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489년 1월 5일. 클라인게르트 자작령. 에리히 발렌슈타인.


  나는 지금 클라인게르트 자작령에 변경시찰을 위해 와있다. 이 클라인게르트 자작령은 암리처 성계에 있다. 원작에서 제일 처음 동맹군이 침공할 만하다.


  메크링거는 함대에서 대기하고 있다. 나와 함께 지상에 내려가고자 했지만, 내가 없는 사이에 함대 전체의 책임자가 되어줬으면 한다고 말하자 마지못해서 끄덕여 줬다. 사실은 먼저 오딘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해도 듣지 않았겠지. 변경이라고 해도 제국령이니까 안전할 텐데. 하긴 그렇게 말하면 또 화내겠지…….


  “이런 말을 해선 안 되겠습니다만, 그렇게 풍요롭다곤 할 수 없는 곳이네요.”

  발레리가 작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도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변경이니까요. 별 수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혀를 씹을 뻔했다. 군의 지상장갑차에 타고 있으니까 솔직히 말해 승차감이 나쁘다. 굉장히 나쁘다. 사관학교에서도 타고 있었지만 이런 거였나? 정비불량이 아닌가하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심하다. 아니, 그땐 장갑복을 입고 있었지. 사이즈가 맞지 않아서 헐렁헐렁했지만……. 그다지 승차감이 좋지 않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클라인게르트 자작령은 결코 풍족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이쪽을 보는 영주민의 표정은 그렇게 어둡지 않다. 온화하고 평온하다. 클라인게르트 자작의 통치 그 자체는 그렇게 나쁘지 않은 거겠지.


  호위도 포함해 6대의 지상장갑차를 타고 가고 있지만, 흑먼지가 풀풀 날린다. 부탁이니까 포장 정도는 해달라고. 점점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피아와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후회 쪽이 강해져온다. 난 육체적인 내구력이 낮다고. 제발 좀 봐줘. 자작에게 도착하면 기분전환으로 목욕, 이라는 건 무리겠지…….


  리히터, 브라케, 너희들. 내게 이런 귀찮은 일을 넘기지 말라고. 아마도 리히텐라데 후작도 한패겠지. 어지간히 내게 변경을 보고 와줬으면 한다고 했지만, 자신들이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다. 지금쯤 날 생각하며 큰소리로 웃고 있겠지. 노인장 녀석들의 성격이 얼마나 나쁜지는 알고 있었지만, 너희들도 그런가. 정말이지 되먹지 못한 녀석들만 내 주변에 모인다. 왜 그런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겨우 클라인게르트 자작가에 도착했다. 이제 슬슬 피곤한데 이제부터 일이다. 발레리와 지상장갑차를 내리자 내 곁에 다른 지상장갑차에서 내린 문관이 세 명 다가왔다.


  이 녀석들은 자치, 민생, 재무에서 이번 시찰을 위해 붙은 관료들이다. 발레리는 감시가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었지만, 뭐 맞지도 않고 빗나가지도 않은 그런 거겠지. 관료가 군인이 하는 일을 믿을 리가 없다. 나도 너희들이 하는 일을 믿지 않는다. 국민보다도 자신이 소속된 성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이 관료다.


  자작가에는 노인이 두 명 서있다. 그 중 한 명이 다가온다. 행동거지는 나쁘지 않다. 아마도 클라인게르트 자작이겠지. 그럼 나머지는 집사인가. 이름은 뭐였지? 몬타드? 아닌가, 몬탈드?


  “어서오십시오. 발렌슈타인 원수. 전 클라인게르트 자작입니다. 이런 곳까지 오시다니…….”

  “당연한 일입니다. 클라인게르트 자작. 변경성역에 대해선 모두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신경 써주시다니 감사한 일이군요.”

  안 되겠군. 어조는 감사하다고 하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신용하지 않는군.


  “이번에도 리히텐라데 후작, 리히터 자치상서, 브라케 민생상서가 오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오딘에서 손을 뺄 수 없는 상황이기에. 그래서 제가 대신 온 것입니다.”


  조금은 눈매가 부드러워진 것 같다. 그렇다 해도 꽤나 정부에 대한 불신감이 강하군. 이걸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변경성역의 경영은 잘 되지 않겠지. 이런이런.

  “이런 곳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도 뭐하군요. 모쪼록 이쪽으로. 몬타크, 먼저 가게나.”


  과연. 집사의 이름은 몬타크였나. 먼저 나아가는 집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그건 그렇고 피아는 나오지 않았군. 가능하면 만나고 싶었는데……. 아들인 칼은 올해로 6세, 아니 7세인가. 그렇다면 피아는 30세 전후겠지……. 예쁘고 상냥해 보이는 엄마였지.


  바람이 아니라고. 케슬러에 대한 걸 조금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은근슬쩍 케슬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저쪽에서 소꿉친구라고 말하겠지. 클라인게르트 자작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중앙과의 인연은 입에서 손이 나올 정도로 바라는 것일게 틀림없다. 반드시 물겠지.


  나머진 케슬러를 놀려준다. 케슬러 상급대장의 젊은 시절의 애절하고 씁쓸 달콤한 첫사랑 이야기다. 잠시 동안 제아들러(바다독수리)는 그 이야기로 대대적으로 화제가 되겠지. 나와 유스티나에 대한 걸 안주거리고 삼은 벌이다.


  저택으로 들어가니 응접실로 안내 됐다. 안에는 이미 선객이 있다. 노인이 한 명, 그리고 중년 남성이 두 명이다. 노인은 클라인게르트 자작과 동년배겠지. 중년 남성은 두 사람 모두 장신이지만 한 사람은 흑발, 또 한 사람은 금발이다.


  아무래도 이 지역의 귀족인 것 같다. 헌데,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선 클라인게르트 자작에게서 이 지역의 이야기를 듣고 끝날 예정이었을 텐데…….


  “원수 각하. 소개하지요. 이쪽은 게오르그 폰 바르트바펠 남작, 알로이스 폰 뮌처 남작, 아우구스트 폰 뤼데릭 백작입니다.”


  자작의 말에 세 사람의 남자가 희미하게 눈인사를 보냈다. 아마 노인이 바르트바펠 남작, 흑발이 뮌처 남작, 금발이 뤼데릭 백작인가.

  “……우주함대 사령장관 에리히 발렌슈타인 원수입니다.”


  저 되먹지 못한 것들, 알고 있었구만. 그래서 날 변경시찰로 몰아붙였나……. 망명자인 발레리는 눈치 채지 못했겠지만 눈앞에 있는 세 사람은 각자 은하제국에서 유명한 사람의 말예다. 함께 따라온 세 사람의 관료는 모두 얼굴이 굳어있다.


  “그녀는 제 부관으로 일하고 있는 피츠시몬즈 대령입니다.”

  내 말에 발레리가 경례를 하려 했지만, 그걸 끊고 그들을 소개했다.


  “대령, 바르트바펠 남작은 제국과 동맹이 최초로 접촉했을 때, 전쟁을 반대한 바르트바펠 후작을 선조로 가진 분입니다. 바르트바펠 후작은 당시의 황제, 프리드리히 3세 폐하의 이종사촌 동생으로 이제르론 요새 건설을 최초로 주창한 분입니다.”


  발레리가 놀라는 시선으로 남작을 봤다. 남작은 어딘지 모르게 쑥쓰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옛날 일일세. 게다가 그게 원인으로 후작에서 남작으로 작위를 강등되어 영지도 없어졌지. 지금의 바르트바펠 남작가는 변경의 일개 남작에 지나지 않아.”


  “그리고 그 이제르론 요새를 실제로 만든 것이 뤼데릭 남작의 선조입니다. 저 요새가 제국에게 가져온 이익은 막대합니다. 방어 거점, 그리고 중계기지로서 커다란 역할을 해냈습니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가문은 좋은 점이 없었지. 유감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원수, 저 요새를 제국이 되찾을 수 있을까?”

  “국내가 안정되면 가능합니다.”


  우리 가문은 좋은 점이 없었다. 그 말을 냈을 때 보인건 백작의 극히 희미한 슬픈 표정이었다. 무리도 아니다. 당시의 뤼데릭 백작은 이제르론 요새 건설비용 초과 책임을 물어 자살했다.


  구두쇠 황제, 오트프리트 5세는 건설비가 높아지는 걸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바보 같은 이야기다. 나라면 이제르론 요새를 만들어 방어전을 전개하며 안전해진 변경성역을 개발했겠지. 장기적으로 보면 충분히 원금을 벌어들일 수 있었을 것이다. 오트프리트 5세는 짠돌이일 뿐이고 쓰는 법을 몰랐다. 구두쇠 황제라고 불려도 별 수 없겠지. 아니면 고급스런 수전노라고 말해야할까…….


  그 다음에 뮌처 남작을 소개했다. 뮌처의 이름은 발레리도 알고 있다. 뭐, 당연하겠지. 명군 막시밀리안 요제프 2세 밑에서 국내 개혁을 주도한 뮌처 사법상서의 이름은 유명하다.


  뮌처가 그런 마음만 있었으면 오딘 근처에서 영지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뮌처는 국내개혁을 행했기 때문에 주변에서 원한을 받고 있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질투를 필요 이상으로 사는 걸 두려워한 뮌처는 변경에 영지를 받았다. 뮌처가 사법상서를 사임하고 은퇴한 후 뮌처 남작가가 중앙에서 활약하는 일은 없었다. 아마도 경계되었기 때문이겠지.


  인사가 끝나고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클라인게르트 자작가에 어째서 바르트바펠 남작들이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일종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변경의 가난한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그들은 독자적으로 영지를 경영하는 것보다 협력해서 경영하는 편이 효율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구체적으론 수송선, 경비부대의 공유, 그리고 수출상품의 공동개발, 더욱이 영내 통치에 대해서도 세율, 복지, 교육 등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한다. 당연하다고 하면 당연하겠지. 영지 통치에 격차가 있으면 영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건 불보듯 뻔하다.


  클라인게르트 남작령은 결코 풍요롭다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영지가 안정되어 있는 건 통치 그 자체가 영주민들의 입장에서 봐도 적당하다고 보였기 때문이겠지. 그렇다면 다른 세 사람의 영지도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저희들은 개혁에는 반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찬성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저희들의 힘으로 이 이상 영지를 개발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뮌처 남작, 뤼데릭 남작이 입을 모아 개혁을 찬성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중앙에 있는 문벌귀족들처럼 영지를 착취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 않다. 직접 영지를 통치하는 영주로서 영주민과 관계가 깊다. 영지에 대해서도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영지를 개발하는 것이 자신들을 위해서라고 이해하고 있다.


  지금도 영지 개발을 위해 꽤 많은 현금을 쓰고 있다. 영주민에게서 신뢰를 받고 있는 그들을 적으로 돌리는 건 득책이 아니다. 오히려 아군으로 끌어들이는 편이 변경성역 통치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겠지. 문제는 그들이 뭘 요구하는 가다.


  “세금을 내는 것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영지 개발에도 힘을 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세금을 내는 것만으론 곤란합니다. 그래선 저희들은 빈곤해질 뿐입니다.”


  다시 말해 나라의 힘으로 영지를 개발해주는 편이 득책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많은 귀족이 그렇게 생각했다면 이번 내란은 일어나지 않았겠지…….

  “바르트바펠 남작, 구체적으로 정부에 뭘 원하는 겁니까?”


  내 질문에 네 사람은 서로를 돌아봤다.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말을 시작했다.

  “일단 출실한 의료입니다. 병원, 의사, 약국……. 변경에 오고 싶어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당연합니다만, 의사가 없으면 병원도 지을 수 없습니다. 변경성역 주민들의 평균수명은 오딘에 비교하면 무척이나 낮습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래도 오딘에 비교하면 변경의 교육 레벨은 떨어집니다. 그것도 변경성역 개발을 막고 있습니다.”

  “동시에 영지 개발도 그렇습니다. 특히 인프라 관계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수도, 전기, 통신……. 저희들의 힘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뮌처, 뤼데릭이 입을 모아 요구를 한다. 함께 따라온 관료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돈이 필요하군. 덧붙여 여기만이 아니고……. 이 녀석들의 안색이 나빠지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원수 각하. 어떻습니까?”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질문했다. 웃음을 띠고 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이 노인장, 날 시험할 생각이로군.


  “그쪽의 요구는 알겠습니다. 변경성역 개발과 발전은 이번 개혁에도 중요시되고 있는 일입니다. 최대한 협력하도록 정부에 전하도록 하죠.”

  “각하!”

  그렇게 새파란 얼굴로 날 보지 말라고. 관료군. 그 모습을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수상쩍다는 듯이 보고 있다.


  “이 장소를 벗어나기 위해 지어낸 말은 아니겠죠?”

  “그렇지 않습니다. 클라인게르트 자작. 단지 한 번에 모든 걸 실행하는 건 무리입니다. 정부는 제국 전토에 대해서 개혁을 행해야만 합니다. 변경성역만을 특별시할 순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건지?”

  “그쪽의 요망에 대해서 우선순위를 매기든가, 혹은 복수를 동시에 진행하고 싶으시다면 작업 공정을 정해주세요. 그 뒤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가를 조사해서 정부에 제출해 주셨으면 합니다.”


  “……과연.”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다른 세 사람을 돌아본다. 서로와 시선을 교환했지만, 아무래도 납득한 것 같다. 모두 끄덕이고 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부탁합니다.”

  그 순간 관료들이 한숨을 내쉬며 안심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 클라인게르트 자작의 얼굴에 짖궂은 미소가 떠올랐다.


  “각하. 저희들의 요망서 말입니다만, 각하에게 제출해도 괜찮겠습니까?”

  “……괜찮습니다. 문제는 없습니다.”


  어째서 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 시점에서 거절하면 그들의 신용을 잃게 되겠지. 다시 말해 이 지역의 담당은 나라는 건가. 아니, 이 지역만이 아니군. 앞으로 다른 지역을 돌 테니 결국 변경성역은 내 담당이라는 건가……. 아무래도 오딘 녀석들이 노린 건 이건가. 난 있는대로 함정에 빠진 것 같다…….


  관료들의 얼굴이 굳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클라인게르트 자작이 더더욱 짖궂은 미소를 크게 한다. 정말이지 이 녀석들 대체 뭣 때문에 따라온 거야? 너희들이 그러니까 내게 일이 오는 거라고. 이 바보가! 나중에 철저하게 설교하겠어!


...


제국력 489년 1월 10일. 오딘 제국광역수사국. 안스바흐.


  “안스바흐 과장. 키슬링 소장이 찾아왔습니다.”

  “지금 어디에?”

  “응접실입니다.”

  “고맙네.”


  빙그레 웃으며 말하는 여성직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응접실로 향했다. 제국광역수사국 제 6과 과장. 그게 지금의 내 직함이다. 페르너는 제 6과의 과장 보좌. 원래는 관리직일 텐데 아무래도 몸을 움직여 현장으로 가고 싶어 한다. 오늘도 밖에 나가 있다. 혹은 키슬링 소장과 얼굴을 마주치는 걸 피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내 앞에서 그와 친하게 보이는 건 좋지 않다고라도 생각했나…….


  응접실에 들어가자 소파에 앉아있던 키슬링 소장이 일어나 경례했다. 안되겠군. 여기에 있다보니 경례하는 것도 잊어버린다. 서둘로 답례했다.

  “호출해서 미안합니다.”

  “아니, 상관없습니다. 안스바흐 준장. 그래서 오늘은 대체 무슨?”


  “실은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서 어느 지시를 받았습니다. 그 건으로 소장의 협력을 받고 싶습니다.”

  “지시입니까…….”

  키슬링 소장이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알고 있다.


  “안스바흐 준장. 광역수사국은 사법성의 관리하에 있을 겁니다. 사령장관의 지시란 대체 무슨 일입니까? 책망하는 건 아닙니다. 나중에 위험한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겁니다.”


  역시 여기부터 말하지 않으면 안 되나. 뭐, 변칙적이니까 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광역수사국은 성계간에 걸친 범죄를 다룹니다. 여기에는 여섯 개의 과가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각기 역할이 있습니다. 제 1과는 강력범죄, 제 2과는 지능범죄, 제 3과는 절도, 강도 등의 범죄, 제 4과는 감식, 제 5과는 과학수사, 그리고 우리들 제 6과…….”


  “……제 6과의 역할은 뭡니까?”

  “테러 스파이 같은 제국의 안전보장에 관한 공안사건입니다.”

  “……공안사건.”

  키슬링 소장이 중얼거리는 듯이 말하고 생각에 잠겼다. 제 6과의 정체가 뭔지, 대체적으로 상상이 가겠지.


  “제 1과에서 제 5과 까지는 루게 사법상서가 최종적인 명령권을 가집니다. 하지만 제 6과에 대해선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 명령권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건.”

  키슬링 소장이 놀란 듯이 말하지만 그걸 끊었다.


  “기한은 5년간입니다. 사령장관은 이후 2년간 동안 페잔, 동맹을 정복할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5년간이라는 건 우주가 제국의 패권하에 안정하기까지의 기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연, 일시적인 거라는 겁니까. 알겠습니다. 그래서 사령장관의 지시란?”

  “오딘의 지구교가 종교활동 중에 약물을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없는가 확인해줬으면 한다고.”


  내 말에 키슬링 소장이 잠자코 생각에 잠겼다.

  “……사이옥신 마약이군요. 지구교가 포교 중에 그걸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겁니까…….”

  “예. 앞으로 지구교를 조사하게 되겠습니다만, 그 전에 483년의 적발시에 그러한 일이 있었는지 어떤지 확인하고 싶다고 생각한 겁니다.”


  키슬링 소장은 생각하고 있다. 그의 황옥색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과거를 생각하는 걸까.

  “아니, 그러한 일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때 헌병대는 철저하게 사이옥신 마약을 적발했습니다. 지구교가 쓰고 있었다면 그걸 눈치 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또 의혹이 있었다면 그걸 방치했다고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럼 요즘 몇 년 사이에 쓰기 시작했다?”

  “……아니, 그것도 어렵겠죠. 사이옥신 마약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안정된 보급처가 없으면 약이 끊긴 중독환자가 난동을 부렸을 겁니다. 그럼 당연히 사건이 됩니다. 사이옥신 마약을 포교에 썼다는 게 외부에 흘러가면 큰일이 납니다. 그런 위험을 범하리라 생각할 수 없습니다.”


  키슬링 소장의 말은 지당하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 사건 이래 사이옥신 마약에 대한 세간의 눈은 엄하다. 일부러 지구교가 그걸 쓸까?

  “그렇다면 사령장관의 생각이 지나쳤다는 걸까요…….”

  “음, 혹은 공급 루트가 다르다든가…….”

  “공급 루트?”


  내 질문에 키슬링 소장이 생각하면서 답했다. 그 사건은 최초 변경기지에 있었던 사이옥신 마약 제조기지를 적발했다. 그리고 매매 루트를 더듬어 사이옥신 마약 상인을 잡고 구입자를 잡는 것으로 제조자, 판매자, 이용자를 전부 박멸했다.


  “최초로 군의 루트를 잡았습니다. 그 뒤에 판매자, 사용자에서 다른 루트에서 사이옥신 마약을 손에 넣지 않았는가 듣고, 거기에서 그 루트를 적발했습니다. 그 반복입니다.”

  ……과연. 철저하게 잡았다, 라는 건 그런 건가.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공급처가 다른 루트라도 적발을 피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할 수 없다.


  “거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공급처가 다르며 판매자와 매입자도 자신들이 준비할 경우겠죠. 일절 다른 판매자, 이용자와 접촉하게 하지 않았다. 회원제의 클럽같은 겁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안전할지도 모릅니다만 이득은 그다지 볼 수 없습니다. 투자한 만큼 벌 수 있으리라고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회원제의 클럽……, 다시 말해 폐쇄적이라는 겁니까?”


  내 질문에 키슬링 소장이 끄덕였다. 폐쇄적인가……, 그렇다면…….

  “키슬링 소장. 소장은 저희 제 6과의 전신이 뭔지, 눈치 채셨겠죠?”

  키슬링 소장은 한 순간 망설인 뒤에 답했다.

  “……사회질서유지국, 이군요.”

  “그렇습니다.”


  사회질서유지국. 제국 내에서 이렇게나 평판이 나쁜 조직은 없겠지. 제국신민을 탄압하고 감시해왔다. 작년 내란에선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했으며, 헌병대의 손에 뭉개졌다. 내란 종결 후에 조직 자체가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갈채를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가 있는 이상 국가를 위협하는 존재를 감시하는 조직은 필요하다. 사회질서유지국이 사라졌지만 소멸한 건 아니다. 이름을 바꾸고, 권한을 굉장히 축소하여 제국광역수사국 제 6과로서 존재하고 있다.


  “사회질서유지국은 한 번 지구교에 대해서 조사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대단한 건 알 수 없었습니다. 조사라고 해도 형식적인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단지 그 중에서 신경 쓰이는 것이 적혀 있었습니다.”


  “신경 쓰이는 것입니까…….”

  “예. 지구교는 극히 폐쇄적인 종교라고. 종교라면 경제적 이득을 도외시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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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798년 1월 3일. 이제르론 요새. 양 웬리.


  “여어, 양 제독. 새해 복 많이 받게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트류니히트 의장.”

  화면에는 트류니히트 의장이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 있다. 옛날엔 이 웃음이 싫었다. 지금도 다소 수상쩍다고 느끼고 있다.


  “작년엔 여러 가지 있었네만. 그래도 대규모 전쟁은 없었네. 그런 의미로는 좋은 해였을지도 모르지. 올해는 어떻게 될지…….”

  “…….”


  트류니히트 의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마음은 나도 안다. 제국은 지금은 아직 국내를 굳히는 걸 우선하고 있지만, 그게 끝나면 확실하게 이쪽에 어금니를 드러내겠지. 그게 언제가 될지……. 올해인가, 아니면 내년인가…….


  “제국은 지구에 대한 대응을 우선하겠지만, 그게 끝나면 다음 목표는 동맹이 되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와 손을 잡을 순 없네. 그렇게 하면 제국에게 이쪽을 침공할 명목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렇지 않은가?”


  “그렇지요. 그 선택은 최악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동맹 내부에도 지구에 대한 진실을 알면, 아니 물론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이 맞다면 말입니다만. 그렇게 되면 대부분이 지구를 거부할 것입니다.”


  잠시 동안 둘 모두 침묵했다. 트류니히트 의장은 고개를 살짝 숙이고 시선을 피하고 있다. 표정은 결코 밝지 않다. 의장에게 있어서 드문 일이겠지. 타인 앞에선 결코 보이지 않을 모습이다. 날 신뢰하고 있다는 걸까? 혹은 그렇게 해서 내 마음을 잡으려는 걸까?


  나는 얄궂은 눈으로 그를 보고 있겠지. 그걸 눈치 챈 건지 어떤 건지……. 트류니히트 의장은 고개를 한 번 젓고 이쪽을 향했다. 얼굴에는 사람 좋은 미소가 있다.

  “레벨로에게서 자네의 이야기를 들었네.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인가……. 재밌는 생각이다. 문벌귀족을 부수고 특권계층을 없애면서도 입헌군주제가 아니라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라니…….”


  “모두 제 추론입니다. 근거는 없습니다.”

  “양 제독의 추론인가……. 난 자네의 추론을 지지하네.”

  “…….”

  “자네의 생각을 들었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자넨 알겠는가?”

  어딘지 모르게 악동 같은 표정이다.


  “아뇨. 모르겠습니다.”

  “자넨 역사를 잘 안다고 하니까 알지도 모르겠군. 인류가 아직 우주에 나가기 전, 지구를 유일한 거처로 했던 때의 이야기다. 어느 왕국에서 왕위계승분쟁이 발생했다. 그 분쟁이 종결한 후, 그들은 자신들은 어떤 통치체제로 나라를 다스려야하는가 하는 문제로 의논을 했다고 하네. 알고 있는가? 이 이야기를.”


  “예. 알고 있습니다. 아케메네스조 페르시아의 이야기군요. 다리우스 왕이 즉위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내 날에 트류니히트 의장은 기쁘게 끄덕였다.


  사실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페르시아인들은 자신들의 통치체제를 어떻게 할지 열심히 상의했다. 그때 나온 통치체제는 세 가지……. 하나는 만민에게 주권을 주는 민주제, 또 하나는 귀족에 의한 과두제, 나머지 하나는 군주에 의한 독재제.


  각기 이점과 결점을 논했다고 한다. 어느 인물은 독재제를 부정하고 민주제를 찬미했다. 독재제에 관해선 “어떤 책임도지지 않고 생각대로 행할 수 있는 독재제는 질서 있는 국가체제라고 할 수 없다. 독재자만큼 언행이 항상 같지 않은 자가 없다. 선조 대대의 풍습을 파괴하고, 여자를 범하고, 벌도 받지 않으며 인명을 빼앗는다.”라고 하고 있다.


  그리고 민주제라면 그런 일은 없다. 만민이 평등하다면 독재자가 할 것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갖가지 국책은 공론에 의해 정해진다. 그렇게 말했다. 독재제의 위험과 민주제의 이상을 말했다는 거겠지.


  당연하지만 민주제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 대중만큼 우열하고 나태한 것은 없다. 독재자의 폭정을 피하기 위해 광폭한 민중의 폭정의 손에 휘둘리는 일은 결코 해선 안 된다.”


  “처음부터 무엇이 정당한지도 모르고, 스스로 생각할 능력도 없는 자가, 하물며 분류와 같은 사려도 없이, 단지 무조건 국사를 밀어붙일 뿐이다.”


  그리고 민주제에 반대한 사람은 과두제를 지지했다. “가장 뛰어난 인재의 일군을 선발하여 여기에 주권을 주자. 가장 훌륭한 정책이 가장 훌륭한 인간에 의해 행해지는 건 당연한 이치다.”


  정치적인 성숙도가 낮은 국민에게 주권을 주는 걸 위험시한 뒤에, 일부의 엘리트에 의한 통치를 제창했다. 그가 살고 있던 시대를 보자면 독재제를 위험시하면 과두제를 지지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대에 그게 맞을지 어떨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페르시아 왕인 다리우스가 독재제를 지지했다. “가장 뛰어난 유일인이라면 그 탁월한 식견을 발휘하여 민중을 훌륭하게 통치할 수 있다. 하지만 과두제에선 공익을 위해 공적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격렬한 적대관계가 발생하기 쉽다.”


  “각각의 사람이 자신이 최고인이 되고자 자신의 의견을 주장한 결과, 서로를 격렬하게 헐뜯고 싸우게 되며, 거기에서 내분이 일어난다. 내분은 피를 부르고, 이윽고 독재제로 이어진다.”


  “민주제의 경우엔 악이 횡행하는 것을 피하기 힘들다. 공공에 있어 악이 횡행할 때 악당들 사이에 생기는 건 적대관계가 아니라 오히려 강고한 우애심이다. 왜냐하면 국가에 나쁜 짓에 움직이는 자들은 결탁하여 이걸 행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 결국엔 누군가가 민중의 선두에 서서 악인들을 물리치게 된다. 그 결과 이 자가 국민의 찬미를 받게 되어, 찬미의 끝엔 결국 독재자가 되겠지.”


  결과로서 페르시아인들은 독재제를 선택했다. 과두제는 나라를 분열할 위험을, 민주제는 대중의 인기에 편승한 참주의 대두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아갈 길은 독재제다. 왜냐하면 독재제야말로 최고의 통치체제니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선택된 군주에 의한 독재제를 선택하는 편이 폐해가 적다…….


  다리오스의 말을, 당시의 페르시아인들의 선택을 부정하는 건 어렵다. 루돌프 폰 골덴바움의 찬탈은, 그야말로 당시 정치가들의 폐해가 원인이었다. 당시의 연방시민은 틀림없이 루돌프를 지지하여 그가 황제가 될 것을 바란 것이다.


  “양 제독. 나는 이렇게 생각하네. 각각의 통치체제에는 확실히 결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통치체제가 아니라 그걸 운용하는 인간에게 결점이 있는 게 아닌가. 그거야말로 진정한 문제가 아닌가……. 그렇기에 인류는 때에 따라서 각각의 통치체제를 고르고, 부정했다. 인류의 역사는 그런 반복이 아닌가…….”


  “…….”

  민주제 국가에서 독재제 국가가 태어나고, 독재제 국가에서 과두제 국가, 민주제 국가가 태어났다. 나라가 피폐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이 피폐해졌기 때문이라는 건가. 나라를 정상적인 상태로 돌리기 위해선 통치체제를 바꿔 피폐해진 통치자를 일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걸까……. 그렇다면 독재제 국가가 태어나는 것도 과두제 국가가 태어나는 것도 필연이라는 건가…….


  화면에 보이는 트류니히트 의장에 얼굴엔 아까 전까지의 미소는 없다. 아니, 날 보고 있지 않겠지. 조금 고개를 숙이고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의장, 의장은 민주제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내 말에 트류니히트 의장은 가볍게 쓴웃음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 의문은 가지고 있어. 저 바보 같은 침공작전으로 1천만이나 되는 희생을 냈으면서 제국에 대해서 주전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이 나라의 다수를 점하고 있네. 군에 대한 비난 따위 일시적인 것일 뿐이었어. 저 희생은 대체 뭐였는지……, 자넨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

  “하지만 그래도 민주제는 지켜야만 한다고 생각하네. 국민의 의견을 국정에 반영한다. 그 한 점에서 민주제를 넘는 통치체제는 없어. 정치를 일부의 인간만이 다루는 특별한 것으로 해선 안 되는 걸세. 그걸 허락하면 통치자는 오만해지며, 정치는 시민에 대해 필요 이상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겠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듯이 나온 말이었다. 솔직히 눈앞의 남자가 그런 말을 하는 데엔 위화감이 있었다. 내 모습을 눈치 챈 걸지도 모른다. 트류니히트는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으며 “답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질문했다.


  “아뇨. 그렇지는…….”

  빈궁한 답이었다. 의장도 그렇게 생각했겠지. 쓴웃음의 색이 강해졌다. 그걸 보고 나도 쓴웃음을 흘렸다. 잠시 동안 둘 모두 침묵했다.


  “양 제독. 발렌슈타인 원수는 지금 제국에 민주주의를 풀어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게 아닐까? 동맹 시민에 비하면 제국에 사는 사람은 정치적 성숙도가 굉장히 떨어지네. 동맹조차 제대로 기능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든 통치체제를 제국이 받아들이는 건 무리다.”


  “그것도 있습니다만, 제국 내부에선 민주제에 대한 혐오감은 꽤나 강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하게 도입해서 제국을 분열할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닐까요.”

  내 말에 트류니히트 의장은 끄덕이고 말을 계속했다.


  “그렇다면 이대로 골덴바움 왕조에 의한 독재제를 유지하며,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그는 생각했겠지. 그러는 편이 혼란도 패혜도 적다……. 그렇지 않을까?”


  “과연. 마치 페르시아인 같군요.”

  “내가 어째서 페르시아의 고사를 생각했는가, 알았는가?”

  “예.”

  트류니히트 의장은 웃음을 띠우고 있다. 하지만 그 웃음을 거두고 한숨을 내쉬었다.


  “만만찮은 상대로군. 성가신 상대이기도 해. 하지만 민주주의는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지만…….”

  민주주의인가……. 화면에 나온 트류니히트 의장은 동맹을 지키자곤 하지 않았다. 우연인가, 아니면…….


  “트류니히트 의장. 의장은 동맹을 지키는 것과 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나눠서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

  트류니히트 의장은 침묵하고 있다. 그 얼굴을 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동맹이 멸망해도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면…….”

  “거기까지 해두게. 양 제독!”

  “하지만…….”


  “나도 자네도 국가의 중직에 있는 거다. 그런 우리들이 국가의 멸망을 전제로 이야기하다니, 밖에 흘러가기라도 하면 말도 안 되는 일이 되고 말아.”

  “…….”

  “언젠가 그런 이야기를 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르네. 하지만 그건 지금이 아니야. 자중하게. 양 제독…….”


  지금은 이야기 할 때가 아닌가……. 역시 의장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제국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형태로 민주주의를 남긴다. 그거라면 발렌슈타인 원수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언젠간 이야기해야 할 때가 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땐 그렇게 멀지 않겠지. 그걸 안 것만으로도 좋게 여겨야 한다.


  무거운 공기를 뿌리치듯이 트류니히트 의장이 화두를 바꿨다.

  “레벨로가 루돌프에 대해서 재밌는 말을 하더군.”

  “재밌는 말, 말입니까?”


  내 질문에 트류니히트 의장은 웃음을 띠우고 끄덕였다.

  “루돌프는 처음부터 신성불가침한 황제가 되려고 한 게 아닐 거라고, 다소 독선적이긴 하지만 개혁 의지가 흘러 넘치는 인간이었던 것이 아닐까 하고 말야.”

  “허어.”


  뭐라고 해야 좋을까. 확실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다. 아까 전까지의 이야기와 관련된 걸까? 내 곤혹함을 눈치 챈 거겠지. 걱정 따위 필요 없다는 듯이 트류니히트 의장이 웃음소리를 올렸다.


  “난 다른 생각을 했네. 루돌프는 사실 황제 따위 되고 싶지 않았던 게 아닌가하고 말야.”

  “되고 싶지 않았다? 황제가 말입니까?”


  내가 어지간히 한심한 소리를 냈을지도 모른다. 트류니히트 의장은 또 웃음소리를 냈다.

  “그는 자신이 위험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게 아니었을까? 이대로 가면 독재자가 된다고. 그러니 누군가 자신을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겠지. 수상과 국가원수를 겸한 것도, 종신집정관이 된 것도, 황제가 된 것도, 어딘가 은하연방시민이 자신을 막아줄 것을 기대한 것이 아니었을까? 헌데 연방시민은 그걸 허락하고 말았다…….”

  또 트류니히트 의장이 웃었다.


  “기가 막혔겠지. 연방시민을 경멸도 했을 거야. 그는 자신이 신성불가침하다고 생각한 게 아니야. 연방시민을 바보라고 경멸했을 뿐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좋을까. 트류니히트 의장은 시민이란 무책임하고 어리석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자신의 생각한 걸 말하고 있는 것일 뿐일까…….


  “열악유전자 배제법도 그게 원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래. 권력자라는 건 자신을 신성시하다 보면 자신을 찬미할 뿐이지. 상대를 경멸했기에 그런 악법을 포고했다. 경멸하지 않았다면 그런 악법은 생겨나지 않았겠지…….”

  “…….”


  “게다가 난 그 악법은, 어느 쪽이냐고 보자면 정치적인 의미가 있어서 포고 했다고 생각하네.”

  “그렇다면?”


  “제정에 반대하는 인간을 뽑아내어 모살하기 위해서다. 사회질서유지국이 설립되어 정치법에 대해 맹위를 발휘한 건 그 법이 포고되고 난 다음이다. 루돌프는 연방시민을 경멸했다. 그들에게 민주주의 따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민주공화제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탄압했다…….”

  “…….”


  자신을 신성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을 멸시했기에, 민주제를 운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열악유전자 배제법이 생겨났다…….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루돌프 스스로 그 법이 얼마나 멍청한 건지 알고 있었겠지. 그의 아들은 선천적인 백치였다고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루돌프는 그 법을 폐지하지 않았습니다. 멍청한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어째서 폐지하지 않은 겁니까? 의장이 말씀하시는 건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내 반문에 트류니히트 의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계자를 위해서겠지. 선대의 잘못을 고치는 것만큼 후계자의 신망을 모으는 수단은 없네. 제정을 반석으로 만들기 위해서 루돌프는 일부러 엄한 얼굴을 보였지. 선정은 후계자가 보이면 되네. 아닌가?”

  “…….”


  “유감스럽게도 루돌프 사후, 제국에선 반란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제국의 후계자는 선정을 배풀 수 없게 되었지. 열악유전자 배제법도 사회질서유지국도 계속 존속했다……. 혹시 저 반란이 없었다면 제국은 좀 더 다른 역사를 걷고 있었을지도 모르네. 자유행성동맹도 없었을지도 모르지…….”


  트류니히트 의장은 침울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일리 있는 일이긴 하지만, 루돌프를 인정한다? 납득할 수 없었다. 애초에 루돌프는 틀림없이 자신을 신성시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을 신성시한 건 틀림없겠죠. 예의 도량형 문제도 있고…….”

  “클레페 재무상서 말인가?”

  “예.”


  루돌프는 도량형 개정을 행하려고 했다. 자기 자신의 체중을 1 카이저첸트너, 신장을 1카이저파덴으로 모든 단위의 기준으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시도는 저지됐다. 당시의 재무상서 클레페가 도량형 개정을 행할 비용을 계산하고, 그 거액에 루돌프가 단념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루돌프 자신의 신성화 예시로서 되풀이되고 조롱되는 이야기다.


  “루돌프는 시험한 걸세. 클레페를 말야.”

  “시험했다?”

  시험했다? 예상외의 말이다. 저도 모르게 앵무새처럼 반문하자 트류니히트 의장이 우습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냈다.


  “클레페의 계산은 명백히 과대한 것이었네. 루돌프가 그걸 눈치 채지 못했으리라 생각하나?”

  “……그건, 눈치 채지 못했을 가능성은 있겠죠. 그는 원래 군인입니다. 경제에 그렇게 자세했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솔직히 억지에 가깝겠지. 장기간에 걸쳐 국가를 통치해온 것이다. 전혀 모를리라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트류니히트 의장은 불쾌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게 이야기하고 있다.


  “과연. 그럼 그의 주변은 어떨까? 자넨 누구도 그걸 눈치 채지 못했다고 생각하나?”

  “…….”


  “그럴 리가 없겠지. 누군가가 눈치 챘을 것이다. 그리고 루돌프에게 클레페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겠지. 혹시 루돌프가 자신을 신성시했다면 클레페를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죽었겠지.”


  “그럼 루돌프가 시험했다는 건…….”

  “클레페가 신용할 수 인물인가, 아니면 단순한 추종자인가, 난 그걸 확인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하네.”


  아연해하는 날 보고 트류니히트가 즐겁게 웃음소리를 올렸다.

  “양 제독, 내 추론을 즐길 수 있었는가?”

  “아, 아뇨. 너무나도 대담한 추론이라.”


  “따라갈 수 없는가. 뭐, 무리도 아니지. 정치란 결과일 뿐이니까 말이야. 어떠한 의도에서 행해졌는가를 신경 쓰는 건 역사가들뿐이다. 그것도 반드시 호의적으로 보리라고도 할 수 없어. 엄한 일이지.”

  “…….”


  “앞으로 동맹은 엄한 상태에 몰릴 걸세. 당연히 우리들에 대한 평가도 엄해지게 되겠지. 노력해도 평가를 받지 못한다. 부당한 평가를 받는다. 그런 일이 될지도 몰라……. 도망치고 싶나?”


  “그런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습니다.”

  “어째서인가?”

  “발렌슈타인 원수가 말했습니다. 이제 뒤로 돌아갈 수 없다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사람을 죽였습니다. 도망칠 수 없습니다.”


  내 말에 트류니히트는 잠자코 끄덕였다. 그리고 중얼거리는 듯이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일세. 양 제독. 지금까지 주전론을 부채질하여 많은 사람을 사지로 몰아넣었지. 이제 와서 도망칠 수 없어. 흘린 피를 쓸데 없는 것으로 할 수 없네…….”


  사람을 움직이는 건 열의나 의무가 아닐지도 모른다. 피의 양과 그것에 대한 속죄의 마음일지도 모른다. 혹시 그렇다면, 희생 없이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어리석은 동물인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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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489년 1월 1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각하, 메크링거 제독이 면회를 구하고 있습니다.”

  신년 파티도 겨우 끝났다. 주변에 조금 지쳤다고 말하고 개인실에서 쉬고 있던 내게 발레리가 메크링거의 내함 요청을 전해왔다. 함대는 이제르론 회랑을 빠져나와 지금부터 암리처 성역으로 향하려하고 있다.


  예의 건이겠지. 뭐, 나중에 설명하겠다고 한 건 나다. 지금까지 저쪽이 기다리고 있던 건 통신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회랑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함대에서 떨어질 순 없다.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성실하지. 양이 공격해올 일도 없을 텐데…….


  “개인실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메크링거 제독에겐 그렇게 전해주세요.”

  “예……. 각하. 기분이 좋지 않진 않으신가요? 그러시다면 메크링거 제독에겐 나중에 다시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발레리가 나를 염려하며 질문했다. 이런이런. 이대로라면 밀담을 할 때마다 걱정을 끼치게 되겠군. 아니, 그러는 편이 좋나…….


  “대단하진 않습니다. 메크링거 제독을 이쪽으로 불러주세요.”

  “예…….”

  그런 얼굴을 하지 말라고. 난 괜찮으니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금 뒤가 캥겼다. 아주 조금이지만……. 미안 발레리.


  메크링거가 온 건 그로부터 30분 정도 뒤였다. 뭐, 서로 함대는 이동 중이다. 그 정도는 별 수 없겠지. 메크링거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면목 없다는 듯이 말했다.


  “각하. 기분이 좋지 않다고 피츠시몬즈 대령에게 들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기서 비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이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면 여기에 불러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자, 이쪽으로.”


  소파에 앉을 것을 권했지만, 잠시 동안 메크링거가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봤다. 진짜인지 어떤지 그 나름대로 확인하는 것 같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한 거겠지.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실례합니다”라고 말하며 소파에 앉았다. 내가 괜찮다고 해도 누구도 믿지 않는다. 어째서야?


  “예의 건이군요. 메크링거 제독.”

  소파에 앉아 내가 질문하자 메크링거는 신묘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예. 페잔의 성립에 동맹이 관여하고 있다. 더욱이 지구가 얽혀있다는 건 사실입니까?”


  뭐, 기분은 알겠다. 페르너와 안스바하도 처음엔 믿지 않았다. 나도 원작을 읽지 않았다면 코웃음 거리겠지.

  “적어도 동맹이 페잔 성립에 관여한 건 사실입니다. 지구에 관해선 추측입니다만.”


  난 메크링거에게 페잔 성립에 대한 가설을 말했다. 지구가 자신의 복권을 바라며 제국과 동맹의 공멸을 노렸다는 것. 그러기 위해서 중립국가 페잔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 그리고 당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던 동맹에 접촉했을 거라는 것…….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메크링거의 얼굴이 굳어간다. 이것도 마찬가지다. 페르너들도 점점 얼굴이 굳어갔다.


  “지구입니까…….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만, 뭔가 증거가 있습니까? 동맹은 확증이 없다고 했습니다만…….”

  “저번에 큄멜 남작가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만, 거기에 지구가 얽혀있었습니다.”

  내 말에 메크링거가 경악하는 표정을 보였다.


  “큄멜 남작은 병약하기에 스스로 제플 입자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그걸 준비한 건 지구교도입니다. 내란시에 절 암살하려고 했던 사람 중에도 지구교도가 있었습니다.”

  메크링거의 얼굴이 경악에서 점점 새파랗게 질려갔다.


  “……위험하지 않습니까. 바로 탄압을 해야. 헌병대는 뭘 하고 있는 겁니까!”

  “헌병대는 움직일 수 없습니다. 이 문제에 관해선 제국광역조사국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럼 루게 사법상서는 이 문제의 중요함을 이해하고 있지 않는 건 아닙니까!”


  진정해라. 메크링거. 답지 않다고.

  “그렇지 않습니다. 루게 사법상서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테러, 스파이 같은 제국의 안전보장에 관한 공안사건에 관해선 공표는 되어있지 않습니다만 군의 관할로 되어 있습니다. 책임자는 저입니다.”

  내 말에 메크링거는 아연하게 날 바라봤다.


  “……각하가, 말입니까. 그럼 어째서 지구교도를 체포하지 않는 겁니까?”

  “지구교에 대해선 동맹과 협력해서 대처합니다. 다행히 동맹정부도 지구교에 대해서 위기감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잘 되면 협력할 수 있겠죠. 동맹을 치는 건 그 다음입니다.”

  메크링거는 눈썹을 모으고 생각에 잠겨있다.


  “성가신 일입니다. 종교라는 건. 나라를 가지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조종합니다. 지구교의 힘을 약하게 만들기 위해선 그들의 정체를 폭로하고 신도들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과연, 지구교, 아니 지구를 쳐부수는 건 그 뒤입니까.”

  “그렇게 되겠지요.”


  메크링거가 끄덕이고 있다. 조금은 진정했는가. 지구교에 대해서 손을 빼고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녀석들은 각하의 목숨을 노리고 있습니다. 조심해야만 합니다.”

  “그렇지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각하. 농담이 아닙니다. 지금 각하에게 만일의 경우가 있으면 제국은…….”

  저도 모르게 쓴웃음이 흘러나왔다. 메크링거. 조금 요란스럽다.


  “각하! 아무래도 각하는 모르고 계십니다. 제국은 각하를 필요로하고 있습니다!”

  “…….”

  이런, 웃었던 건 실수였다. 메크링거가 화내고 있다. 지금은 조금 신묘한 표정을 지어야…….


  “잘 생각해 주십시오. 지금까지 제국군 3장관이 이렇게까지 밀접하게 협력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군부가 협력하는 일도 드물었습니다. 제국이 하나로 뭉치고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는 건 각하가 사령장관이 되고 나서입니다.”

  메크링거가 몸을 기울인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건 할 수 없겠군.


  “그건……, 이제르론 요새가 함락된 겁니다. 그때 제국은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위기가 모두를 하나로 뭉친 거지요.”

  내 말에 메크링거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아니, 그것도 있겠습니다만 전 그것만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이어이. 부탁이니까 한숨 섞어가며 말하지 말라고. 뭔가 내가 나쁜 놈이 된 것 같잖아.


  “각하. 제국은 샨타우 성역 회전 후에도 내란 종결 후에도 하나로 뭉쳐있습니다. 하물며 정부 내부에선 리히텐라데 후작을 위시한 귀족들과 개혁파가 협력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입니까?”

  “…….”


  어째서냐고 물어봐도 말이지. 새로운 제국을 만들기 위해선 그렇게 할 것이 필요하니까?

  “제국을 위해서 필요하니까. 각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예. 그렇습니다.”

  어이어이, 또 한숨인가. 어째서 거기서 한숨이 나와?


  “설령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도 서로 헐뜯는 것이 인간입니다. 지금 제국이 하나로 뭉쳐있는 건 각하가 군 내부를, 정부와 군을, 그리고 정부 내부를 하나로 뭉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하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조금 과장되지 않았습니까?”

  “과장이 아닙니다. 저만이 아닙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


  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지구교는 내가 죽으면 제국정부 상층부가 혼란하는 것만이 아니라 분열하리라 생각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메크링거가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강하게 쥐고 흔들었다.

  “각하. 부디 자신을 소중히 여겨주십시오. 저희들은 모두, 각하를 잃을 수 없습니다.”

  “……메크링거 제독.”


  “케슬러 제독도 각하께 말했을 겁니다. 각하는 저희들의, 아니 제국의 지주입니다. 그걸 인식해 주십시오. 아무쪼록, 부탁드립니다.”

  메크링거가 애절한 눈으로 날 보고 있다. 어떻게 답해야 좋을까.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건 알겠습니다. 전 조금 자신의 목숨을 가볍게 여겼을지도 모릅니다. 조심하도록 하죠. 그러면 되겠습니까?”

  메크링거는 내 말을 다소 불만스럽게 여긴 것 같지만, 그래도 내 손을 놓아줬다.


  “소관은 각하와 30년 후의 세계를 보는 것이 꿈입니다. 모쪼록 그 꿈을 실현하고 싶습니다.”

  “그렇군요. 실현하도록 하죠.”


...


제국력 489년 1월 1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사령장관의 개인실을 나와 함교로 향한다. 내가 함교에 들어가자 부관인 자이펠트 중위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동시에 사령부 인원이 이쪽으로 시선을 향해왔다.


  어떤 자는 묻고 싶은 듯한, 다른 자는 어렴풋이 책망하는 듯한 시산이다. 전자는 사령장관의 용태를 걱정하는 걸테고, 후자는 상태가 안 좋은 사령장관에게 억지로 찾아간 나를 비난하는 거겠지. 자이펠트가 다행스러운 표정을 보인 이유도 알겠다.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겠지. 그리고 그의 뒤에서 장신의 여성사관이 다가왔다.


  “각하. 사령장관의 상태는 어떠셨습니까?”

  “대단한 일은 없는 것 같았다. 피츠시몬즈 대령. 때때로 웃음소리를 올릴 정도셨으니 말이야. 상태가 안 좋다는 것보단 조금 지친 게 아니었을까. 포로교환에 대해서 꽤나 걱정하고 계셨던 것 같으니 말이야.”


  내 말에 피츠시몬즈 대령이 안심했다는 듯이 끄덕였다. 발트하임 중장, 슈마허 소장도 서로를 돌아보고 끄덕이고 있다.

  “그럼 난 자신의 함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들이 경례했다. 답례를 돌려주고 함교를 나왔다.


  함교를 나와 통로를 걷기 시작하자 바로 자이펠트 중위가 질문했다.

  “각하. 사령장관은 정말로 괜찮으셨습니까?”

  “걱정인가?”

  “예. 그다지 몸이 건강하지 않으시다고 들었기에…….”


  “걱정인가…….”

  내 말에 자이펠트는 조금 고개를 숙였지만 서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금 각하께 무슨 일이 있으면 제국은 어떻게 될지……. 소관은 평민입니다. 이제야 귀족들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일이 없는 세상이 온다.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 그렇게 생각한 겁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 만일의 경우가 있으면…….”

  “…….”


  원수 각하. 알고 계십니까? 직속 부하도 아닌 자이펠트까지 각하를 걱정하고 있는 겁니다. 각하가 없어질 경우에 대한 걸 생각하고, 그 미래를 두려워하는 눈으로 절 보는 겁니다. 제가 각하에게 말한 건 결고 과장이 아닙니다. 사실인 겁니다. 모쪼록, 그걸 이해해 주셨으면…….


  각하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있다. 굉장히 성가신 녀석들인 것 같다. 오딘에 도착하면 바로 클레멘츠의 케슬러 제독에게 상담할 필요가 있겠지. 그리고 피츠시몬즈 대령과 뤼네부르크 대장에게도 말이다.


  메르카츠 제독에게도 말해야만 하겠지. 문제는 각하에게 만일의 경우가 있을 때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일이지만, 대비해둬야만 하겠지……. 메르카츠 제독이 사령장관이 될 테니 군사면에서의 영향은 고려하지 않아도 되겠지. 문제는 정치면이다. 보좌가 필요하군. 케슬러 제독의 보좌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래도 약하다. 3장관을 뭉치고, 리히텐라데 후작과 연계하여 개혁파를 하나로 한다……. 어렵군. 케슬러 제독이라도 어렵겠지. 하지만 제국이 혼란에 빠지는 일만은 피해야만 한다.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튼 오딘에 도착하면 클레멘츠와 케슬러 제독에게 상담해야만 한다. 각하를 노리고 있는 적이 있다. 이번엔 이전처럼 장미정원에서 습격당한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


제국력 489년 1월 1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메크링거가 돌아갔다. 그는 겸연쩍은 표정을 보였다. 나도 꽤나 겸연쩍었지만, 지금은 생각해야만 할 일이 있다. 메크링거의 말대로라면 난 어딘가 착각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페잔은 이미 독립을 잃고 있다. 지구가 페잔의 독립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루빈스키를 동맹, 제국에게 넘기겠지. 말 없는 시체로 말이다. 페잔의 독립을 지키고, 지구의 기밀을 지키기 위해선 그것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건 지구는 페잔의 독립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거다.


  아마도 루빈스키는 제국에게 우주를 통일하게 만들고 그 뒤에 제국을 탈취해야 한다고 지구의 총대주교를 설득했겠지. 그리고 총대주교도 그걸 받아들었다. 그렇기에 페잔 진주까진 라인하르트를 얽혀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진주 이후엔 날 노린 테러는 없었다.


  난 제국이 우주를 통일하기까지 테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때에 큄멜 사건이 일어났다. 저건 지구의 일부, 제국과 동맹은 공멸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진 자가 총대주교의 의사를 위반하고 행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구는 내란 후, 나와 리히텐라데 후작 사이에서 권력투쟁이 일어나 이긴 쪽이 독재자가 되리라 생각했겠지. 그렇게 됐다면 루빈스키의 말대로 제국을 탈취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예상이 뒤틀렸다. 난 자신이 죽어도 제국의 진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하고자 했다. 그렇기에 권력을 내게 집중하게 만들게 하지 않았고, 제국의 진로도 모두에게 설명했다. 내란 종결 후의 제국은 지구의 입장에서 보면 탈취하기 어렵다고 봤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구가 생각을 바꾸는 일도 있겠지. 탈취하기는 어려울지라도 혼란에 빠뜨리는 건 쉽다……. 날 암살하여 제국을 혼란에 빠뜨린다. 메크링거의 걱정대로, 제국이 분열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을 벌어 동맹의 전력을 회복하게 만들자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당초의 예정대로 제국과 동맹의 공멸이 가능하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지구는 앞으로 제국의 힘을 약하게 만들려고 하겠지. 키슬링, 안스바하, 페르너에게 경고할 필요가 있겠군. 테러는 녀석들의 특기다. VIP에 대한 신변경호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나중에 오딘에 연락을 넣어둘까. 경호 강화인가……. 지긋지긋하군.


  문제는 동맹인가. 지구가 동맹에 어떤 수를 쓸지……. 지금 시점에선 지구는 동맹정부에 대해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양은 트류니히트와 지구는 무관계라고 했다. 원작에서 트류니히트가 지구에 삼켜진 건 구국군사회의가 일어난 후였다. 이 세계에선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 이상 양의 말은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신경 쓰이는 건 앞으로 동맹에서 쿠데타가 일어날지 어떨지다. 원작에선 라인하르트가 쿠데타를 획책했다고 보이지만, 난 원래부터 동맹군 내부에 쿠데타를 계획하고 있던 그룹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그 주모자는 에벤스 등 영관 클래스의 사관이겠지. 군국주의자라고 해도 좋다. 그들은 자신들만으론 주변이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으리라 봤다. 그렇기에 군 내부에서도 상식파라고 알려진 그린힐을 초빙한 게 아니었을까.


  그들의 쿠데타 계획안은 라인하르트의 계획안만큼 성공률이 높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린힐은 쿠데타 실시를 망설였다. 혹은 그린힐이 그들을 제어했다. 라인하르트의 계획안은 망설이고 있던 그린힐의 등을 밀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쿠데타가 너무나도 순탄하게 일어났다는 것도 납득할 수 있다.


  포로교환은 제국력 488년, 우주력 797년 2월 중순에 행해졌다. 쿠데타의 제 1격이 일어난 것이 4월 초순. 린치 소장은 언제 돌아갔을까? 그는 그 전해 11월에 라인하르트에게 불려갔었다.


  오딘에서 하이네센까지 2월 반 정도가 걸리겠지. 그렇다면 린치가 하이네센으로 돌아간 건 1월 중순에서 하순. 혹은 2월이 되고 나서일지도 모른다. 4월 초순에 쿠데타의 제 1격을 일으켰으니까, 준비 기간은 최대로 잡아도 두 달 반이다.


  혹시 쿠데타 계획이 이 시점에서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두 달 반에 린치는 그린힐을 설득하고, 그린힐은 사람을 모아 쿠데타 준비를 했다는 게 된다. 일이 일이다.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빈번하게 모여서 상담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계획 그 자체는 이미 있고, 인원도 준비되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이 세계에선 어떨까? 동맹군 내부는 제국만큼 일치되어 있지 않다. 이 점에 대해선 원작과 이 세계는 별 다를 바 없다. 그렇다면 군국주의자들이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은 있겠지. 솔직히 말하면 쿠데타가 일어나는 편이 고맙다. 동맹에 쿠데타를 걸고자 생각하진 않지만 그들이 멋대로 내부분열을 일으켜주면 만만세다.


  하지만 그린힐은 총참모장의 지위에 있다. 그리고 동맹군의 정부, 군부의 관계는 결코 나쁘지 않다. 그렇다면 그린힐이 쿠데타를 일으키리라고 생각할 수 없다. 또 에벤스, 아니 에벤스라고 한정할 수 없지만, 군국주의자들이 그린힐을 노리리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그렇다면 누가 쿠데타를 일으킬까. 그리고 지구가 거기에 어떻게 얽혀들어갈까다……. 작년엔 제국이 혼란에 빠졌지만, 올해는 동맹이 혼란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제국의 혼란은 재생으로의 혼란이었지만, 동맹의 혼란은 아마도 종막의 서곡이 되겠지……. 동맹 정부, 군 상층부가 쿠데타를 어떻게 막을지, 지구의 건에 너무 눈을 돌리고 있으면 그걸 놓치고 마는 경우도 있겠지. 일단 솜씨를 보도록 할까…….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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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797년 12월 31일. 이제르론 요새. 양 웬리.


  “레벨로에게서 들었다. 망명자들이 한 말이 사실이었다고 하더군. 양.”

  “예. 일이 성가셔졌습니다.”

  “음.”


  화면에는 시트레 원수가 나와 있다. 양손을 깍지 끼고 그 위에 단단해 보이는 턱을 올려 말하는 모습은 통합작전본부장 시절과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변한 건 군복이 양복 차림으로 변했다는 것 정도다.


  “어떤 인물이었나?”

  “그렇군요……. 패기나 재기, 자부를 겉으로 보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견실하고 사려 깊은, 천재보단 노력형으로 보였습니다.”


  내 말에 시트레 원수가 쓴웃음을 흘렸다.

  “그는 제국 역사상 최고의 명장이며 실력자다. 모두 그를 두려워하고 있는데, 그런 그를 자넨 천재가 아니라 노력형이라는 건가.”


  시트레 원수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내 말은 발렌슈타인 원수를 범인이라고 하는 듯이 들리겠지. 하지만 나는 원수처럼 웃을 수 없다. 난 그를 가볍게 볼 생각이 없다.


  하지만 그에게 대한 인식도 바꿀 생각이 없다. 천재가 모든 것을 바꿀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하늘이 내린 재능을 노력이 어디선가 뛰어넘는 일도 있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경우가 그런 게 아니었을까.


  “그런 만큼 만만찮다고 생각합니다. 천재라면 어딘가 자신의 재능에 자신이 넘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겐 그런 게 없겠죠. 계속해서 생각에 생각을 겹친 뒤에 수를 씁니다. 틈이 없습니다.”

  “……과연.”


  시트레 원수가 쓴웃음을 거두고 생각에 잠겼다. 원수는 알 수 있을까? 그가 “호각의 병력으로 싸우지 마라. 양 제독과 싸우기 위해선 세 배의 병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는 걸 알았을 때의 공포가. 자신에게 자신이 있는 남자라면 자신에게 맡기라고 하겠지. 하지만 그는 세 배의 병력으로 싸우라고 했다…….


  “그가 우주를 통일하려고 하는 건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그 개인의 야심이나 욕심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시트레 원수는 끄덕이고 질문했다. 변함없이 턱을 양손 위에 올린 채다.

  “전쟁을 없애기 위해선가……. 그건 전쟁이 싫다는 걸까? 아니면 이 이상의 전쟁은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자넨 어느 쪽이라 생각하나?”


  “전쟁을 싫어하는 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자네와 마음이 맞을 것 같군.”

  시트레 원수가 희미하게 웃음을 띠고 있다. 혹시 야유일까? 확실히 마음이 맞겠지. 그가 동맹에 있었다면 좋은 친구가 됐을지도 모른다.


  “동시에 이 이상의 전쟁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그는 단순히 동맹을 점령하는 것이 아니라 제국을 개혁해 동맹시민이 제국을 받아들이기 쉽게 하고 있는 거겠죠.”


  “하지만 그는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있겠지? 동맹시민에게 있어선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자네의 생각을 듣고 싶네.”

  그렇다. 그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있다. 동맹시민에게 제국을 받아들이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느 부분에서 제국의 통치에 민주주의를 삽입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왜인가…….


  “그는 민주주의에 관해 꽤 높은 수준의 견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의 결점도 잘 알고 있죠. 재작년 제국령 침공에선 그에게 그 부분을 제대로 당했습니다. 아마도 그는 민주주의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겠죠.”

  그리고 제국 내에서도 민주주의를 받아들일 세력은 적은 게 아닐까. 설령 그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다고 생각해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가능성도 있다.


  “개혁보다도 문벌귀족을 부수고, 평민의 지위와 권리를 향상하면서 말인가……, 아무래도 어중간한 느낌이 드는군. 어차피 할 거라면 단번에 입헌군주제라는 생각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지. 하긴 그건 민주주의에 익숙한 우리들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시트레 원수가 고개를 갸웃하며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그는 동맹시민이 아니다. 제국신민이다. 평민의 지위와 권리를 향상하는 것과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모순되지 않는다.

  “아마도 그가 생각하고 있는 건 국민주권에 의한 민주주의가 아니라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가 아닐까하고 전 생각합니다.”


  내 말에 시트레 원수는 곤란한 표정을 보였다.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

  “예. 그렇습니다.”


  민주주의국가에선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국민의 의사를 가지고 만사를 정하는 거지만, 당연히 동맹에선 국민전원이 토의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거기서 간접민주주의라는 형태인 선거에 의한 의회제 민주주의가 채용되고 있다. 국민에게 주권을 주는 것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국민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하려하고 있다.


  그럼 발렌슈타인 원수가 생각하고 있는 정치체제란 뭔가? 묘한 표현이지만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라고밖에 말할 도리가 없다. 주권은 황제에게, 단 주권자인 황제가 하는 일은 일부 특권계층의 복리가 아니라 제국신민의 인권을 보장하고, 그 의사를 정치에 반영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 주권이 황제에게 있는가 국민에게 있는가의 차이입니다. 목표하는 건 다를 바 없습니다.”

  “으음.”

  내 말에 시트레 원수는 신음소리를 냈다.


  “이전에 없었던 일은 아닙니다. 명군이라 불린 막시밀리안 요제프 황제가 행했던 정치는 그에 가까웠겠죠. 단지 발렌슈타인 원수는 정치세력으로서의 문벌귀족을 쳐부쉈습니다. 보다 철저하다고 할 수 있겠죠.”


  “자넨 그걸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를?”

  화면에 나타난 시트레 원수가 엄한 시선을 보낸다.

  “전……모르겠습니다…….”

  “?”


  의심쩍은 표정이다. 답해야만 하겠지.

  “문벌귀족이 세력을 잃은 이상,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는 잘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잘 되면 될수록 시민은 정치에서 관심을 잃게 되겠죠. 그건 위험한 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악정이 일어났을 때, 시민이 책망하는 건 황제뿐입니다. 민주제라면 시민은 정치가를 고른 자신들을 책망하고 반성할 수 있습니다.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게 인류의 성장으로 이어진다고 전 생각합니다. 하지만 발렌슈타인 원수가 생각하는 황제주권에 의한 민주주의에선 그걸 기대할 수 없습니다.”

  “…….”


  “그리고 정치적 무관심은 제 2의 루돌프 탄생의 토반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민주주의가 사라지고 그저 황제주권만이 남을 위험성이 있습니다.”

  “……제 2의 루돌프인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군.”


  시트레 원수의 표정이 침통해졌다. 제국에게 정복된 후에 루돌프가 등장한다. 악몽이겠지.

  “아마도 발렌슈타인 원수는 눈치 채고 있겠죠. 아마도 그에 대한 대책도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내 말에 시트레 원수가 눈썹을 올렸다.


  “대책이란?”

  “헌법 제정입니다.”

  아마도 발렌슈타인 원수는 헌법을 제정한다. 그 안에서 황제주권과 제국신민의 인권 보장, 그 의사를 정치에 반영하도록 명기할 것이다. 동시에 그걸 지키지 않는 황제는 폐위할 것도 기재하겠지.


  제국 내부의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감은 꽤나 강할 것이다. 선거를 할 때마다, 불상사가 일어날 때마다 동맹이 출병을 해온 것이다. 동맹의 정치가보다도 제국의 정치가 쪽이 민주정에 의한 중우정치에 대한 위기감, 혐오감은 강하겠지.


  제국의 정치가들은 개혁의 실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제국의 통치에 받아들이는 일은 없겠지. 하지만 동시에 폭군에 의한 악정을 피해야만 한다는 것도 이해하고 있을 것이다. 그 타협점이 헌법 제정이겠지. 아마도 발렌슈타인 원수는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에 의해 제국의 통치체제를 안정하게하고 동시에 동맹시민에 대한 안심감을 줄 것이 틀림없다. 제국에 합병되어도 자신들의 생활이 지장받는 일은 없다. 동맹시민이 잃는 건 선거권뿐이다…….


  시트레 원수는 내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나는 걸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했다.

  “잃는 건 선거권뿐인가……. 하지만 그건 정치에 대한 참가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닌가. 동맹시민이 납득할지…….”


  “지금도 선거 투표율은 50퍼센트도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권리는 있어도 행사하지 않습니다.”

  “……행사는 하지 않아도 뺏기면 화내겠지.”

  “……그렇지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솔직히 말해서 알 수 없다. 시트레 원수도 어려운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다. 혹시 그다지 중시하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투표율 50퍼센트. 그 중에서 과반수를 취한 정당이 정치권력을 쥔다. 극단적인 말을 하자면 동맹시민의 25퍼센트의 지지를 받으면 정권을 담당할 수 있다는 거다. 이게 국민의 의사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는 건가. 정치에 대한 참가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성가신 상대로군. 군사면만이 아니라 정치면에 있어서도 우리들을 몰아넣고 있어. 그가 단순한 군인이라면 여기까지 고생은 하지 않을 텐데…….”


  원수가 한숨을 섞어 말했다. 정말 동감이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군인이라기보다는 정치가로서의 자질이 뛰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국가라는 것이 뭔지 아는 정치가다. 그런 상대를 적으로 돌리게 될 줄이야…….


  “자네와 한 이야기를 레벨로에게도 말하고 싶다고 생각하네만. 상관없는가?”

  “그건 상관없습니다. 단지 저건 제가 느낀 일일 뿐입니다.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양 제독의 추론인가. 상관없네. 레벨로는 자네를 높게 평가하고 있어. 게다가 그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눈 건 자네다. 나름대로의 근거는 있겠지.”


  레벨로 위원장에게 전하면 그건 트류니히트에게도 전해지겠지. 원수가 내게 확인을 취한 건 그 때문일 것이다. 트류니히트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레벨로 위원장이라면……. 정치가가 어떻게 생각할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시트레 원수. 나중에 레벨로 위원장이나 트류니히트 의장이 제 추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려주실 수 없겠습니까?”

  “호오. 자네가 그들의 의견을 구하다니……. 좋겠지. 나중에 연락하마.”


  그렇게 말하고 시트레 원수는 “그럼 또, 새해 복 많이 받게. 하이네센에서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어.”라고 말하고 통신을 끊었다. 화면은 컴컴해져서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 새해인가. 올해는 소규모 분쟁은 있었어도 전쟁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선 좋은 해였겠지.


  하지만 상대의 무서움을 싫을 정도로 인식한 한 해였다.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오늘은 이제부터 신년맞이 파티가 있다. 슬슬 준비를 해야만 하겠지.


  새해가 밝으면 바빠질 것이다. 양국의 포로가 이 이제르론 회랑을 통행한다. 아마도 굉장한 소란이 일어날 것이다. 포로가 돌아오면 군 재편도 조금은 진행 되겠지. 게다가 쿠브르슬리 제독들도 돌아온다. 병사만이 아니라 장수면에서도 보충할 수 있겠지.


  우란푸 제독도 기뻐하겠지. 신병을 숙련병으로 하기 위해서 스스로 지휘를 잡고 단련하고 있지만, 훈련용 함정도 교관도 부족하기 때문에 좀처럼 진척이 없다 듣고 있다. 아마도 지금 가장 스트레스가 쌓여있는 건 그일 것이다. 포로를 재편성하면 신병과 합쳐 일개 함대는 쉽게 편제할 수 있을 것이다. 동맹의 군사력은 이걸로 6개 함대가 된다.


  파티가 끝나면 귀환병 환영식전에 참석하기 위해 하이네센으로 가야만 한다. 아마도 하이네센에선 오늘 이야기가 나오겠지. 대책도 함께 이야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대책이랄 것이 있을까……. 솔직히 하이네센으로 가는 데에 마음이 무겁다.


  발렌슈타인 원수……. 나는 그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평화와 민주주의 중 무언가를 고르라면, 고를 수 있을까? 내가 제국에서 태어났다면 간단했다. 그의 밑으로 가서 그와 함께 걸을 수 있었겠지. 하지만 난 동맹에서 태어났다…….


  율리안이 군인이 되고 싶어 한다. 난 그 아이가 전장으로 나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소멸하는 것도 보고 싶지 않다. 통일이 아니라 화평에 의한 공존, 그건 불가능할까?


  발렌슈타인 원수는 일시적인 화평이 아니라 항구적인 평화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답을 내놓았겠지. 그의 생각은 알겠고 이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생각하는 건 그만두자. 슬슬 파티 준비를 해야만 한다. 파티가 시작되면 조금은 즐길 수 있을까?


...


우주력 797년 12월 31일. 하이네센. 어느 소년의 일기.


12월 10일.


  오늘 이제르론 요새에 제국의 포로교환 조율담당자가 도착했다고 한다. 제국군의 최고 책임자는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상급대장. 정규함대의 사령관이지만 콧수염을 기른 아저씨다. 뭐라고 하더라. 예술가라고 TV에서 말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시를 만든다든가 한다고 한다.


  그거 귀족 취미가 아니냐고 한 순간 생각했다. 메크링거 제독은 평민인데 이상해. 기함 안에서도 그림을 그리거나 시를 만들거나 할까? 부하들은 그럴 때 어떻게 하는 걸까?


12월 21일.


  이제르론 요새에서 행해진 포로교환 조율이 어제 끝났다고 한다. 오늘 아침 뉴스에서 흘러나왔다. 해냈네. 이걸로 포로교환은 문제 없어! 지금까지 뉴스에선 조율은 꽤 잘되고 있지만 올해 안에 끝날지 어떨지는 조금 의문이라는 사람도 있었다.


  서로의 체면이 있으니까 곤궁? 분규?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어서 큰일이라고. 하지만 이제르론에 있는 담당자에 의하면 제국 측이 꽤나 양보했다고 한다. 메크링거 제독의 덕분이라고 했다. 메크링거 제독, 콧수염 아저씨라고 해서 죄송해요.


  오늘은 학교에서도 뉴스로 큰 소란이었다. 우리 반에서도 가족이나 친척 중에 돌아오는 사람이 있는 아이도 있다. 그들은 모두 기뻐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전사자나 포로가 나와서 그럴 때마다 반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어째서 좀 더 빨리 포로교환을 하지 않았던 걸까?


12월 26일.


  어제 포로교환 조인식이 행해졌다. 제국에선 발렌슈타인 원수가 찾아왔다. 난 지금까지 원수를 본 적이 없다. 원수의 사진은 있었지만, 꽤나 옛날 사진인데다 원수의 몸이 안 좋았을 때의 사진이라고 한다. 덕분에 사진에 나온 원수는 새파랗게 젊은데다가 지쳐 쓰러질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다. 이래서야 원망할 상대더라도 조금 동정하고 만다. 그다지 좋은 사진이 아니야.


  진짜 발렌슈타인 원수는 몸집이 작은 사람이었다. 아직 어른도 아니고 아이도 아니다. 학생 같은 느낌의 사람이었다. 얼굴에도 상냥한 미소를 띠우고 있어서 뭐라고 해야 하나. 누나 같았다. TV에서도 ‘여성이라기 보단 여자아이 같다.’라고 이제르론 요새의 여성병사가 말했다.


  남성이라기 보단 여성이라는 건 있겠지만, 여자아이? 그걸로 괜찮아? 상대는 적이지만. 이제르론 요새는 최전선인데 그런 사람이 있어서 괜찮을까. 굉장히 불안하다.


  학교에 가도 반 여자들이 모두 발렌슈타인 원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귀여워”, “상냥해보여”……. 녀석은 샨타우 성역에서 동맹군을 괴멸시킨 적이라고! 그렇게 말했지만 여자애들은 완전히 무시였다. 최악! 그녀들은 모두 원수의 사진을 소중하게 가지고 있다. 그 중에는 남자 중에도 원수의 사진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머리가 아파왔다…….


  역시 원수는 위험하다. 동맹의 여성을 전부 아군으로 만들고 있다. 우리 엄마도 “귀여워”라고 하는 꼴이다. 언젠가 반드시 물리치겠다. 그렇게 하면 모두 정신을 차리겠지.


  조인식 영상을 봤지만 간단한 일이었다. 원수와 양 제독이 경례를 주고받고 사인을 하고 악수하고 끝. 뭔가 이런 걸로 괜찮은 거야? 라고 묻고 싶은 조인식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들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제국은 공식적으로 동맹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식전 같은 것도 요란스럽게 할 수 없다. 그 대신 귀환병 환영식전은 성대하게 한다고 한다. 이상해. 동맹이 뻔히 있는데 인정하지 않다니. 절대 바보들이 동맹을 바보취급하고 있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정말이지 원수도 그렇고 여자애들도 그렇고 제국이 동맹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조인식은 재미없는 일들뿐이다. 새해가 밝으면 귀환병 환영식전이 있다. 그쪽은 성대하게 한다는 것 같으니까 기대하고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트류니히트 의장도 TV에 실컷 나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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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797년 12월 25일. 이제르론 요새. 양 웬리.


  조인식이 끝나고 난 뒤, 발렌슈타인 원수를 응접실로 초대했다. 응접실에는 카젤느 선배와 그린힐 대위가 차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겠지. 나에겐 홍차, 발렌슈타인 원수에겐 코코아, 메크링거 제독과 카젤느 선배에겐 커피.


  응접실에선 지구의 건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메크링거 제독과 함께 뒤에서 따라오고 있다. 그 뒤에는 제국의 호위병과 로젠리터가 붙었다. 제국의 호위병과 로젠리터는 서로를 돌아보지도 않는다. 이런이런.


  발렌슈타인 원수와 만나는 건 제 6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이래다. 그로부터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땐 굉장히 상태가 나빠보였지만, 오늘은 온화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저도 모르게 뭔가 말을 걸려고 해서 당황하며 입을 다물었다. 속지마라. 이 남자의 두려움을 잊어선 안 된다. “호각의 병력으로 싸우지 마라. 양 제독과 싸우려면 세 배의 병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제국군 지휘관을 상대로 3분의 1의 병력으로 이길 수 있을까? 아니, 호각의 병력이라도 이기는 건 쉽지 않겠지……. 그런데 세 배의 병력을 준비하라고 한다. 상냥해 보이는 외견으론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기기 위해선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는다. 냉혹하며 틈을 보이지 않는 사내……. 그것이 에리히 발렌슈타인이다. 방심할 순 없다.


  응접실에 들어가자 거기엔 카젤느 선배만이 아니라 쇤코프 준장도 있었다. 이쪽을 보고 히쭉하고 대담한 웃음을 보였다. 카젤느 선배가 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한숨이 나올 것 같았다. 쇤코프. 부탁이니까 안에서 소란은 피우지 말아달라고. 밖에 있는 호위들도다. 지금쯤 문 밖에서 서로 노려보고 있겠지.


  카젤느 선배와 쇤코프가 발렌슈타인 원수에게 인사를 하고 적당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카젤느 선배에게 흥미를 가진 듯하다. 카젤느 선배에게 “저도 후방지원을 전공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카젤느 선배와 원수의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됐다. 보급이야말로 전쟁의 기본이라고 두 사람이 말하고 있다. 메크린거 제독이 “각하의 지론이군요.”라고 말하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양 제독. 포로교환이 무사히 끝나서 안심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내게 말을 건 것은 카젤느 선배와의 대화가 끝난 뒤였다.


  “헌데, 예의 건. 동맹정부에게는 전하셨습니까?”

  “확실하게 전했습니다.”

  “그래서?”

  나와 원수의 대화에 모두가 의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원수 각하의 추론대로, 동맹정부가 페잔의 성립에 관여했던 건 틀림없다고 합니다.”

  “!”

  모두의 의심쩍은 표정이 경악으로 변했다. 무리도 아니다. 페잔의 성립에 동맹이 관여하고 있다니. 지금까지 누구도 주장한 적 없는 설이다. 침착한 건 나와 원수뿐이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만일을 위해서 확인한다는 듯이 질문했다.

  “그건 동맹정부가 인정한다는 겁니까?”

  “그 말대로입니다.”

  카젤느 선배와 쇤코프가 질문하고 싶은 표정을 짓고 있다. 메크링거 제독도 마찬가지다.


  “과연. 그래서 지구에 대해선 어떻습니까?”

  “거기에 대해선 확증을 잡지 못했습니다.”

  “잡지 못했습니까…….”

  발렌슈타인 원수가 중얼거렸다. 조금 표정이 그늘졌다. 아무래도 이쪽의 조사에 꽤나 기대를 품고 있었던 것 같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희들에게도.”

  카젤느 선배가 말을 걸자 발렌슈타인 원수가 오른손을 들어 끊었다.

  “카젤느 소장, 쇤코프 준장. 이야기를 시작하면 길어집니다. 상세한 건 나중에 양 제독에게서 들어주시겠습니까? 메크링거 제독에겐 제가 말합니다.”


  세 사람은 서로를 돌아보고 끄덕였다. 그걸 보고 발렌슈타인 원수가 “면목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이자 세 사람이 황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다.


  “지구의 관여는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만……. 그렇다면 동맹정부의 협력은 어렵다. 그런 겁니까?”

  “지금 시점에선 그렇습니다. 지구교는 주전파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범죄라곤 할 수 없습니다.”

  내 대답에 발렌슈타인 원수는 말없이 끄덕였다.


  “트류니히트 의장은 주전파와 친하다고 들었습니다만?”

  “이전에는 그랬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이 건에서 의장이 지구교를 감싸는 일은 없습니다. 각하의 추론이 올바르다면, 이번 건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의장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이쪽의 말에 생각에 잠기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이 트류니히트의 변호를 하다니 이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지만, 샌포드 전직 의장 같은 페잔의 괴뢰에 비하면 몇 천배나 낫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의 트류니히트는 협력하는 데에 인색하진 않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이쪽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지구는 제국령에 있습니다. 그쪽에서 지구를 조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현 시점에선 하고 있지 않습니다…….”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렇군요. 동맹정부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는 겁니다. 지구를 조사해보죠. 결과는 그쪽에게도 전하겠습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한숨 섞어 답했다. 지구의 조사에 그다지 마음이 가질 않는 것 같다. 이 문제에 관해선 이걸로 괜찮겠지. 일단 볼은 제국으로 던졌다. 나머진 어떤 볼이 돌아올지다.


  이야기가 끝났다고 생각한 거겠지. 카젤느 선배가 입을 열었다.

  “제국에선 개혁이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아직 시작한 참입니다만, 동맹 분들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내고 있습니다.”


  원수의 어조는 온화했다. “동맹 분들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어조도 그렇고 표현도 그렇고,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화평을 바라고 있는 듯이 들리기도 한다. 망명자에게서 받은 정보에 의하면 제국은 동맹을 정복하기 위해서 개혁을 행하고 있다는 게 된다. 과연 진실인가. 망명자의 반제국감정을 부채질하기 거짓말이라는 가능성도 있겠지. 확인해야만 한다.


  “동맹과 제국 사이에서 화평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발렌슈타인 원수.”

  어떻게 답할까……. 가능하다고 답할까. 아니면 얼버무릴까……. 모두가 발렌슈타인 원수에게 시선을 향했다.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양 제독.”

  “…….”

  역시 얼버무리나…….

  “전 우주는 제국의 손으로 통일되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는 동맹의 존속을 인정하지 않는다. 망명자들의 정보는 진실이었다. 응접실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거워졌다. 카젤느 선배와 쇤코프는 강한 시선으로 발렌슈타인 원수를 보고 있다. 그리고 메크링거 제독은 그런 두 사람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경계하고 있는 거겠지.


  “양 제독. 전 이 우주에서 전쟁을 없애고 싶습니다.”

  맑은 눈이었다. 의욕도 야심도 없다. 정말로 마음 깊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겠지. 혹시 원수가 야심 때문에 통일을 바란다면 반발심을 가졌겠지. 하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화평으로도 그게 가능하지 않습니까?”

  발렌슈타인 원수가 쓴웃음을 띠웠다.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맹시민의 대부분의 반제국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화평을 받아들이리라 생각합니까?”


  받아들일까?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가능하진 않다. 제국이 변했다는 걸 시민이 인정하면 화평은 가능할 것이다. 눈앞의 남자가 그걸 인정하면 동맹은 존속할 수 있다. 쓸데없는 피를 흘리지 않고 말이다.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제국이 변했다고 동맹시민이 이해할 수 있으면, 불가능하다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또 쓴웃음을 띠웠다.


  “시간이 지나면 동맹은 국력을 회복합니다. 그때 그들이 ‘샨타우 성역의 원수를 갚아라.’라고 외치지 않겠습니까? 또 전쟁이 일어납니다. 양 제독. 국력이 떨어지면 화평을, 충실하면 전쟁을, 괜히 더 전쟁이 길어질 뿐입니다.”

  “……인간이 거기까지 어리석다고 전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150년간이나 전쟁하고 있는데 말입니까?”

  “…….”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확실히 150년이나 전쟁을 하고 있는 거다. 동맹과 제국 사이의 증오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거대할지도 모른다. 아니, 거대하겠지. 동맹시민을 모른다. 트류니히트에게 그렇게 들었던 게 생각났다.


  “양 제독. 전 샨타우 성역 회전에서 1천만 명을 죽였습니다. 괴로웠습니다. 제가 한 일이 무서웠습니다. 그러니 그 희생을 쓸모없는 것으로 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중얼거리는 듯한 어조였다. 마음은 알겠다. 나도 몇 번이나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주를 통일한다. 우주에서 전쟁을 없앤다. 그러기 위해서 방해가 되는 귀족을 처리했습니다. 로엔그람 백작도 잘라버렸습니다……. 많은 피가 흘렀습니다. 이제 돌아갈 수 없는 겁니다.”

  “…….”


  답할 수가 없었다. 우주를 통일하기 위해서, 우주에서 전쟁을 없애기 위해서 발렌슈타인 원수는 피를 흘려왔다. 난 어떨까. 어딘가 도망치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 뒤, 퇴역하려고 했다. 그때 사실은 화평을 위해서 뭔가 해야하지 않았을까. 정치가의 일이라고 어딘가 도망치고 있지 않았을까?


  “메크링거 제독. 슬슬 실례할까요. 너무 오래있으면 모두 걱정합니다.”

  “그러는 게 좋으리라 소관도 생각합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메크링거 제독의 말에 끄덕이고 “잘 마셨습니다.”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메크링거 제독이 뒤를 따른다. 카젤느 선배와 쇤코프도 막으려 하지 않는다. 자리에서 일어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응접실을 나가기 직전, 발렌슈타인 원수는 이쪽으로 돌아섰다.

  “양 제독. 자유행성동맹을,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으면 절 쓰러뜨리세요. 단, 절 쓰러뜨린 뒤 당신이 뭘 얻을지……. 아마도 동맹을 지킨 영웅의 이름과 전쟁이 격화된 우주겠죠. 기대되는 군요…….”


  그렇게 말하고 발렌슈타인 원수는 응접실을 나갔다. 배웅해야겠지. 하지만 난 그의 뒤를 쫓지 못했다. 그가 말한 말의 무게에 움직일 수 없었다. 동맹을, 민주주의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대가가 전쟁이라고 한다면, 난 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평화를 구해야하는가. 동맹을, 민주주의를 지켜야하는가…….


...


제국력 488년 12월 25일. 제국군 총기함 로키. 에리히 발렌슈타인.


  이제르론 요새가 조금씩 멀어져간다. 요새에 있었던 건 불과 2시간 정도겠지. 사인을 하나 했을 뿐이지만, 이걸로 2백만이라는 포로가 제국으로 돌아온다. 나머진 군무성에게 맡겨두면 포로가 돌아오겠지.


  양과 교환한 펜을 손에 쥐고 봤다. 좋은 물건일까? 아무래도 잘 모르겠다.

  “각하. 그 펜에 무슨 문제라도?”

  발레리가 물었다. 그녀는 이번에 총기함 로키 안에서 빈집 지키기였다. 역시 동맹군 앞에서 데리고 걸을 순 없으니까 말이야. 뤼네부르크는 오딘이다. 장갑척탄병총감이 전쟁도 아닌데 세 달이나 일을 버려두고 산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발레리에게 펜을 넘기고 이번 포로교환의 조인식에서 양과 교환했다고 했다. 그녀는 펜을 받아들고 지긋이 보고 있다. 그리고 내게 펜을 돌려주고 “싼 물건이네요.”라고 말했다. 뭐, 양이니까. 그렇겠지. 내가 넘긴 펜도 그렇게 좋은 물건이 아니다. 피장파장인가…….


  동맹은 의외로 정부와 군부의 연계가 좋은 것 같다. 전부터 그렇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이번 건으로 그게 확실해졌다. 덧붙여 양이 트류니히트를 감쌌다. 처음엔 무슨 농담인가 생각했지만, 양이 한 말이 맞다면 트류니히트는 주전파에서 떨어져 나왔다. 다시 말해, 트류니히트에겐 주전파 이외의 믿음직한 아군이 있다는 거다. 양을 포함한 현재의 군 상층부겠지. 성가신 이야기다.


  페잔 성립에는 역시 동맹이 관여하고 있었나……. 그것도 동맹 측에 그 증거가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지구의 관여에 대해선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뭐, 그렇게 간단하게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일단 동맹이 이쪽의 이야기에 응해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라고 할 수 있겠지. 지구가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기만 하면 동맹의 협력을 얻는 건 어렵지 않다.


  지구에 사람을 파견하도록 안스바하에게 부탁해볼까……. 그다지 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 세뇌라든가 사이옥신 마약이라든가. 영문도 모를 짓을 하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미라를 잡으러 간 사람이 미라가 되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조금 생각할 필요가 있겠지.


  지구교도 중에 사이옥신 마약의 상습자가 없을까? 거기서 교단 내부로 강제수사를 들어간다. 표면적으론 어디까지나 포로 용의가 아니라 약물 조사다. 사이옥신 마약 근절은 이전부터 제국에서 엄하게 임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구교에 의혹이 있다면 강제수사는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안스바하와 페르너에게 상담해보자.


  양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했던 말을. 민주주의를 제일로 생각할까. 아니면 평화를 제일로 생각할까……. 내 입장에서 보자면 민주주의에 집착하는 양을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지만, 양에게 있어선 어려운 문제일지도 모른다. 주의주장 따위 살아가기 위한 방침, 그렇게 구별하면 양도 살아가는 게 편해질 텐데…….


  만나봐서 다행이다. 생각대로의 인물이었다. 군인으로는 보이지 않고, 온화하고 총명하며 호감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다. 속일 생각은 없었지만, 저쪽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와는 싸우고 싶지 않네. 강적이니까가 아니라 전쟁은 하고 싶지 않다. 왠지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상대다.


  이제부터 변경성역 시찰로 향해야만 한다. 특히 귀족의 사유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해야……. 성가신 일이지만 리히터나 브라케에게 부탁받았고, 리히텐라데 후작도 변경성역에는 관심을 가지고 있다. 오딘에 도착하는 건 2월 중순에서 하순이 되겠지. 유스티나를 외롭게 만들지도 모르겠지만, 돌아가면 결혼식이다. 늙은이 녀석들이 또 성가시게 굴 테고, 함대사령관들도 소란이겠지. 이런이런.


  헌데, 그럼 메크링거에게 예의 건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놀라겠지. 쉽게 믿어주진 않겠지만, 오딘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린다. 생각할 시간은 충분히 있겠지. 입을 막아둘 필요도 있겠군. 뭐, 입을 막아도 클레멘츠와 케슬러에겐 전하겠지. 이 녀석들 묘하게 연대가 강하니까 말이야. 곤란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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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797년 12월 8일. 이제르론 요새. 율리안 민츠.


  이제르론 요새는 최근 어딘지 모르게 소란스럽다. 이제 곧 제국과의 포로교환을 위해 실무담당자가 오기 때문이다.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제독, 제국군 우주함대의 정규함대사령관 중 한 명이다.


  메크링거 제독은 군인이지만 동시에 예술가이기도 한 듯하다. 수채화, 피아노 연주, 산문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이제르론 요새에서도 메크링거 제독의 도착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카스퍼 린츠 중령이다. 중령은 화가가 되는 게 꿈이고 언젠가는 개인전을 열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 중령에게 있어서 메크링거 제독은 동경의 존재겠지.


  내가 양 제독에게 그걸 전하자 제독은 한숨 섞인 말을 중얼거렸다.

  “예술의 길을 걸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어째서 그래주지 않았는지…….”

  “제독은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지요. 하지만 군인이 되셨습니다. 마찬가지에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양 제독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사,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구만.”


  양 제독에게 있어서 메크링거 제독은 굉장히 만만찮은 상대인 것 같다. 제 3차 티아매트 회전에서 뮈켄베르거 원수가 쓰러진 뒤, 전군의 지휘를 메크링거 제독이 잡았다고 한다.

  “일개 함대의 지휘만이 아니야. 대군을 지휘할 수 있는 용병가다. 조금만 더 했으면 동맹군은 괴멸할 참이었어.”


  그 싸움에서 양 제독은 동맹의 위기를 구하고 영웅이라고까지 불렸지만, 제독에게 있어선 군대를 물릴 수 있었던 건 요행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한다. 적이 추격하지 않았으니 도망칠 수 있었다. 아마도 뮈켄베르거 원수의 건강 상태가 불안했기에 전투를 중간에 끊었던 걸 거라고.


  “저 제 3차 티아매트 회전에 참가했던 지휘관들이 지금의 제국군의 우주함대사령관이 되어있어. 그들은 모두 발렌슈타인 원수가 추천했다. 만만찮은 녀석들이야. 샨타우 성역 회전에선 무참하게 당했지.”


  최근 양 제독은 우울한 표정을 짓는 일이 많다. 제국에서 발렌슈타인 원수의 사자가 찾아오고 나서부터다. 제국군의 사자는 페르너 준장이라는 인물이었지만, 양 제독과 둘이서 장시간 이야기 했다고 한다. 이야기가 끝난 뒤, 양 제독은 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고 한다.


  무슨 이야기였는지는 양 제독이 침묵하고 있어서 알 수 없다. 카젤느 소장이나 아텐보로 소장이 물어봤지만, 양 제독은 “미안하지만, 대답할 수 없어.”라고 말하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어지간히 중요한 일인 거라고 모두 말하고 있었다.


  모두 알고 싶어 하지만 양 제독에게 묻는 건 삼가고 있다. 어쩐지 모르게 물어보는 걸 거부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있는 듯하다. 요전에 밤늦게 화장실에 가고자 일어났더니 서재에서 홀로 생각에 잠겨있는 양 제독의 모습이 있었다. 지긋이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양 제독의 표정은 평소와 달리 굉장히 엄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나도 굉장히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


제국력 488년 12월 20일. 이제르론 요새. 에르네스트 메크링거.


  “메크링거 제독. 수고하셨습니다. 꽤나 큰일이었지요?”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동맹도 제국도 이번 포로교환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은 같습니다.”

  내 대답에 양 제독은 “그거 다행입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부드러운 웃음이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과 어딘가 닮았다.


  내가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한 건 이번 달 10월이었다. 그 이후 제국의 군무성에서 파견된 군인들과 하이네센에서 파견된 동맹의 군인들 사이에서 포로교환에 대해 실무 레벨에서 조정이 계속됐다. 그리고 어젯밤 조정이 끝났다.


  양 제독에겐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사실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양국의 담당자가 포로교환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는 건 사실이지만, 양쪽 모두 나라의 체면을 짊어지고 있다. 제국은 동맹을 반란군이라 부르며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동맹은 그걸 필요 이상으로 중시하고 있다.


  식의 순서는, 당연하지만 포로의 리스트, 귀환하는 포로, 귀환을 거부한 포로, 억류 중에 사망한 포로의 3종류의 리스트의 확인. 더욱이 포로교환의 증명서에 제국과 동맹, 어느 쪽의 국명을 먼저 기입하는가, 조인식의 이름은 어느 쪽이 위에 오르는가 하고, 아무래도 좋은 일로 갈등이 일어났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들어서 조율을 한 것이 나다. 형식이라는 것의 바보 같음을 싫을 정도로 맛봤다.


  나를 포함해서 양국의 담당자가 유여곡절은 있어도 조정을 끝낼 수 있었던 건, 포로교환을 성사해야만 한다, 실패하면 나라에 돌아갈 수 없다는 공포심과 하루가 지날 때마다 이제르론 요새로 도착이 다가오는 발렌슈타인 원수에 대한 일이 머리에 있었기 대문이겠지.


  각하가 도착한 시점에서 조정이 끝나지 않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사태다. 아마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조정을 시작할 것이 틀림없다. 각하가 하시는 일이다. 동맹 측의 의견을 전부 받아들이더라도 조율을 끝내겠지.


  오늘밤엔 노고를 푼다는 것도 겸해서 친목 파티가 열리게 된다. 파티는 이걸로 두 번째다. 도착한 그 날에도 환영 파티가 열렸다. 하긴 그 날은 초대면이기도 하고 조율작업이 남았기에 꽤나 어색한 분위기였다. 게다가 요새 밖에는 내 함대가 경비태세를 취하고 있다. 동맹 측도 진정하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그에 비하면 오늘밤 파티는 모두 밝은 얼굴을 하고 있다. 모두 조율이 끝났다는 걸 알고 있겠지. 어제까지 얼굴을 마주하면 서로 투덕거리던 제국과 동맹의 담당자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있다. 이곳저곳에서 담소가 활기를 띠고 있다.


  “메크링거 제독. 형식이라는 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만, 때론 바보 같은 것이기도 하군요.”

  “동감입니다. 양 제독.”

  아무래도 이쪽의 고생을 꿰뚫어 봤나……. 형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것 같지만, 그 부분도 누군가와 닮았다.


  양 제독의 곁에는 금갈색의 머리카락과 담갈색의 눈동자를 한 아름다운 여성사관이 있다. 그린힐 대위. 양 제독의 부관이지만, 그녀는 우주함대 총참모장 그린힐 대장의 딸이기도 하다. 양 제독은 이 나이에 최전선을 맡고 있는 거다. 중앙에서 신뢰를 받고 있겠지만, 군의 중앙에도 강한 선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 외에도 양 제독을 지키는 듯이 로젠리터의 연대장, 쇤코프 준장이 곁에 있다. 양 제독을 지킬 생각인가……. 안심해도 좋다. 난 양 제독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다. 그 부분도 원수 각하와 닮았다. 원수 각하에게도 뤼네부르크 대장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열심히 보고 있는 소년이 있다. 이목구비가 꽤 반반하다. 나이는 15, 16 정도인가……. 눈으로 양 제독에게 물었다. 양 제독은 곤란한 듯이 웃고서 소년을 불렀다.


  “제 양자입니다. 율리안, 메크링거 제독에게 인사해라.”

  “율리안 민츠입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양자?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을 비교했다. 양 제독은 결혼하지 않았을 거다. 아직 젊은데 양자?


...


우주력 797년 12월 22일. 이제르론 요새. 표도르 파트리체프.


  오늘은 메크링거 제독과 함께 식물원을 산보했다. 포로교환 조율도 끝나고 저쪽도 한가했겠지. 요새 안에 식물원을 보고 싶다고 한 것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할 수도 없다. 거기서 안내역이란 명목으로 내가 메크링거 제독과 동행하게 됐다.


  안내라는 이름의 감시라는 건 메크링거 제독도 알고 있겠지. 하지만 저쪽은 조금도 싫은 표정을 보이지 않는다. 온화한 웃음을 띠며 식물원 안을 걷는다. 다행히 그는 이쪽과 말이 통한다. 이상한 긴장을 하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좋은 산보였다. 오랜만의 일이다.


  율리안과 만난 건 식물원 벤치에서였다. 최근 양 제독이 식물원 벤치에서 혼자 생각에 잠기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그래서 조금 흥미가 생겨 보러 왔다는 거였다.


  메크링거 제독이 그 이야기를 듣고 재밌어하는 얼굴로 벤치를 봤다. 그리고 벤치에 앉고 “이런 느낌인가?”라고 말하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포즈를 취했다. 의외로 유머가 있다. 율리안과 두 사람이서 웃고 말았다.


  내가 식물원 안을 안내하고 있다고 하자 율리안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감시라는 걸 알았겠지. 꽤나 총명한 소년이다. 양 제독이 귀여워하는 이유도 알 수 있다. 그때부턴 세 명이서 식물원을 산보했다.


  율리안은 발렌슈타인 원수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아니, 그에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 있을 리 없나……. 함께 걷기 시작하고 곧바로 메크링거 제독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곧 발렌슈타인 원수가 이곳에 오시겠군요.”

  “그렇지. 앞으로 3일이면 각하가 도착하실 거다.”

  율리안의 질문에 메크링거 제독이 웃는 얼굴로 답했다. 정말 기뻐하는 웃음이었다.


  “메크링거 제독, 발렌슈타인 원수는 어떤 분이신가요?”

  “어떤 분인가……. 자네는, 아니 동맹 사람들은 원수를 어떻게 보고 있지?”

  조금 악동 같은 웃음을 띠우며 반대로 질문을 받았다.


  율리안은 조금 곤란한 듯하다. 뭐, 마음은 알겠다. 동맹에선 발렌슈타인 원수의 평판이 나쁘다. 방심할 수 없는 냉혹한 모략가. 샨타우 성역의 학살자. 황제에 달라붙은 간신배 등이다. 율리안은 조금 망설였다.


  “기분 나빠하시지 않길 바랍니다만, 원수의 평판은 동맹에선 좋지 않습니다. 율리안군이 망설이는 것도 그때문이겠죠.”

  “알고 있습니다. 준장. 사양할 필요 없어. 율리안군. 우리들은 포학한 은하제국의 군인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메크링거 제독은 쿡쿡 웃음소리를 냈다.


  “확실히 원수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양 제독은 원수에 대해서 두려운 상대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칭찬이라고 생각해요.”

  묘한 표현이지만 칭찬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메크링거 제독은 기분 상한 모습도 없이 끄덕였다.


  “두려운 상대인가……. 발렌슈타인 원수도 양 제독에 대해서 두려워하고 있어. 우리들에게 호각의 병력으로 싸우지 마라. 양 제독과 싸우려면 세 배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하셨지…….”

  세 배의 병력? 그런 걸……, 나와 율리안은 저도 모르게 서로를 돌아봤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이 우스웠던 걸지도 모른다. 메크링거 제독은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기에는 모두가 오고 싶어 했지. 양 제독은 대체 어떤 인물인가 하고 말이야. 모두 제독과 만나서 제독을 알고 싶었던 거야. 내가 선발 되었을 때엔 모두가 부러워했어.”

  “…….”


  우리들이 잠자코 있자 메크링거 제독은 한 번 더 웃었다.

  “나 스스로 양 제독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제 3차 티아매트 회전에선 조금만 더 했으면 완승할 수 있었는데, 제대로 당해버렸지. 그때엔 분함보다도 두려움을 느꼈다…….”


  어쩐지 화두를 바꾸는 편이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사람됨은 어떻습니까?”

  “성실한 분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분이에요. 원수는.”

  즉답이었다. 모략가인 원수가 성실? 난 의심쩍은 표정을 했겠지. 메크링거 제독은 이쪽을 보며 또 웃음소리를 올렸다.


  “동맹에선 원수는 모략가로 불리고 있는 듯합니다만, 그건 이기기 위해서입니다. 때때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무리를 하시는 건 아닌가하고.”

  조금 먼 곳을 보는 것 같은 눈으로 답한다. 그 모습에서 그가 발렌슈타인 원수를 정말 걱정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생각하고 계시는 군요.”

  “생각하고 있다?”

  의표를 찔린 걸까?

  “생각하고 있다…….  그렇지요.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모두 원수 각하를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메크링거 제독은 쿡쿡하고, 그리고 마지막엔 크게 웃었다.


...



우주력 797년 12월 25일. 이제르론 요새. 율리안 민츠.


  발렌슈타인 원수의 함대가 이제르론 요새에 찾아왔다. 요새 밖에는 발렌슈타인 원수의 함대, 메크링거 제독의 함대, 합쳐서 3만 척에 가까운 함대가 전개하고 있다. 나는 포로교환 조인식이 행해질 대회관에 있지만, 대회관의 화면은 그 대함대를 비추고 있다.


  이제르론 요새 안은 긴장에 싸여있다. 대함대에 포위되어 있다는 것도 있지만, 이제부터 발렌슈타인 원수가 이 요새 안에 온다는 이유도 있겠지. 대회관의 정면에는 조인식을 위한 테이블이 준비되어 있다. 매스컴도 수없이 많이 와있다. 모두 발렌슈타인 원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고 긴장하기도 하고 흥분도 하고 있다.


  함대 안에서 한 척의 배가 이제르론 요새로 다가왔다. 화면이 그 배를 비춘다. 칠흑의 전함, 가느다란 함두와 반들거리는 선체, 총기함 로키다. 그 모습에 대회관이 웅성거렸다.


  마신 로키. 제국군 우주함대 사령장관의 지위에 있는 데도 악마신의 이름을 가진 함을 기함으로 한다. 그것만으로도 발렌슈타인 원수는 한 눈에 파악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메크링거 제독은 성실하고 신뢰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만이 아닐 것이다.


  양 제독이 대회관에 나타났다. 메크링거 제독도 함께다. 두 사람 모두 정면에 준비된 테이블에 앉고 화면에 눈을 향했다. 저번에 메크링거 제독이 말했던 세 배의 병력을 가지고 싸워라, 라는 걸 양 제독에게 전하자 양 제독은 입을 다물고 말았다. “높게 평가받고 있는 것 같네요.”라고 말해도 변하지 않았다. 잠자코 홍차에 브랜디를 넣고 마실 뿐이었다.


  “이런이런. 이쪽의 기분도 모르고 느긋하게…….”

  화면을 보고 있던 포플런 소령이 중얼거렸다. 무슨 말일까? 내 의문에 답한 것은 코네프 소령이었다.

  “지금쯤 로젠리터가 포수를 감시하고 있겠지. 실수로라도 총기함 로키를 포격하지 말라고 말야.”


  “그런 일, 있을 수 있나요?”

  “냉혹한 모략가, 발렌슈타인이니까말야. 뼛속 깊은 원한이란 놈이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냐.”

  “괜찮아. 그런 일을 하는 건 여기에 있는 살살이든가, 생각 없는 바보뿐이다. 조인식에 온 상대를 날려버리기라도 했다간 포로교환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아. 제국군은 이제르론, 페잔 두 회랑에서 침공해 올 테니까 말이야.”


  코네프 소령이 그렇게 말하자 포플란 소령은 “만일을 위해서다. 실수가 없도록 말이지.”라고 말했다. 화면은 요새에 다가오는 총기함 로키를 비추고 있다. 요새의 주요항구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로키가 항구 안으로 천천히 들어온다. 슬슬 발렌슈타인 원수를 볼 수 있다. 기대된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대회관에 나타난 것은 15분 정도 지나서였다. 원수가 나타나자 주변에서 웅성거림이 생겨났다. 특히 여성사관들에게서 “귀엽네.”, “부드러워보여.”라는 소리가 들린다. 포플란 소령이 “이런이런. 샨타우 성역에선 저것에 죽을 뻔했다고.”라고 중얼거리고 코네프 소령이 어깨를 으쓱했다. 시야 한복판에선 양 제독과 메크링거 제독이 일어서는 게 보였다.


  원수의 배후를 몇 사람인가 제국 군인이 걷고 있다. 주변을 경계하고 있는 걸 보면 호위겠지. 발렌슈타인 원수는 생각보다도 몸집이 작고 화사한 느낌의 사람이었다. 제국원수의 증거인 망토와 띠를 두르고 있다. 망토는 검은색, 띠는 망토보다도 조금 밝지만 거뭇한 색이다. 흑발, 흑안, 군복도 검정, 흑일색 속에서 금색의 견장이 잘 보인다. 손에는 서류를 가지고 있다. 매스컴이 사진을 찍고 있다. 플래시가 원수를 감싸는 것이 보였다.


  조인식 테이블에 다가가자 메크링거 제독이 경례하며 조금 뒤로 물러섰다. 발렌슈타인 원수가 메크링거 제독에게 답례하며 양 제독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양 제독과 경례를 교환했다. 양 제독은 조금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온화한 웃음을 띠고 있다. 주변을 동맹 군인들이 둘러싸고 있는데, 무섭지 않은 걸까…….


  발렌슈타인 원수와 양 제독은 서로의 자리에 앉고 서류를 교환했다. 그리고 포로교환의 증명서에 사인했다. 사인이 끝나고 서로가 쓴 펜을 교환하고 악수를 했다. 두 사람 모두 표정에 웃음을 띠우고 있다. 그 순간에 무수한 플래시와 셔터 소리가 대회관에 흘러넘쳤다. 아마도 신문 제 1면은 이 사진이겠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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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488년 10월 31일. 오딘 제아들러(바다독수리). 울리히 케슬러.


  “드디어 내일인가. 메크링거 제독.”

  “음. 몹시 기다려지는군.”

  내 말에 메크링거는 웃음을 띠우며 답했다. 좋은 기분이다. 잔을 입으로 옮겨 한입 머금는다.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다.


  “부러운 일이다. 나도 가고 싶었는데 말이지.”

  “전쟁이 아니라고. 교섭도 취해야 하게 될 텐데, 그래도 경은 가고 싶은가?”

  “아니, 그건 조금.”

  비텐펠트와 메크링거의 대화에 모두가 웃었다.

  비텐펠트의 곁에 앉아 있던 아이제나흐가 비텐펠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 모습에 또 웃음이 일었다.


  포로교환 조인식은 당초 새해가 밝고 나서 할 예정이었지만, 동맹의 의뢰로 올해 안에 하게 되었다. 정부가 보내는 연말 선물로 하고 싶은 것 같다. 뭐, 그건 제국도 마찬가지다. 양국의 의도가 일치했기에 조인식은 올해 안으로 당겨졌다.


  사령장관은 11월 중순엔 오딘을 떠난다. 메크링거는 사령장관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하기까지 2주일 정도 사이에 동맹과 포로교환에 대해서 조율해야만 한다. 책임이 중대하지만, 본인은 그다지 신경 쓰는 기색이 없다. 사령장관에겐 포로교환을 우선하라고, 제국의 체면은 둘째라고 들은 것 같다.


  오늘밤은 메크링거가 출발하기 전에 나, 메크링거, 클레멘츠, 아이제나흐, 루츠, 파렌하이트, 바렌, 비텐펠트, 뮐러가 마시고 있다. 사령장관도 나중에 온다. 사령장관이 제어들러(바다독수리)에 오다니 오랜만이다. 신혼생활 상황도 들어야만 한다. 재밌어 질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다. 내란에 국내경비에 작전이 계속되어 마실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내란 때엔 긴장해서 불만은 없었다. 하지만 국내경비는 지루했다. 해적이나 귀족연합의 잔당을 토벌했지만, 정규함대에게 있어선 몸풀기도 되지 않는다. 긴장을 풀지 않고 임무에 집중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경비임무로 긴장한 건 비텐펠트뿐이겠지. 페잔에서의 분쟁을 들었을 땐 놀랐지만, 사령장관이 전투를 허가한 일도 놀랐다. 비텐펠트는 그때만은 전투가 무서웠다고 했지만, 그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할바슈타트는 전투 허가가 나왔을 때엔 잘못 들었다고 생각해 오퍼레이터에게 되물었다고 한다. 자신이 잘못들은 게 아니라고 알았어도 믿을 수 없어서 다시 한 번 비텐펠트에게 “정말 싸워도 되는 겁니까? 농담 아니죠?”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양 웬리란 어떤 인물일까? 사진을 보는 한 도저히 군인으로 보이지 않지만.”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않는 게 좋아. 파렌하이트. 우리들의 원수 각하도 군인으론 보이지 않으니.”

  루츠의 말에 파렌하이트는 쓴웃음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여 모두가 웃음소리를 올렸다.


  모두가 양 웬리와 만나고 싶어하고 있다. 제 3차 티아매트 회전, 제 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샨타우 성역 회전, 어느 싸움에서도 발군의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제 3차 티아매트 회전, 제 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에선 영웅이라고 불리고 있다.


  제 7차 이제르론 요새 공방전 후에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결코 대등한 전력으로 싸우지 마라. 적어도 3배의 병력은 필요하다. 라고 우리들에게 주의했다. 사령장관이 이렇게까지 위험시하는 양 웬리란 대체 어떤 인물인가. 모두 흥미만만하다.


  “여유가 있으면 시뮬레이션을 요청해보는 게 어떤가? 메크링거.”

  “뭐, 받아 들어주지 않겠지.”

  싸움을 부추기는 듯한 클레멘츠에게 메크링거가 냉정하게 답했다. 두 사람의 대화에 모두가 끄덕이고 있다. 메크링거의 말대로 어렵겠지. 어느 쪽이 이겨도 이상한 앙금이 남을 것 같다. 본인들이 아니라 주변이 소란을 일으키겠지.


  “뭐, 시뮬레이션은 그만두는 게 좋겠지. 이번엔 포로교환에 집중하는 편이 좋아.”

  “케슬러 제독의 말대로입니다. 사령장관은 시뮬레이션을 싫어하니까 말이죠. 이제르론에서 양 제독과 시뮬레이션을 했었다고 들으면 기분을 망치실 겁니다.”


  뮐러의 말에 몇 사람인가가 어깨를 움츠렸다. 사령장관이 시뮬레이션을 싫어한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전쟁의 기본은 전략과 보급’, 그것이 사령장관의 말버릇이다. 실제로 그 말대로지만, 사령장관 정도로 철저한 군인은 없다. 그렇기에 사령장관을 맡을 수 있는 거겠지…….


  “이번에 오딘으로 돌아오는 건 세 달 뒤인가……. 제국은 또 변해있겠지. 기대된다.”

  “경, 그게 기대되서 이제르론으로 가는 건 아니겠지?”


  클레멘츠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메크링거도 웃고 있다. 국내경비의 임무를 끝내고 오딘으로 돌아와서 가장 처음으로 생각한 것이 그거였다. 제국은 변했다. 앞으로도 변한다. 좋은 방향으로.


  무엇보다도 일반 병사가 그걸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자신들이 싸웠다는, 싸우고 있다는 기개를 가지고 있다. 이번에 사령장관은 우리들이 경호에 임하는 걸 당초 좋게 보지 않았다. 병사들을 쉬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경호에 임하고 싶은 건 병사들의 의지였다. 포로교환에 도움이 되고 싶다. 사령장관과 함께 제국을 좋은 방향으로 변하게 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 병사들이나 우리들에게 있어서 큄멜 남작가에서 일어난 사건은 공포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리 약혼자를 인질로 잡혔다고 해서, 승산이 있다고 해서 제플 입자가 충만한 저택으로 나가는 사령장관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덧붙여 자신이 죽어도 제국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다니. 너무나도 자각이 없다.


  내란의 때도 그랬다. 자신을 미끼로 하는 작전을 실행하는 등 무리가 너무 많다. 반대했지만 달리 수가 없다고 단칼에 잘라버렸다. 대체 어째서 저렇게 자각이 없는 건가. 위에 서는 자로서 너무 무책임하다. 모두가 그 점에 대해서 분개하고 있다.


  리히텐라데 후작들도 뚜껑이 열렸겠지. 사령장관을 프로이라인 뮈켄베르거와 즉시 결혼시켰다. 이걸로 조금은 사령장관도 자중이라는 말을 기억하겠지. 가능하면 빨리 아이도 태어났으면 한다. 사람의 부모가 되면 조금은 자신의 목숨에 대해서 책임을 가질 것이 틀림없다.


  제아들러(바다독수리) 입구가 웅성거렸다. 아무래도 사령장관이 온 것 같다. 시선을 향하자 사령장관과 뤼네부르크 대장의 모습이 보였다. 사령장관이 이쪽을 향해 웃음을 띠우며 가볍게 오른손을 들었다. 그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품고 시선을 교환했다. 오늘밤은 즐거울 것 같다…….


...


우주력 797년 11월 6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죠안 레벨로.


  “그래서, 군부는 뭔가 알았는가?”

  “지구교 말입니다만, 신도가 우국기사단에 꽤나 침투해있는 것 같습니다.”

  트류니히트의 질문에 보로딘 본부장이 말하기 괴롭다는 듯이 답했다. 그런 보로딘의 모습에 트류니히트가 쓴웃음을 흘렸다.


  “내게 대해서 삼갈 필요는 없다. 그들과 지금은 어떤 관계도 아니니까. 그래서 다른 건?”

  “그들은 우국기사단 안에서도 가장 과격한 주전론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부채질하고 있다는 건가…….”

  “그렇게도 보입니다.”


  응접실 안에서 시선이 교차했다. 트류니히트, 호안, 네그로폰테, 보로딘, 뷰코크, 그리힐, 나, 그리고 응집실의 화면에는 양 웬리가 보이고 있다. 모두가 무겁게 침묵했다……. 주전파를 부채질하고 있을 뿐……. 평소 대라면 ‘바보 녀석들이’라며 눈썹을 찡그리고 끝이겠지. 하지만 예의 추론이 맞으면 동맹과 제국의 공멸을 노리고 있다는 게 된다. 눈썹을 찡그리고 끝날 문제가 아니다.


  “달리 뭔가 알았는가?”

  “지금 시점에선 아직…….”

  보로딘 본부장의 답에 이곳저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반국가활동을 하고 있는 거라면 어쨌든, 주전론을 부채질하고 있을 뿐이라면 단속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한 거겠지.


  “레벨로 위원장. 그쪽은 뭔가 알았습니까?”

  “유감스럽지만 문서 종류는 남아있지 않았다.”

  뷰코크 사령장관의 질문에 내가 답하자 또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실망하지 마라. 문서는 남아있지 않았지만 사람은 남아있었다.”

  “?”

  내 말에 모두가, 트류니히트를 뺀 모두가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람은 남아있었다는 건 무슨 말입니까? 당시의 관계자는 살아있지 않을 겁니다만…….”

  양 웬리의 질문했다. 몇 사람인가가 동의하는 듯이 끄덕인다.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에게 트류니히트가 설명을 시작했다. 거래는 동맹인이 행했을 거라는 것, 그 인물, 아마도 경제인이라 보이는 그들을 라프들에게 소개한 건 동맹의 정치가일 거라는 것, 그리고 그들과 페잔의 관계는 그들의 말예에게 이어져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경제인의 말예는 내가, 정치가의 말예는 트류니히트가 조사했다는 것…….


  “과연. 트류니히트 의장의 말씀대로입니다. 그래서 찾았습니까?”

  “아아, 찾았어. 그린힐 총참모장.”

  모두의 시선이 트류니히트에게 집중한다. 그 시선을 받으며 불쾌하다는 듯이 트류니히트가 말을 계속했다.


  “그는 자신의 선조가 레오폴트 라프에게 협력해서 페잔의 성립에 관여했다는 걸 인정했다.”

  이곳저곳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럼, 지구가 관여했다는 것도 인정했습니까?”


  “아니, 그건 모르고 있었다. 그가 인식하고 있던 건 지구출신의 상인, 레오폴트 라프와 자신의 선조가 협력해서 페잔을 만들었다는 것뿐이었다.”

  다시 말해,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 중 절반은 맞았다고 증명됐다. 하지만 중요한 지구의 관여는 확실하지 않다. 페잔의 배후에 지구가 있는가, 지구는 동맹과 제국의 공멸을 노리고 있는가 알 수 없다…….


  “그는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어……. 자신의 선조가 동맹의 위기를 구했다고 말이지. 선조는 그럴지도 모르지만 본인은 페잔의 꼭두각시다. 어리석은…….”

  트류니히트가 혐오를 풍기며 내뱉었다. 그 어조에 모두 의심 섞인 표정을 띠웠다.


  “트류니히트, 그건 누구인가?”

  호안이 질문했다. 트류니히트는 답하지 않는다. 얼굴을 찡그리고 침묵하고 있다.

  “트류니히트? 레벨로, 자넨 알고 있는가?”

  “알고 있어.”

  “누구야?”


  난 트류니히트를 봤다. 트류니히트가 별 수 없다는 표정을 보였다.

  “로열 샌포드 전직 평의회의장이다.”

  “!”


  트류니히트의 말에 소리도 되지 않는 소리가 응접실에 흘렀다. 시선이 이곳저곳으로 빗나간다.

  “정말입니까?”

  “진짜다. 뷰코크 제독.”


  믿을 수 없다는 어조의 뷰코크 제독에게 대해 트류니히트가 기가 막힐 정도로 사무적인 어조로 답했다. 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다. 나와 함께 확인한 일이다. 하긴 지금에선 그와 만난 건 마치 독을 마신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트류니히트도 마찬가지겠지.


  샌포드가는 대대로 정치가를 배출해온 가문이다. 그리고 전직 의장은 범용하다고 불리면서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의장까지 됐다. 아마도 페잔의 협력이 있었겠지. 하지만 트류니히트가 샌포드를 의심한 건 다른 이유도 있다.


  “이제르론 요새 공략 직후의 일이지만, 뇌물 증여 사건이 발각됐다. 당시의 정보교통위원장이 관여한 사건으로 그는 사임, 후임으로 코넬리아 윈저가 취임했다.”

  코넬리아 윈저……. 그 이름을 내가 입에 담자 모두가 얼굴을 찡그렸다. 모두 그녀가 정권유지를 위해 제국령 출병에 찬성했다는 걸 알고 있다.


  “뇌물을 준 기업은 페잔 자본의 기업이었다. 그리고 정부내부에는 어느 소문이 흘렀다. 그 기업은 다른 사람에게도 뇌물을 줬다고……. 호안, 자네도 알고 있겠지?”

  내 말에 호안이 얼굴을 찡그렸다.

  “……알고 있어. 샌포드다. 그에게 돈이 흘러갔다고……, 하지만 잘도 인정했군.”


  “샨타우 성역 회전 이후, 페잔은 샌포드를 잘라버렸다. 그 정도의 패전이다. 샌포드가는 이제 도움이 되질 않는다. 그렇게 생각했겠지. 게다가 페잔도 지금은 동맹의 점령 하에 있어. 샌포드도 페잔을 단념했다는 거지.”

  트류니히트가 냉소를 띠고 있다. 평소의 넉살 좋은 미소가 아니다.


  “당시 나와 트류니히트 사이에서 화평을 맺는다면 샌포드 의장으론 무리라는 말이 나왔다. 150년 이어진 전쟁을 끝내는 거다. 국민도 간단하겐 납득하지 않아. 어지간한 각오가 필요하겠지. 톱이 흔들려선 무리라고 말이야.”

  “…….”


  “미리 짠 건 아니지만, 나와 트류니히트는 은밀하게 샌포드 의장을 탄핵하기 위해 각자 일을 꾸몄다. 예의 뇌물 증여 사건이 재료다. 하지만 제국령 출병이 정해져 탄핵은 수포로 돌아갔지…….”

  “…….”


  “그 제국령 침공작전 말이지만, 그건 페잔이 얽혀있었던 것 같다.”

  내 말에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무슨 말입니까? 레벨로 위원장. 그건 발렌슈타인 원수의 모략에 당한 게 아닙니까?”

  화면에 비춘 양 제독이 의심쩍은 표정을 보였다.


  “아니, 그것도 있겠지. 하지만 페잔이 관여한 것도 사실이다. 샌포드가 인정했다.”

  “…….”


  “당시 제국과 페잔의 관계는 결정적으로 악화되어 있었다. 페잔이 동맹의 이제르론 요새 공략 작전을 사전에 제국에 통보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고의인지 과실인지는 몰라. 하지만 제국은 이때부터 페잔을 명확하게 적으로서 인식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 제국의 눈을 페잔에서 돌리기 위해 동맹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다는?”

  “그래. 페잔에서 제국의 눈을 돌려달라고 의뢰를 받은 샌포드는 군부에서 제출된 출병안을 받아들었다. 원래라면 통합작전본부를 통해야할 일이다. 자칫 잘못하면 그걸 이유로 우리들에게 책망을 들을 일이 돼.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인 건 그에게 있어서 나와 트류니히트의 탄핵보다도 페잔의 의뢰가 무게를 줬기 때문이다.”


  저도 모르게 자조가 흘렀다. 그 남자는 나와 트류니히트의 추궁을 피할 자신이 있었던 거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들의 움직임에 공포를 느꼈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을 과대평가한 거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그때 페잔이 관여했단 것을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그 출병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무리인가……. 제국과 페잔, 그리고 동맹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그 출병을 찬성했던 거다. 따지고 보면, 이 우주의 대부분이 저 출병을 지지하고, 뒤를 밀었다는 게 된다.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 무슨 무력한 일인지…….


  잠시 동안 침묵이 응접실을 지배했다. 모두 꿈쩍도 하지 않고 잠자코 있다.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저 전쟁에 대한 건가. 아니면 화평의 어려움에 대해서? 혹은 페잔, 아니 지구에 대한 건가.


  “앞으로 한 달이면 발렌슈타인 원수가 이제르론 요새로 오겠지. 이쪽도 대응을 정해야만한다.”

  트류니히트의 말에 모두가 끄덕였다.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겠지. 페잔의 성립에 동맹이 얽혀있다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지구와 페잔의 관계는 알 수 없었다. 또, 지구교에 관해서도 주전론을 주장하는 건 인정하지만, 반국가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다시 말해 지구교를 금지, 탄압할 순 없다……. 레벨로, 자넨 그렇게 말하는 거로군.”

  “그 말대로다. 지금 시점에선 무리다.”

  “그걸로 납득할까? 저쪽은.”


  호안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호안, 레벨로는 지금 시점에선 그렇다고 말한 거야. 앞으로 어떤 증거가 동맹에서 발견된다면, 혹은 제국에서 제공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가에게 있어서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으면 당연히 처단한다.”

  “과연…….”


  트류니히트의 말에 호안이 끄덕였다. 그걸 보고 트류니히트가 양 제독에게 질문했다.

  “양 제독,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그렇군요. 저도 지금 시점에선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장이 말씀하시는 대로 어떤 새로운 정보가 손에 들어오지 않으면……. 지구는 제국영내에 있습니다. 제국은 그들을 조사하고 있을 겁니다. 그 결과를 기다리고 싶다고 대답하면 어떨까요?”


  “그렇군. 지구에 관해선 우리들보다도 제국 쪽이 정보를 얻기 쉬울 거다. 그 결과를 기다리도록 할까. 양 제독. 그 방향으로 대응해달라고 전해주게.”

  트류니히트의 말에 양 제독이 끄덕였다. 좋은 느낌이다. 적어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불신감을 풍기는 일은 없어졌다. 조금씩이지만 트류니히트는 신뢰를 얻기 시작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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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488년 10월 10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최근 경기는 어떻습니까? 볼텍 변무관.”

  “뭐, 이전에 비하면 꽤나 좋아졌군요. 앞으로가 기대됩니다.”

  “그거 다행입니다. 변무관에겐 감사하고 있습니다. 내란 종결 후, 페잔 상인이 적극적으로 제국 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변무관 덕분입니다.”


  내 말에 볼텍이 쑥스럽다는 듯이 웃음을 띠웠다.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 태우는 것도 아니다. 내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다. 볼텍은 내란 종결 후, 적극적으로 제국의 경제 재건에 협력했다. 제국 경제가 점점 향상하고 있는 것도 그가 페잔 상인들에게 제국 내에서 활동하도록 설득해준 덕분이다.


  “감사해야 하는 건 이쪽입니다. 제가 제국에서 고등변무관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도 제국 덕분이니까요.”

  “과연. 그럼 피장파장이군요.”

  “그렇게 되는군요.”


  응접실에 나와 볼텍의 웃음소리가 울렸다. 요즘 최근 볼텍과 내 관계는 꽤 우호적이라고 해도 좋다. 내란 종결 후의 협력도 그렇지만 큄멜 사건, 약혼, 결혼 등등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걱정하거나 축하하거나 해줬다.


  지금 페잔에선 마르틴 페이워드가 자치령주의 자리에 있다. 페잔인에게 있어선 페이워드 같은 것보단 볼텍이 훨씬 지명도도 높고 신뢰도도 높겠지. 페이워드에게 있어서 볼텍은 위협일 뿐이다. 찬스가 있으면 볼텍을 배제하고 싶겠지만, 볼텍의 뒤에는 제국이 있다. 허튼 짓은 할 수 없다.


  볼텍도 그런 부분은 알고 있다. 그가 내란 종결 후에 제국에 협력적인 건 그것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제국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그리고 또 하나, 그 스스로 페잔의 독립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거라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난 생각한다.


  지금 상태를 보면 페잔은 동맹의 점령 하에 있다. 이후엔 제국이 페잔을 침공하지 않을지, 누구나 생각하는 일이다. 페잔의 중립 따위 이미 소멸했다. 볼텍이 앞으로 제국과 함께 미래를 함께 걸어가고자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다.


  나쁜 징후는 아니다. 그에겐 신제국에서 활약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관계를 소중하게 여겨야겠지.

  “헌데 사령장관. 저번 분쟁 말입니다만. 묘한 걸 알았습니다.”

  “묘한 것?”


  볼텍이 끄덕였다.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여 있다. 묘한 것? 대체 뭐지?

  “아랄콘 소장이 제국 측 주역에서 훈련을 하고 있던 겁니다만. 그의 독단이 아니라고 합니다.”

  “…….”


  독단이 아니야? 그럼 제 3함대에 협력자가 있었다는 건가? 잠자코 그를 바라보자 볼텍은 끄덕였다. 표정은 진지하다.


  “훈련 예정지는 동맹군이 고르고, 희망지로서 자치령주부에게 전합니다. 자치령주부는 그걸 검토하고 인정하든지, 혹은 대체지를 준비합니다. 그리고 동맹군에게 전합니다. 동시에 페잔 상인에게도 그걸 전하여 그 주역에 다가가지 않도록 경고합니다.”


  민간선 항로를 우선하는 거겠지.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다. 페잔 회랑은 민간선의 항로가 많고, 페잔은 교역으로 성립되어 있다. 군의 훈련 따위 방해일 뿐이겠지.

  “그래서?”


  “이번 동맹이 희망한 훈련예정지는 페잔 회랑의 동맹 측이었습니다.”

  페잔 회랑의 동맹 측……, 하지만 훈련은 제국 측에서 행해졌다.

  “페잔이 제국 측에서 행하도록 마련했다. 그런 겁니까…….”

  그렇다면 페잔과 동맹의 관계는 악화하고 있다는 건가…….


  “그것도 아닙니다.”

  “아니다?”

  나는 한심한 소리를 냈겠지. 볼텍은 재밌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묘한 일입니다만, 동맹이 페잔에게 제시한 훈련지는 제국 측의 주역이었다고 합니다.”

  “…….”

  무슨 말이지? 페잔이 아니야? 동맹군 내부에서 교체가 일어났다? 내가 혼란하고 있다고 생각한 거겠지. 볼텍은 재밌다는 표정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다.


  “제국 측의 주역에서 훈련이 행해지게 되어 페잔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 겁니까?”

  “그렇게 생각했겠죠. 하지만 페잔은 훈련지 검토를 행하기는 하지만 형식적인 것입니다. 훈련지 변경이 들어가는 일은 없습니다. 그런 일을 하면 군부는 올리베이라 변무관을 통해서 동맹의 힘으로 영주가 된 일을 잊었냐고 페이워드에게 말할 테죠.”


  페잔이 훈련지를 변경하는 일은 없다. 그걸 이용한 사람이 있다. 그런 건가…….

  “그래서 누가 훈련지를 뒤바꾼 겁니까?”

  “그게 알 수 없다고 합니다. 동맹은 페잔이 바꿨다고 하고, 페잔은 동맹군 내부에서 교체가 일어났다고 하는 겁니다.”


  알 수 없다? 그것도 묘한 이야기다. 단순히 책임을 넘기려는 거라면 상관없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조금 성가신 일이 된다. 볼텍도 이제 웃고 있지 않다. 그도 불가사의한 이야기라고 생각한 거겠지.


  “교체는 정말로 동맹군 내부에서 일어난 걸까요?”

  “……제게 말을 전한 사람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지는 어떤지, 의문은 있습니다.”


  볼텍도 의문을 가지고 있다. 교묘하군. 페잔과 동맹 사이에 불신감을 부채질하는가……. 페잔을 신용할 수 없다면 직접 지배를 하자는 생각이 나오겠지. 특히 제국과의 관계가 악화하면 악화할수록 그런 생각이 강해질 것이다.


  페잔을 직접 지배한다는 시점에서 보면 동맹군 주전파의 범행이라는 가능성이 높을 것 같지만, 제국과 동맹을 이간질 한다는 시점에서 보면 달리 할 것 같은 녀석들은 있다. 알고 있는 건 아랄콘 소장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뿐이다. 본인은 아무 것도 모르고 이용당했다……. 단순한 건 반드시 나쁜 일이 아니지만, 페잔 같은 장소에선 나쁠 수밖에 없다…….


  “동맹의 제 3함대도 페잔도, 그 건에 대해선 동맹 본국에 전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하지 않았다?”

  “진상이 확실해질 때까지 조사 중. 그런 거겠죠. 이대로 가면 아랄콘 소장 혼자가 책임을 지게 될 것 같습니다.”


  볼텍이 쓴웃음 섞어 가며 사건의 결말에 대해서 점쳤다. 헌데, 어떻게 될까……. 동맹 본국의 눈을 계속 속일 수 있을지 아닐지. 속일 수 있다면 동맹은 위태롭겠지. 쇼와 시대의 일본군과 정부의 관계처럼 될 수밖에 없다. 제국에게 있어선 바라던 바지만…….


  뭐, 그건 둘째치고 하나 신경 써야 할 일이 있다. 볼텍에겐 페잔에 정보원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자치령주 내부에 정보원이 있다. 페이워드에게 불만을 가진 인간이 접촉을 꾀하고 있는 거겠지. 이쪽에게 정보를 넘기는 것뿐이라면 좋지만, 그 자신이 페잔의 혼란을 이용하려고 한다면 위험하다. 키슬링에게, 렘샤이트 백작에게도 전할 필요가 있겠지.


  “케셀링 보좌관은 어쩌고 있습니까?”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성실하게’라고 하는 말이 웃겼던 거겠지. 볼텍이 가볍게 웃었다. 나도 웃었다.


  “묘한 움직임은 없습니까?”

  “없군요. 주의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만, 이 오딘에서 그는 고립되어 있습니다.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움직이지 못하는 걸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그렇겠지. 그렇다면 문제는 없다. 그를 이용하고자하는 사람도 적어질테고, 위험성도 줄어든다.


  슬슬 볼텍, 케셀링에게도 협력을 받아야겠지. 볼텍에겐 동맹령 원정 후엔 동맹 사이에 통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지금 모습을 보면 거절하지 않겠지. 다른 성들과 의 관계도 있다. 상의해야 할 시기가 찾아왔다. 그것과 페잔 점령 후, 제국 천도까지의 통치에 대해서도 그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리히텐라데 후작에겐 한 번 이야기해서 승인을 받았지만, 그건 내전 전의 이야기다. 다시 한 번 이야기해둬야겠지.


  볼텍이 포로교환에 대해서 질문한 건 변무관저로 돌아간다고 말하며 자리를 일어난 직후였다.

  “포로교환은 언제쯤 행해집니까?”

  “신년 초에는 이뤄지겠죠.”

  내가 답하자 볼텍은 기쁘게 웃었다.


  “포로가 교환되면 사람들의 마음도 밝아집니다. 소비도 늘어날테고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내년은 좋은 해가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지금의 제국에게 있어서 순풍이 되겠죠.”

  나와 볼텍이 웃으면서 작별 인사를 교환했다.


  다음 달 하순, 군무성에서 포로교환을 위해 태스크 팀이 만들어졌다. 그들이 지금 포로교환을 어떻게 진행할지 검토하고 있다. 올해중엔 정리가 되겠지. 나머진 동맹 측과 조율하는 것뿐이다.


  아마 이제르론 요새에서 조율하게 되겠지. 지금 그 건으로 렘샤이트 백작이 동맹 측과 상의하고 있다. 감촉은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럼 다음 달이 시작하자마자 이제르론 요새로 그들을 보낼 필요가 있다.


  보내는 이상 경호가 필요하지만, 이게 문제가 됐다. 난 당초 500척 정도의 소규모 함대면 되리라 생각했다. 헌데 우주함대의 사령관들에게서 반론이 나왔다. 경호는 우주함대의 정규함대가 행해야 한다는 거다.


  내가 가기까지의 이제르론 방면의 경호, 그리고 귀환할 때의 경호를 한다는 것이다. 나도 자신의 함대를 이끌고 간다. 경호라니 그렇게 대단한 건 필요 없다. 그렇게 말했지만 모두 인정하지 않는다.


  군무성에선 함대사령관들의 의견을 환영하고 있다. 그들의 생각에 의하면 저쪽과 교섭이 막혔을 때, 어려운 판단이 필요할 때 함대사령관들의 판단을 부탁한다는 거다. 대단한 건 아니다. 책임 전가일 뿐이다. 포로교환은 실패할 수 없다. 나중에 허튼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그런 거겠지.


  난 그런 부분을 은근슬쩍 함대사령관들에게 전했다. 꽝을 뽑고 싶지 않으면 그만 두는 게 좋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모두 간다고 한다. 아무래도 경호는 변명거리고 사실은 양 웬리와 만나고 싶은 것 같다. 양에겐 티아매트, 이제르론, 샨타우에서 한방 먹었다. 어떤 인물인지 흥미가 있는 거겠지.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다. 나 스스로 양과 만나는 걸 기대하고 있는 거다. 하지만 녀석들은 국내 경호 임무에서 이제 막 돌아온 참이다. 조금은 쉬라고. 부하들에게도 가족 서비스가 필요하리라 생각하진 않는 건가?


  누구에게 부탁할지로군……. 온화하며 인품이 좋고 조율능력이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럼 메크링거, 클레멘츠, 케슬러, 루츠, 바렌, 뮐러……, 대충 이 정돈가……. 연장자에 침착한 인물이 좋겠군. 그럼 메크링거, 클레멘츠, 케슬러다.


  메크링거로 할까……. 당연하지만 동맹에선 메크링거에 대해서 조사하겠지. 메크링거가 예술가라는 걸 알면 동맹군은 호감을 가질지도 모른다. 게다가 메크링거는 티아매트에서 총사령관 대리로서 직접 양과 싸웠었다. 양의 성격에서 보면 나쁜 감정은 가지지 않겠지. 나중에 모두를 불러서 메크링거로 정했다고 전할까…….


...


우주력 797년 10월 25일. 하이네센 최고평의회 빌딩. 죠안 레벨로.


  통신 화면에 트류니히트의 얼굴이 나와 있다. 표정은 밝다고 할 수 없다. 무리도 아니다. 지구교의 일은 아직 조사가 시작됐을 뿐이고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런 이상 지구교에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도 정할 수 없는 거다. 얼마나 녀석들이 위험할지……. 종교의 자유를 동맹이 보장하고 있는 이상, 간단하게는 정할 수 없다…….


  덧붙여 또 하나 어처구니없는 걸 알았다. 예의 분쟁 사건 말이지만, 훈련지를 제국 측 주역으로 고른 게 제 3함대라는 의혹이 나왔다. 아랄콘 소장 개인의 독단이 아니라는 거다. 제 3함대에선 페잔이 바꿔쳤다고 하지만, 페잔은 부정하고 있다.


  보로딘 본부장은 이 사건에 격노하고 있다. 진상이 불명확한 것도 있지만, 제 3함대가 보고를 늦춘 것을 중시한 거다. 사건을 은근슬쩍 무마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의심하고 있다. 보로딘 본부장은 올리베이라 변무관에게도 불만을 말했던 것 같다.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정부에게 보고하지 않았는가. 제 3함대와 협력해서 진상을 무마하려고 한 게 아닌가…….


  제 3함대는 하이네센으로 돌아오게 됐다. 대신 페잔에는 알 살렘 중장이 이끄는 제 9함대가 주둔하게 됐다. 보로딘 본부장은 포로교환이 종료한 뒤엔, 루페브르 중장을 경질할 생각인 것 같다.


  보로딘 본부장은 후임으로 포로교환에서 돌아온 쿠브르슬리 중장, 호우드 중장, 애플턴 중장 중 누군가를 임명하려 생각하고 있다. 본부장은 쿠브르슬리 중장을 사고 있는 것 같다. 원래라면 자신을 대신해 통합작전본부장이 되어야 할 인재라고 말하고 있었다. 언젠가 인사안이 통합작전본부에서 국방위원회로 제출되겠지. 국방위원회도 거부는 할 수 없다. 트류니히트도 보로딘을 지지하고 있는 거다.


  “레벨로, 뭔가 알았는가?”

  “재무위원회엔 그럴만한 자료는 없었다. 뭐, 좀 더 찾아보겠지만. 뭐라 해도 백년 이상 이전의 일이다. 덧붙여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이 맞으면 모든 게 어둠 속에 숨겨져 있어. 어렵겠지.”


  내 말에 트류니히트가 얼굴을 찡그렸다.

  “있다고 하면 재무위원회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없는가.”

  그렇게 실망하지 말라고. 트류니히트.


  “문서 종류는 없을지도 몰라. 오히려 사람을 쫓아야하지 않을까?”

  “사람?”

  의심쩍게 묻는 트류니히트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트류니히트. 레오폴트 라프들은 어떻게 동맹에서 자금을 얻었을까? 그들은 동맹인이 아니야. 커다란 거래를 하기 위해선, 당연하지만 상대의 신원을 확인하겠지. 그렇다면 라프들에겐 커다란 거래는 힘들었을 것이다.”

  “……거래는 동맹인이 했을 거라는 건가…….”

  트류니히트가 확인하는 듯이 날 바라봤다.


  “아마도. 신원 증명을 하는 개인ID를 위조한다는 수도 있어. 뭐, 정부가 한다고 하면 위조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공의 인물을 만드는 일이 되겠지. 하지만 커다란 거래를 행하면 자연히 주목을 모은다. 라프들은 그걸 바라지 않았을 거야.”

  “과연. 이치에 맞는군. 그래서 사람을 쫓는다는 건?”

  조금 힘이 돌아왔나…….


  “당시의 정부는 거래를 할 사람도 소개했을 거다. 그 거래를 한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그 인물을 조사한다. 거기서 뭔가가 보일지도 몰라.”

  “……찾을 수 있을까?”


  “몰라. 하지만 달리 생각나는 수가 없어. 거래를 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겠지. 커다란 거래를 할 수 있고, 정부요인들과 친했던 사람……. 아마도 경제계의 실력자, 혹은 실력자가 되고자 했던 사람이다. 당시의 저명한 경제인을 픽업해서 거기서 찾을 수밖에 없어.”


  내 말에 트류니히트는 어려운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맘에 들지 않는 건가? 하지만 다른 수가 없는데…….

  “레벨로, 그 사람이지만. 지구와의 관계는 끊었을까?”

  “?”

  “본인이 살아있는 사이엔 계속 됐겠지. 문제는 죽은 다음이다. 그의 자손이 지구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거란 가능성은 없나?”

  “!”


  과연, 그런 시점도 있는가……. 아이들이 관계를 자르고 싶어도 지구가, 아니 이 경우엔 페잔인가, 페잔이 관계 유지를 원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이들이 경제인이라면 페잔과의 관계지속은 오히려 바라던 바겠지.


  “있을 수 있군. 트류니히트. 그럴 경우 이어져 있는 건 거래를 한 사람 뿐일까? 정치가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것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네.”


  트류니히트의 얼굴이 더욱 더 떫어져간다. 성가신 이야기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이 맞다면 동맹엔 페잔과 연결된 인간이 경제계, 정치계에 있다는 것이 된다. 당연하지만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지구에 이용당했을 가능성도 있겠지.


  “트류니히트. 당시의 정치가들의 자손을 조사하는 편이 좋겠군. 그쪽이 빠를 것 같다.”

  “그건 내가 하지. 자넨 경제계 쪽을 조사해주게. 누가 라프를 위해서 움직였는가. 찾는 거다.”

  “알았다. 그렇게 하지.”


  조사할 방향성은 보였다. 협력자를 특정할 수 있으면 거기서 당시의 진실이 보일지도 모른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이 맞는가, 틀린가도 보이겠지. 암흑에 한 줄기의 빛이 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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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력 797년 10월 6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죠안 레벨로.


  “보로딘군. 자네는 지금 지구라고 한 건가?”

  “그렇습니다. 의장.”

  트류니히트가 곤혹한 표정으로 날 봤다. 마음은 알겠다. 나도 곤혹을 금하지 못한다. 지구가 인류 발상의 별이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극히 쇠퇴한 과거의 별일 것이다. 그게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 농담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야기를 가져온 것이 발렌슈타인 원수다. 그리고 양 제독은 그 이야기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군 상층부에 이야기를 가져왔겠지. 확실히 페잔을 창설한 레오폴트 라프는 지구출신이었다. 그게 근거인가?


  보로딘, 뷰코크, 그린힐, 누구도 범용하지 않다. 그들이 우리들 정치가에게 말한다는 건 그 나름대로의 신빙성이 있다는 거겠지. 라프가 지구출신자라는 것만이 아니다. 우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가 지구에 있다는 거겠지…….


  “보로딘 본부장. 자넨 지구가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라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네 자신은 믿고 있는가?”

  호안의 질문에 보로딘은 한 순간 망설임을 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반신반의라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선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로딘의 말에 뷰코크와 그린힐이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는 거겠지.


  “본부장, 제국의 모략이라는 경우는 없겠는가?”

  “모략이라고 해도 뭘 노린 모략입니까?”

  “그건 모르겠지만, 발렌슈타인 원수는 제국 제일의 모략가다. 뭔가를 노리고 있을지도 몰라.”

  네그로폰테가 모략이 아닌가하고 걱정하고 있다. 확실히 그럴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


  “모략인지 어떤지는 이야기를 듣고서 판단해도 늦지 않겠지. 그렇지 않은가? 트류니히트.”

  “레벨로의 말대로다. 보로딘군.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을 우리들에게 알려주지 않겠나?”

  “저보다도 그린힐 총참모장이 적임이겠죠. 총참모장. 부탁하네.”


  그린힐 총참모장은 보로딘의 말에 가볍게 끄덕이고 말을 시작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지구는 이전부터 복권을 바라고 있지 않는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하연방, 은하제국 모두 지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지구는 잊혀진 별일뿐이었습니다. 당연하지만 그들은 그걸 원망하고 있었겠죠.”


  원망인가…….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지만, 그것과 페잔이 어떻게 이어지는 것인가.

  “그런 지구에게 있어서 하나의 전환점이 찾아왔습니다. 우주력 640년에 일어난 다곤 성역 회전입니다. 그때까지 인류사회는 제국 밑에서 하나로 뭉쳐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하지만 자유행성동맹이 존재하는 걸 알고, 인류사회는 두 개로 나눠졌다는 걸 안 것입니다. 지구는 동맹을 이용해서 지구의 복권을 꾀하려 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건 알겠지만…….


  “다곤 성역 회전 후, 동맹은 국력 상승에 노력했습니다. 한 편, 제국은 심각한 혼란기를 맞이했습니다.”

  “혼란기라고 하는 건 암적색의 6년간이로군.”

  암적색의 6년간, 음모, 암살, 의혹사건, 제국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그때 제국이 붕괴했다면 우주는 동맹에 의해 재통일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 말대로입니다. 의장. 그 뒤에 막시밀리안 요제프 황제에 의해 제국은 재건되었습니다만, 그는 원정을 행하지 않았습니다. 제국이 원정을 행한 것은 다음 코르넬리아스 1세의 시대가 돼고나서입니다. 아마도 지구는 이 시기에 동맹과 독자의 접촉을 하기 위해 항로를 탐색했다는 것이 발렌슈타인 원수의 생각입니다.


  “항로를 탐색했다. 그리고 페잔 회랑을 찾았다. 그런 건가.”

  내 질문에 그린힐 총참모장은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생각했습니다. 페잔에 중립 통상국가를 만들어 재산을 모은다. 그 한편 동맹과 제국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노린다. 그 뒤엔 페잔의 부를 이용해서 지구의 복권을 꾀한다고.”


  이야기로선 재밌다. 앞뒤도 나름대로 맞겠지.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트류니히트를 돌아보지만 그도 뭔가가 부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무래도 팍하고 오질 않는군. 페잔은 황금만능주의자들의 모임이겠지. 뒷면이 있다고 해도 지구의 복권을 꾀하는 자들의 손으로 만들어졌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어. 그들은 그걸 믿고 있는 건가?”

  네그로폰테가 고개를 저으며 의문을 입에 담았다.


  “페잔은 통상국가로서 조금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린힐 총참모장의 말에 모두가 시선을 그에게 향한다.

  “그것도 발렌슈타인 원수의 생각인가?”

  “그렇습니다.”

  네그로폰테의 말은 비아냥일까? 하지만 그린힐 총참모장은 표면상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페잔은 어째서 동맹과 제국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 걸까요?”

  “?”

  “통상국가에게 있어선 전쟁보다도 평화의 시대가 경제활동을 하기에 좋습니다. 그런데도 페잔은 동맹과 제국의 사이를 찢어놓으려고만 합니다.”

  확실히 그렇다. 이상하다고 한다면 이상하다. 하지만…….


  “제국은 동맹을 인정하지 않아. 이 상황에선 관계 개선이라니 무리다.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닌가?”

  “그렇다고만 볼 수 없습니다. 제국이 동맹을 인정하지 않기에야말로, 그 중간에서 개입하는 국가가 필요합니다.”

  그린힐 총참모장이 내 답에 반론했다.


  “예를 들자면 이번의 포로교환입니다. 원래라면 페잔이 말을 꺼내도 이상하지 않죠. 포로교환만이 아니라 페잔이 제국과 동맹 사이에서 양국을 위해서 일하면 페잔은 동맹, 제국의 양국에서 필요한 국가가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까?”

  “…….”


  “양국이 필요로 한다면 그것만으로 발언권을 늘릴 수 있게 됩니다. 페잔이 바라면 화평을 맺게 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릅니다. 항구적인 것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5년이나 10년의 화평은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황금만능주의자라 경멸받을 일도 없었겠죠. 페잔의 지위도 지금보다 훨씬 안정되었을 겁니다.”

  “…….”


  모두 말이 없다. 확실히 그렇다. 화평은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평화와 전쟁이 계속 교차하는 세계인가……. 그렇게 되면 지금처럼 반제국감정도 강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페잔은 중립국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쌓았겠지.


  “게다가 전쟁이 계속되면 경제활동이 저하합니다. 무엇보다도 전쟁에 의해서 사람이 죽으면 그만큼 시장이 작아집니다. 일찍이 은하에는 3천억 명의 인구가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4백억밖에 없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면 계속될수록 페잔에게 있어서 안 좋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페잔은 어째서 그걸 방치하는 걸까요?”


  확실히 그렇다. 어째서 페잔은 그걸 방치하나? 재무위원장이니까 알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세수가 줄어든다. 세금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건 페잔도 마찬가지겠지. 인구가 줄어들면 시장이 작아진다. 어째서 방치하나?


  “……과연. 확실히 그린힐 총참모장의 말대로군. 페잔은 통상국가로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어……. 그 원인이 지구라는 건가……. 이야기를 되돌리지. 발렌슈타인 원수는 페잔과 지구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트류니히트의 말에 그린힐 총참모장이 끄덕였다.

  “막시밀리안 요제프 황제의 다음, 코르넬리아스 1세가 제위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대친정이 일어납니다만, 이 싸움에서 동맹군은 두 번에 걸쳐 고배를 마셨습니다. 오딘에서 궁중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우주는 코르넬리아스 1세에 의해 통일되었겠죠.”


  “설마 그 궁중 쿠데타도 지구의 짓이라는 건 아니겠지?”

  “모릅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거기까진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능성으로선 생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너무나도 동맹 형편에 좋은 쿠데타입니다. 우연이라곤 생각할 수 없습니다.”


  트류니히트의 질문은 농담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린힐 총참모장은 진지하게 답했다. 그리고 그 답을 웃으며 들을 수 없는 우리들이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얼굴이 굳는 걸 알 수 있다.


  “고배를 마신 동맹은 공황에 빠졌습니다. 그 당시의 일은 자주 TV에서 방송되고 있었습니다만, 군의 재건이 생각대로 되지 않고 고생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때에 지구는 레오폴트 라프를 써서 동맹정부와 비밀리에 접촉했을 거라고 발렌슈타인 원수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제르론 회랑 이외에도 쓸 수 있는 회랑이 있다고 하며…….”

  “…….”


  “혹시 제국이 두 회랑에서 침공해오면 어떻게 될지? 당시의 동맹정부에게 있어서 악몽이었을 겁니다. 머리를 부여잡은 동맹의 위정자에게 라프는 중립국가 페잔을 만들 것을 제안했겠죠. 당시의 동맹 위정자는 거기에 응했습니다. 중립국가 페잔을 만들어 제국의 침공로를 이제르론 하나로 좁힌다…….”

  “말도 안 되는.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호안이 내뱉는 듯이 부정했다. 동감이다. 나도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하지만 그린힐 총참모장은 망설이면서 말을 계속했다.

  “동맹은 라프에게 협력했습니다. 지구는 인구도 적고 자원도 없는 데다 오염된 대지밖에 없습니다. 페잔을 만들 정도의 재력, 그걸 제국이 인정하게 만들 정도의 뇌물, 그것들은 동맹에서 준비한 거겠죠.”


  “어떻게 준비했다는 건가?”

  질문하는 내 목소리는 갈라져 있다.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음과 듣고 싶다는 마음이 자신의 속에서 싸우고 있다. 들으면 후회하겠지. 하지만 듣지 않으면 더욱 후회할지도 모른다.


  “라프는 동맹정부의 비공식적인 지원 밑에서 현금을 조달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교역, 투기, 정부의 원조가 있으면 큰돈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라프는 동맹에서 얻은 현금을 귀금속, 보석 등으로 바꿔 제국으로 가지고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제국 마르크로 바꾸고 페잔 설립을 위해서 사용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네.”


  “호안 위원장. 동맹정부가 페잔 성립에 관여된 일을 일절 숨긴 겁니다. 혹시 그 사실이 제국에게 알려졌다면 페잔은 순식간에 제국에 의해 멸망했겠죠. 그리고 페잔 회랑에서 제국군이 밀려왔을 겁니다.”

  “…….”


  “페잔은 성립이후, 약체화한 동맹에 대해 협력을 계속했습니다. 당시의 동맹정부 위정자에게 있어선 그걸로 충분했겠죠. 그리고 페잔, 지구에게 있어서도 제국, 동맹 사이에서 어부지리를 취하기 위해선 그게 필요했다……. 발렌슈타인 원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린힐 총참모장의 이야기가 끝나자 잠시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트류니히트가 말하기 시작했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인가……. 논리로서는 성립할지도 모르지만, 증거는 어디에도 없겠지.”

  호안, 네그로폰테가 끄덕인다. 나도 동감이다.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내란 와중에 발렌슈타인 원수 암살미수사건이 있었습니다만, 그 실행범 중에 지구교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

  그린힐 총참모장의 말에 응접실 공기가 달라졌다.


  “하지만 한 명이겠지.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난 트류니히트들의 얼굴을 보면서 말했다. 그들도 내게 동조하는 듯이 끄덕였다. 아마도 페잔의 성립에 동맹이 관여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하지만 그린힐 총참모장의 말이 우리들의 생각을 분쇄했다.


  “내란 종결 후에 일어난 암살미수사건에서도 지구교도가 관여했다고 합니다.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겠죠.”

  “!”


  또 모두가 침묵한다. 지구교가 지구라고 생각한다면, 지구는 발렌슈타인 원수를 방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게 된다. 어째서 방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제국을 혼란하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다시 말해 제국의 힘을 약하게 만들어 제국과 동맹이 서로 쓰러지는 것을 노리고 있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은 올바르다는 것이 된다.


  “제국에선 지구, 지구교를 탄압하고 있는가? 제국의 중신을 암살하려고 한 거다. 뭔가 움직임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없습니다. 제국은 탄압은 하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책? 무슨 말이냐? 제국이라면 지구교의 탄압 따위 쉬운 일이겠지.

  “자유행성동맹은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제국이 지구교를 탄압하면 그걸 계기로 반제국감정이 높아질 거라고 발렌슈타인 원수는 보고 있는 겁니다.”


  “……종교의 자유인가.”

  중얼거리는 듯이 호안이 말했다. 생각지도 못한 시점이었겠지. 확실히 그걸 원인으로 반제국감정이 높아지면 포로교환도 위태롭다. 게다가 제국 측의 죄가 있다는 것이 되겠지.


  “망명자의 정보로 제국은 동맹과의 공존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판명했습니다. 동맹이 제국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국내를 개혁하고 있다. 종교의 자유가 계기로 반제국감정이 높아지는 걸 피하고 싶은 거겠죠.”

  “…….”

  이쪽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만만찮은 상대다.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제국은 동맹이 지구교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할지를 알고 싶어합니다. 포로교환의 조인식에선 발렌슈타인 원수가 직접 왕림한다고 합니다. 그 때에 답을 들려줬으면 좋겠다고.”


  보로딘 본부장의 말에 응접실에서 시선이 교차한다.

  “다시 말해 그건 동맹과 제국이 협력해서 지구교에 대처한다. 그런 건가?”

  “그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의장.”


  그 말에 또 응접실에서 시선이 교차했다.

  “성가신 일이군. 제국은 지구교의 탄압을 동맹과 함께 하고 싶다는 거겠지만…….”

  “종교의 자유인가…….”


  트류니히트와 호안이 입이 쓰다는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다. 두 사람이 뭘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자칫 잘못하면 트류니히트 정권은 제국과 손을 잡고 지구교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겠지. 비난뿐이라면 모르겠지만 주전파의 기세를 살리게 된다.


  “일단은 지구교에 대한 걸 조사할 필요가 있겠군. 어디까지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이 맞는가.”

  “그건 군부에서 조사하도록 하겠습니다.”

  트류니히트의 요구에 보로딘이 답했다.


  “그리고 동맹정부가 일찍이 페잔의 성립에 관여했는지 어떤지, 이건 레벨로, 자네가 조사해주게.”

  “알았다. 하지만 꽤 옛날이야기니까 말이야. 어디까지 알 수 있을지……, 그다지 기대는 하지 말아달라고.”

  내 말에 트류니히트는 끄덕였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이 틀렸다면 거절하면 된다. 문제는 맞았을 경우로군. 그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할지……. 제국에 협력해야하는가, 거절해야하는가……. 그 부분도 생각해둘 필요가 있겠지. 일주일 뒤, 다시 한 번 모이지. 그때까지 각자 생각을 정리해주게.”

  모두가 끄덕이고, 회의가 끝났다.


  돌아가려하니, 트류니히트가 날 불러 세웠다.

  “레벨로, 잠깐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네. 남아주게.”

  “그래.”


  아무도 남지 않은 응접실에서 트류니히트가 떫은 표정을 짓고 있다.

  “레벨로. 자네도 우국기사단을 알고 있지?”

  “알고 있네.”


  우국기사단. 과격한 국가주의자의 집단이다. 주전파의 덩어리라고 해도 좋다. 당연하지만 주전론을 토하던 트류니히트와는 친한 관계에 있다.

  “녀석들과 아직도 만나고 있는 건가?”

  “아니, 지금은 아냐. 그들에게 있어선 난 겁쟁이에 배신자라더군.”

  트류니히트가 자조 섞어 말했다.


  “그래서 녀석들이 무슨 일 있나?”

  “녀석들 중에 지구교도가 있다.”

  “!”

  “한 명이나 두 명이 아냐. 상당한 수다.”


  “무슨 말이냐. 그건. 지구교도가 주전론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건가?”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작아졌다.

  “지구는 우리들의 고향. 지구를 우리 손에. 그것이 녀석들의 슬로건이었다. 알고 있겠지? 지구는 제국 내에 있다. 주전론자와 이야기가 맞는 거야.”

  지구는 동맹과 제국이 서로 쓰러질 것을 노리고 있다. 발렌슈타인 원수의 추론이 귀에 되살아났다.


  “……트류니히트. 녀석들관 지금은 만나지 않지?”

  “그래. 믿어줘.”

  “알았다. 믿지. 녀석들과 두 번 다시 만나지 마라. 위험하다.”

  내 말에 트류니히트가 끄덕였다.


  “위험했어. 조금만 더 정권을 쥐는 게 늦었으면 녀석들에게 삼켜졌을지도 몰라…….”

  트류니히트가 중얼거린다. 목소리에는 두려운 울림이 있다. 먹힌다.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트류니히트가 언젠간 정권을 쥐리라 본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지구의 입장에서 주전론을 주장하는 트류니히트는 조종하기 쉬운 존재로 보였겠지.


  아무래도 지구교를 단순한 종교라고 보는 건 잘못인 것 같다. 예의 추론은 꽤나 정확도가 높다고 봐도 좋다. 트류니히트의 이야기를 들을 때까진 어딘가 수상쩍은 느낌이 들었지만, 인식을 새로이 해야만 하겠지…….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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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력 488년 9월 15일. 오딘 뮈켄베르거 저택. 유스티나 발렌슈타인.


  이 집에서 남편과 함께 살기 시작하고 보름이 지나고 있다.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지만, 곁에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 난 충분히 행복하다. 하지만 그는 어떨까? 혹시 이 결혼을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때때로 그렇게 생각해서 불안해진다.


  황제 폐하의 부탁이었다. 무슨 구실을 만들어서라도 무리를 하는 그를 조금이라도 잡아줬으면 좋겠다. 곁에서 지켜봐주면 좋겠다며. 우주함대 사령장관, 국정개혁의 진행자. 어느 것 하나더라도 격무라고 해도 좋다. 그 둘을 동시에 행하다니 무모라고 해도 좋다. 강건한 아버님조차 심장에 병을 가지게 되었던 거다.


  처음엔 거절했다. 난 자신이 극히 평범한 여자라는 걸 알고 있다. 그의 곁에는 나보다도 보다 어울리는 여성이 있겠지. 그를 도와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여성이. 나는 그를 보고 있는 것이면 족하다. 때때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된다. 그 분의 곁에 서려 생각하지 않는다…….


  “네가 저 자의 고독을 위로할 수 있다면 좋다.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면 저 자는 포기해라. 그게 널 위해서다. 그리고 저 자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아버님의 말이 생각난다. 나는 그 분의 곁에 있을 자격이 없다. 그러니 폐하에게도 그렇게 답했다. “저는 극히 평범한 여자입니다. 저 분의 곁에 있을 자격은 없습니다.”라고.


  하지만 폐하의 생각은 아버님과 달랐다.

  “평범하면 되네. 저건 비범하지만 평범하게 있고 싶다고 바라고 있어. 곁에 있는 아내가 비범하면 마음 편히 쉴 수 없겠지. 적어도 집안에서만이라도 저것의 소원을 들어 주게나…….”


  나도 그 분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그 분의 곁에 있을 수 있을까? 애절한 마음에 폐하를 봤다. 폐하는 상냥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어딘지 그 분의 미소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발렌슈타인을 부탁하네.”

  “예.”

  정신을 차리니 난 남편과 결혼을 승낙하고 있었다.


  큄멜 남작가에서 일어난 사건은 정말 무서웠다. 나와 아버님이 그이를 유인할 인질로서 이용당했다. 자신이 그런 일에 이용되리라곤 생각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무서웠던 건 그이가 정말로 왔을 때였다.


  어째서 왔는가……. 제국을 위해서 생각하자면 우리들 따윈 죽게 내버려둬야 했다. 그이의 모습을 봤을 때 내 마음을 지배한 것은, 제국이 그이를 잃고 만다는 두려움과 그이가 와줬다는 기쁨이었다. 이 무슨 어리석은 일인지…….


  사건이 끝난 뒤, 아버지가 남편을 혼냈다. 국가의 중신으로서 자각이 없다고……. 그에 대해 남편은 자신이 죽어도 제국은 문제 없다.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허세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슬펐다……. 남편은 어딘가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고 있다. 정해두고 있다. 그렇게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아마도 남편은 제국이 나아갈 길을 제시했기에, 그렇기에 제국이 그 길을 걸어갈 것을 확신하고 있겠지. 그러니 국가의 중신으로서 아무런 불안도 불만도 없다. 하지만 알고 있는 걸까? 모두 남편과 함께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길을 제시한 사람과 함께 나아간다. 그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저택에 살게 되고 나서부터 남편은 귀가하는 것이 빨라졌다. 그렇게 피츠시몬즈 대령이 말했다. 지금까지 혼자 밤늦게까지 일하던 것이 사라졌다고 기뻐했다. 조금은 결혼이 남편의 생활을 좋은 방향으로 바꾼 걸까? 그렇다면 기쁘다.


  이 저택도 분위기가 밝아졌다. 아버님은 퇴역하고 난 다음 조금 쓸쓸해보였다. 방문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돌아가고 나면 어딘지 모르게 쓸쓸해보였다. 하지만 최근 아버님과 남편은 자주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즐거워 보인다. 나와 남편의 결혼을 가장 기뻐하고 있는 건 아버님일지도 모른다. 언제까지나 이런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되면 한다.


  두 사람 사이에는 암묵의 룰이 있는 것 같다. 서재에서 이야기할 때엔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 이외의 것은 서재에선 이야기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서재에 갈 때엔 난 음료수를 두 사람에게 내놓고 이야기가 끝날 걸 기다린다.


  어제 아버님과 남편은 서재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음료수를 가져갔을 때, 우연히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르론”, 그렇게 들렸다. 분쟁이 일어난 건 페잔이었다. 그런데 이제르론……. 전쟁이 일어날 거란 걸까. 지금 여기에 있는 평화로운 나날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걸까…….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빨리 오고 마는 걸까…….


  그날 밤, 마음먹고 남편에게 질문했다. “전쟁이 일어나는 건가요?”라고. 남편은 놀라면서 날 봤다. 물어선 안 될 일이었던 걸까. 난 당황하며 서재에서 대화를 듣고 말았다고 말했다.


  화낼까 생각했지만, 남편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당분간 전쟁은 없다. 걱정할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 상냥한 웃음과 목소리였다. 저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봤다. 언제까지나 그 웃음을 보였으면 한다. 나만의 것으로 하자곤 생각하지 않으니까, 언제까지나 그 웃음과 목소리를 잃지 않았으면 한다…….


...


제국력 488년 9월 25일. 오딘 우주함대사령부. 에리히 발렌슈타인.


  그저께 라인하르트가 죽었다. 라인하르트만이 아니다. 안네로제, 키르히아이스, 오베르슈타인, 내란을 틈타 찬탈을 꾸민 자들 모두 죽음을 맞이했다. 라인하르트와 안네로제는 자결을 허락받아 사약을 마셨다. 하지만 키르히아이스와 오베르슈타인은 총살이었다.


  형이 집행되기 전날, 오베르슈타인과 만났다. 그에게 열악유전자 배제법이 폐기되었다는 걸 전했다. 아마도 이미 알고 있었겠지. 하지만 어떻게든 황제가 그렇게 정했다고 자신의 입에서 전하고 싶었다.


  오베르슈타인은 그걸 들어도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애교가 없는 녀석이라고 생각했지만 불만스럽게 생각하진 않았다. 처음부터 대답 따위 기대하지 않았다. 단지 전하고 싶었을 뿐이다. 면회는 5분도 지나지 않고 끝났다.


  라인하르트와는 만나지 않았다. 만나도 할 이야기가 없다. 만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죽고 난 뒤엔 만났어야 했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겐 말할 것이 없어도 그에겐 말할 것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분노일지도 모른다. 원한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난 라인하르트와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야했겠지.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건 아마 만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피했다……. 한심한 이야기다. 평생 후회할 것이 틀림없다.


  장인어른에겐 내가 직접 라인하르트의 죽음을 전했다. 장인어른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다지 마음에 두지 마라. 별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날 신경 써준 것 같다. 고마운 일이다. 장인어른이 없었다면, 난 계속 침울해질 뿐이었겠지. 그런 여유는 없는데도…….


  슬슬 함대사령관들도 돌아온다. 페르너도 앞으로 열흘만 지나면 이제르론 요새에 도착하겠지. 바빠질 거다. 제국도 동맹도 바빠진다. 동맹이 어떻게 반응할까. 특히 트류니히트, 그 남자는 어떻게 생각할까…….


  포로교환도 구체적으로 착수해야만 한다. 지금까진 페잔 경유로 해왔지만, 앞으론 군부가 진행해야겠지. 에렌베르크 원수에게 부탁해야겠군. 군무성에서 태스크팀을 만들게 해서 경우에 따라선 이제르론으로 가서 저쪽과 조율하게 되겠지.


...


우주력 797년 10월 5일. 이제르론 회랑 전함 율리시즈. 닐슨 중령.


  요즘 최근 이제르론 회랑은 평화롭다. 한 때, 제국의 내란이 종결한 직후엔 망명자라는 손님들이 때때로 찾아왔지만, 지금은 그런 일도 없다. 지금 제국과 동맹의 핫스팟은 페잔이다. 이제르론 회랑은 이전만큼 우주의 주목을 모으고 있지 않다.


  주목을 모으고 있지 않다고 방심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전함 율리시즈는 지금 현재 이제르론 회랑을 단독으로 정찰중이다. 위에선 “적을 발견해도 섣불리 포문을 열지 마라. 후퇴하여 그 방향을 요새에 보고해라.”고 명령했지만, 한 척으론 일단 전투는 불가능하겠지. 싫어도 명령을 따르게 된다.


  포로교환을 앞에 두고 분쟁은 만들지 않는다. 상층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군부보다도 정부의 방침이겠지. 지금 이대론 동맹의 정부는 조금씩 깎여나갈 뿐이다. 포로교환을 행하여 군을 재편하여 이후 체제를 정돈한다. 지금은 체력을 회복할 시기라는 거다. 이쪽에서 제국을 침공하지 않는 이상 올바른 선택이겠지.


  저번에 일어난 페잔에서의 분쟁 때문에 이제르론에서도 큰 소동이 일어났다. 명백히 동맹에 죄가 있으며, 제국은 그걸 이유로 공격해 오는 게 아닌가하고 이제르론 요새가 긴장에 빠졌었다. 당연하지만 포로교환 따위 수포로 돌아갈 거라고…….


  최종적으로 전쟁은 회피되고, 포로교환이 행해질 것이 확인됐다. 아무래도 포로교환을 우선하고 싶은 건 동맹만이 아닌 것 같다. 제국도 같은 마음인 것 같다. 내란에서 전력소모가 의외로 컸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최근 요즘 정찰활동은 극히 평온하다.


  달그락하고 소리가 났다. 소리가 난 쪽을 보니 아까 전부터 맘 편히 커피를 마시고 있던 오퍼레이터가 진지한 표정으로 계기판을 보고 있다. 소리는 커피 컵을 조작석에 놓는 소리였나……. 아무래도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다.


  “함장, 전방에 미확인 함선을 발견! 규모, 약 3백 척입니다!”

  미확인 함선인가……. 아마도 적이겠지만, 3백? 정찰부대인가?

  “현재 이 주역에 아군 함선은 있나?”

  “아뇨. 한 척도 없습니다.”


  오퍼레이터가 내 질문에 답했다. 그 답에 함교의 모두가 긴장한다.

  “그럼 적이로군. 단순한 계산이다. 전원, 제 1급 응전태세를 취하라!”

  “싸우는 겁니까?”

  “그럴 리가. 본함은 후퇴한다. 서둘러!”

  페잔의 건이 있다. 오퍼레이터는 걱정하는 듯하지만, 응전태세는 만일을 위해서다.


  “함장, 적함에서 통신입니다.”

  “통신?”

  통신사관이 고개를 갸웃하며 플레이트를 내게 넘겼다.

  “우리에게 교전 의사 없음. 대화에 응하기를 바람.”


  대화인가……. 망명자인가? 하지만 3백 척이다. 망명자 치고는 너무 많다.

  “묘하군요. 망명자 치고는 너무 많은 듯합니다만.”

  나와 같은 의문을 에다 부함장이 느낀 것 같다. 팔을 꼬고 생각에 잠겨있다.


  “뭐, 탐색은 나중이다. 임전태세를 풀지마라. 저쪽에 기관을 정지하고 통신 화면을 열라고 전해라.”

  저쪽이 전력이 더 많다. 정말 대화를 바란다면 기관정지에 응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재빨리 도망치면 된다.


...


우주력 797년 10월 5일. 이제르론 요새. 쟝 로베르 라프.


  회의실에는 간부들이 집합해있다. 제국군이 이 요새를 보유하고 있을 때엔 요새사령부와 함대사령부가 언제나 충돌하고 싸우던 회의실이다. 무라이 참모장은 양이 이 회의실을 쓰는 건 모두에게 협력의 중요함을 인식하게 하려는 거라고 했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귀찮은 거겠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정찰 활동 중이던 함선 율리시즈가 제국군의 함대와 접촉했다. 저쪽의 페르너 준장이라는 인물이 나와의 회담을 요구하고 있어.”

  양의 말에 모두가 서로를 돌아봤다.


  “제독과의 회담입니까. 대체 무슨 이야기일지. 닐슨 중령은 묻지 않았습니까?”

  “확인했지만, 페르너 준장은 극비라고하며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라이 참모장과 양이 대화하고 있다. 참모장은 의심쩍은 표정이다. 당연하겠지. 용건도 모르고 만나다니 위험하다.


  “그 페르너 준장이라는 인물은 어떤 자입니까?”

  “자세한 건 몰라. 하지만 그를 여기로 보낸 건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이라고 한다.”

  발렌슈타인……. 그 이름에 모두가 불안한 표정을 보였다. 귀찮은 상대다. 동맹군에게 있어서 최대의 위협이라고 할 수 있는 상대가 양에게 이야기를 가져왔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그 페르너 준장이라는 인물이 암살자라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애초에 동맹이 이제르론 요새를 공략한 건 적의 사령관을 포로로 잡고 사령부를 제압했던 것이 원인입니다. 이번엔 저쪽이 같은 일을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죠.”


  아텐보로의 말에 쇤코프 준장이 히쭉 웃었다. 그걸 무라이 참모장이 불쾌한 표정으로 노려본다. 또 시작했다. 언제나 있는 일이다.

  “뭐, 괜찮겠지. 지금의 제국은 국내 체제를 정비할 것을 우선하고 있는 것 같으니. 적어도 포로교환을 실시할 때까진 공세를 걸지는 않으리란 게 내 생각이다.”


  양의 말에 모두가 끄덕였다. 무라이 참모장도 반론하지 않는다. 양의 판단이 내려지기까진 여러 가지 의견을 내지만 내려진 뒤엔 따른다. 이것도 언제나 있는 일이다.


  “아텐보로 소장. 그들을 마중하게. 3백 척이나 되는 손님이다. 율리시즈 한 척으론 닐슨 중령도 불안하겠지.”

  “예.”


  다섯 시간 뒤, 이제르론 요새 밖에는 제국군의 3백 척, 그걸 감시하는 아텐보로가 이끄는 2천 2백 척이 있다. 사령실의 화면에는 제국군 3백 척 중에서 한 척의 연락정이 이제르론 요새로 향하는 것이 보인다. 혹시 제국군이 이쪽을 속였을 땐 저 3백 척은 한 척도 남기지 않고 아텐보로에게 섬멸되겠지.


  “제국군의 함정은 전부 신조함입니다.”

  오퍼레이터가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묘하다. 일부러 신조함을 이쪽에게 보이는 건 어째서인가. 저도 모르게 양을 봤다. 나만이 아니다. 모두가 양을 보고 있다.

  “무척이나 중요한 사자라는 거겠지.”

  과연. 그런 건가.


  연락정이 입항하고, 한 명의 제국 군인이 사령실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이 남자가 페르너 준장인 것 같다. 샤프한 인상을 주지만 어딘지 모르게 방심할 수 없는 대담함을 풍긴다. 어딘가 쇤코프 준장과 닮아 보인다.


  “안톤 페르너 준장입니다.”

  “양 웬리입니다. 제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에게서 직접 양 제독에게 말하라고 들었습니다. 이건 제독에게 드리는 친서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페르너 준장은 품에서 봉서를 꺼냈다. 그린힐 대위가 받아들고 양에게 넘긴다. 양이 읽기 시작하는 걸 보면서 카젤느 선배가 입을 열었다.


  “이야기는 여기서 하면 되겠지. 우리들도 듣도록 하지.”

  “유감이지만 그렇게 할 순 없습니다. 발렌슈타인 사령장관은 양 제독에게만 이야기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카젤느 소장. 페르너 준장의 이야기는 나 혼자서 듣지. 준장. 따라오게. 내 방에서 이야기하지.”

  그렇게 말하고 양은 사령실을 나갔다. 표정이 엄하다. 아무래도 친서엔 중요한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 같다. 양의 뒤를 페르너 준장과 쇤코프 준장이 따라간다. 쇤코프 준장은 호위일 셈이겠지.


  2시간 뒤, 페르너 준장은 이제르론 요새를 떠났다. 아무 일도 없이 끝난 것은 다행이지만, 준장을 배웅하는 양의 표정은 여전히 엄했다. 쇤코프 준장에게 물어봤지만, 그도 회담에는 참가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령관실의 밖에서 대기했다고 한다. 대체 제국에서의 이야기란 무엇이었을까? 모두 양에게 묻고 싶은 시선을 보냈지만, 양은 답하지 않았다.


...


우주력 797년 10월 6일. 하이네센 통합작전본부. 죠안 레벨로.


  통합작전본부의 응접실에 불렸다. 그것도 밤 10시에 극비의 호출이었다. 트류니히트의 요청이었지만, 그 이외엔 아무 것도 모른다. 응접실엔 이미 트류니히트, 호안, 네그로폰테, 보로딘, 뷰코크, 그린힐 6명이, 날 포함하면 7명이 모여있다.


  “보로딘 본부장. 슬슬 시작하지. 우리들을 이 시간에 부른 건 어째서인가?”

  트류니히트가 보로딘에게 말한다. 아무래도 이번 집합은 군부의 요청이었던 것 같다.


  “이전에 페잔에는 숨겨진 지배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었지요.”

  “음. 알았는가? 그걸.”

  “알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보로딘 본부장이 말끝을 흐린다. 꽤나 곤란하고 있다. 회의를 소집한 건 그일 것이다. 그런데 이건 무슨 일인가. 그 만이 아니다. 뷰코크와 그린힐도 곤란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무슨 일인가? 트류니히트도 의심쩍게 그들을 보고 있다.


  “우리들이 페잔을 의심하고 있던 것처럼 제국도 페잔에 의심을 가진 인물이 있습니다.”

  “…….”

  “에리히 발렌슈타인 원수. 그는 은밀히 사자를 이제르론으로 파견했습니다. 그리고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에 대해서 자신의 추론을 양 제독에게 알린 것입니다.”


  “그럼 이번 회의 소집은 자네가 아니라 양 제독의 의뢰인가?”

  “정확하겐 발렌슈타인 원수의 의뢰입니다. 의장. 그는 양 제독에게 정부, 군 상층부에게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합니다.”


  묘한 이야기다. 제국이 동맹에게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에 대해서 알렸다. 보통 생각한다면 모략이겠지. 그렇지 않다면 꽤나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에 대해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는 건가…….


  “그래서 발렌슈타인 원수는 뭐라고 했는가?”

  “그게…….”

  보로딘이 한 순간 말을 망설였지만, 마음을 정한 듯이 입을 열었다.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는 지구라고 합니다.”


  트류니히트, 호안, 네그로폰테,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마도 나도 마찬가지겠지. 지구? 그게 페잔의 숨겨진 지배자? 대체 무슨 농담이냐?

Posted by 추리닝백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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