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3월 15일. 오딘 뮈켄베르거 저택. 에리히 발렌슈타인.
하아, 지쳤다……. 침대에 들어가 시간을 보니 3월 15일도 끝나려하고 있다. 오늘은 말도 안 되는 하루였다.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고 있으니 옆에 누워있던 유스티나가 말을 걸었다.
“괜찮나요? 많이 지치셨죠?”
안되겠군. 침대에 들어가서 한숨을 내쉬다니, 그녀에게 실례겠지. 희희낙락하지 않더라도 극히 태연하게 침대에 들어가야. 난 웃음을 띠며 유스티나에게 답했다.
“괜찮아. 너야말로 지쳤지?”
“전 괜찮아요. 하지만 당신은 요즘 최근 계속 늦게까지 일하고 계셨잖아요? 피로가 쌓이신게 아닌가 생각해서…….”
유스티나가 날 보고 있다. 걱정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가슴이 아프다……. 지금은 거짓말이더라도 빙그레.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
“정말 내일 괜찮겠어요? 바쁘시다면 중지해도…….”
“그럴 필요는 없어. 내일은 예정대로 프로이덴 산장으로 가자. 저쪽은 추울테니까 그것만은 주의해야…….”
유스티나는 잠시 동안 내 얼굴을 봤지만 납득했겠지, “예.”라고 답했다. 그녀도 신혼여행은 가고 싶을 것이다. 뭐, 멀리 갈 수도 없으니까. 프로이덴의 산장으로 가는 걸로 참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프로이덴의 산악지대는 오딘의 중심시가지에서 봐서 서쪽에 있다. 승용차로 약 6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지만, 그 주변에 있는 산장 대부분이 귀족의 소유물이었다. 이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하는 건 작년 내란에서 귀족들 대부분이 망해서 소유자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원작에서 안네로제가 립슈타트 전역 후에 살았던 것이 이 프로이덴에 있는 산장이었다.
지금 현재, 그 소유주가 없어진 산장은 정부가 관리하고 있지만, 이게 또 문제가 되고 있다. 관리비가 말도 안 되게 나오는 것이다. 방치한다는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영문도 모를 녀석들에게 악용 될 수밖에 없다. 오딘의 중심시가지에서 6시간 정도라니, 지구교에게 있어서 목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바라는 물건일 거다.
그런고로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산장을 팔려고 기를 쓰고 있다. 다소 시가보다 싸게 팔아도 원래 그냥 얻은 거고 관리비가 없어지는 걸 생각하면 크게 버는 셈이다. 열심히 팔아치우려고 하고 있다. 담당하고 있는 건 재무성이지만, 나한테도 겔라흐 자작이 직접 판매를 요청하러 왔다. 사지 않을 순 없으니까 말이지. 이번 유스티나와 신혼여행으로 쓰는 게 그거다.
일주일 동안 프로이덴에서 유스티나와 지낸다. 프로이덴은 오딘보다 두 달은 봄이 늦다. 이 시기라면 1월 중슨의 기후니까 춥겠지. 대부분을 산장 안에서 지내게 되겠지만. 뭐, 느긋하게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좋다. 날씨가 좋은 날엔 밖으로 나가볼까. 유스티나도 기뻐하겠지.
요 보름은 정말 바빴다. 신혼여행으로 내일부터 일주일동안 자리에 없을 거라고 하니까 괜시리 더 결제문서가 이쪽으로 돌아왔다. 내가 없는 사이에도 메르카츠 부사령장관이 있으니까 문제없을 텐데, 아무래도 메르카츠 자신이 내가 있는 사이에 결제를 받아두라고 주변에 말한 것 같다. 데스크워크가 싫은 사람이란 곤란해…….
하지만 정말로 바빴던 이유는 변경성역 개발계획 작성이었다. 변경에서 올라온 요청서를 기본으로 뭐부터 손봐야 할지 정했지만, 뭐, 이게 굉장히 심했다. 정하기까지 만만찮은 시간이 걸렸다. 완성이 된 게 3일 전이었다.
덕분에 결혼식에 대한 건 전부 유스티나에게 던져뒀다. 다시 말해 노인장들에게 맡겼다는 거다. 다소 불안하긴 했지만, 이젠 어떻게든 되라, 그런 기분이었다.
변경성역 개발계획의 책정, 개발 실시와 관리는 신영토 점령통치 연구실이 행하게 되었다. 엘스하이머와 오스마이어가 중심이 되어 공부, 재무, 수송, 민생, 자치에서 관료가 와서 돕게 되었지만, 관료들은 이 녀석도 저 녀석도 돈이 드는 계획을 싫어한다.
정부는 전면적으로 협력하겠다 했던 말은 뭐였냐고 말하고 싶어진다. 리히텐라데 후작도 도움이 되질 않는다. 엘스하이머와 오스마이어는 리히터들에게 항의하자고 했지만 그만두게 했다. 리히터들도 자신들의 일로 바쁘다. 이쪽의 일 따위 머리에 없겠지. 사람을 보냈으니까 끝. 나머지는 그쪽에서 잘 해줘라. 그런 거겠지.
난 우주항 확장과 발전소 건설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했다. 지금 변경에 있는 우주항은 모두 소규모에 작다. 앞으로 개발이 진행되면 물자 수송, 교역선 왕래로 펑크가 나버릴 거다. 그 전에 확장한다. 확장하면 모두가 정부는 진심으로 변경을 개발하려하고 있다고 인식하겠지. 페잔 상인들의 왕래도 늘어날 테고, 자본투입도 늘어날 거다.
발전소도 마찬가지다. 라이프라인을 충실하게 해두지 않으면 개발 따위 할 수 없다. 반대로 말하자면 발전소를 건설한다, 그것만으로 그 행성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나타나겠지. 덧붙여 말하자면 우주항 확장과 발전소 건설, 이 두 가지로 꽤 많은 노동력이 필요할 것이다.
변경에 가면 일이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그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도 모인다. 그리고 돈도 움직인다. 다시 말해 경제가 활성화하는 거다. 당연히 세수도 늘어난다. 그렇게 말하며 설득했지만 녀석들은 새파랗게 질려 반대했다. 돈이 들어서 별 수 없다고 하는 거다. 귀족들이 사라졌으니까 그런 만큼 세수가 늘어난 것이다. 재정 적자도 문제없다고 재무성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도……, 관료들은 변함없이 변경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말이다. 현실문제로서 변경을 개발하지 않으면 어떻게도 할 수 없다. 페잔을 점령하고 동맹을 보호국으로 한다. 처음엔 삐걱거릴지 몰라도 10년만 지나면 안정되겠지. 그렇게 되면 언제까지나 돈 먹는 벌레인 군을 비대화해둘 수도 없다. 군을 축소하고 국가를 정상적인 형태로 되돌려야만 한다. 다시 말해 병사를 제대하게 하여 민간으로 돌린다는 거지만, 당연히 그들을 받아낼 접시가 필요하다. 그게 변경이다.
변경을 개발하여 경제를 활성화한다. 그에 의해 일도 늘어난다. 제대한 병사에게서 희망자를 모집해 변경으로 이주를 권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 그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 만한 사회환경, 경제환경을 만들어 둬야만 하는데, 그런 부분을 관료들은 이해하고 있지 않다. 전쟁이 끝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150년이나 전쟁을 하고 있는 거다. 별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
결혼식 전에 개발계획서를 책정하는 것만이라도 정리해두고 싶은데 전혀 진전이 없다. 그런 데다가 변경에선 어떻게 되고 있냐고 질문이 들어온다. 클라인게르트 자작은 결혼식에선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노골적으로 압력을 걸어오기까지. 지긋지긋하다.
결국 할 마음 없는 녀석들을 의지해도 소용없다고 생각해 관료들은 전부 돌려보냈다. 우주항 확장과 발전소 건설은 병참통괄부에 맡기면 된다. 중요한 건 일단 그걸 실시하는 일이다. 제국이 진심으로 변경을 개발하려한다는 걸 모두가 인식하겠지.
나머진 페잔을 이용하는 걸 생각해보자. 녀석들의 자본을 제국으로 끌어들이는 식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거다. 페이워드가 동맹을 편드는 태세를 취하고 있지만 페잔의 경제계가 제국과 대결을 싫어하면 그것만으로 페이워드와 동맹을 곤란하게 할 수 있겠지. 거기까지 가면 관료들도 협력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지. 사태는 내가 생각하지 않은 곳에서 움직였다. 난 에렌베르크에게 정부는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병참통괄부를 쓰겠다고 보고했다. 거긴 군무성의 관할이니까 일단 양해를 구한 거다. 노인장은 눈썹을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제없음.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30분도 지나지 않아 리히터, 브라케, 질버베르히, 글룩이 우주함대사령부 사령장관실로 날아왔다. 모두 이마에 땀이 맺혀있다. 갑자기 “죄송했습니다.”라고 리히터가 말하고 모두 고개를 숙였다. 나도 깜짝 놀랐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깜짝 놀랐다. 발레리는 블라스터를 뽑기 위해 자세를 잡았을 정도다.
녀석들, 고개를 올리더니 다시 한 번 “죄송했습니다.”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내게 다시 한 번 협력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주항 확장은 수송성에, 발전소 건설은 공부성에 맡겼으면 한다고 글룩과 질버베르히가 울 것 같은 눈으로 간원하는 거다.
이야기를 들으니 아무래도 에렌베르크가 리히텐라데 후작에게 이야기가 다르다고 불만을 토로했던 것 같다. 놀란 리히텐라데 후작은 리히터들을 호출하여 혼쭐을 냈다. 혼이 난 리히터들은 바보 같은 부하들을 전원 잘라버리고 내게로 날아왔다는 거다. 아무래도 저 부하들은 리히터들에게 잘 협력하고 있다고 보고한 것 같다. 참 얕보이고 있었구만. 나도 그렇고 리히터들도 그렇고.
뭐, 협력해 주겠다고 한다면 감사하다. 하지만 전부 맡겨버리면 또 우쭐하게 만들어 버릴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절반은 녀석들에게 맡기고 나머지 절반은 병참통괄부에게 맡기기로 했다. 리히터들은 불만스러운 것 같았지만, 내가 관료들은 신용할 수 없다. 만일 일처리에 허술한 부분이 있으면 용서 없이 일을 뺏어버리겠다고 말하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뭐, 이러저러해서 개발계획서 책정, 이라는 임시적인 물건이 만들어졌다. 일단 저쪽에서 10년간 우주항 확장과 발전소 건설을 행한다. 그리고 기술자도 육성한다. 지금 이대론 절대적으로 기술자가 부족하다는 건 알고 있다.
우주항엔 관제관, 정비사, 소방사. 발전소에는 발전생산요원, 보안요원 등등이 필요하다. 그들을 육성해야만 한다. 그리고 배치다. 배치는 베테랑도 포함하여 제국 전체에서 재편성한다. 변경에 가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서 우대를 하는 것도 생각해둬야만…….
행성 내의 개발도 동시 진행해야만 한다. 인프라 정비, 교육, 의료, 순서대로 진행한다. 이쪽도 인재 육성이 필요하다. 의사, 교육자, 인프라의 보수, 수리 요원……. 통상 도로, 상하수도 정비……. 이런이런.
5년째가 되면 한 번 계획을 다시 살핀다. 아마도 그 시점에서 새로운 우주항이 필요하다든가, 증설이 필요한다든가 요청이 들어오겠지. 관료들의 말대로, 개발을 일단 진행하면 한도 없이 돈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해야만 한다. 제국 안에서 버려진 토지 따위 존재해선 안 되는 거다.
전쟁이 사라지면 인구도 늘어난다. 그 늘어난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한다. 적어도 그 점에서 오딘과 변경의 격차가 있는 건 이상하다. 세금을 거두는 이상, 최저한의 보장은 정부가 해야만 하겠지. 세금을 걷는 것만을 열심히 해서 어떻게 하나. 정부에 대한 불신감만이 높아질 뿐이다.
변경개발 계획이 완성됐기 때문이겠지. 결혼식에 출석한 클라인게르트 자작, 바르트바펠 남작, 뮌처 남작, 뤼데릭 백작 모두 싱글벙글이었다. 계획이 완성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해도 오한이 든다. 저 결혼식에서 우거지상의 아저씨들 얼굴이라니 보고 싶지 않다.
무참한 결혼식이었다. 모두 기뻐하고 있었지만 난 조금도 기쁘지 않다. 두 번 다시 저런 경험을 하는 건 사양이다. 절대로 유스티나와 떨어지지 않을 테고, 떨어져도 재혼하지 않는다. 절대로다. 유스티나를 소중히 해야지.
첫 번째 순서부더 납득이 가질 않았다. 식 자체는 9시부터. 피로연은 10시 반부터라는 거였지만, 나와 유스티나의 준비가 있으니까 7시에는 신무우궁에 오라는 소리를 들었다.
7시에 신무우궁으로 가자 곧바로 빈방으로 끌려갔다. 거기에 기다리고 있던 건 리히텐라데 후작이었다. 악당 면상으로 옷을 갈아입으라고 한다. 난 군복으로 식을 올릴 거니까 옷을 갈아입을 필요 없다고 했지만, 노인장은 히쭉히쭉 웃었다. 그때는 정말 오싹했다. 오늘은 결혼식이 아니라 내 제삿날인가 했을 정도다.
“군복으로 상관없지만 말이지. 망토와 띠는 이걸로 해라.”
그렇게 말하고 꺼낸 건 코발트블루의 망토와 하얀 띠였다. 내가 그런 건 싫다고 하니까, 꽤나 싫은 얼굴로 내 망토를 검지로 찔렀다.
“결혼식일세. 검은 망토 따위 논외. 그 거무튀튀한 띠도다. 전 우주에 방송되는 거니까 조금은 꾸미거라.”
거무튀튀라고 할 것까진 없잖아. 거무튀튀는. 차분하다고 해달라고. 뭐, 확실히 수수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내가 맘에 들어하는 거라고. 게다가 하얀색 띠? 덧붙여 붉은 색으로 선이 둘러져 있다……. 라인하르트라도 이런 건 걸치지 않았다. 한숨이 나왔다.
내가 납득했다고 봤겠지. 늙은이는 이번엔 구두를 꺼냈다. 구두는 문제없다. 오늘 신고 있는 구두는 제대로 닦아놓았다. 하지만 노인장이 꺼낸 구두는 단순한 구두가 아니었다. 시크릿슈즈다. 그냥 보면 단순한 구두로 보이지만, 힐이 5센티 가까이 있다. 내가 아연해하고 있자 노인장이 히쭉히쭉하는 웃음을 더욱 크게 했다. 너, 정말로 귀족인가? 아무리 봐도 시대극에 나오는 악덕 할아범. 대관 같은 사람에게 순회방문하는 보부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신부는 하이힐을 신고 티아라를 쓴다. 그렇게 되면 경보다도 키가 크게 보이겠지. 그래선 조금 폼이 나지 않을게야. 거기서 말일세, 바로 이거, 지, 꽤나 좋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고 노인장은 “받아라.”라며 내게 구두를 떠밀었다. ……미안하구만. 어차피 난 키가 작다고. 유스티나는 하이힐을 신고 걷기 힘들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녀는 식에서 하이힐을 신는 걸 싫어했을 것이다. 그걸 무리하게 신긴 거겠지. 내게 시크릿슈즈를 신기고 웃기 위해서다. 이 빌어먹을 할아범. 너 같은 녀석이 있으니까 이 세상에 싸움이 사라지지 않는 거다. 지옥에 떨어져라. 사탄의 동생 같으니.
식이 시작되고 나서도 처참했다. 유스티나는 힐 때문에 넘어질 뻔하고, 내가 그녀를 잡아주는 게 조금만 더 늦었으면 엉덩방아를 찧을 뻔했다. 곁에서 도와주는 여관이 “상냥한 서방님이라서 다행이네요.”라고 말했지만, 당연하지. 내가 잡아줬으니까,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미담으로 끝났지만, 이대로 넘어지기라도 해서 엉당방아라도 찧었으면 은하의 웃음거리가 됐을 거다. 위험한 순간이었어.
뮈켄베르거는 새신부의 아버지를 연기하고 있었지만, 꽤나 몸짓이 딱딱했다. 평소의 위엄 있는 뮈켄베르거 따위 추호도 보이지 않았다. 의붓딸이라도 딸은 귀여운 것 같다. 혹시 몸짓이 딱딱한 건 주례가 황제라서 그런가? 뭐, 이해할 순 없지만 부탁이니까 날 노려보는 건 그만두라고. 난 유스티나를 꼬셨던 기억이 없다.
그렇다 해도 프리드리히 4세도 곤란한 일이다. 하필이면 주례라니. 처음엔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지만, 묘하게 주례가 기분이 좋다고 생각해 잘 봤더니 황제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머리가 아프다고. 노인장들. 정무는 내팽겨 쳐놓고 흉계에만 열중한 것이 틀림없다. 조금은 일해라! 날 본받으라고!
뭐, 그건 그렇고 프리드리히 4세의 주례는 꽤나 훌륭했다. “그대 건강할 때도 병들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부유할 때도 가난할 때도, 이를 사랑하며 이를 경애하며 이를 위로하며 이를 도우며, 그 목숨이 다할 때까지 진심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 라면서 엄숙하게 묻는다.
이런 건 역시 황제로서의 경험 덕분이겠지. 나라면 부끄러워서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반지를 끼우고 키스를 하자 프리드리히 4세는 만족스럽게 끄덕이고 “여기에 두 사람은 경사롭게 부부가 되었다. 짐, 은하제국 황제 프리드리히 4세가 이를 인정하며, 이에 축복하노라.”라고 선언했다.
선언이 끝나고 무슨 영문인지 구호가 터져나왔다.
“지크 라이히!”
“지크 카이저 프리드리히!”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되나? 내 결혼식이겠지……. 머리가 아파온다……. 황제는 만족하고 있고 가장 앞에서 울면서 소리치고 있는 건 뮈켄베르거였다. 영문을 알 수 없다…….
그 뒤에 찬송가 312번을 불렀지만, 이게 또 대단하다. 반주는 메크링거, 성가대엔 무슨 영문인지 비텐펠트가 있다. 저 폐활량으로 낭랑하게 찬송가 312번을 부르고 있다. 녀석, 직업을 실수했군. 오페라 가수라도 됐으면 제국 제일의 가수가 됐겠지. 하지만 메크링거의 반주에 비텐펠트가 노래를? 원작에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식이 끝난 뒤엔 피로연이었지만, 이것도 또 어처구니 없는 피로연이었다. 주빈이 하인츠 겔러였다. 평민인 겔러 부부가 황제 프리드리히 4세, 국무상서 리히텐라데 후작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다…….
일부러 이렇게 한 거군. 평민과 황제가 같은 테이블에서 환담을 나눈다. 그걸 전 은하에게 보내는 것으로 제국이 변했다는 것, 프리드리히 4세의 소탈함을 어필하려는 거겠지. 꽤나 훌륭한 수다. 하지만 말이지. 덕분에 겔러 부부는완전 긴장중이다. 불쌍하게도…….
사회는 궁내상서 베른하임 남작. 건배 선창은 프리드리히 4세였다. 베른하임 남작은 긴장해서 몇 번이나 혀를 깨물고, 리히텐라데 후작은 그럴 때마다 야유하고 황제는 웃어버리는 꼴이었다. 이 꼴을 보면 아무리 봐도 흔해빠진 샐러리맨들의 모임으로 밖에 보이질 않겠지. 일부러 방송할 필요가 있는가 몇 번이나 의문스럽게 여겼다.
여흥도 대단했다. 함대사령관 전원이 노래를 부른다든가, 처음엔 무슨 농담인가 생각했다. 하지만 농담이 아니었다. 이게 또 메크링거의 반주로 모두가 노래를 불렀다. 메르카츠 제독도다. 아이제나흐도 있었지만, 아마 저건 립싱크겠지. 나중에 만일을 위해서 정말로 립싱크였는지 어떤지 곁에 있는 로이엔탈에게 물어봐야지…….
하지만 말이지. 노래가 페잔의 아이돌 그룹의 노래라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것도 여자 아이돌 그룹이라고? 배꼽 내놓고 허리를 흔들며 춤추는 아가씨들의 노래다. 그런 걸 메르카츠나 슈톡하우젠에게 부르게 하지 말라고. 노인장들이 진지한 얼굴로 부르고 있지만 내심 머리를 부여잡고 있겠지……. 흑진주 홀은 폭소였다…….
나와 유스티나는 계속 한단 높은 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이것도 또 고통이었다. 쉴 새 없이 축하의 말을 하러 오는 녀석들이 있는 거다. 녀석들 덕분에 편히 식사도 할 수 없었다. 녀석들은 사진을 찍고 술을 따르려고 한다. 난 술을 마실 수 없으니까 전부 진저에일로 응대했다.
유스티나는 두 모금, 세 모금 정도는 샴페인을 마셨지만 그 뒤에는 그녀도 진저에일이었다. 그보다도 내가 마시게 했다. 공복에 샴페인이라니 마실 게 아니다. 주정뱅이 새신부라니 술자리에서도 웃을 수 없다. 그러다가 실패한 커플은 얼마든지 있다.
피로연이 끝난 건 2시. 자 들어갈까 생각했더니 리히텐라데 후작이 아직 돌아가지 말라고 한다. 3시부터 연극 관람이라는 거다. 뭐어? 라고 생각했다. 어째서 피로연 다음에 연극 관람을 하는 거냐. 하지만 노인장은 굳건했다. 뭐라든가, 연극도 결혼식의 일부로 방송된다고 한다. 변경개발 비용차출을 위해서 참으라든가 말한다. 더럽다고. 늙은이들. 어떻게 말해야 불만을 말할 수 없을지 알고 있으니까.
제목은 ‘샨타우’. 들은 적 없고 묘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더니 신작이라고 한다. 내용은 이제르론 요새 함락 후에서 샨타우 성역 회전까지를 장대하게 연출한 (내 말이 아니다. 노인장의 말이다) 연극이라고 한다. 제국 가극단이 샨타우 성역 회전 후부터 구상을 가다듬여 1년 걸려 각본을 만들었다. 그걸 이 결혼식에서 첫 공연한다고 한다.
좋은 거냐? 그거. 뭐라고 해야할까. 저 싸움에선 페잔과 동맹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고. 그걸 연극으로 만들어 전 우주에 방송한다? 동맹과 페잔에서 폭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농담으로 끝날 일이 아닌데도 늙은이들은 태연했다. 폭동이 일어나는 편이 연극의 평가가 올라가겠지. 라든가 말하고 있다.
제정신인가?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황제가 보고 싶어하는 것 같다. 결국 휴식 1시간, 저녁 식사 시간이지만, 그것까지 포함해서 6시간에 연극 관람을 끝냈다. 끝난 건 9시가 지나고 나서였다. 이제야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더니 인터뷰라든가 뭐라든가로 1시간 구속당했다. 끝났을 땐 완전히 늘어졌다.
연극 내용에 대해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6시간 동안만은 죽었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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