진 사령장관과 오딘에 있는 정치가들의 일이다. 재무성 관료들이 꽤나 바빠지겠지.
메르카츠 함대 기함 네르트링겐에 있는 회의실에 각 함대사령관이 모였다. 메르카츠 부사령장관, 켐프, 케슬러, 클레멘츠, 아이제나흐, 비텐펠트, 파렌하이트, 렌넨캄프, 그리고 나.
“지금부터 샨타우 성역 제압에 들어간다. 샨타우 성역 제압은 그렇게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네. 시간은 걸릴지 몰라도 곤란한 일은 없을 것이다.”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하기 시작했다. 몇 사람이 끄덕인다.
“문제는 그 뒤다. 우리들은 리텐하임에서 브라운슈바이크를 지나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향하게 된다.”
“적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 전력을 집결하고 있습니다만, 리텐하임 후작,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잠자코 그걸 허락하리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우리들이 리텐하임, 브라운슈바이크에 침공하면 요격하지 않겠습니까?”
메르카츠 부사령장관과 클레멘츠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굳었다. 전투가 가까워지고 있다.
“클레멘츠 제독의 말대로 브라운슈바이크 공작, 리텐하임 후작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거다. 적이 나올 가능성은 적지 않아. 모두 충분히 조심하도록.”
“적이 나오지 않았을 경우엔?”
“……적은 만만찮은 각오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거겠지. 메크링거 제독. 방심할 수 없네.”
20만 척 가까운 대군이 가이에스부르크 요새에서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보다도 전력이 많다. 그게 회의실의 공기를 더욱 긴장하게 만들었다…….
회의가 끝나고 메르카츠 제독이 회의실을 나간 뒤 남은 멤버들끼리 잠깐 대화했다. 화두가 된 것은 슈타덴 대장의 발하라 성역 침공 작전에 대한 것이었다. 삼방면 분진합격과 각개격파. 슈타덴 대장이 이길 가능성은 없었는가? 그는 어디서 실수했는가? 그 실수를 적확하게 찌른 사령장관의 용병술, 한 때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로엔그람 백작에 대한 건 이야기로 나오지 않았다. 우리들에게 있어, 아니 적어도 내게 있어 올 것이 왔다는 것뿐이므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마지막까지 타인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는 남자. 그렇다면 저건 당연한 결과겠지.
일부러 이야기를 할 일도 없다. 아마 모두 그렇게 생각한 것이 아닐까. 고의로 그 이야기를 피하는 부자연스런 공기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한 때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
제국력 488년 1월 12일. 루츠 함대 기함 스키르니르. 힐데가르트 폰 마린도르프.
“프로이라인 마린도르프. 이제야 한 숨 쉴 수 있을 것 같다. 그대도 조금 쉬게나.”
코르넬리아스 루츠 제독이 날 신경써서 말을 걸었다. 하긴, 루츠 제독 자신이 꽤나 지친 표정을 짓고 있다.
“감사합니다. 제독도 조금 쉬세요.”
“고마워.”
코르넬리아스 루츠 대장. 올해 32세가 된다고 들었다. 하얀 금발과 푸른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 흥분하면 눈동자가 연보라색을 띤다고 하는데, 난 아직 본 적이 없다.
재기발랄한 타입은 아니지만, 견실하고 안정한 역량을 느끼게 하는 인물이다. 성격도 온화하지만 연약, 우유부단하지 않다. 안심하고 곁에 있을 수 있다. 내게 대해서도 편견 때문에 벽을 만드는 일도 없다. 사람 위에 서는 인물이란 이런 사람 같은 인물을 말하는 걸지도 모른다.
로엔그람 백작이 지휘관 지위를 박탈당하고 열흘, 바쁜 열흘간이었다. 모두 로엔그람 백작을 잊기 위해서 일부러 바쁘게 움직였다는 것도 있을지도 모른다.
발텐베르크 성계 제압전이 끝나고, 함대는 지금부터 키포이저 성계로 향하게 됐다. 확실히 쉴 수 있는 건 지금 뿐이겠지. 키포이저 성계로 가면 또 바빠질 것이 틀림없다.
전투다운 전투는 없었다. 이쪽이 진격하는 것만으로 귀족연합군의 영토는 버려진다. 본래 영지를 지켜야만 할 사람들은 가이에스부르크 요새로 퇴거했다고 한다.
기개가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 전력이 전혀 다른 것이다. 개죽음을 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다. 루츠 제독도 약한 자를 괴롭히는 것 같은 전투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점령한 행성은 주민들의 자치에 맡겼다. 이쪽은 내정에는 관여하지 않고 행성간의 치안유지에 주의를 쏟는 것에 전념. 약탈을 엄금한 것도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이유가 됐다.
변경에 와서 안 것은, 귀족에 의한 행성통치의 심각함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주민은 자신들의 허가 없인 사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 존재였다. 약탈의 엄금, 극히 당연한 것을 행해도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특권은 사람을 부패하게 만든다. 확실히 그 말대로다.
나는 지금까지 마린도르프 백작가를 존속하게 하기 위해 사령장관의 아군이 됐다. 솔직히 귀족에 대해서 과세를 하고 그 권력을 억제한다는 정책에 공조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변경에 와서 사령장관이 행하려고 하는 개혁이 제국에게 필요하다는 걸 잘 알았다. 확실히 제국은 이대로라면 위험하다. 귀족이라는 일부의 특권계층에 의해 뿌리까지 뽑혀 먹혀버리겠지.
변해야만 한다. 이번 내란은 단순한 권력투쟁이 아니다. 제국의 미래를 정하는 싸움인 거다. 마린도르프 백작가가, 나 자신이 새로운 제국의 성립에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그걸 다시 한 번 생각해야만 하겠지.
...
우주력 797년 1월 12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최고평의회 의장 집무실은 긴장에 싸여있다. 스크린에는 제국의 고등변무관, 렘샤이트 백작이 비추고 있다. 집무실에 있는 건 트류니히트, 호안 루이, 보로딘 통합작전본부장, 그리고 나.
요즘 보름 정도 기간, 렘샤이트 백작과 우리들은 2, 3일마다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하긴, 회의 내용이 완전히 다른 건 아니다. “병사를 물려라. 이건 제국의 내정문제다.”라는 렘샤이트 백작에 대해 “병사는 물릴 수 없다. 물리면 제국과 동맹의 관계는 더욱 악화한다.”라고 답하는 트류니히트.
제국군은 3일 전부터 페잔까지 2일의 거리에서 멈추고 있다. 동맹군이 페잔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에, 페잔 점령을 하면 전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거겠지.
지금 상태에서 함대를 파견한 건 나름대로 효과를 보고 있다. 제국이 단독으로 페잔을 점령하는 걸 막고 있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제국의 인내도 슬슬 한계겠지.
이제부터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트류니히트의 말대로 공동점령을 실현할 것인가. 제국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엔 페잔에서 전면철퇴도 있을 수 있겠지……. 당연히 우리들도 엄한 입장에 놓이게 될 것이다.
“트류니히트 의장. 동맹은 제국과의 전쟁을 바라고 있는 것이오?”
“말도 안 됩니다. 그런 일은 없습니다.”
트류니히트의 대답에 대해 렘샤이트 백작의 표정이 엄해졌다.
“그럼 병사를 물리시오. 이대로는 제국군과 경들의 함대 사이에서 전쟁이 일어나게 되오.”
“전쟁은 바라던 바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쪽의 사정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페잔의 점령을 인정하면, 우리들의 정권은 붕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음에 등장하는 건 제국에 강한 적의를 가진 정권이 되겠죠.”
“내겐 경들도 충분히 제국에 적의를 가지고 있는 걸로 보이오만?”
렘샤이트 백작이 비아냥 가득 찬 어조로 이쪽을 야유했지만, 트류니히트는 신경 쓰지도 않고 말을 계속했다.
“그렇게 되면 저번 포로교환의 합의 따위 순식간에 날라버리고 말겁니다.”
“……포로교환의 합의가 날라가버리면 곤란한 건, 제국보다도 경들일 테지. 아닌가?”
렘샤이트 백작이 잠시 동안의 침묵 후, 낮은 목소리로 협박하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하지만 제국도 전선을 늘리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겠죠.”
트류니히트와 렘샤이트 백작의 시선이 서로 빗나가는 일 없이 충돌한다.
“……꽤나 더러운 분이시구먼. 트류니히트 의장. 경들은 제국의 상황을 이용하려고 하는 듯 하네만. 나중에 이 빚은 꼭 갚게 될 것이오.”
“이용이라니 말도 안 됩니다. 이대로는 서로에게 곤란한 일이 될 거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
“어떻습니까? 저희들은 서로 반목하는 것보다 협력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트류니히트가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이는 듯이 렘샤이트 백작에게 말했다. 렘샤이트 백작도 트류니히트에게 맞춰 목소리를 낮췄다.
“……그렇다면?”
“……페잔의 공동점령.”
트류니히트의 말에 렘샤이트 백작이 눈썹을 모았다. 그리고 표정에 쓴맛을 섞어 내뱉듯이 말한다.
“말도 안 되는. 그런 게 가능하리라 생각하오?”
“저희들은 페잔의 내정에 관여할 생각은 없습니다. 페잔은 어디까지나 제국내의 일개 자치령입니다. 저희들이 원하는 건 제국과 함께 페잔을 점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경들이 바라는 건 어디까지나 공동점령이라는 이름이라는 것이오?”
중얼거리는 듯한 어조로 렘샤이트 백작이 질문했다.
“맞습니다. 실권은 그쪽이 쥐어도 좋습니다. 저희들도 루빈스키에겐 몇 번이나 고배를 마셨습니다. 페잔이 진정한 의미로 중립을 지킬 수 있도록 제국과 동맹의 공동출병했다고 하면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겠죠.”
“…….”
“공동점령에는 나름대로 이점도 있습니다. 제국에게 동맹이 협력하고 있다고 하면, 페잔의 주민들도 쓸데없는 저항은 하지 않겠죠.”
스크린에 비추고 있는 렘샤이트 백작이 희미하게 냉소를 띠웠다.
“조금 그쪽에게 형편 좋은 이유인 것 같습니다만?”
“그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서로 반목하는 것보다는 좋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뭐, 확실히 그건 있지만…….”
“어떻습니까? 공동점령. 받아들어 주시겠습니까?”
렘샤이트 백작은 잠시 동안, 시선을 내리고 생각에 잠겼다. 집무실의 긴장이 더욱 커진다.
“……내 권한에선 답할 수 없구려. 본국에 말해보지. 단, 그쪽의 함대가 현재 위치에서 멈추는 것이 전제요. 이 제안을 시간 벌기로 쓰는 건 용서할 수 없소.”
“물론입니다.”
스크린에서 렘샤이트 백작이 사라졌다. 집무실의 공기가 풀렸다. 커피를 타서 이제야 겨우 모두 한 숨 쉬었다.
“잘 된 걸까? 트류니히트.”
“적어도 렘샤이트 백작은 공동점령안에 나쁜 감정은 가지지 않은 것 같아. 설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질문에 트류니히트가 교섭을 생각하는 듯한 눈을 하며 답했다. 그리고 호안이 말을 잇는다.
“나머진 그가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본국에서 발휘할 수 있는가인데…….”
“일이 일이니까 말야. 낙관은 할 수 없어. 렘샤이트 백작의 영향력보다도 본국의 실력자들이 어느 정도 이성적인지. 체면을 생각하면 받아들이지 않겠지.”
트류니히트의 말에 보로딘 통합작전본부장이 엄한 목소리를 냈다.
“트류니히트 의장. 공동점령안이 제국에게 받아들어지지 않았을 경우, 함대는 후퇴하겠습니다만. 좋겠지요?”
“아아, 상관없어. 전쟁은 하지 않는다. 이건 자네들과의 약속이니까 말야. 그리고 함대는 바로 침공을 멈춰주게. 제국의 불신을 사고 싶지 않아.”
“알겠습니다.”
보로딘 통합작전본부장은 커피를 다 마시고 집무실을 나갔다. 그 모습에 호안이 가볍게 쓴웃음 짓는다.
“트류니히트. 자넨 군부에 신용이 없구만.”
“지금까지 한 일이 있으니까. 별 수 없겠지. 하지만 그들은 의지가 돼. 단순한 주전파나 출세하는 것만 바라는, 머리에 똥만 찬 녀석들보다 훨씬 괜찮아.”
“신뢰는 지금부터 쌓아 가면 돼. 일단 이번 페잔의 건이 어떻게 될지가 문제군.”
“그렇지. 레벨로. 자네의 말대로야. 잘 되면 좋겠지만…….”
제국에서 대답이 온 건 다음날인 13일이었다. 집무실에는 어제와 마찬가지의 멤버가 모여있다. 스크린에 비춘 렘샤이트 백작이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다지 좋지 않은 징조다.
“렘샤이트 백작. 제국 본국에서의 대답을 듣고 싶습니다.”
“그 전에 트류니히트 의장. 경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소.”
“무엇인지?”
집무실에 긴장이 높아졌다.
“동맹은, 어떤 의미에서도 페잔에 대해 영토적 야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해도 좋겠소?”
“물론입니다. 저희들은 페잔에 대해 영토적 야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페잔이 제국 내의 일개 자치령이라는 건 알고 있으며, 그걸 존중합니다.”
트류니히트가 정중한 어조로 답했다. 그 답이 제국 본국에서 회답에 긴밀히 관여하고 있는 건 틀림없다. 어떤 의미로라도 오해가 생길 회답은 해선 안 된다. 그렇게 생각했겠지. 렘샤이트 백작이 천천히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좋소. 그럼 제국 본국에서 온 회답을 전하지.”
“…….”
“트류니히트 의장. 제국은 동맹이 제안한 페잔 공동점령안을 정식으로 거절하네.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소.”
트류니히트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집무실에 눈에 보이지 않는 충격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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