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1월 5일. 클라인게르트 자작령. 에리히 발렌슈타인.
나는 지금 클라인게르트 자작령에 변경시찰을 위해 와있다. 이 클라인게르트 자작령은 암리처 성계에 있다. 원작에서 제일 처음 동맹군이 침공할 만하다.
메크링거는 함대에서 대기하고 있다. 나와 함께 지상에 내려가고자 했지만, 내가 없는 사이에 함대 전체의 책임자가 되어줬으면 한다고 말하자 마지못해서 끄덕여 줬다. 사실은 먼저 오딘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해도 듣지 않았겠지. 변경이라고 해도 제국령이니까 안전할 텐데. 하긴 그렇게 말하면 또 화내겠지…….
“이런 말을 해선 안 되겠습니다만, 그렇게 풍요롭다곤 할 수 없는 곳이네요.”
발레리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변경이니까요. 별 수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혀를 씹을 뻔했다. 군의 지상장갑차에 타고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 승차감이 나쁘다. 굉장히 나쁘다. 사관학교에서도 타고 있었지만 이런 거였나? 정비불량이 아닌가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심하다. 아니, 그땐 장갑복을 입고 있었지.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헐렁헐렁했지만……. 그다지 승차감이 좋지 않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클라인게르트 자작령은 결코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쪽을 보는 영주민의 표정은 그렇게 어둡지 않다. 온화하고 평온하다. 클라인게르트 자작의 통치 그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거겠지.
호위도 포함해 6대의 지상장갑차를 타고 가고 있지만, 흑먼지가 풀풀 날린다. 부탁이니까 포장 정도는 해달라고. 점점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피아와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후회 쪽이 강해져온다. 난 육체적인 내구력이 낮다고. 제발 좀 봐줘. 자작에게 도착하면 기분전환으로 목욕, 이라는 건 무리겠지…….
리히터, 브라케, 너희들. 내게 이런 귀찮은 일을 넘기지 말라고. 아마도 리히텐라데 후작도 한패겠지. 어지간히 내게 변경을 보고 와줬으면 한다고 했지만, 자신들이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다. 지금쯤 날 생각하며 큰소리로 웃고 있겠지. 노인장 녀석들의 성격이 얼마나 나쁜지는 알고 있었지만, 너희들도 그런가. 정말이지 되먹지 못한 녀석들만 내 주변에 모인다. 왜 그런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겨우 클라인게르트 자작가에 도착했다. 이제 슬슬 피곤한데 이제부터 일이다. 발레리와 지상장갑차를 내리자 내 곁에 다른 지상장갑차에서 내린 문관이 세 명 다가왔다.
이 녀석들은 자치, 민생, 재무에서 이번 시찰을 위해 붙은 관료들이다. 발레리는 감시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었지만, 뭐 맞지도 않고 빗나가지도 않은 그런 거겠지. 관료가 군인이 하는 일을 믿을 리가 없다. 나도 너희들이 하는 일을 믿지 않는다. 국민보다도 자신이 소속된 성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관료다.
자작가에는 노인이 두 명 서있다. 그 중 한 명이 다가온다. 행동거지는 나쁘지 않다. 아마도 클라인게르트 자작이겠지. 그럼 나머지는 집사인가. 이름은 뭐였지? 몬타드? 아닌가, 몬탈드?
“어서오십시오. 발렌슈타인 원수. 전 클라인게르트 자작입니다. 이런 곳까지 오시다니…….”
“당연한 일입니다. 클라인게르트 자작. 변경성역에 대해선 모두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신경 써주시다니 감사한 일이군요.”
안 되겠군. 어조는 감사하다고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신용하지 않는군.
“이번에도 리히텐라데 후작, 리히터 자치상서, 브라케 민생상서가 오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오딘에서 손을 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래서 제가 대신 온 것입니다.”
조금은 눈매가 부드러워진 것 같다. 그렇다 해도 꽤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강하군. 이걸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변경성역의 경영은 잘 되지 않겠지. 이런이런.
“이런 곳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뭐하군요. 모쪼록 이쪽으로. 몬타크, 먼저 가게나.”
과연. 집사의 이름은 몬타크였나. 먼저 나아가는 집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피아는 나오지 않았군. 가능하면 만나고 싶었는데……. 아들인 칼은 올해로 6세, 아니 7세인가. 그렇다면 피아는 30세 전후겠지……. 예쁘고 상냥해 보이는 엄마였지.
바람이 아니라고. 케슬러에 대한 걸 조금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은근슬쩍 케슬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저쪽에서 소꿉친구라고 말하겠지. 클라인게르트 자작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중앙과의 인연은 입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바라는 것일게 틀림없다. 반드시 물겠지.
나머진 케슬러를 놀려준다. 케슬러 상급대장의 젊은 시절의 애절하고 씁쓸 달콤한 첫사랑 이야기다. 잠시 동안 제아들러(바다독수리)는 그 이야기로 대대적으로 화제가 되겠지. 나와 유스티나에 대한 걸 안주거리고 삼은 벌이다.
저택으로 들어가니 응접실로 안내 됐다. 안에는 이미 선객이 있다. 노인이 한 명, 그리고 중년 남성이 두 명이다. 노인은 클라인게르트 자작과 동년배겠지. 중년 남성은 두 사람 모두 장신이지만 한 사람은 흑발, 또 한 사람은 금발이다.
아무래도 이 지역의 귀족인 것 같다. 헌데,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선 클라인게르트 자작에게서 이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끝날 예정이었을 텐데…….
“원수 각하. 소개하지요. 이쪽은 게오르그 폰 바르트바펠 남작, 알로이스 폰 뮌처 남작, 아우구스트 폰 뤼데릭 백작입니다.”
자작의 말에 세 사람의 남자가 희미하게 눈인사를 보냈다. 아마 노인이 바르트바펠 남작, 흑발이 뮌처 남작, 금발이 뤼데릭 백작인가.
“……우주함대 사령장관 에리히 발렌슈타인 원수입니다.”
저 되먹지 못한 것들, 알고 있었구만. 그래서 날 변경시찰로 몰아붙였나……. 망명자인 발레리는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은 각자 은하제국에서 유명한 사람의 말예다. 함께 따라온 세 사람의 관료는 모두 얼굴이 굳어있다.
“그녀는 제 부관으로 일하고 있는 피츠시몬즈 대령입니다.”
내 말에 발레리가 경례를 하려 했지만, 그걸 끊고 그들을 소개했다.
“대령, 바르트바펠 남작은 제국과 동맹이 최초로 접촉했을 때, 전쟁을 반대한 바르트바펠 후작을 선조로 가진 분입니다. 바르트바펠 후작은 당시의 황제, 프리드리히 3세 폐하의 이종사촌 동생으로 이제르론 요새 건설을 최초로 주창한 분입니다.”
발레리가 놀라는 시선으로 남작을 봤다. 남작은 어딘지 모르게 쑥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옛날 일일세. 게다가 그게 원인으로 후작에서 남작으로 작위를 강등되어 영지도 없어졌지. 지금의 바르트바펠 남작가는 변경의 일개 남작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그 이제르론 요새를 실제로 만든 것이 뤼데릭 남작의 선조입니다. 저 요새가 제국에게 가져온 이익은 막대합니다. 방어 거점, 그리고 중계기지로서 커다란 역할을 해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가문은 좋은 점이 없었지.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원수, 저 요새를 제국이 되찾을 수 있을까?”
“국내가 안정되면 가능합니다.”
우리 가문은 좋은 점이 없었다. 그 말을 냈을 때 보인건 백작의 극히 희미한 슬픈 표정이었다. 무리도 아니다. 당시의 뤼데릭 백작은 이제르론 요새 건설비용 초과 책임을 물어 자살했다.
구두쇠 황제, 오트프리트 5세는 건설비가 높아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바보 같은 이야기다. 나라면 이제르론 요새를 만들어 방어전을 전개하며 안전해진 변경성역을 개발했겠지.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원금을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오트프리트 5세는 짠돌이일 뿐이고 쓰는 법을 몰랐다. 구두쇠 황제라고 불려도 별 수 없겠지. 아니면 고급스런 수전노라고 말해야할까…….
그 다음에 뮌처 남작을 소개했다. 뮌처의 이름은 발레리도 알고 있다. 뭐, 당연하겠지. 명군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 밑에서 국내 개혁을 주도한 뮌처 사법상서의 이름은 유명하다.
뮌처가 그런 마음만 있었으면 오딘 근처에서 영지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뮌처는 국내개혁을 행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원한을 받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질투를 필요 이상으로 사는 걸 두려워한 뮌처는 변경에 영지를 받았다. 뮌처가 사법상서를 사임하고 은퇴한 후 뮌처 남작가가 중앙에서 활약하는 일은 없었다. 아마도 경계되었기 때문이겠지.
인사가 끝나고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클라인게르트 자작가에 어째서 바르트바펠 남작들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변경의 가난한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그들은 독자적으로 영지를 경영하는 것보다 협력해서 경영하는 편이 효율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론 수송선, 경비부대의 공유, 그리고 수출상품의 공동개발, 더욱이 영내 통치에 대해서도 세율, 복지, 교육 등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겠지. 영지 통치에 격차가 있으면 영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건 불보듯 뻔하다.
클라인게르트 남작령은 결코 풍요롭다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영지가 안정되어 있는 건 통치 그 자체가 영주민들의 입장에서 봐도 적당하다고 보였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다른 세 사람의 영지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저희들은 개혁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찬성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저희들의 힘으로 이 이상 영지를 개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뮌처 남작, 뤼데릭 남작이 입을 모아 개혁을 찬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중앙에 있는 문벌귀족들처럼 영지를 착취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직접 영지를 통치하는 영주로서 영주민과 관계가 깊다. 영지에 대해서도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영지를 개발하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서라고 이해하고 있다.
지금도 영지 개발을 위해 꽤 많은 현금을 쓰고 있다. 영주민에게서 신뢰를 받고 있는 그들을 적으로 돌리는 건 득책이 아니다. 오히려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변경성역 통치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겠지. 문제는 그들이 뭘 요구하는 가다.
“세금을 내는 것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영지 개발에도 힘을 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세금을 내는 것만으론 곤란합니다. 그래선 저희들은 빈곤해질 뿐입니다.”
다시 말해 나라의 힘으로 영지를 개발해주는 편이 득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많은 귀족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번 내란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바르트바펠 남작, 구체적으로 정부에 뭘 원하는 겁니까?”
내 질문에 네 사람은 서로를 돌아봤다.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말을 시작했다.
“일단 출실한 의료입니다. 병원, 의사, 약국……. 변경에 오고 싶어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당연합니다만, 의사가 없으면 병원도 지을 수 없습니다. 변경성역 주민들의 평균수명은 오딘에 비교하면 무척이나 낮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오딘에 비교하면 변경의 교육 레벨은 떨어집니다. 그것도 변경성역 개발을 막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지 개발도 그렇습니다. 특히 인프라 관계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수도, 전기, 통신……. 저희들의 힘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뮌처, 뤼데릭이 입을 모아 요구를 한다. 함께 따라온 관료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돈이 필요하군. 덧붙여 여기만이 아니고……. 이 녀석들의 안색이 나빠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원수 각하. 어떻습니까?”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질문했다. 웃음을 띠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이 노인장, 날 시험할 생각이로군.
“그쪽의 요구는 알겠습니다. 변경성역 개발과 발전은 이번 개혁에도 중요시되고 있는 일입니다. 최대한 협력하도록 정부에 전하도록 하죠.”
“각하!”
그렇게 새파란 얼굴로 날 보지 말라고. 관료군. 그 모습을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수상쩍다는 듯이 보고 있다.
“이 장소를 벗어나기 위해 지어낸 말은 아니겠죠?”
“그렇지 않습니다. 클라인게르트 자작. 단지 한 번에 모든 걸 실행하는 건 무리입니다. 정부는 제국 전토에 대해서 개혁을 행해야만 합니다. 변경성역만을 특별시할 순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건지?”
“그쪽의 요망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매기든가, 혹은 복수를 동시에 진행하고 싶으시다면 작업 공정을 정해주세요. 그 뒤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가를 조사해서 정부에 제출해 주셨으면 합니다.”
“……과연.”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다른 세 사람을 돌아본다. 서로와 시선을 교환했지만, 아무래도 납득한 것 같다. 모두 끄덕이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부탁합니다.”
그 순간 관료들이 한숨을 내쉬며 안심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클라인게르트 자작의 얼굴에 짖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각하. 저희들의 요망서 말입니다만, 각하에게 제출해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문제는 없습니다.”
어째서 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시점에서 거절하면 그들의 신용을 잃게 되겠지. 다시 말해 이 지역의 담당은 나라는 건가. 아니, 이 지역만이 아니군. 앞으로 다른 지역을 돌 테니 결국 변경성역은 내 담당이라는 건가……. 아무래도 오딘 녀석들이 노린 건 이건가. 난 있는대로 함정에 빠진 것 같다…….
관료들의 얼굴이 굳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더더욱 짖궂은 미소를 크게 한다. 정말이지 이 녀석들 대체 뭣 때문에 따라온 거야? 너희들이 그러니까 내게 일이 오는 거라고. 이 바보가! 나중에 철저하게 설교하겠어!
...
제국력 489년 1월 10일. 오딘 제국광역수사국. 안스바흐.
“안스바흐 과장. 키슬링 소장이 찾아왔습니다.”
“지금 어디에?”
“응접실입니다.”
“고맙네.”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여성직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응접실로 향했다. 제국광역수사국 제 6과 과장. 그게 지금의 내 직함이다. 페르너는 제 6과의 과장 보좌. 원래는 관리직일 텐데 아무래도 몸을 움직여 현장으로 가고 싶어 한다. 오늘도 밖에 나가 있다. 혹은 키슬링 소장과 얼굴을 마주치는 걸 피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내 앞에서 그와 친하게 보이는 건 좋지 않다고라도 생각했나…….
응접실에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있던 키슬링 소장이 일어나 경례했다. 안되겠군. 여기에 있다보니 경례하는 것도 잊어버린다. 서둘로 답례했다.
“호출해서 미안합니다.”
“아니, 상관없습니다. 안스바흐 준장. 그래서 오늘은 대체 무슨?”
“실은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서 어느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 건으로 소장의 협력을 받고 싶습니다.”
“지시입니까…….”
키슬링 소장이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알고 있다.
“안스바흐 준장. 광역수사국은 사법성의 관리하에 있을 겁니다. 사령장관의 지시란 대체 무슨 일입니까? 책망하는 건 아닙니다. 나중에 위험한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겁니다.”
역시 여기부터 말하지 않으면 안 되나. 뭐, 변칙적이니까 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광역수사국은 성계간에 걸친 범죄를 다룹니다. 여기에는 여섯 개의 과가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각기 역할이 있습니다. 제 1과는 강력범죄, 제 2과는 지능범죄, 제 3과는 절도, 강도 등의 범죄, 제 4과는 감식, 제 5과는 과학수사, 그리고 우리들 제 6과…….”
“……제 6과의 역할은 뭡니까?”
“테러 스파이 같은 제국의 안전보장에 관한 공안사건입니다.”
“……공안사건.”
키슬링 소장이 중얼거리는 듯이 말하고 생각에 잠겼다. 제 6과의 정체가 뭔지, 대체적으로 상상이 가겠지.
“제 1과에서 제 5과 까지는 루게 사법상서가 최종적인 명령권을 가집니다. 하지만 제 6과에 대해선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명령권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건.”
키슬링 소장이 놀란 듯이 말하지만 그걸 끊었다.
“기한은 5년간입니다. 사령장관은 이후 2년간 동안 페잔, 동맹을 정복할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5년간이라는 건 우주가 제국의 패권하에 안정하기까지의 기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연, 일시적인 거라는 겁니까. 알겠습니다. 그래서 사령장관의 지시란?”
“오딘의 지구교가 종교활동 중에 약물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없는가 확인해줬으면 한다고.”
내 말에 키슬링 소장이 잠자코 생각에 잠겼다.
“……사이옥신 마약이군요. 지구교가 포교 중에 그걸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까…….”
“예. 앞으로 지구교를 조사하게 되겠습니다만, 그 전에 483년의 적발시에 그러한 일이 있었는지 어떤지 확인하고 싶다고 생각한 겁니다.”
키슬링 소장은 생각하고 있다. 그의 황옥색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과거를 생각하는 걸까.
“아니, 그러한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헌병대는 철저하게 사이옥신 마약을 적발했습니다. 지구교가 쓰고 있었다면 그걸 눈치 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또 의혹이 있었다면 그걸 방치했다고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럼 요즘 몇 년 사이에 쓰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도 어렵겠죠. 사이옥신 마약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안정된 보급처가 없으면 약이 끊긴 중독환자가 난동을 부렸을 겁니다. 그럼 당연히 사건이 됩니다. 사이옥신 마약을 포교에 썼다는 게 외부에 흘러가면 큰일이 납니다. 그런 위험을 범하리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키슬링 소장의 말은 지당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건 이래 사이옥신 마약에 대한 세간의 눈은 엄하다. 일부러 지구교가 그걸 쓸까?
“그렇다면 사령장관의 생각이 지나쳤다는 걸까요…….”
“음, 혹은 공급 루트가 다르다든가…….”
“공급 루트?”
내 질문에 키슬링 소장이 생각하면서 답했다. 그 사건은 최초 변경기지에 있었던 사이옥신 마약 제조기지를 적발했다. 그리고 매매 루트를 더듬어 사이옥신 마약 상인을 잡고 구입자를 잡는 것으로 제조자, 판매자, 이용자를 전부 박멸했다.
“최초로 군의 루트를 잡았습니다. 그 뒤에 판매자, 사용자에서 다른 루트에서 사이옥신 마약을 손에 넣지 않았는가 듣고, 거기에서 그 루트를 적발했습니다. 그 반복입니다.”
……과연. 철저하게 잡았다, 라는 건 그런 건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급처가 다른 루트라도 적발을 피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거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공급처가 다르며 판매자와 매입자도 자신들이 준비할 경우겠죠. 일절 다른 판매자, 이용자와 접촉하게 하지 않았다. 회원제의 클럽같은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안전할지도 모릅니다만 이득은 그다지 볼 수 없습니다. 투자한 만큼 벌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회원제의 클럽……, 다시 말해 폐쇄적이라는 겁니까?”
내 질문에 키슬링 소장이 끄덕였다. 폐쇄적인가……, 그렇다면…….
“키슬링 소장. 소장은 저희 제 6과의 전신이 뭔지, 눈치 채셨겠죠?”
키슬링 소장은 한 순간 망설인 뒤에 답했다.
“……사회질서유지국, 이군요.”
“그렇습니다.”
사회질서유지국. 제국 내에서 이렇게나 평판이 나쁜 조직은 없겠지. 제국신민을 탄압하고 감시해왔다. 작년 내란에선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으며, 헌병대의 손에 뭉개졌다. 내란 종결 후에 조직 자체가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갈채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있는 이상 국가를 위협하는 존재를 감시하는 조직은 필요하다. 사회질서유지국이 사라졌지만 소멸한 건 아니다. 이름을 바꾸고, 권한을 굉장히 축소하여 제국광역수사국 제 6과로서 존재하고 있다.
“사회질서유지국은 한 번 지구교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대단한 건 알 수 없었습니다. 조사라고 해도 형식적인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그 중에서 신경 쓰이는 것이 적혀 있었습니다.”
“신경 쓰이는 것입니까…….”
“예. 지구교는 극히 폐쇄적인 종교라고. 종교라면 경제적 이득을 도외시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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